붕괴 - 6

사실, 희숙이 민경이를 이토록 집요하게 단속하는 데에는 오래된, 그리고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민경이가 아직 중학생이던 시절, 그녀를 쫓아다니던 남학생 무리가 있었고, 희숙은 그 무리 자체를 굉장히 못마땅해했다.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민경이가 그저 헤실거리며 그들을 대하자, 그 놈들 중 한 명이 민경이에게 치근덕댔던 모양이었다. 그 소식을 접한 희숙의 분노는 활화산처럼 타올랐고, 그녀는 그 즉시 해당 남학생의 부모와 연락을 취했다. 나는 아버지로서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 딱히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나의 가정이 평화롭고 흔들림 없는 안식처이길 바랐으며, 아내가 지혜로운 동반자이자 가장 든든한 조언자로서, 집안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주리라 믿었으니.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 부모의 말은 차갑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희숙의 심장을 후벼 팠다.
“당신 딸 단속이나 잘하슈. 여우같은게 먼저 꼬리치고 다녔더구만...쯧쯧...”.
그 비열하고 경멸 섞인 목소리는 공기를 타고 나의 귓가까지 스며들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희숙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녀의 현명하고 똑똑한 눈빛 속에는 분노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치욕감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우리 가문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힌 듯, 그녀는 깊은 수치심에 몸서리쳤다. 희숙은 우리 가족의 완벽한 모습이 나의 사회적 성공을 뒷받침했다고 굳게 믿었으니. 그날 이후, 희숙의 민경에 대한 단속은 마치 강력한 족쇄라도 채우듯 더욱 심해졌다. 그녀의 엄격함은 단순히 딸을 바르게 이끌기 위한 현명함을 넘어, 과거의 상처와 그로 인한 불안감이 뒤섞여 더욱 견고해진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을 그저 수수방관하며 지켜봤을 뿐이었다. 내가 구축한 견고한 삶의 성채에는 균열이 생길 수 없다고, 내 가정은 완벽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으니. 나는 아내의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편이었다. 가정에는 법도가 있고 아이들을 훈육하는 규정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법이다. 이것은 내 중론이고 또 아내는 나의 중론을 뒷받침하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그렇다. 딸아이는 아직 미성년자이고 가정의 법도를 준수해야 했다. 아니, 미성년이 아니더라도 법도는 준수되어야 하는 게 맞는 법이었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민경에게 다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의 목소리는 견고했고, 그 안에는 나의 변치 않는 신념이,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확고한 권위가 담겨 있었다. "민경아, 유튜브는 그걸로 됐다. 이제 학업에 열중하렴".
나의 말에 민경이는 순종적인 아이다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깨는 잔뜩 웅크러져 있었고, 표정에는 지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이내 나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응, 아빠. 말 들을게. 나도 그냥 한번 호기심에 올려본 거야". 그녀의 순진무구한 대답에 나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착한 내 딸이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여자는 무릇 남자의 말에 순종해야 하는 법. 그리고 가장인 내가 하는 말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나는 민경이가 훌륭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이렇게 부모님 속 한번 안 썩이고 반듯하게 자라주니 말이다.
시간은 무던하게, 그야말로 무심하게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진 채, 회사라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나날을 보냈다. 사무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숫자와 보고서에 파묻히다 보면, 완벽하게 통제될 것이라 믿었던 나의 삶조차 때로는 버거운 짐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내 희숙은 또 어떠했던가? 그녀는 변함없이 집안의 모든 것을 빈틈없이 꾸려 나갔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살림까지, 그 완벽하고 흔들림 없는 일상은 내가 바깥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아내의 존재 자체가 우리 집의 중심이자, 흔들림 없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평화 속에서도, 내 안에는 언제부터인가 설명할 수 없는 균열이 존재했다. 사무실 휴게실에서 우연히 접했던 그 역겨운 영상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잉크 자국처럼 남아, 나의 견고한 성채에 치명적인 금을 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완벽한 이중생활의 연속이었다. 겉으로는 최고의 가장이자 존경받는 아빠의 가면을 썼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나만의 임원실은 어둡고 탐욕스러운 욕망의 해방구가 되어갔다. 수십 년의 금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일 아침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아랫도리'는 나의 의지를 조롱하는 듯했다. 나는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특히 딸 민경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민경이의 순수한 모습이 이제는 내 안의 금지된 욕망과 기괴하게 뒤섞이며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나의 '완벽함'이라는 가면은 이미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들 정훈이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명문대에 다니는 모범적인 아들이었기에, 나는 녀석이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자는 때가 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내가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도 같았다. 그러나 막상 내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가장으로서의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 어딘가 불안하고, 녀석의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걱정이 피어올랐다.
며칠이 지났을까.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던 오후,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휴게실로 향했다. 나른한 햇살이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빛은 내 속의 어둠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곳에는 늘 그랬듯 황 과장과 조 대리가 나란히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묘한 흥분과 끈적한 욕망이 뒤섞인 표정이 어렸다. 나는 애써 그들을 외면하려 했지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은 나의 귀를 잡아챘다.
"이 씨발년, 존나 따먹고 싶지 않냐? 춤추는 것 봐라, 씨발…".
황 과장의 목소리는 저급한 욕설과 함께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나는 속으로 끌끌 헛웃음을 쳤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던 대기업 임원인 나의 눈에는, 그들의 저속한 대화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비웃는 듯한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애써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아니, 피하고 싶었다. 내가 구축한 견고한 삶의 성채에는 이런 추악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리 없었다.
조 대리가 황 과장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숨기지 못하는 음습한 갈증이 담겨 있었다. "네, 과장님. 저 사실 요새 이년 보고 욕구 해소하고 있어요".
욕구 해소라니. 나는 그들의 말이 역겹게 느껴졌다. 육체적인 욕망 따위는 완벽한 나의 삶과는 거리가 먼, 구질구질한 것들의 영역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었다. 내 인생은 단란한 가정, 총명한 자식들, 성공적인 커리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았기에, 그런 저급한 감각들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이 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나의 모든 오만함은 산산조각 났다. 심장이 쿵, 하고 지독하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쿵, 쿵, 쿵. 심장이 귀청을 때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화면 속 여인은 야한 옷을 입고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춤을 추고 있었다. 선정적인 몸짓, 노골적인 시선 처리, 마치 노골적인 유혹이라도 하듯 요염하게 흔들리는 허리는 비릿한 땀 냄새마저 풍기는 듯했다. 그리고 그 끔찍하리만치 선정적인 몸짓 위에,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선명하게 합성되어 있었다.
'저게 뭐야? 민경이가 맞나?'.
나의 이성은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나의 순수하고 티 없는 딸 민경이. 우리 집의 해사한 미소이자,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싱그러운 꽃과 같았던 아이. 그녀의 티 없는 웃음소리는 우리 집안에 울려 퍼지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였고, 그녀의 존재 자체로 나는 완벽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확신을 가졌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자라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최고의 아버지였다. 그런 민경이가 저런 추악한 이미지와 겹쳐 보일 리 없었다.
나는 황급히 민경이가 예전에 올렸다가 지웠다고 했던 유튜브 채널을 검색했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닮은 여자일 것이다. 세상에는 얼굴이 닮은 사람이 많지 않던가.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영상 속 여자가 추는 춤은 마치 콜걸이나 창녀들이 추는 춤과 같았다. 설마 내 딸이 그런 천박한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딸은 언제나 예의 바르고 단정한 모습으로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희숙은 민경이가 잘못된 길로 빠지면 그 낙인이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했지 않던가. 그런 오점은 우리 완벽한 가문에 결코 허락될 수 없었다.
그러나 한번 인식된 유사성은 끈질긴 악몽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화면 속 여인의 땀으로 번들거리는 살결,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허리놀림, 쾌락에 일그러진 표정은 천사와 악마를 한 몸에 담은 듯한 기괴한 형상으로 나의 시신경을 강타했다.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은 화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혐오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섬뜩한 매혹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손은 무의식적으로 땀으로 축축해졌다. 그 망할 놈의 '아랫도리'가 또다시 불쾌하리만치 생경한 감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이질감이 허리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차올랐고, 이내 팽팽한 긴장감으로 나의 육체를 지배했다. 나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때였다. 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연관 영상으로 뜬 섬네일 하나. 손민경이라는 이름의 유튜브는 검색이 안될 뿐이지, 그 연관 영상을 클릭해보니, 아까 황 과장과 조 대리가 보던 그 여자의 영상이 내 핸드폰에서도 재생되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혔다. 화면 속에서는 역시 야시시한 춤을 추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직 스무 살도 채 안 돼 보이면서도 언뜻 보면 성인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짧은 '쇼츠' 영상이었고, 조회수는 무려 100만 회가 넘었다.
화장을 진하게 해서인지, 언뜻 보면 민경이가 아닌 듯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눈은 영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심장이 더욱 거세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영상 속 여인의 움직임 하나하나, 몸을 비트는 각도, 카메라를 향한 끈적한 시선, 입술을 핥는 듯한 제스처… 이 모든 것이 끔찍하게도, 너무나도 민경이와 겹쳐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이건 민경이가 틀림없다. 뒷배경. 벽지 인테리어. 어릴 적 민경이가 직접 고른, 은은한 파스텔 톤의 꽃무늬 벽지. 그녀가 조금이라도 가리려 했는지, 화면 한쪽 구석에 희미하게 드러난 그 익숙한 무늬는, 내 모든 부정과 합리를 산산조각 냈다. 나의 심장은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이럴 수가. 가슴이 콩닥콩닥, 아니, 미친 듯이 날뛰었다. 어떻게 내 딸이 이런…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의 완벽한 삶이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말인가? 내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아이들을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게 키웠다고 자부했던 나의 삶이, 한낱 쇼츠 영상 하나로 이토록 추락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한 건가? 아니면, 친구를 잘못 사귄 건가?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뒤덮였다. 나의 딸 민경이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콜걸이나 창녀들이나 추는 듯한 춤을 추고, 수많은 남자들의 욕망 어린 시선을 즐긴단 말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나의 자부심과 명예는 이미 바닥에 처박혔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마치 죄인처럼 비틀거리며 집으로 귀가했다. 나의 견고한 삶의 성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넘어, 이미 붕괴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내 안의 짐승은 다시 포악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갈증은 목을 태웠고, 열기는 온몸을 뒤덮었다. 민경이의 얼굴과 음란한 몸이 춤을 추는 환영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나의 완벽한 삶은 이미 끝장나 있었다.
가장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였다. 내게 가족은 거대한 기업과도 같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이 견고한 조직은 완벽하게 굴러간다고 나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조직이란 개념은 비단 냉혹한 기업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가장 중요한 울타리로서의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문제의 싹은 조기에 잘라내야 한다. 회사생활 십수 년 동안 피와 땀으로 깨달은 불변의 진리였다. 작은 균열은 곧 거대한 붕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내 희숙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잠에 빠진 그녀는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 평화로웠다. 내 삶의 지혜로운 동반자이자 흔들림 없는 평화의 상징인 그녀의 존재가, 이 순간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기를 바랐지만, 이제 나는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를 조용히 가로질러, 나는 민경의 방문 앞에 섰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심장이 쿵, 쿵, 쿵 하고 불길하게 울렸다. 복잡한 감정이 뒤엉켰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 행동이 과연 옳은가? 그러나 끓어오르는 욕망은 이미 이성적인 판단을 압도한 지 오래였다.
똑똑.
나의 손가락 마디가 문에 닿는 순간, 작은 떨림이 전해졌다. 망설임조차 허락되지 않는, 홀린 듯한 행동이었다. 곧이어 들려온 민경의 목소리는 잠결에 들뜬 듯 순수했다. "아빠!". 그 목소리에 잠시 흔들렸던 마음은, 이내 다시 견고한 가면 아래로 숨겨졌다. 나는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문을 열었다. 방문이 스르륵 열리며,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드러나는 민경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침대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차가운 침대 시트의 감촉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딸, 요새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뭐 필요한 거 있어?" 나의 목소리는 최대한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척했지만, 내면은 이미 다른 감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묘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예전에는 맡아본 적 없는, 옅으면서도 관능적인 향이었다. 그 향이 나의 뇌리를 자극하며, 어딘가에서 본듯한 음란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응, 요새 어깨도 뭉치고 피곤해... 아빠가 좀 주물러주면 좋지... 헤헤". 민경의 말에 나의 심장이 또다시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끓어오르는 욕망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두 손으로 민경의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어깨가 내 손바닥에 닿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얇은 잠옷 너머로 느껴지는 여린 살결. 나는 민경의 어깨 근육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마찰음이 귀를 간지럽혔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선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 곡선은 어딘가 모르게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아, 이럴 수가. 나의 이성은 필사적으로 거부했지만, 육체는 이미 통제 불능이었다.
민경의 향수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나의 후각을 잠식했다. 처음 맡아보는 종류의 향이었다. 끈적하고 달콤하며, 동시에 치명적인 유혹이 담겨 있는 듯한 냄새. 그 향은 나의 금지된 상상과 기괴하게 뒤섞이며, 나의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낯선 감각을 끌어올렸다. 묵직한 이질감이 허리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팽팽한 긴장감으로 나의 육체를 지배했다. 아랫도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불끈불끈 서기 시작했다. 수십 년의 금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아오르는 이 낯선 감각은 혼란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나는 아내 희숙 외에는 그 어떤 외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었는데. 나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나는 민경의 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멈췄다. 더 이상은 안 되었다. 이대로 계속하다가는 나의 추악한 본성이 드러날 것만 같았다. 민경이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순종적인 모습으로 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작은 한숨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평정을 가장하며 말을 꺼냈다.
"흐흠, 너... 별일 없는 거지? 저번에 유튜브 영상 그것도 이제 안 하는 거 확실하고?". 나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내 안의 욕망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민경의 표정에서 아주 미세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빠, 나 이제 안 해. 왜 자꾸 물어봐? 내가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이라도 할까 봐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났다. 나는 그녀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내 안의 추악한 욕망이 그녀의 순수함을 더럽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건 아니지. 난 우리 딸 믿지... 암 그렇고말고.. 허허". 나는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나의 거짓말은 공중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허무했다. 민경이는 나의 횡설수설이 영 못마땅한 듯 작게 투덜거렸다. "뭐야? 쌩뚱맞게... 치".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이대로는 나의 견고한 성채가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
"그럼 어서 자라... 아빠는 이만 가볼게...". 나는 거의 도망치듯 그녀의 방을 나섰다. 민경의 방문이 조용히 닫히자, 나는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갈증은 목을 태웠고, 열기는 온몸을 뒤덮었다. 나의 아랫도리는 여전히 팽팽하게 솟아 있었다. 이대로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의 내면에서 깨어난 굶주린 짐승은 끊임없이 포효하며 해방을 갈구했다.
나는 안방 화장실이 아닌 게스트 전용룸에 위치한 샤워실로 향했다. 이곳은 가족 중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나만의 은밀한 공간이었다. 차가운 타일 바닥, 희미하고 어두운 조명. 그곳은 나의 추악한 본성이 해방될 은밀한 감옥 같았다. 아무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나의 자부심과 명예는 이미 바닥에 처박혔지만, 이 끓어오르는 욕망만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습기가 코끝을 스쳤다. 방금 전 민경의 방에서 맡았던 그 향수 냄새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 더욱 선명하게 나를 감쌌다. 그녀의 잔향(殘香)은 이 어둡고 습한 공간 속에서 더욱 농밀하게 피어올랐다. 마치 그녀의 존재 자체가 나를 유혹하는 듯했다. 나는 비누를 집어 들고 손바닥에 거품을 냈다. 풍성하게 피어나는 하얀 거품. 나는 그 거품을 나의 아랫도리에 살짝 묻혔다.
차가운 거품이 뜨겁게 달아오른 나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자, 쾌락과 죄책감이 뒤섞인 파도가 온몸을 덮쳤다. 이 빌어먹을 욕망이 나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나의 완벽한 삶이라는 환상은 이미 산산조각 난 지 오래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는 민경이가 유튜브에서 추던 그 춤사위가 선명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야시시한 옷차림으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던 그녀의 모습. 짧은 쇼츠 영상 속에서 수많은 남자들의 욕망 어린 시선을 즐기던 그녀의 표정. 카메라를 향한 끈적한 시선, 입술을 핥는 듯한 제스처. 땀으로 번들거리는 살결,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허리놀림. 이 모든 것이 민경이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얼굴과 기괴하게 뒤섞여 나를 농락하는 듯했다. 그녀의 몸에서 발산된 듯한 향수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폐부를 파고들었다. 시각과 후각이 뒤섞여, 나의 욕망은 통제 불능의 영역으로 치달았다. 아랫도리가 팽창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억눌렸던 폭풍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쾌락의 정점에서, 나의 육체는 스스로를 비워냈다. 나는 욕실 바닥에 하얀색 정액을 듬뿍 분출했다. 끈적하고 누런 빛을 띠고 있던 그것은,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마치 오랜 가뭄 끝에 터져 나온 샘물처럼, 나의 몸 안에 응축되어 있던 모든 탁한 욕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실로 오랜만의 사정이었다. 나의 '완벽한 자기 관리' 아래 묻어두었던,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원초적 욕망의 응축된 결정체.
욕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나의 가장 추악한 민낯과 마주했다. 후회와 혐오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동시에 텅 비워진 듯한 묘한 허탈감과 함께 해소의 흔적이 남았다. 누런색의 정액은 변기 물과 섞여 소용돌이치며,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나는 완벽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나의 견고한 신념과 쌓아 올린 모든 도덕적 가치들은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렸다. 딸 민경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질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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