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여진 꽃 2부(재업)

[꺽여진 꽃(유부녀 편) - 2]
“말이 많아 이리오라면 와봐!”
그녀가 두려운 눈빛으로 살포시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그녀의 휘청거리는 몸을 와락 거세게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머릿결에 머리를 묻으며 껴안은 팔에 으스러지게 힘을 주었다. 그녀가 숨이 막혀 허리가 뒤로 꺽인 채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그녀의 방금 화장한 예쁜 입술을 거칠게 부비며 포옹을 계속했다.
한참을 허리가 뒤로 꺽인 그녀의 입술을 빨며 품안에 넣고 즐기다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떨어진 두 남녀는 잠시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가 그가 멎적은 듯이 고개를 돌려 밖으로 먼저 나갔다.
그녀의 모진 결심과는 달리 할 말도 못하고 다짐은커녕 그날도 실컷 당하기만 한 그녀는 속으로 눈물을 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때 퇴근한 남편은 생일도 아닌데 그녀 생각이 났다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들고 왔다.
평화로운 저녁밤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면서 그녀는 남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요사이 남편한테 말도 못하는 그렇게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서 여자 혼자 가년린 가슴으로 감내한다고 얼마나 눈물을 되삼키고 힘들었던가! 이게다 남편을 위하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덮어 쓸려고 애쓰고 있는데, 오늘은 왠지 남편한테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출 지경이었다. TV에서는 웃음소리 높은 개그프로가 좌중을 웃기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앉아 있는것 같았다.
밤중에 잠자리에 든 그녀는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들뜬 마음에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무슨 얘기라도 듣고 싶어 가만히 불러 보았다.
"...저...여보...당신 주무세요...“
“............................”
“...여보... 안주무시면 저랑 조금만 얘기 좀 하다가 자요...네?”
“....으...음.... 왜그래... 한참 졸려 죽겠는데... 밤중에 무슨 얘길 한다고... 내일 합시다...내일...”
잠에 취한 남편은 무심히 등을 보이고 귀찮다는 듯이 코까지 골며 자버리고 혼자 남은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안정하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천장을 바라보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늘 일들이 떠오르며 또다시 떠오르며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 정말 바보같애...아무 맥도 못 추고 안한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호텔까지 끌려가고...’
그녀는 속옷만 입고 반라의 모습으로 그의 능글맞은 그에게 샅샅이 관찰 당한걸 생각하면 부끄러워 지금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거기다가 그의 손에다가 음수를 흠뻑 쏟은 일과 그가 주는 쾌감을 못 이기고 허리를 놀려대며 색소리를 지른 것을 생각하면 치욕스러운 마음에 당장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바보 같은 사람 마누라가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당하고 온 줄도 모르고 저렇게 잠만 자는 사람’
오늘 호텔에서 그에게 안긴 이후로는 아무 일도 모르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미안함이지만, 오늘 그에게 보인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의 상념은 방향도 없이 여러 갈래도 뻗어나가고 있었다.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어느새 저 멀리 숨어버리고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오늘 자신의 모습을 샅샅이 지켜본 여부장이라는 존재 때문에 부끄럽고 미칠 지경이었다.
남편한테야 모르게만 하면 된다지만 오늘 그놈에게 당한 치욕은 평생 씻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녀는 한참을 잠을 못 이루고 끝없는 잡념과 싸우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여...여보 일어나... 아니 생전 안자던 늦잠을 다자고 이 사람이...”
남편이 다급이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늦은 아침에 남편이 출근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어머... 죄송해요... 제가 늦잠을 다자고... 몸이 좀 안 좋은가 봐요”
“어제 많이 무리했나 보네... 피곤하니까 그렇지 뭐... 나는 대충 먹고 출근할 테니까... 오늘 좀 푹 쉬어요”
아프다는 핑계로 늦잠을 자고 침대 맡에서 뒹굴며 딱히 뭐하나 마음이 정해지는 게 없어 여유 있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을 내다보니 또 그였다. 남편이 출근하고 1시간이 채 못 된 시간이었다.
‘아니 저 사람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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