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는 똥뚜간에 빠졌던 여동창
야한 얘기 아니니 관심 없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갑자기 옛날 학창시절이 생각나길래요.
저는 40대 후반으로 8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지요.
당시 80년대 시골은 거지도 많고, 도로는 비포장도로, 아궁이에 초가집, 달구지 끄는 소도 있었고, 굼뱅이 매입하는 약장수도 있었죠.
학교에 두명의 가난한 애들이 있었어요.
A는 정말 가난하고, 작은키에 못생긴 얼굴,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 지저분하고... 당연히 왕따였죠.
B라는 애 역시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목소리도 얇야 왕따였고요.
둘다 여자애였고, 학교에서 이 두명은 유명했습니다.
어느날 수업시간이 됐는데 A라는 애가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10분쯤 되었나... 한쪽 다리에 똥을 묻히고 들어오더라고요.
똥뚜간에 한쪽 다리가 빠졌다고... 당시 학교는 푸세식이었으니까요.
남자 담임 선생님은 A라는 애들 데리고 세면대로 향해서 씻겨주고 다시 수업을 했습니다.
그 뒤로 A양은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유령처럼 살아야 했고, 양아치 같은 친구들은 "똥뚜간에~빠졌~대요~!" 매일 매일 놀리기 바빴죠.
그리고 B라는 애는 5남매중 둘째인가 그런데, 어느날 집에 걸어 가다가 한 비닐 하우스에서 B양이 나오는 걸 봤어요. 그곳이 집이더라고요.
밭 옆에 있는 조그맣고 허름한 비닐 하우스였는데, 그곳에 5남매와 부모가 사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가난하고, 못난이였고, 지저분했고, 말을 안 하다보니 목에서 쉰 쇳소리 같은 게 들릴 정도였어요.
아마도 둘다 고등학교는 진학 못한걸로 알아요.
워낙 가난해서 학비도 자주 못내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은 공개적으로 야단을 치곤 했죠.
그리고 가난해서 점심도 잘 못 먹던 애들이었고, 여자애들 조차 이 두녀석들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이후 아마도 공장에 들어간 듯 했어요.
대학시절 시골집에서 방학을 보내던 어느날, 버스에서 B양을 봤어요.
화장도 하고, 깨끗하게 꾸미려는 듯 보였고, 사회에 적응하려는 듯 새로운 친구와 대화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말을 걸지 않고 멀리서 B양을 지켜봤지만, 제가 뿌듯했습니다.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이 두녀석이 생각 나더라고요.
학창시절 누구보다 가장 힘들고 슬프게 살았을 이 두녀석이....
여자로써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놀림 받으며 가난한 환경과 고통속에서 성장한 이 두녀석....
'과연 내가 저런 경험을 했다면 난 세상에 존재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이민 가거나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겠다.... 아마도 난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까....
어릴때는 이 두녀석과 대화하면 나도 같이 놀림받을 것 같아 말도 섞지 못했던 나인데...
40여년이 흘러 지금 다시 이 두녀석을 만나면 "학창시절 고생했다" "어릴때 놀아주지 못 해서 미안했다"라고 사과하고 싶네요.
나이먹고 생각하니 제가 참 어렸습니다. 모든 것이 어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오랜 과거를 후회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늙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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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