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내 첫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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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민준은
집에 돌아와서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지난 23년간의 시간을 되짚어봤다.
지윤과의 첫 만남, 풋풋했던 감정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과연 지윤이 자신을 기억할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아니, 기억할 리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스무 살의 어른에게 열여섯 살 남학생은 그저 수많은 과외 학생 중 한 명이었을 뿐이리라.
하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을 알아봤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다음 날,
민준은 출근해서도 내내 멍한 상태였다.
진료 중에도, 회의 중에도, 수현의 어머니가 아닌 지윤 누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는 수현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영원히 비밀로 묻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말하면 수현이 충격을 받을 것이고, 결혼이 깨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평생 이 비밀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릴 터였다.
결국 민준은 용기를 내어 수현에게 지윤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수현아, 어머니는 어떤 분이셔?
어제 뵙고 너무 좋으셨는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수현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원래 좀 차분하고 조용한 편인데, 따뜻하고 정이 많으셔.
어릴 때부터 나한테 다정했고,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었지. 아빠랑은 대학교 CC였대. 완전 로맨틱하지 않아?"
민준은 수현의 말에서 단서를 찾으려 노력했다. 지윤이 과외를 그만둔 시점과 수현의 아버지와의 만남 시기가 겹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지윤은 민준이 과외를 하던 중에도 이미 수현의 아버지와 교제 중이었을까?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며칠 뒤, 수현은 가족 식사를 제안했다.
이번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민준은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시 지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혹시라도 아는 척을 할지 궁금했다.
식사 자리에서 지윤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민준을 맞았다.
그녀는 민준의 직업에 대해 자세히 묻고, 그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대화는 평범하고 예의 바르게 흘러갔다. 마치 20년 전의 과외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민준은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식사가 끝난 후, 민준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거실에서 지윤과 수현의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여보, 민준 씨 정말 괜찮은 사람 같지 않아? 우리 수현이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고." 수현의 아버지가 말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어쩐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예전에 내가 과외했던 학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민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지윤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왜일까? 민준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이제 확신했다. 지윤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철저히 감추려 하고 있었다.
과연 민준은 이 엄청난 비밀을 안고 수현과 결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장모님과 사위라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첫사랑의 잔상들은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민준의 인생은 이제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민준은 그날 밤 지윤이 자신을 기억한다는 확신을 얻은 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첫사랑의 아련함과 장모님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그의 마음은 한없이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왜 모르는 척했을까?
혹시 나처럼 혼란스러운 걸까?
아니면 그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수많은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며칠 뒤, 수현은 결혼 준비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민준은 어색함을 무릅쓰고 동행했다. 드레스 숍에서 수현이 여러 벌의 드레스를 입어보는 동안, 민준은 자연스레 지윤의 옆에 서게 되었다.
수현의 아버지는 다른 곳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민준은 지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혹시 저를 아시는 분인가요?"
지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잠시 민준을 응시하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글쎄요, 민준 씨가 의사가 되셨다고 들었는데, 어쩐지 낯이 익어서요.
" 그녀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민준은 그녀의 반응에서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느껴짐을 감지했다.
그날 저녁, 민준은 수현의 집에서 가족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던 중, 수현의 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수현 엄마는 젊었을 때 참 재주가 많았어. 대학교 다닐 때 과외도 하고 그랬잖아?"
민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뛰었다.
지윤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 "네, 저 과외 많이 했었죠.
그때 가르쳤던 아이들이 다 의사가 되어서 병원에 왔으면 좋겠다고 농담 삼아 말하고는 했는데… 이렇게 진짜 의사 사위를 보게 되네요."
그녀의 시선이 민준에게 닿았다. 민준은 그 시선에서 묘한 감정을 읽었다.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에게 보내는 듯한 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민준은 그 순간, 지윤이 자신을 단순히 '과외했던 학생'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 시절의 자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그녀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그 시절의 작은 소망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한 깊은 감회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어진 지윤의 한마디는 민준을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혹시… 그때 중학생이었던 민준이도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때 제게 수학 과외를 받았던 키 크고 참 착한 아이였는데…."
그 순간, 거실의 공기는 정지된 듯했다.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지윤은 자신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을 특정하여 언급했다.
그때 수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머, 엄마! 설마 민준 오빠가 엄마 제자였다는 거야?
대박이다! 인연이라는 게 진짜 신기하네!"
수현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흥미로운 우연으로 비칠 뿐이었다.
하지만 민준의 눈에는 지윤의 눈빛에서 읽히는 복잡한 감정들이 선명했다.
그녀는 민준을 잊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첫사랑과의 재회가 장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반전 속에서,
과연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민준은 이제 이 비밀의 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ㅡㅡ 계속 ㅡㅡ
ㅡㅡ 계속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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