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당가풍운 2.0 22장
* * *
사천성(四川省) 무림은 언제나 긴장 상태였다. 그러나 같은 정파 소속임에도 사천성의 패권을 두고 대립하던 사천당가(四川唐家)와 종남파(終男派) 간에 다툼이 벌어지면서 시작된 분쟁은 어느새 전쟁과도 같이 커져서 강호 무림에 큰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다.
반년 가까이 격화되는 사천성 무림의 전쟁을 중재하거나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강호의 다른 명문 정파들과 세가들이 나섰고 사파들 역시 이득을 노리고 속속 참전해왔다.
종남파와 팽팽히 맞서며 혈전을 벌이는 사천당가의 분위기는 어둠처럼 무겁고 흉흉했다. 그렇지만 당가의 구성원들을 모두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다.
당가 내에서 공공연하게 소문이 나돌 정도로 부부 사이가 멀어져 있던 가주 당패(唐覇)와 가모 구숙정(邱淑貞) 사이에 새로운 아이가 생긴 것이다.
사십오살이라는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한 것에 가주 당패는 크게 기뻐했고 좋지 않았던 부부 사이는 어느새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당패는 작은 동산처럼 부풀어 오른 구숙정의 배에 손바닥을 갖다댔다. 당패는 매우 소중한 것을 만지듯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당패는 문득 눈을 감았다. 구숙정의 뱃속에서 살아 숨쉬는 아이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몸조리를 잘해야 될 것이오."
당패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아이가 나올 것처럼 배가 상당히 불러 있는 구숙정을 바라보는 당패의 눈길은 따스했다.
손자를 볼 나이에 이렇게 늦둥이를 얻게 되다니 민망하면서도 너무나 들뜨고 기뻤다.
사천당가는 독을 다뤄서 그런지 대대로 딸이 귀했기에 이번에 태어날 아이는 여아였으면 좋겠다고 당패는 내심 생각했지만 남아여도 상관없었다.
뱃속의 태아가 딸이든 아들이든 자신의 아이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당패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었다. 자신의 아들 당종도 귀여운 동생이 뒤늦게 생긴다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받은 듯 당황해했지만 곧 좋아하였다.
"제가 알아서 하겠어요. 그런데 당신...장로들과 회의가 있지 않나요?"
구숙정은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의 신경질적 반응에 당패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당패는 지금까지 구숙정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것에 또 다시 후회가 들었다. 당패는 앞으로는 소홀했던 자신의 아내에게 잘해주리라 굳게 결심했다.
지금까지 계속 흔들렸던 당패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두응향을 향한 사랑을 어떻게든 잊고 이제는 구숙정에게 다시 자신의 사랑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냉랭했던 부부관계였지만 그래도 한때 서로 열렬히 사랑하던 사이였다. 그리고 비록 어긋나긴 했지만 지금도 당패는 구숙정을 사랑했고 아마 구숙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숙정,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종남파를 몰아내겠소."
당패가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당패는 보지 못했다.
구숙정의 차갑게 굳은 얼굴과 서늘한 눈빛을.
남편이 손으로 자신의 불룩한 배를 쓰다듬을 때마다 구숙정의 매섭게 치켜올라간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었다.
* * *
밤이 깊어지자 시아현의 거리는 인적없이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힘없이 가물거리는 호로등을 둘러싸고 7-8명의 사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무엇을 상의하였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일제히 문쪽을 향해 시선이 모아졌다.
뚱뚱한 체구에 작은 키의 사내가 인상을 쓰며 일어나더니 문쪽으로 다가왔다.
"손님, 지금은 손님을 받을 수가 없는데요."
직업 의식은 무의식적으로 나오는가 보다. 난처한 듯, 두 손을 비비면서 당정을 바라보았다. 이 늦은 밤에 남녀 둘이 돌아다니는 것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당정이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들어 허공에 수화를 그렸다.
"우리 가족이시군요?"
주인이 당정의 수화를 보고서 말했다. 뒤에 있는 장한들도 들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가족? 이곳은 본가라 하더라도 알 수 없는 장소일텐데… 대체 누구요? 본가에서 나온 분이오?"
한 장한이 일어나서 말했다. 경계하는 빛이 뚜렷했다.
대문파, 종남파와 분쟁중인 당가였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적들의 이목도 두려웠다.
당정이 잠시 아미를 찌프렸으나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니를 데리고 더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을 뿐더러 자신은 종남파에서 제일 먼저 제거하려하는 주요인물 중에 하나였다.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적들과 마주치는 것은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해서 시아현에 있는 당가의 거점에 온 것이었다. 예전 아버지인 가주가 어린 당정을 데리고 온 적이 있기 때문에 당정이 기억을 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나를 모르겠소? 猪叔."
주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자신을 보고 돼지 아저씨라고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전가주 열성신군 당화와는 주종관계라기 보다는 마치 친구사이와 같은 知人이었다. 물론 왕상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지만 당화는 어린 당정을 데리고 와서 이 사람이 바로 네 돼지숙부다 하면서 농을 걸었던 것이다.
벌써 10년도 더 흘러간 이야기였다.
"이, 이런…"
휘둥그레 커진 왕상이 허리를 굽히며 머리를 숙이려 하자 당정이 왕상의 팔을 당기었다.
"숙부, 제 행적을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왕상이 허리를 폈다. 그의 눈이 당정의 어깨넘어 두응향의 얼굴에 닿았다. 왕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쉴 수 있는 방을 좀 주십시오."
또다시 왕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정과 두응향을 바라보는 왕상은 속에서 울컥하는 알지못할 감정을 느끼었다.
"대체 누구요?"
당정 모자를 후원으로 안내하고 들어오는 왕상을 향해 털보장한이 일어나며 물었다. 모두들 궁금증을 느끼고 있는 듯, 왕상의 얼굴을 주시하는 장한들의 얼굴은 호기심이 드러나 있었다.
"…"
왕상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대체 누구인데 이리 사람 속을 태우는 거요?"
털보장한이 또 조급하게 왕상을 졸라댔다.
"한때는… 한때는 당가를 이끌 기재로, 한때는 폐인으로… 지금은 우리 당가를 저 구대문파와 동등하게 이끌어 올린 자… 이 사천지역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자…"
왕상이 말을 끊었다. 뿌듯함에 가슴이 잔잔하게 흔들리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했다.
"추, 추혼수!"
"추혼수 당정!"
장한들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고 놀라 스스로 입을 막았다.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성이 세어 나왔다. 일부는 당정이 사라진 문 쪽을 힐끔힐끔 응시하는 자도 있었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들어온 두응향의 두 뺨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경대앞에 앉은 두응향은 그새 분첩을 얻어왔는지 앞에 늘어놓았다.
정성껏 얼굴에 분을 칠하고 눈썹을 그리었다.
붉은색 색지로 인해 입술은 붉은 윤기를 흘리고 있었다.
길은 머리를 손으로 쥐고 정성껏 빗어 내리었다.
화로의 불이 일렁이며 두응향의 출렁이는 머릿결에 따라 흔들리었다.
寢衣를 곱게 갈아입은 채, 경대에 팔을 괴고 머리를 얹어 졸고있는 어머니를 들어올리어 침상에 눕히었다.
몸은 나긋하게 부드러웠고,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누운 어머니가 당정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콧등에 땀이 맺혀 있었다.
당정은 어머니의 눈길에 어색함을 느끼었다.
어머니가 눈을 깜빡였다.
"내 곁을… 떠나지마."
당정이 묵묵히 어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약속해 줘. 내 곁에 있어준다고…"
어머니가 다시 눈을 깜빡였다. 이미 수마(睡魔)가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당정이 손을 뻗어 어머니의 부드런 뺨을 쓸어주었다. 어머니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었다.
다시 감긴 눈이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떠졌다. 이미 나른한 눈빛이었다.
"이젠 너 하나밖에 없어…"
당정의 이마가 좁혀들었다.
어머니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했다.
"약속해 줘…"
살짝 감기는 어머니의 눈꺼풀을 내려다보며 당정은 마냥 앉아있었다.
* * *
"불렀습니까?"
왕상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고 당정이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왕상이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니… 도와드려야지요."
"먼저...지금 당가와 종남파 간의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왕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정을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는겁니까?"
당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러니까...여전히 누가 우세를 점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벌어지는 싸움들은 혈투 그 자체이지만 분쟁은 끝이 없어보이는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당가는 어떻게 됐습니까? 분명 황산으로 거점을 옳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알려주세요."
왕상은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다만...굳이 뭔가를 말하자면...구숙정이 현 가주의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쯤이면 가모의 배가 눈에 띄게 나왔을겁니다. 가주와 가모의 불화가 심했다고 들었는데 다시 사이가 화목해진 모양입니다. "
당정은 놀랐다.
(임신?)
문짝을 부수고 신전에 난입했을 때 당종은 분명 보았다.
그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내가 역시나 낯익은 여자의 양다리 사이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흔들어대는 광경을.
모자상간의 생생한 순간을.
구숙정은 땀투성이가 된 몸뚱이로 당종 밑에 깔린 채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거대한 엉덩이를 요분질하고 있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여전히 기억에 생생했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구숙정과 당종도 어머니와 아들이 아니라 남녀로서 몸을 섞고 있었다.
(당종의 아이인가?)
그러나 당정은 두렵다는 듯이 얼른 머리를 흔들며 그 생각을 부정했다.
(아니야...그럴리 없어...)
어쩌면 자신이 봤던 광경은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색독의 영향으로 환각을 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정은 자신이 음약으로 구숙정을 겁탈했을 때를 떠올렸다.
무르익은 관능적인 육체.
음탕함이 깊게 배어있던 상기된 구숙정의 얼굴.
풍만한 젖가슴과 엉덩이.
뜨겁고 간드러진 신음소리를 흘리며 벌어진 붉은 입술.
땀과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음란한 냄새.
달아오른 속살의 감촉.
(어쩌면...)
깊은 생각에 잠긴 당정에게 왕상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소주?"
당정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미미하게 숙였다.
"아, 잠시 뭔가 생각할 것이 있었습니다. 세밀전주 당조경은 어떻게 됐습니까?"
왕상은 낮게 신음했다.
"당조경은 실종됐습니다. 더구나 그의 부인인 서문숙인이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흉수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문으로는...당조경이 무당파의 첩자였는데 이를 서문숙인에게 들키자 그녀를 죽이고 도주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정은 분노를 참으려 주먹을 꽉 쥐었다. 실종됐다는 당조경은 분명 서문숙인처럼 죽었을 것이다. 자신과 어머니가 실종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대 가주의 측근을 그냥 가만히 놔둘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범인의 정체는 너무나 뻔했다.
당정은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말했다.
"실종된 당조경은 아마도 현 가주 세력에 의해 제거됐을 것입니다. 서문숙인도 분명..."
"그렇군요. 그러면 알고자 하는 것은 모두 알아내셨습니까?"
"아니...아주 중요한 하나가 남았습니다."
당정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외쳤다.
"안소의 거처!"
왕상의 미간이 좁혀들었다.
"鬼影子 안소! 안소를 말하는 겁니까?"
당정이 말없이 습관적으로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안소는 전대 가주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별호답게 거처도 파악하기 쉽지않구요."
당정이 말없이 왕상을 주시했다. 당정의 침묵에 왕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소주의 뜻이 정 그리하다면… 곧 통보해 드리리다."
"그리고… 안소에게서 자목환이 나왔습니다. 자목환의 출처에 대해서 알아봐 주세요.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자목환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왕소가 당정을 쳐다보았다.
"당가의 가주, 또는 독문가주일 뿐이죠. 또, 시키실 일이 있습니까?"
당정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임미령 숙모의 거처를 확인해주세요. 신변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왕상이 다시 당정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소주, 모든 일에는 순리(順理)라는 것이 있다오. 그리고 일을 함에 있어 過猶不及이라… 과하면 모자람만도 못한 것! 항시 조심하시고 하시는 일은 다시 한번 재고에 재고를 거듭해서 깊이 생각하기를 바랄 나름입니다."
왕상의 걱정스런 얼굴을 쳐다보며 당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지요."
당정이 일어서자 왕상이 일어나서 나가는 당정의 등에 허리를 깊이 숙이었다.
"소주! 부디 몸을 살피소서."
* * *
사천당가의 가모(家母)가 기거하는 전각은 너무나 조용했다.
삼엄한 경계에 둘러싸인 내원 안쪽 전각은 구숙정의 엄명으로 시비들조차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물론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하는 가모의 아들은 예외였다.
회임으로 몸이 무거운 사천당가의 안주인이 누워서 쉬고 있을 침실로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종이 움직였다. 청록색 비단에 금실로 맹호(猛虎) 자수가 새겨진 무복을 차려입은 당종은 보무도 당당히 걸어갔다.
황산 거점에 새로이 꾸며진 구숙정의 침실은 본가의 내전(內殿)만은 못하더라도 호화로운 가구(家具)와 진귀한 보화(寶貨)들로 채워져 있었다.
화려함으로 가득한 그 방을 잠시 둘러본 당종은 침상에 드리워진 비단 휘장을 걷어올렸다. 걷어올린 휘장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 순간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향기가 당종의 코끝을 훅 스쳤다.
당종은 히죽 웃었다. 실로 흡족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틀 전, 당종은 이권을 미끼로 온건파 장로들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런 자신을 위해 특별한 포상을 준비하신 듯 했다.
"아름답습니다, 어머니..."
최상품의 흑단목(黑檀目) 침상 위에서 구숙정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새하얀 엉덩이를 아들에게 내밀어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로서의 권위마저 내다버린 그녀는 임신해 불룩 솟아오른 배가 침대에 눌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리고 스스로 엉덩이 살을 벌려 항문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모친의 항문을 맛볼 수 있게 되어 들뜬 당종은 무복 상의를 고정시키는 요대를 풀어 헤쳤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미녀라도 인간이라면 결국 대변을 배설한다. 그래서인지 당종은 여성의 가장 더럽고 추한 구멍에서 더욱 정복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당종이 벗어 던진 무복이 침실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 위로 떨어졌다.
"하아아..."
아들이 자신의 비좁은 항문으로 귀두를 밀어넣을 때 구숙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국화꽃 모양의 항문은 귀두 끝을 매끄럽게 삼켜갔다.
* * *
깊은 밤이라 모든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이었다.
주위는 적막이 흐를 정도로 적막하기만 하였으나 자세히 보면은 곳곳에 보초들이 서있는 험지임을 알 수 있었다.
보초를 서던 두명이 문득 뒤를 쳐다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한명이 다가서고 있었다. 주위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태연한 동작이었다.
"누, 누구냐?"
두 사람이 검의 손잡이를 잡고 칼을 뽑았다.
"…"
여유있게 다가오는 괴한이 보초가 미처 검을 다 뽑기도 전에 눈앞에 들이닥쳤다. 번쩍이는 흰 섬광을 의식했을 때에는 두 사람의 머리는 어깨로부터 이탈되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서는 괴한의 몸짓은 거침이 없었다. 허나 경계심은 잔뜩 고취되어 있었고, 암습에 대한 대비도 철저했다.
괴한의 손은 냉혹하고 단호했다. 그의 잔인하고도 정확한 손길에 주위의 초소들은 하나하나 제거되었다.
천갈요랑 갈미랑은 불길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사방에 죽음의 거대한 그림자가 뒤덥고 있는 듯했고, 코속으로 비릿한 혈향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13초소 앞에 도착한 갈미랑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철퍽!
축축한 느낌에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주위는 온통 핏물로 흥건했다. 발목까지 핏물로 젖어들었다.
지금껏 강호의 살육현장을 보고 살아온 갈미랑이었다. 사람으로서 볼 수 없는 잔혹한 것을 많이 보아왔고 또 자신이 실행하기도 했다. 허나… 결단코 지금과 같은 불길한 느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보초 둘이 목이 잘린 체, 몸뚱아리만 늘어져 있었다. 그들의 잘려진 목에서는 아직도 굵은 선지피가 뭉클뭉클 거리며 솟구치고 있었다. 인상을 쓰던 갈미랑은 몸을 돌려 안쪽에 배치된 27호 초소로 나아갔다.
앞쪽에 27초소에 서있는 장달과 광패가 보였다. 그들도 잔뜩 긴장을 한체 칼을 뽑아들고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갈미랑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장달과 광패가 지금처럼 반가워 보인 적이 없었다.
장달이 앞쪽에서 뛰어오는 갈미랑을 보았는지 한 손을 들어올려 손짓을 했다. 갈미랑을 보자 불안했던 표정에 반가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갈미랑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장달의 손짓에 대답을 하려다 머리끝의 섬칫함에 몸을 떨었다.
장달과 광패의 뒤에서 마치 어둠에서 뚝 떨어져 나오듯, 아니 마치 어둠 속에서 배어 나오듯 불쑥 나온 검은 괴한을 보았다.
"어…"
갈미랑은 소리를 쳐서 말을 하려했다. 반쯤 쳐들린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에 장달의 뒤에 선 괴한이 한 팔을 둘러 장달의 목에 무언가를 감았다.
싹-
들리지 않는 소리이지만 갈미랑은 그 소리를 온몸으로 들었다. 척추를 찌르르 울리는 서늘하고 차가운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목을 감았다.
장달의 목이 회전을 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장달의 목에서 폭포수 같은 굵은 피줄기가 뿜어져 올라와 옆에 서있는 광패의 몸을 덮었다.
광패는 아직도 사태를 파악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목을 잃은 장달의 몸뚱아리가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리었다.
광패의 입이 놀라서 절로 벌어졌다. 괴한이 또다시 광패의 목에 손을 돌리었다.
광패의 목이 잘려지는 그 순간에 갈미랑은 광패의 눈동자에 어린 공포를 보았다. 크게 확장된 광패의 눈동자…
몇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던 갈미랑의 몸이 멈추어 섰다.
괴한이 고개를 들어 갈미랑을 쳐다보았다. 갈미랑의 손에 들린 검이 툭 소리와 함께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으으…"
벌어진 입가로 침이 흘러내리었다.
괴한의 눈길에 접하는 순간, 갈미랑의 의식은 이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흉맹한 大虎의 이빨에 찢겨지는 짐승의 공포처럼, 거미줄에 매달린 곤충의 좌절처럼 갈미랑은 그의 눈길이 보이는 않는 망을 뻗어 자신의 몸을 칭칭 감는 것을 느끼었다.
"으으…"
갈미랑이 뒤걸음질 쳤다.
아주 잠시 갈미랑을 응시하던 괴한의 몸이 마치 어둠에 빨려들 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헉헉!"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갈미랑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오랜시간 격전을 치룬 듯한 피곤함이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아-"
가늘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삶을 확인한 환희의 소리였다.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 등을 맞대고 칼을 쳐들고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이마에 힘줄은 굵게 튀어나와 있었고, 눈에는 핏줄이 드러나 있었다. 서로 맞닿은 등으로 축축하게 젖어든 끈적한 땀을 의식하고 있었다.
"커억!"
"큭!"
아직도 어둠 속에서 사람의 심혼을 뒤흔드는 비명소리가 울리었다. 여인들은 한쪽에 모여들어 서로를 끌어안고 연신 입으로는 부처님과 천지신령을 정신없이 부르짖고 있었다.
적이 누군지, 몇 명인지 알 수도 없었다.
"으으…"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던 비쩍 마른 한 장한이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머리를 숙이고 뛰어갔다. 이미 공포에 질려 이성도, 사태파악도 하지 못하고 그저 뛸 뿐이었다.
현관을 나아가던 장한이 문득 무릎을 굽히며 비틀거리었다. 앞으로 몇걸음 나아가던 장한이 몸을 멈추더니 서서히 몸을 굽히었다.
무릎을 꿇던 장한이 고개를 돌려 군중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검은 반점이 번지고 있었다.
"헤-"
손을 들어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손짓을 하던 장한의 손이 툭 떨어짐과 함께 그의 몸도 앞으로 굴렀다.
"독!"
"독이다."
"당, 당가로구나."
또 한차례의 파장이 군중들의 몸을 흝고 지나갔다.
한쪽에 모여있던 네명의 장한이 서로 두려운 눈빛을 주고받더니 한쪽에 난 창문으로 몸을 날리었다.
쉐에엑--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창문쪽으로 몸을 날리던 네명의 장한이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이 몸이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널브러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장한들의 몸은 이미 움직임이 없었다. 그들의 단단한 두개골을 뚫고 이마에 박힌 검은빛을 띄고 있는 쇠조각이 끄트머리만 밖으로 드러난체 요염한 죽음의 빛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쿵!
그때, 한쪽 벽이 흔들리고 그 진동은 전각 전체를 흔들었다.
쿵!
다시 한쪽 벽이 울리더니 벽 자체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일어나는 먼지사이로 검은색 인영이 보일 듯,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중인들의 시선이 공포와 두려움을 담고 그 인영을 주시했다.
점차로 가라앉는 먼지사이로 한 사내가 천천히 실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흡사 귀영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귀기어린 모습으로 존재의 유무가 불확실했다.
그리 크지 않는 체구에 검은색 장포를 입고 천천히 들어오는 괴한.
마치 잘 갈은 한 자루의 보검처럼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고 있는 사내.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가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 뒤로 길은 궤적을 남았다. 그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이었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안소!"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메마른 목소리였다. 대답이 없었다.
그의 손에서 다시 묵빛이 번쩍이었다.
쉐에엑--
"컥!"
"크억!"
보고있으면서 피할 수도 없었다. 몇 명의 장한이 뒤로 넘어갔다. 묵빛은 주인의 의도에 부응하듯 쓰러진 장한의 머리에 박혀있었다.
"안소!"
다시 낮고 침중한 목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세상에…"
한쪽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었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당정! 당화도… 당화도 내게 이러지는 못해…"
당정이 고개를 돌려 안소를 쳐다보았다.
* * *
전각(殿閣)의 모든 창문과 문은 닫혀 있었다.
두 짐승이 울부짖었지만 그 누구도 전각 안에서 벌어지는 패륜적 정사(情事)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축축한 살이 부딪치는 끈적한 소리와 신음이 끝없이 울려 퍼졌다.
침상을 가린 얇은 휘장 너머로 하나로 겹쳐진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쳐졌다. 구숙정은 상반신을 파묻듯 비단 이불을 꽉 끌어안았고 당종은 모친의 엉덩이에 달라붙어 난폭하게 찔러댔다
침상이 부서질 듯 삐걱거리고 휘장은 계속해서 펄럭였다. 바람도 없건만 모자상간(母子相姦)의 열풍 탓인지 실내를 밝히던 청옥 촛대의 황촉불이 꺼지며 침실에 어둠이 내려왔다.
* * *
"끄아악---"
안소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당정이 손끝이 갈비뼈 사이로 푹 들어오더니 뼈 하나를 움켜쥐고 생으로 뜯어내고 있었다.
여인들은 귀를 막으며 울부짖었다. 앞에 질펀하게 토해내는 여인도 있었다.
안소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팔다리 관절이 뽑히어 부러져 있었다. 안소가 입을 벌리었다. 피로 범벅이 된 이빨로 당정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너무나 잔인한 고통이었다.
당정이 고개를 돌려 안소의 눈을 바라보았다.
안소는 너무나 무서웠다. 당정과 눈이 마주치자 공포에 아무런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안소는 목청껏 소리쳤다.
"물어. 물어봐! 다 말해줄게… 이 개자식아…"
안소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24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2.14 | [펌] 당가풍운 2.0 24장(완) |
| 2 | 2026.02.14 | [펌] 당가풍운 2.0 23장 |
| 3 | 2026.02.14 | 현재글 [펌] 당가풍운 2.0 22장 |
| 4 | 2026.02.14 | [펌] 당가풍운 2.0 21장 |
| 5 | 2026.02.14 | [펌] 당가풍운 2.0 20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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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