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4

나는 민경이를 떠올리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필사적으로 그 금지된 이미지를 뇌리에서 지우려 애썼다. 나의 순수하고 해맑은 딸의 얼굴이 그 추악한 욕망과 겹쳐지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번 깨어난 욕망은 쉬이 잠들지 않았다. 도망치려 발버둥 칠수록, 내 안의 짐승은 더욱 포악하게 날뛰었다. 갈증은 목을 태웠고, 열기는 온몸을 뒤덮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로 나의 야근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직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현명하고 똑똑한 아내 희숙마저도 "요새 일이 바빠졌냐"며 걱정하듯 물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바쁜 업무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늘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던 가장으로서, 나는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나의 사회적 성공과 지위, 그리고 가족들의 자부심은 이제 이 은밀한 비밀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야근의 목적은 진정한 업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포르노 감상, 그리고 은밀한 자위행위였다. 아무도 없는 회사, 그 중에서도 나만의 임원 전용 공간은 나의 새로운 안식처이자 동시에 추악한 본성이 해방될 은밀한 감옥이 되었다. 이 공간은 과거 아들 정훈과 낚시를 하며 인생의 조언을 나누던 나의 '프라이빗한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어둡고 탐욕스러운 욕망의 해방구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무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든 직원이 떠난 텅 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 나는, 끓어오르는 열기에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어둠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문을 걸어 잠그고 컴퓨터를 켰다. 망설임도 잠시, 익숙해진 손길은 거침없이 인터넷 창을 열고 금지된 이미지를 탐색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선정적인 영상들, 그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완벽한 삶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쾌락에 탐닉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행위에 빠져들었다. 완벽하게 통제될 것이라 믿었던 나의 삶은 이제 스스로도 억제할 수 없는 낯선 욕망에 이끌리고 있었다. 매일 밤 반복되는 이 은밀한 의식은 나의 육체와 정신을 잠식해갔다. 죄책감과 혐오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동시에 텅 비워진 듯한 묘한 허탈감과 함께 해소의 흔적이 남았다. 나의 자부심과 명예는 이미 바닥에 처박혔지만, 나는 이 새로운 본능적인 만족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요즘 잠에서 깨고 나면 이상하리만치 몸 상태가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잠자는 동안 켜켜이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간 듯, 전신을 감싸는 가벼움이 영혼마저 맑게 정화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개운함 이면에는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랫도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불끈불끈 선다는 것이다. 마치 수십 년의 금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아오르는 이 낯선 감각은 혼란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놈을 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몽롱한 과거의 잔상 속에서나 희미하게 존재했던 감각이, 이제는 매일 아침 생생한 현실이 되어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나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특히 아침 식탁에서 딸 민경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 녀석이 고개를 들려고 시도하기 마련이었으니, 그 난처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허둥대거나, 괜스레 신문을 펼쳐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회피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빠, 왜 아침부터 신문을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능청스러운 아들 정훈의 질문에도,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빵을 억지로 삼키며 건성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이런 해괴망측한 모습을 자식들 앞에서 보여서는 안 되었다. 나는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과 해맑은 딸을 둔, 최고의 가장이자 완벽한 아버지라고 스스로를 자부했다. 나의 견고한 삶의 성채는 단단한 도덕적 원칙과 흔들림 없는 가장의 체면 위에서 구축된 것이었으니, 이 은밀한 일탈이 나의 완벽한 세계를 흠집 낼 수는 없었다.
‘이대로는 안 돼!’ 나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애국가를 부르고, 머릿속으로 복잡한 회사 업무 계획을 되뇌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니 더 이상 발기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끈질긴 그림자처럼 발기가 다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내 몸이 나의 의지와는 독립된 생명체라도 된 듯, 나는 통제 불능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민경이가 자꾸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평소 행동들, 평상시였다면 아무 감정 없이 스쳐 지나갔을 사소한 몸짓 하나하나가 이제는 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민경이가 텔레비전을 보며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거나,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작은 습관, 혹은 잠결에 흘러내린 잠옷 차림으로 주방에서 물을 마시는 뒷모습까지도, 이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묘한 시선으로 포착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경이는 내 친딸이지 않은가. 순수하고 티 없는 우리 집의 햇살 같은 아이. 나의 가장 큰 축복이자 자랑.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녀의 존재가,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들이, 내 안의 금지된 욕망과 기괴하게 뒤섞이는 것일까. 죄책감과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섬뜩한 매혹이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내면의 평화를 잃어갔다.
그날 저녁, 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 괜스레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민경이가 돌아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딸의 뒷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나는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바로 그때,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아내 희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숙은 민경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였다. 그녀는 일상에서 늘 동일한 텐션을 유지했으며, 그 텐션은 때로는 자식에게, 때로는 나에게 향하곤 했다.
"민경아, 오늘은 야간학습도 없던데 학교 끝나고 어딜 다녀왔니? 누구랑 있었고, 몇 시에 들어온 거야?" 희숙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탐색과 빈틈없는 통제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마치 심문관이 범죄자를 취조하듯, 그녀의 질문은 집요하게 민경의 하루를 파고들었다.
민경은 어딘가 귀찮은 듯, 겨우 형식적으로 대답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녀의 어깨는 잔뜩 웅크러져 있었고, 표정에는 지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애써 그 미세한 균열들을 외면하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았다. 내 안의 뒤틀린 욕망 때문인지, 민경이의 지친 모습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희숙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민경이도 이제 고등학생인데 너무 잡는 거 아니야?" 내 목소리에는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 평소라면 희숙의 자녀교육방식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을 나였기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내 희숙은 내 삶의 지혜로운 동반자이자 가장 든든한 조언자였고, 그녀의 현명함과 깊은 통찰력은 우리 가정을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굳게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엄격함이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고 있다고 믿었고,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사회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자라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희숙은 내 말에 하던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아함과 동시에 미세한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내 눈에는 아직 아이에요. 당신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의외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얼버무렸다. "아니, 뭐… 가만 생각해보니 정훈이는 안 그런데 민경이만 너무 타이트하게 나무라는 것 같아서 말이지." 아들 정훈은 명문대에 다니는 모범생이었고, 내가 낚시를 하며 인생의 조언을 해주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그에게는 자유로운 탐색과 성장을 허락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민경이는 달랐다. 왜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지만, 내 안의 모호한 불안감은 계속해서 그녀를 통제해야 한다고 속삭였다.
희숙은 다시 몸을 돌려 설거지를 하던 손길을 멈추고는, 마치 잘 짜인 논문을 발표하듯 논리정연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울림은 단단했다. "여보, 남자와 여자는 엄연히 달라요. 당신도 아시지 않아요? 여자아이는 한번 엇나가기 시작하면 끝이라구요. 여자아이가 한번 잘못된 길로 빠지면 다시 돌아오기 얼마나 힘든지. 그 낙인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쫓아다닐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응시했다. "민경이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당연히 통금시간도 있어야 하고, 누굴 만나는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정도는 부모가 알아야죠. 당신이 대기업 임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우리 가정이 이렇게 흔들림 없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마요. 내가 이렇게 민경이를 단속하지 않으면, 우리 가문의 명예는 누가 지키겠어요? 당신의 사회적 성공은 결국 우리 가족의 완벽한 모습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희숙의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딸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격함은 가정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나조차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희숙은 물기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내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정훈이요? 정훈이는 남자니까 달라요. 남자아이는 세상에 나가 부딪히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거죠. 하지만 여자아이는, 아니, 우리 민경이는 지켜줘야 해요. 외부의 오염된 시선과 유혹으로부터 제가 막아내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당신은 회사에서 오로지 일에만 전념하시잖아요.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은 제가 책임지고 있어요. 제가 우리 아이들을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자라도록 키웠다고 당신은 늘 자랑스러워했잖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아내가 논리정연하게 말하면 난 할 말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의 논리에는 한 치의 허점도 없었고, 내가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 가치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듯했다. "사람은 도덕과 윤리를 기반으로 살아야 하는 법이다." 이 문장은 나의 완벽한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니. 하지만 동시에 나의 내면에서는 섬뜩한 이질감이 피어올랐다. 이 모든 엄격함과 통제가 과연 민경이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완벽한 가정'이라는 허상을 유지하기 위한 희숙의 방패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이중적인 욕망을 가리기 위한 나 자신의 방패인가?
민경은 어쨌든 아직까지 희숙의 발아래에서 감시당하는 입장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순간 민경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딸내미 역할도 빡세겠구만…' 나는 애써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내 안에는 죄책감과 연민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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