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섹스 게임 3
질문이 있습니다. 다 해도 될까요?”
- 오브 콜스.
서영의 당돌함에 강당 내에 있는 모든 부부들이 서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민혁은 그 점이 싫었다. 관심을 받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였다.
“사실... 가장 궁금한 점이었는데요? 기본적인 질문이기도 하고... 지금 이곳에는 20쌍의 부부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맞나요?”
- 20쌍 부부... 맞습니다. 하하.
“그러면 20쌍의 부부가 게임 참여자의 전부인가요?”
서영의 질문은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었다. 그녀 역시 강당에 들어설 때에는 20쌍의 부부가 전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것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참에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 서영이 첫 번째 질문을 하자, 그제야 강당 내의 모든 부부들은 이 기본적인 질문조차 생각지도 못한 자신들을 탓하며 서영과 치킨 박을 서로 번갈아 보았다.
-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이군요. 답부터 해드리자면, 이곳에는 20쌍의 부부가 있습니다만, 이번 섹스 게임에 참여하는 전체 인원은 총 200명, 100쌍의 부부입니다. 하하하. 너무 많나요?
‘역시... 우리가 전부가 아니었어.’
100쌍의 부부가 참여한다는 치킨 박의 말에 강당이 이제는 어수선할 정도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우승팀을 꿈꾼다. 20대 1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구나 해볼만 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100대 1은 다르다. 갑자기 맥이 풀린 듯 한 부부도 나타나자, 치킨 박이 말을 이어갔다.
- 매우 상심하시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하. 사실 100팀을 같은 시간 내에 초대해서 통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이지요. 그래서 저희 컴퍼니에서는 총 5번에 걸쳐 20쌍씩 초대를 했고... 여러 분이 마지막 조입니다. 하하하. 참고로 이건 여러분들만 아는 정보인데, 앞선 4조의 80쌍은 모두 게임에 참여를 하셨고 1라운드를 전부 통과하는 성과를 올리셨습니다. 단 번에 1천 만 원의 상금을 획득하신 것이죠. 자 박수!!
치킨 박이 박수를 쳤다. 강당 내의 그 누구도 함께 박수를 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어수선했던 강당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었다.
- 내가 1위가 되려면 99팀을 물리쳐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어렵습니다만... 하하하. 사실상 100쌍의 부부를 한 자리에서 보는 건 아마도 없을 겁니다. 1라운드를 통과하시면 저희가 게임 방법에 따라 다 개별 연락을 취할 테니 말이지요. 그건 차차 아실 것이고... 숫자만 100으로 늘어났을 뿐... 눈에 보이지는 않지요? 하하하. 숫자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참여 팀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빨간 칩의 유통이 많아 질 겁니다. 저희가 뿌리는 것도 많아 질 것이니... 상금의 규모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는 뜻이지요. 전력과 판단만 정확하다면 1위를 하지 못해도... 수 억 원은 우습지요?
치킨 박은 사실 틀린 것이 없었다.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유통되는 칩은 많을 것이다. 그건 판돈이 커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7라운드까지 게임을 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생각 이상으로 많은 상금을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저 닭대가리... 사람들을 가지고 놀고 있어.”
민혁이 재빠르게 서영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치킨 박은 루저 제도나 경쟁률에 부담감을 느꼈던 부부들을 다시 한 번 상금을 통해 게임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고 있었다. 은연중에 앞선 80쌍의 부부들이 전부 1라운드를 통과했다는 사실도 알리면서 현재 강당 내의 20쌍의 부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 않던가. 연애로 보자면 밀당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질문을 할게요.”
이번에도 서영이 질문을 했다. 민혁이 제지하려고 했으나, 이번 역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 마음껏~
“아까 15개의 칩이 있더라도 1개의 칩을 가진 팀에게 패배를 할 경우, 게임 규정에 패배자는 루저가 된다는 조항이 있다면, 15개의 칩이 있는 팀은 자동 탈락이라고 했는데 맞죠?”
- 예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죠? 예를 들어 저희 부부가 5라운드까지 통과해서 5개의 칩을 보유 중인데, 6라운드 참여 조건이 칩을 10개 걸어야 한다면?”
- 아주 깊이 있는 생각이군요. 하하하. 저야 그런 질문 즐겁습니다. 답을 드리자면,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루저가 됩니다. 6라운드에 자동 진출했는데, 참여 조건은 안 되고, 그렇다고 게임 포기를 하자니, 반납할 칩도 없군요. 하하하.
치킨 박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하나의 정보를 더 획득할 수 있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각 팀마다 칩 개수는 어느 정도 늘어난다. 그리고 에이스가 말했듯이 어느 특정 게임에서는 그 게임을 통과하더라도 칩 개수는 줄어드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치킨 박이 말했듯이 게임 종류와 규정은 컴퍼니가 제시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세부적인 사항은 참가자들이 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종합하자면... 처음에는 칩 1개로 모두 시작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각 팀이 가질 수 있는 칩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칩의 개수를 알고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잖아. 당연하지만 우리의 칩 개수도 숨겨야 할 것이고...’
서영의 생각은 정확했다. 판돈인 칩의 개수를 숨기는 거야 말로 하나의 큰 무기가 될 가능성이 컸다. 도박에서도 상대방의 자금에 따라 배팅을 다르게 하지 않던가.
“무슨 생각 해?”
서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지, 민혁이 멍하니 있는 그녀를 살짝 건드리며 말을 건넸다. 그제야 서영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나중에... 말해 줄게.”
서영의 질문에 답변을 한 치킨 박이 잠시의 시간을 가진 후, 말을 이었다.
- 더 이상 질문 없습니까?
서영의 앞서 두 번의 질문을 했지만, 역시 그 누구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함을 느꼈기에, 다시 한 번 나서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 질문은 아닌데요.”
- 하하하. 질문이 아니라...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치킨 박님에게 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부부들에게 말하고 싶군요.”
서영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사람은 민혁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놀란 사람들은 강당 내의 전 부부들이었다.
- 야무지신 숙녀입니다. 마음껏 하세요. 시간은 넉넉합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허락이 떨어지고, 모든 부부들이 서영의 입에 집중했다. 서영은 차분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제 넘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잘 들어주세요. 제가 앞서 두 가지의 질문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두 가지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세요?”
서영의 당돌한 반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부부들 모두 경쟁자란 거 알아요. 모두 상금을 바라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러나 아직 우리는 게임에 참여를 한 것은 아니에요. 게임이 시작을 하지도 않았으니...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가 필요해요. 당장 지금은 서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해요. 앞선 80쌍의 부부, 즉 4개조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경험을 했겠죠. 그들도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란 말이에요. 이게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세요?”
마치 아주 연설을 잘하는 정치인처럼 서영은 강당 내의 모든 부부를 차분히 설득시키고 있었다. 그런 서영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보는 치킨 박이 있는가 하면, 아내의 색다른 모습에 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민혁도 있었다.
“여러분들의 질문이 치킨 박님의 답변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죠. 앞서 4개조도 많은 정보를 공유했을 거예요. 어떠한 질문과 답변들이 오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게임을 할지 모르는데, 그들에게 정보에 대한 부족으로 게임을 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서영의 연설(?)은 설득력이 있었고, 합리적이었으며, 또 호소력도 좋았다. 강당의 모든 부부들이 서영의 말을 듣고 자신들의 실책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선 80쌍의 경쟁자들이 어떠한 질문을 통해서 또 어떠한 정보를 얻어갔는지 그건 아무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조인 자신들 역시 최대한 많은 질문을 해야 했다. 정보, 정보가 필요했고, 그것이 후에 어떻게 게임 승부에 작용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제가 제안할게요. 순서를 정해서 무조건 치킨 박님에게 질문을 하는 게 어떨까요? 몇 가지의 질문을 하던 그것은 자유가 되고요. 별 것 아닌 질문이라도 좋아요. 그런 사소한 질문도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서영의 말이 끝났고, 강당 내가 잠시 조용한 듯 싶었다. 그러나 이내 곧 모든 부부들이 번쩍 손을 들며, 치킨 박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서영의 말이 수십 명을 움직인 것이었다.
- 하하하하. 우리 여전사께서 저를 참 피곤하게 하셨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우리 여전사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순서를 정해야겠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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