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17

내 안의 모든 감각이 하나의 절정으로 수렴하는 순간, 귓가를 찢을 듯한 진동이 울렸다. 푹신한 침대 위에서, 달뜬 숨을 몰아쉬던 민경의 작은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땀으로 축축한 손가락이 미끄러져 빠져나오는 찰나의 아쉬움. 뜨겁게 달아오른 욕망이 채 해소되기도 전, 이성을 마비시키던 쾌락의 전조가 산산이 부서졌다.
핸드폰 벨 소리. 씨발 것.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내 안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 고요한 호텔룸에 감도는 농밀한 정적을, 이 금지된 밀회의 순간을 감히 침범하는 것이 누구인가. 개 씨발. 씨발. 씨발. 분노와 함께 저급한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개 좆같은 마누라. 씨발년이. 내 혀끝에서 기괴하게 맴도는 단어들은, 이제 나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야수의 포효와 같았다.
액정에는 ‘희숙’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는 여전히 이성의 끈을 놓지 못하고 팽팽하게 솟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썼다. 깊은 심연에 가라앉은 본성을 숨기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편의 목소리를 냈다.
“어… 어… 지금 쉬고 있어, 민경이? 응… 내가 잘 타일러놨어… 어서 와.”
내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전화기 너머 희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훈이와 함께 마트에서 이제 막 출발했다는 말. 심장이 다시금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두려움이나 분노가 아닌, 깊은 허탈감과 함께 아쉬움이 뒤섞인 진동이었다.
민경의 눈빛에서도 나와 같은 아쉬움이 역력했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 속에는 체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갈망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의 눈과 마주친 순간, 그녀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상징’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작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며, 나는 온몸에 섬뜩한 전율이 흘렀다. ‘이 아이는, 이 지독한 훈육을 통해, 나에게 완전히 길들여진 것인가?’.
나는 황급히 손가락을 씻고 거실로 나섰다. 차가운 물줄기가 손가락에 닿는 순간, 비릿하고 끈적한 그녀의 체취와 나의 ‘정수’의 잔향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지만, 그 기억은 뇌리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축축하고 끈적한 감각이 마치 낙인처럼 남아, 나를 끝없이 유혹하는 듯했다. 거실로 나와 무심하게 TV를 틀었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시시콜콜한 소음이, 나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광기를 잠시나마 잠재우는 듯했다.
몇 분 뒤, 현관문이 열리고 가족들이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희숙의 발소리, 정훈의 우렁찬 목소리.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우리는 저녁거리를 가지고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바비큐장으로 향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달콤 짭짤한 양념 냄새, 그리고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민경은 나와 대화를 나눈 뒤로 그렇게까지 삐걱대지는 않았고,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하게 이루어졌다. 그녀는 평소처럼 억지웃음을 지으며 희숙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그 순종적인 모습 뒤에 감춰진 두려움과 체념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나의 눈에 비친 민경의 모습은 마치 섬세하게 조각된 인형처럼 보였다. 그녀는 완벽하게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광경 속에서도, 나의 육체는 여전히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아 씨발. 발기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바지 속에서 팽팽하게 솟아오른 ‘상징’은 나의 의지를 비웃는 듯, 끊임없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민경의 손가락이 아른거리고, 지금도 민경이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나를 보는 시선이 보통이 아니다. 그녀의 눈빛은 깊은 호수처럼 알 수 없는 열망으로 일렁였다. 마치 자기를 빨리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유혹이 담겨 있었다.
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나의 완벽한 ‘훈육’은 그녀를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의 뜻에 순종하고,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눈빛은 더욱 도발적이고, 그 몸짓은 더욱 선정적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내가 잘못 훈육을 한 것일까? 깊은 혼란과 함께 섬뜩한 자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내가 가한 ‘훈육’은, 그녀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떤 본능을 깨운 것은 아닐까? 나의 뒤틀린 욕망이 그녀의 순수함을 더럽히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닐까?
씨발년, 내 애인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 뇌리 속에서 섬뜩한 불꽃이 튀었다. 금지된 상상. 나의 딸이, 나의 혈육이자 분신이, 나를 향해 이토록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낸다는 사실에 이성은 필사적으로 거부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끈적한 거미줄처럼 나를 얽어매며, 나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
아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어디까지나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그녀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완벽한 삶이라는 환상. 나의 견고한 성채는 이 추악한 욕망으로 인해 무너질 수 없었다.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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