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여자친구와 업소 다니기

여자친구와 업소 다니기
재인이는 나보다 열 살이 어리다. 그래서 나는 사회인이고, 그녀는 아직 대학생이다. 그녀가 ‘아저씨’인 나와 만나준 것은 원래 호기심 때문이었다. 늘 낯선 것에 끌린다고, 안 해 본 짓, 속해 있지 않던 곳, 낯선 대상에 흥미가 생긴다고 하는 그녀는 천칭자리, 이른바 눈은 늘 일탈된 곳을 향하지만 몸은 안정된 자리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성격이다. 나와 함께하는 모든 일이,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일탈이었다. 그만큼 원래부터 그녀는 안정되고 갖춰진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재인이가 또 다른 엉뚱한 짓에 꽂히기 시작했다.
“업소란 데 가보고 싶어. 여자가 나오는 술집, 여자가 나와서 자기를 남자한테 선보이고 함께 놀아준다는 곳을 보고 싶어. 그런 데는 어떨까? 그런 데서 자기를 보여주고, 모르는 남자한테 선택받고,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이랑 몸에 맞춰준다는 건 어떤 일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런 곳 여자들의 고달픔,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좆같음, 그리고 영악함을 알 만큼은 안다 자부하는 나로서는 재인이의 그런 생각이 그냥 철없고 귀엽게 느껴질 뿐이다.
“딱히 별 건 없어.”
나는 최대한 초연한 척, 그리고 연하의 여자에게 아는 척, 잘난 척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아무렇잖게, 아니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말한다.
“자본주의잖아. 지가 가진 것 중에 시장에서 먹힐 만한 걸 들고 나와서, 돈을 받고 파는 거야. 얼굴, 나이든 남자한테 ‘오빠앙~’하고 앵길 수 있는 애교, 아니면 이런 것.”
말하면서 뻔뻔스럽게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는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유방이 옷속으로 뭉클 붙잡힌다. 그래, 이거라면 재인이가 어디에도 내놓을만한 퀄리티의 무언가라고 혼자 생각이 들었다. 재인이가 내 손등을 찰싹 때린다. 나는 중년 아재처럼 킬킬댄다.
“그러면 나처럼 나이 들고, 가진 건 돈밖에 없고, 어지간해서 어리고 예쁜 여자한테 오빠 소리 들을 일이 없는 남자는 거기 홀려서 돈을 쓰는 거지. 내가 아직 나름 매력이 있고, 여자가 앵길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착각을 돈 주고 사는 거야. 덤으로 여기도(그녀의 손을 끌어다 내 사타구니에 놓으려고 하지만 재인이가 이번에는 넘어오지 않는다) 위로받고 말이야.”
“근데 어린 남자애들도 종종 간대메요.”
재인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거기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아, 한 번 구경해봤으면 좋겠다. 딱 한 번이면 되니까.”
발을 동동 구르는 목소리다. 아니 진짜 발을 굴렀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진심에서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런 데 남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바보처럼 구는지, 여자들은 그걸 어떻게 달래주고 맞춰주는지, 보고 싶어. 방해하거나 비웃지 않을 테니까.”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고?”
재인이는 어쩐지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이 되어가지고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직장 동료들을 만난다. 동료들은 대개 내 또래고, 일부는 이제 갓 삼십대가 된 애들도 있다. 개인적 사정과 사회적 통념 때문에 어디라고, 어떤 업종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그냥 이렇게 말해두자. 우리는 운이 좋았다.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서, 이토록 빡센 세상에서 별 것 아닌 학벌과 기술을 가지고도 어찌저찌 21세기 대한민국의 한심한 소득 평균치보다 좀 더 높은 수입을 올리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직장인 평균보다는 편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 정도면 옛날처럼, 그러니까 20세기 호황기의 남자들처럼, 대단치는 않지만 만만한 여자를 하나 집에 들인 채 가부장 흉내를 내 볼 수도 있다. 원한다면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에 각자 한 가지 이상의 취미에 탐닉하며, 주말의 클럽이나 포차, 때로는 업소에서 허무함과 불안감을 배설해 버린다. 우리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의 이 자리는 불안정하고 경력은 사회적 통념의 잔고에 축적되지 않으며 이런 고소득(?)도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걸 안다. 우리에게는 50대의 풍요와 60대의 안락이 없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기껏해야 고령화 시대의 길고 긴 빈곤이겠지. 그러니까 현재를 즐기고 낭비할 뿐이다. 발버둥쳐봐야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형, 진짜예요? 태민이가 지어낸 소리가 아니고?”
“아냐, 내가 직접 들었다니까. 내가 (야, 걔 이름이 뭐였냐? 아 맞다-) 현아한테 받을 때, 넌지시 물어보니까 맞다고 했어. 태민이 고추가 확실히 지가 보기에 눈에 띄게 잘생겼다고.”
태민이랑 동갑인 준후 녀석이 못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댄다.
“립서비스 아니에요?”
“미쳤냐, 태민이 좆이 잘생겼다는 립서비스를 왜 나한테 해.”
자기가 썰을 풀면서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녀석이 영근이, 생긴 건 뚱뚱한 체구에 안경을 낀 흔한 스타일이지만(피부는 좋았다) 입담이 좋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옷도 그런대로 잘 챙겨입어서 의외로 인기가 좋은 녀석이다. 지 성기가 평균보다 다소 작다는 걸 먼저 농담거리로 삼는 녀석인데, 회식 후 찾은 안마방에서 직장 동료가 ‘좆이 잘생겼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자 일부러 그 여자를 지명해 들어가서는 진짜 그랬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거 참 나 보내놓고 별 짓들을 다했네. 그게 그렇게 궁금하던? 태민이 좆이?”
내가 끼어든다.
“형은 데이트한다고 먼저 갔잖아. 태민이는 집에 일이 있다 했고. 준후랑 둘이 앉아서 뭐하겠어요? 시커먼 남자놈들끼리.”
“서로 빨아주든가 미친놈들아. 태민이 좆이 잘생겼는지 궁금하면 왜 보여달라 그러지 그랬어? 네가 직접 까 보고 확인하면 되잖아. 뭐하러 안마방까지 가서 간접적으로 증언을 듣냐.”
“에이 형,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걔 좆을 뭐하러 봐요? 근데 걔 좆이 객관적으로다가 언니들한테 먹히는 좆이라는 게, 심지어 인정을 받았다는 게 신기하고 열받고 그렇잖아요.”
“근데 형, 태민이꺼가 진짜 뭐가 특별한 게 있기는 있나 봐. 그런 데서 일하는 언니들은 좆을 씨발 수백 개 수천 개는 봤을 것 아니에요? 근데 그렇게 인정해 줬다니. 대박이네.”
킬킬대는 영근이랑 달리 준후는 감탄하는 척하면서도 뭔가 열패감을 느끼는 눈치다.
“태민이는 게다가 몸짱이잖아. 거의 취미가 헬스던데.”
“씨발 좆은 내가 더 큰데.”
준후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나도 영근이도 크게 웃는다.
“하여간에 징글징글한 놈들이다. 니네도 그렇고, 태민이도 마찬가지고.”
“아 형이야 팔자가 좋으니까 그렇죠.”
영근이가 말한다.
“만나는 언니가 열 살이나 어리대메. 형이야 이십대 언니를 만나니까 뭐...... 그럴 필요 없겠지만 우리는 그런 데나 아니면 어디서 떡을 칩니까. 다 불우이웃이라서 그런 것 아니에요. 형이 존나 금수저인 거지, 아 우리같은 흙수저의 마음을 알기나 해요?”
저래 재수 없는 소리를 해도 느물느물 웃으면서 하면 도무지 밉지가 않은 게 영근이의 특징이다. 뚱뚱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남에게서 끝없이 관대함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야 그 말이 아니라, 하다못해 클럽에라도 가면 되잖아.”
“클럽 애들 매너 없어요. 걔들은 하여간에 서비스 정신이란 게 없어! 한 두 번 먹고 나면 질렸는지 전화도 안 받고 말이에요. 에이 이래서 좆이 작으면 그냥 죽어야 돼.”
그렇지는 않다. 좆이 작은지는 몰라도(사실 좀 작은 것 같기는 했다) 영근이는 우리 중에 가장 인기가 좋았다. 특히 업소 애들이 먼저, 신청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하게끔 만드는 이상한 재주가 있었다. 저 녀석이 매주 업소를 드나드는 것은 ‘자연산’한테 먹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취향 문제이고, 또한 저 살덩어리에서 느껴지는 끝없는 욕심, 욕심 때문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금수저 언니는 잘 있어요? 어제도 1차 자리에서부터 빨리 달려가고 싶어서 마음이 여기 없으시더만요.”
준후가 말한다. 영근이는 옆에서 ‘야 너라면 안 좋겠냐? 대학생이라는데!’ 추임새를 넣는다.
“결혼할 거예요?”
나는 픽 웃는다.
“말했잖아. 걔 남친 있다고.”
“그게 뭐 어때서요. 골키퍼 있다고......”
“골이야 지금도 맨날 넣고 있지.”
내가 얼른 녀석의 식상한 드립을 못지않게 식상한 농으로 막아 버린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에서 기운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봤자 키퍼가 안 바뀌는 게 문제지만.”
내가 말한다.
“인제 반 년이나 남았나? 요즘 애들은 군대도 왜 그렇게 짧은지. 벌써 겨울 되면 걔 남자친구가 제대한댄다. 그러면 그리로 돌아가게 되지 않겠냐. 그냥 그때까지, 그 정도 관계야. 원래 나랑은 다른 애고.”
“그냥 떡이나 존나 치세요.”
영근이가 말한다.
“뭐 있나요. 그저 떡치는 게 남는 거지. 존나 질릴 때까지 먹어 버리세요. 언제 또 그러겠어요. 형한테야 잘된 거지, 뭐. 아 어린 애가, 한창 예쁠 때, 막 자진해서 먹어달라는데 얼마나 좋아. 심지어 끝까지 책임질 필요도 없고. 미련 갖지 마시고...... 할꺼 다하고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남자친구란 애한테 돌려보내면 되는 거지.”
“야 진짜 부럽다. 형 그 언니 친구는 또 없대요? 나도 그런 애들 만나보고 싶네.”
나는 웃는다.
“그러게. 진짜 부럽다니까. 나는 언제 그렇게...... 있는 집 귀한 애랑 그래 보나. 인생이 이렇다니까. 형이 그렇게 로또 맞을 동안 나는 내 돈 받고 빨아주면서도 태민이 좆이 더 좋다는 년한테나 존나 싸야지 뭐 어쩌겠어요. 아 대한민국의 이 양극화된 현실이 나는 정말 싫다니까.”
“야 안 그래도 있잖냐.”
내가 불현 듯 말을 꺼낸다. 꺼내고는 잠시 주저한다. 진짜 말해도 될까? 실수하는 것 아닐까?
“걔가 어제 요상한 소릴 하더라고.”
영근이, 준후가 나를 본다.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는 갑자기 가슴에 뭐가 걸린 양 속이 답답하다. 말이 심장으로부터 기관지 어딘가에까지 올라왔다. 나는 이걸 애들 앞에 토해내거나, 아니면 영영 꿀꺽 삼켜버려야 한다.
“뭔데요?”
나는 또 웃는다. 농담처럼 털어놓고 그냥 웃어넘길까 했다. 그런데 입 꼬리가 나도 모르게 자꾸 굳는다.
“왜요? 설마 그만 만나재요? 아니면.”
“업소 가보고 싶대.”
나는 결국 말해 버린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지 눈으로 직접 구경해 보고 싶대나.”
영근이도 준후도, 웃지 않는다. 뭐랄까 우리 셋 다 웃음을 터뜨릴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 같다. 두 녀석의 눈이 똥그랗게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이게 농담인지 농담이 아닌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머 진짜요?”
재인이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 높여 웃는다. 흔히들 ‘빵 터진다’ 할 때의 바로 그거다. 그러니까, 태민이의 성기가 남자 성기를 수백 개 수천 개 봐 온 여자들이 보기에도 특출나게 잘생겼더라는 그 말에.
재인이도 두 세 번 태민이를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누군가의 결혼식, 또 한 번은 술자리, 또 한 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가 얼굴을 아는 사람의 성기 이야기는 많은 경우 흥미진진하게 마련이다.
“아 진짜 아저씨들 더럽다. 그걸 그래서 확인해 봤다고요? 친구끼리?”
이상하게도 ‘더럽다’는 말에 경멸의 느낌은 없다. 말하자면 꼬맹이들이 방귀나 똥 같은 말을 웃으면서 강박적으로 읊어댈 때와 비슷한 음색이다.
“아니 서로 보여주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태민이 아저씨가...... 섹스한 여자랑 영근이 아저씨가 또...... 했다는 거잖아요. 아니면 그냥 가서 물어만 봤대요?”
“가서 했다는 게 맞아.”
재인이는 짐짓 제 머리를 감싸쥐며 으아악, 만화 같은 제스처로 비명 지르는 시늉을 한다. 그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기 친구랑! 어제 섹스한 여자한테 가서 섹스를 하면서, 내 친구 고추가 어땠는지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러면 여자는 그 남자랑, 또 섹스를 하면서 그걸 묘사해 주고?”
“그런 셈이지.”
“더러워, 더러워!”
“그런데 말이야.”
나는 재인이의 베게 쪽으로 얼굴을 굴려 그녀의 귓불을 살짝 핥듯이 말한다.
“그런 얘길 들으면서 여기는 왜 이래? 젖었잖아.”
“아니에요! 그건 오빠가 아까부터......”
“아닌데. 뭔가 안쪽에서부터 새로운 게 나오는데.”
재인이가 내 등짝을 때린다. 나는 맞아주면서도 그녀가 내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꽉 껴안는다. 한쪽 손은 계속해서 그녀의 언덕, 음모 위로 도톰하게 솟아오른 도톰하고 부드러운 살을 더듬으면서.
“진짜 솔직하게 말해 봐요. 오빠도 그런 데 다니는 것 아니에요? 나 몰래.”
“말했잖아. 전에는 나도 간혹 가 본 적이 있지만, 너 만난 다음부터는 일절 발을 끊었다고.”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럼 오빠도 그런 데 가서 서로 비교했어요? 자기 고추랑, 친구들 고추랑 그렇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솔직해지기로 하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응’ 대답한다. 재인이에게 남자친구가 따로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다. 서로에게 완전히 유일한 관계였다면 이럴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재인이한테 대해서도, 재인이가 나한테 대해서도, 아마도.
“같은 여자랑 하면서?”
“가능하면 서로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했는데, 그래도 어쩌다가는.”
“그럼 그 여자는 동시에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랑 하는 거예요? 오빠들 중에 누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오빠 친구들은 그 여자를 (여기서 재인이가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힌다) 그러니까 사이좋게......?”
“그 여자들은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다른 애들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그런 것 가지고 싸우지 않았어. 그냥 고마워했지. 아니 그러니까, 주는 돈 대비 더 잘 해주고 친절한 여자라면 말이야. 싹싹하고 감정노동을 잘해주는 여자라면, 우리야 고마운 거지.”
“너무 고마워서 서로 권해주면서? 좋은 물건을 나눠쓰듯이.”
“좋은 물건을 나눠쓰듯이, 맞아.”
“아 오빠...... 거기, 거기 조금만 더.”
나는 재인이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소음순을 쓰다듬으면서, 슬그머니 손가락 하나를 아래쪽 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다. 재인이가 몸을 뒤튼다.
“오빠 또 그러고 싶어요?”
“뭘?”
“그런 데 가는 것. 가서 해달라면 뭐든지 다해주는 여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여자들을, 신상을 바꿔쓰듯이, 어떤 땐 친구들이랑 나눠서 써 가면서......? 나 때문에, 사실은 그러고 싶은데 나 때문에 꾹 참는 것 아니에요?”
“너 때문에 그런 데 안 가는 건 맞아.”
이제 못 참게 된 나는 재인이에게 입 맞춘 후 그녀의 얼굴을 슬그머니 아래로 향하게 한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내 아래쪽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나 혼자서 이미 발갛게 달아오른 성기가 있다. 그녀가 그것을 붙잡고, 뜨거워진 줄기에 입을 맞춰 준다.
“근데 꾹 참고 안 가는 건 아냐. 사실 지금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 너랑 있는 게 더 좋아. 재인이랑 하는 게 훨씬 좋아.”
“그래요?”
“으...... 그거, 그거.”
내가 몸서리를 친 것은 그녀가, 어느새 내 성기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어 쪽 빨고는, 뒷처리를 해주듯이 귀두 언저리를 혀로 핥아주었기 때문이다. 내 몸 전체가 하늘 높이 발기한다. 새벽이슬을 털어내며 자라난다.
“이런 걸 해주니까?”
“응. 그런 걸 해주니까.”
재인이가 내 것을 입안으로 깊이 물었다가는, 뱉어낸다. 내 것에 따뜻한 자취를 남겨놓는다.
“그런 데 가도 여자들이 똑같은 걸 해줄 것 아니에요. 직업이니까 더 능숙하고, 더 잘해줄 텐데.”
“달라. 재인아.”
내가 말한다.
“넌 특별해.”
재인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내 것을 한층 더 예뻐해 준다. 나는 베개에 목덜미를 파묻으며 눈을 감는다.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걔들도 업소 같은 데 다니지 않을 거야.”
재인이의 얼굴이 아래 위로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힘을 주어 빨아들였다가 잠시 놓아주었다 한다. 내 음경을 둘러싸고 수시로 바뀌는 압력이 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감은 눈 안쪽으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새로이 보일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게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빨아주면요?”
재인이가 내 것에서 잠시 입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며 웃는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응. 네가 빨아준다면.”
내가 그녀에게 센 눈길을 주고, 그녀는 잠시 그 눈길을 받아주다가 못 이긴 듯 시선을 내리깐다. 그리고 내 성기를 예뻐해 주는 일로 주의를 돌린다. 그녀의 혀가 내 귀두 위에서 미끄러진다.
“만약에 말이야.”
나는 흥분한 나머지 머릿속 생각을 별 장벽 없이 풀어헤쳐 버린다.
“내가 걔들 것도 빨아주라고 하면, 빨아줄 거야?”
재인이가 다시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내 것을 빨다가, 망설이다가, 또 빨다가, 망설이다가 한다. 그러다가 내가 거의 포기했을 즈음에야.
“오빠가 원한다면요.”
그녀가 말한다.
“오빠가 진짜 진짜 원한다면......”
나는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녀의 입안에서 내 것을 꺼내고, 그녀를 눕히고, 그녀 위에 올라탄다. 짐승처럼 그녀를 덮친다.
“사랑해, 재인아.”
그녀에게 으르렁대며 몸을 얽는다. 그녀를 거기 누운 채 꼼짝 못하게 한다. 그리고 포식자처럼, 내 무기를 꺼내 그녀에게 겨눈다. 재인이는 도망치는 대신 내게 눈을 맞춘다. 그녀의 눈이 ‘진짜요?’ 내게 묻는다. 나는 ‘진짜다’라는 의미를 담아 그녀를 노려본다.
“나는 네 것이야.”
선언하듯 그녀 안에 내 것을 심는다. 내가 그녀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 몸을 그녀 안 깊숙이 밀어 넣은 채 그녀의 처분을 기다린다.
“저도 오빠 거예요.”
재인이의 속살이 몸안에서 내 것을 끌어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오빠가 원한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내 친구들 것도.”
“오빠가 원한다면.”
“영근이 것도, 태민이 것도, 준후 것도!”
“오빠가 진짜 원하기만 한다면.”
내 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세차게 움직인다. 재인이가 그런 내 몸의 리듬을 맞춰주는 걸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한 몸에, 한 리듬에, 한 세상에 올라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 날이 되었다.
시내의 한 이자까야로 재인이를 데려갔다. 영근이, 태민이, 준후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넉살좋게 인사를 했는데 역시 평소와 다르게 긴장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인이는 억지웃음을 짓는다.
세 친구들을 재인이는 모두 본 적이 있지만 다 같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천칭좌의 재인이는 형석적이나마 활달하게 녀석들을 대해주었고 준후 같은 경우는 과묵한 점이 좋은지 진심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영근이와 태민이를 근본에서 좋아하지 않았다. 둘 다 늘 오버해서 떠들어대는 게 사기꾼 같다고 했다. 업소 이야기도 실은 두 녀석의 그런 면을 험담하다가 어찌저찌 나온 화제였었다.
그런 게 아니라도 이 자리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재인이랑 나는 딱 열한 살 차이다. 영근이는 나보다 한 살이 어리고, 태민이랑 준후는 영근이보다 한 살이 어리다. 재인이 입장에서는 열 살씩들 나이 많은 아저씨들 틈바구니에 혼자 있는 셈이다. 아저씨들은 어떻게든 화제를 맞춰보려 하지만 내게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다. 재인이가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랑 둘만 이야기하는 걸 최대한 삼가고 어떻게든 공통의 화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있잖아요, 아세요? 오빠가 사실은......’ 그래도 한계가 있다.
이럴 때는 술, 술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급하게 마셨다. 행인지 불행인지 재인이는 술이 셌다. 그다지 사정 봐줘가며 마신 게 아닌데도 두 시간 가까이 지났을 때 재인이만이 여전히 새하얀 얼굴빛에 말투도 변함이 없었다. 어쩌면 젊음의 힘이다. 아니면 내심 우리보다 더 긴장해 있어서인지도 몰랐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나올 이야기로 인해서.
“그래서 오늘 2차 가는 거다? 다들 괜찮지?”
적절하다 싶은 타이밍에 내가 말을 꺼낸다. 재인이하고도 (상당히 한참동안의 토론과 성적 흥분으로 인해 오버된 말들을 통해서) 이야기된 것이었고 세 녀석들과도 (간략한 언급과 오랜 음담패설들로) 이야기되어 있었다. 남은 건 내가 다리가 돼서 양쪽을 조율하는 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친구들끼리 업소에 가는 자리를 여자친구가 따라간다’ 라고 했을 때 친구들 쪽과 여자친구가 그리는 그림은 서로 많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겠어요? 재인씨.”
태민이의 얼굴이 반쪽은 가장된 배려와 점잖음으로, 반쪽은 당혹감으로 갈린다.
“거기가, 여자들 입장에서 그렇게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 수 있는데.”
영근이의 얼굴은 분명한 성적 흥분, 일종의 노출증 기대감으로 일관되었다.
준후는 그냥 불안한 얼굴로 아무 말이 없다.
“괜찮아요.”
이십대 초반의 여대생은 씩씩하다기보다 거의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꾸한다.
“어떤 데인지 한 번 보고 싶었어요.”
“문제는 그게 아니지.”
내가 끼어든다.
“니네 말이야. 진짜 평소처럼 놀 수 있겠냐? 재인이가 있는데? 재인이 앞에서도 그렇게 놀 수 있겠어?”
“못 놀 건 또 뭐야.”
“아닐 것 같은데.”
내가 말한다. 재인이가 날 흘끔 본다. 내 말투에서 낯선 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나는 술의 힘을 빌어, 친구들이 함께 있다는 이유로 인해, 재인이와 있을 때와는 딴판의 아저씨로 변해 있었다.
“거기 가서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하고, 못 놀고, 빼고 있을 건 니네들일 것 같은데. 아저씨들이 원래 생각보다 섬세하거든. 재인이가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 할걸.”
“재인씨가 쳐다만 보고 있으면 안 되지.”
영근이가 웃는다.
“같이 놀아야지. 안 그래요, 재인씨?”
“재인씨는 남자잖아요. 우리 남자들끼리 좋은 데 가는 거예요. 오늘부로 재인씨도 우리 친구란 말이죠.”
영근이가 테이블 위로, 손등을 위로 한 주먹을 내민다. 재인이는 얼떨결에 같이 손목을 들어 주먹을 맞춰 준다. 그러고 나서야 제 반응이 스스로 웃겼는지 크게 웃는다.
“오케, 그럼 한 잔 더 드시고~.”
영근이가 활짝 웃으며 잔을 채워준다. 역시 분위기 메이커다.
“우리 오늘 진짜 신나게 노는 거예요. 절대 빼기 없어요, 알았죠? 재인씨.”
“예.”
재인이가 짧게 대답한다.
“근데 나는 뭘해야 되는 거예요?”
이자까야를 나와, 영근이를 필두로 한 녀석들이 신나게 앞서간 뒤로 천천히 걸으면서, 재인이가 내게 속삭이듯 물었다.
“아저씨들하고 똑같이 놀다니. 그럼 나도 언니를 불러서 옆에다 앉혀?”
내가 그만 큰 소리로 웃어버린다. 앞에서 준후가 이쪽을 뒤돌아보는 게 보인다.
“왜, 재인이도 그런 취향이 있었어? 몰랐네.”
재인이는 놀림받았다 싶은지 입술을 빼죽 내민다. 표정이 어째 ‘그러지 뭐, 하라면 내가 못할 줄 알고?’ 하는 것 같다.
“자기는 나랑 앉아있으면 돼.”
내가 말한다.
“그리고 거기 언니들이 하는대로 따라해주면 돼. 나한테.”
“아.”
재인이는 뭔가 안심한 눈치다. 그 때 내가 정색을 한다.
“근데 재인아, 진짜 들어가서 분위기 망치면 안 돼.”
“응?”
“지난번에 섹스샵 갔을 때랑 마찬가지야. 자기가 무슨 동물원 온 것처럼 재잘대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던 것 기억하지? 그래서 우리 오래 못 있고 금방 나왔잖아.”
“응.”
“여기선 그러면 안 돼. 쟤들은 내 친구들이잖아. 비웃어도 안 되고, 평가해도 안 돼.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어도 안 되고.”
“구경만 해도 안 된다고? 그러면 어떡해야 되는데요?”
“생각해 봐. 너랑 내가 스킨십을 하는데 낯선 사람이, 아니면 내 친구들이 ‘와 쟤네 진짜 웃긴다! 저러는 게 되게 좋은가 봐!’ 해대면 어떻겠어?”
재인이가 생각에 잠긴다.
“아니면 막 평가질을 해. 우리의 뽀뽀 자세에 대해서,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지들끼리 막 해설을 해. 어떻겠어? 우리가 계속 뽀뽀를 할 수 있겠어?”
“못하죠. 근데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안 돼요?”
“뽀뽀하는데 누가 계속 뻔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건 그렇네.”
재인이가 끄덕인다.
“그럼 어떡해요? 무슨 말을 해도 안 되고, 가만 있어도 안 되면.”
“말했잖아. 똑같이 놀아줘.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다른 언니들처럼?”
“응.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해주는 일을, 똑같이 나한테 해주면 되는 거야.”
“알았어요.”
“약속이다. 절대 빼면 안 돼? 자기가 부탁해서 나름 힘들게 마련한 자리라고. 알겠지?”
“안 뺄게요.”
말하면서 재인이가 내 팔짱을 낀다. 그녀의 체온이 평소보다 높다는 걸 나는 느낀다. 단지 술기운 이외의 무엇인가가 그녀에게 열을 더하고 있다.
“다 할게요. 하라는 대로.”
“형, 이쪽이야. 이리로 들어와!”
저 앞에서 영근이가 우리 쪽으로 크게 손짓한다.
나는 속으로 웃는다. 저 간판, 저 건물, 제법 오래 전이지만 아는 여기 와 본 적이 있다. 필시 영근이일 텐데, 저곳을 고른 녀석의 센스를 인정해준다.
그곳은 룸살롱이 아니라, 소위 북창동식 풀살롱이었다.
재인이를 업소에 데려가기로 했을 때, 사실 걱정했었다. 우리끼리 모든 걸 다 합의하고 결정한다고 해도, 정작 업소에서 안 받아주면 어쩌지? 업소는 당연히, 여성 대상의 업소가 아닌 다음에야, 남자들끼리 가는 것이지 남녀 혼성으로 그런 곳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입구에서 막지 않을까? 웨이터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업소 언니들이 여자가 낀 멤버들한테는 서비스하는 걸 거부하지 않을까?
“뭘 그런 걱정을 해? 돈 준다는데! 걔들은 무조건 맞춰주는 거야. 그게 걔네들 일이니까.”
영근이가 코웃음을 쳤었다.
정말 그래서 그런지, 가게로 들어가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생각보다 어색하지도 않았다. 업장은 꽤 컸고, 왁자지껄했으며, 미리 전화를 받은 웨이터가 불필요하게 큰 목소리와 제스처로 우리를 환영했다. 손님이 많은 시각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적어도 내 눈에는 띄지 않았다. 재인이가 이런 곳에 왔다갔다하는 여자들의 복장과는 딴판으로 캐주얼한(그리고 흔해빠진)여대생 차림인데도 그랬다. 나는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가학적이면서 동시에 피학적인 기대를 가졌었는데, 그런 내가 은근히 서운해질 지경이었다.
단지 웨이터가 재인이를 자꾸만 곁눈질하는 건 분명했다. 영근이가 예약 전화를 하면서 그녀 이야기를 미리 해뒀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웨이터는 우리들 하나하나한테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는 척을 하면서, 재인이는 마치 거기 없는 사람인 양 눈을 맞추지 않았다. 눈을 맞추지 않으면서 틈만 나면 곁눈질로 흘끔거렸다. 재인이도 평소 성격대로라면 그런 식으로 곁눈질해대는 사람을 하다못해 빤히 노려보기라도 했을 텐데, 장소가 장소여선지 눈을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올 뿐이었다.
마치 어른들 틈에 낀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처럼.
웨이터가 우리를 룸으로 안내했다. 재인이는 나중에 ‘오빠한테 들은 거로는 되게 음침하고 허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화려하고, 비싼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고 해서 깜짝 놀랐어.’라 했다. 테이블에 깔끔하게 세팅된 술잔, 음료수 잔, 생수병과 음료수병들 등에도 놀라는 눈치였다. 재인이의 얼굴이 처음 보는 유원지나 야시장에 들어온 어린아이와 비슷해졌다. 반짝대는 눈으로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훑어댄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낀다.
술이 세팅된다. 술을 가져온 녀석은 재인이를 흘끔대는 정도가 한층 심하다. 바깥의 왁자지껄한 곳에서와는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는 재인이의 존재와, 그녀를 향한 시선들이 더 원색적으로 드러난다. 그나마 술을 제법들 먹고 온 게 다행이다.
“참 여기 양주는 먹지 마요, 재인씨.”
태민이가 말했다.
“예?”
“좋은 술이 아니에요. 다음날 속이 많이 안 좋을 수 있으니까, 재인씨는 여기 양주 먹지 마요, 알겠죠?”
“응, 맞다. 그렇게 해, 재인아.”
그리고 한참 뒤에 여자들이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아무래도 어색함을 피할 수가 없다. 여자들을 데리고 들어온 웨이터가 아무리 너스레를 떨어대어도, 재인이는 여자들의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고, 여자들은 ‘쟤 뭐야?’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저렇게 들어온 언니들 중에 한 명씩 파트너를 고르는 거야.”
내 말은 사실 불필요한 설명이었다. 그냥 말이란 것을 하기 위한 말일 뿐이다. 재인이는 고개만 끄덕인다.
“이거 원래는 형 먼저 초이스해야 되는 건데.”
영근이가 나를 향해 말했다.
“야 나는 오늘 파트너가 벌써 있잖아.”
그러면서 과장스럽게 재인이의 어깨를 껴안는다. 그리고 쓰다듬는다. 그녀의 몸을 다시 데우듯이 말이다.
“그럼 내가 먼저.”
초이스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난다. 내가 출입을 안 한 몇 년 사이 여기 분위기나 친구들 취향이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예전 기억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고 두 세 그룹씩 빠꾸를 놓는 게 보통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또 우연인지는 몰라도 선택되어 자리로 들어온 여자들이 다들 녀석들 취향대로 예쁘다기보다는 세 보이고 색기가 흐르는, 한마디로 잘 놀 것 같은 언니들이다.
“오늘 확실하게 놀아줄 거지? 이거 보통 자리 아니야!”
‘보통 자리 아니다’라는 말에 여자들의 시선이 왠지 재인이 쪽을 향하는 것 같다.
“염려 마요. 오빠들 오늘 다 죽여 줄게.”
영근이 옆에 앉은, 오늘 제일 먼저 초이스된 여자가 목소리로 말한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길고 가느다란 눈, 작은 키에 육덕진 몸매의 언니다. 좀 쉰 듯한 목소리가 저절로 방안에 다 울리는 성량이다.
“네가? 여기 우리들을 다?”
태민이가 웃는다. 벌써부터 제 옆의 여자 어깨를 살살 만지면서.
“원하신다면요, 우선 (영근이 어깨를 치면서)이 오빠부터 죽여 놓고.”
“기대되네. 아니 아니, 내가 뭐래냐. 무섭네, 이 언니.”
영근이가 너스레를 떤다. 모두들, 실제 나오는 웃음보다 조금 더 크게 웃는다.
“그러려면 먼저들 좀 벗으셔야 되는데.”
허스키한 목소리의 언니가 말한다.
“아 우선 벗고 시작하는 거야?”
“당연하지 오빠.”
허스키 언니가 말한다. 나이는 많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자리를 주도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영근이랑 죽이 잘 맞게 생겼다.
“팬티 하나씩만 남기고 다 벗어주세용.”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안 그런 척 재인이 쪽을 향한다. 재인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모른 척, 오케이! 호기롭게 외치며 웃통을 벗기 시작한다.
맨 먼저 벗기 시작한 것은 나였다. 그래야 했다. 여기서 내가 미적거리면 아무것도 안 될 테니까. 그 다음에는 언니들이었다. 당연하다. 이곳이야말로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감정노동의 최전선일 텐데, 고객들이 먼저 벗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주저하는 건 내 동료들이었다. 신나서 왔지만 아무래도 재인이의 눈치를 보게 된다.
벗을 생각조차 못하고 멀뚱대는 것은 재인이였다. 이곳은 여자들이 먼저, 딱 잠자리날개처럼 한 겹 씌워진 홀복을 벗은 후 팬티바람으로 남자들이 옷 벗는 것을 도와주는, 그렇게 해서 서로 친해지기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재인이가 벗지도 않고, 내가 벗는 걸 돕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있으니까, 나는 제일 먼저 벗기 시작했음에도 벗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 진짜 벗었네.”
재인이가 웃통을 벗은 나를 보며 작게 키득댔다. 나만을 향해서, 이미 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자들이나, 주섬주섬 겨드랑이털과 뱃살을 드러내놓기 시작한 다른 세 남자들이 여기 없는 척 외면하면서 말이다.
내가 벗다 말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그제서야 재인이는 자신도 벗어야 한다는 걸 눈치챘다.
“나도요?”
“당연하지.”
내가 무심한 척 말했다.
“같이 놀기로 했잖아. 다른 사람들 무안하지 않게.”
재인이의 눈이 커진다. 이제서야 정말로 당황한 모양이다. 재인이는 이목구미가 뚜렷한 얼굴에 조금은 세 보이는 인상이라서 그래 보이지 않지만, 나만은 그녀가 당황한 나머지 거의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재인이는 그냥 멍을 때리는 듯하다. 하지만 머릿속이 새하얘졌을 것이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는 사이 룸 안의 다른 이들은 모두 팬티바람이 되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재인이를 쳐다보느라 아직 바지를 벗지 않은 나와, 옷을 모두 입고 있는 재인이 쪽으로 집중되게 된다.
모두가 벗고 있다면 창피해지는 건 옷을 입은 쪽이다. 재인이가 거의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어떡해. 진짜 벗어요? 나도?”
“자기도, 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말했다.
“같이 놀기로 하고 들어온 거잖아. 자기만 다르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놀 수가 없잖아.”
“그치만.”
“약속했잖아.”
재인이가 룸 안을 돌아본다.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놓은 여자들이 셋, 팬티바람에 고추의 윤곽을 거진 보여주고 있는 30대 남자들이 셋, 그리고 나다. 남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모닥불처럼 지펴오르고, 여자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만을 쳐다본다. 그녀가 벗지 않으려 했다면 다른 이들이 벗기 전에 이의를 제기하고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다. 허나 이제 그러기엔 때가 늦었다. 재인이에게는 두 가지 길뿐이다. 진상고객이 되어 모두를 민망하게 만들면서 룸을 나가든가, 아니면 이 모두의 앞에서 옷을 벗거나이다. 룸을 나간다면 윤락업소를 찾은 수많은 손님들과 관계자들 앞에 혼자의 몸으로 나와 그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혼자서 유흥가를 횡단해야 할 것이다. 그또한 사람들 앞에 벌거벗은 기분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 바깥에서 벌거벗느냐, 이 안에서 벌거벗으냐이다.
결국 재인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옷을 벗기 시작한다.
“어려 보인다, 저 언니.”
누군가 제 파트너한테 속삭인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녀의 파트너는 재인이가 옷 벗는 걸 쳐다보느라 거기 대꾸하지 못한다.
“진짜 대학생이에요?”
그녀는 이제 스물 둘이다. 모르긴 해도 이 룸에 초이스된 여자들 중에서도 그녀보다 어린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여대생’이다. 바깥에서는 여대생이라는 이름이 별 것 아니지만 이런 업소 안에서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타이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풀살롱의 룸 안에서, 여대생이 옷을 하나씩 벗고 있다. 룸 안의 모든 남녀가 제 파트너보다도 그녀에게 집중한다.
차라리 남들과 함께 벗었다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셔츠 단추를 푸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브레지어가 드러난다. 나는 단추를 푸는 내내 도와주지 않다가, 벗겨진 셔츠만 받아서 구석에 숨겨 버린다.
와- 하는 감탄사가 남자들한테서 새어 나와 버린다. 그녀는 익명의 업소 여자가 아니라 내 여자친구이고, 그들은 재인이 입장에서 남자친구(두 번째 남자친구랄까 조금 애매한 입장이긴 하지만)의 동료들이며 자기보다 열 살쯤 많은 아저씨들이다. 재인이는 허리띠를 풀었지만 차마 청바지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벗어라! 벗어라!”
처음에 나서서 모두 벗자고 했던 허스키한 목소리의 언니가 장난스레 구호를 외쳤다. 다른 여자들도, 남자들도 웃으며 따라 외친다. 허스키 언니처럼 대놓고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은근하게.
“괜찮아요, 재인 씨.”
영근이가 뚱뚱한 사람 특유의 서글서글한 얼굴로 너스레를 떤다.
“다들 벗었잖아요. 같이 수영장에 왔다고 생각해요. 속옷이나 수영복이나 뭐.”
“괜찮아! 괜찮아!”
허스키 언니가 외치고, 이번에는 모두가 거리낌 없이 손뼉을 친다.
“수영복.”
재인이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 그렇네.”
혼잣말을 하며 바지를 내렸다. 그녀가 속옷차림이 되었다. 모두 박수를 쳤다.
“저기 이거는 입고 있으면 안 될까요? 수영장이니까.”
재인이가 제 브레지어를 가리키며 말한다. 좌중에 ‘에이-’ 하고 야유가 터진다. 야유소리는 작다.
“할 수 없지, 일단 그렇게 해. 일단은.”
내가 ‘일단’이라는 단서로 중재에 나선다. 그리고 다들 너무 금새 수긍하는 분위기가 된다. 그녀를 속옷차림으로 만드는 데만도 벌써 너무 시간을 끌었다. 이젠 놀아야 한다.
“대신에 내 바지좀 벗겨줘, 재인아.”
재인이는 안심했다는 듯 손을 움직여 내 허리띠와 버클을 풀어준다.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엉덩이만 들어 그녀의 손길을 도울 뿐이다.
“어머나.”
재인이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낸다.
“왜 이렇게 커졌어요.”
나는 말없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내 팬티 위로 끌어당긴다.
“변태.”
재인이가 결국 웃음을 보이고,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녀가 테이블 아래에서 내 팬티 위를, 벌주듯 꽉 쥐어뜯는다. 하지만 있는대로 딱딱해진 성기는 아프긴커녕 더 뜨거워질 뿐이다.
“재인씨, 몸매 진짜 좋으시네요. 한 잔 하세요.”
태민이다. 내 보기에 이건 인사치례만은 아니다. 재인이의 허리는 20대 초반답게 잘룩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꽉 찬 C컵의 가슴은 (일제 속옷으로는 E컵까지 입게 된다고 했다) 브레지어를 터뜨릴 것만 같다. 풍만하면서도 모양이 잘 잡힌 그녀의 젖가슴은 나만의 자랑이다. ‘쇄골뼈가 뚜렷하고 허리가 잘룩한데 가슴은 엄청 크고 수술한 것도 아니야. 90년대의 내 상식으로는 한국인의 몸매 같지가 않은데 확실히 21세기 신인류의 특징인가봐!’ 하던 내 자랑질에 그간 ‘에이 안 그래 보이던데~’ 웃어넘기던 녀석들은 이제 테이블 위로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팬티를 뚫고나올 듯 팽팽해진 성기는 내 자부심의 표출이다.
재인이는 그녀답지 않게 얼굴이 빨개지며, 태민이의 어깨와 가슴 근육을 곁눈질한다. 그녀의 속옷은 오늘따라 새하얗고 얌전하다.
“태민 오빠도요.”
“아 뭐야 이 사람들!”
태민이의 파트너가 과장스레 투덜댄다.
“둘이 정분나겠네. 나 오늘 왕따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더 잘해야지, 다들 마셔요, 원샷!”
다시 나서는 건 허스키 언니다. 우리는 다 같이 잔을 비운다. 태민이의 파트너가 이건 자기 것이라는 양 그의 근육을 어루만지며 과일안주를 먹여주고, 맞은 편에서는 영근이가 제 파트너와 러브샷을 한다. 재인이는 그 광경들을 빨아들이듯 응시한다.
“재인이는 맥주로 마셔.”
내가 말한다.
“네.”
모르는 사람들끼리 벗고 노는 일은 생각보다 어색하고 뻘쭘하다. 그래서 이성과 상식이 무디게 작용하게끔 예열을 잘 시켜놓아야 한다. 그래서 빠르게 술을 몇 차례 돌렸다. 이미 이자카야에서 잔뜩 마시고 온 남자들은 이제 얼큰하게 취했거나, 취한 척을 한다. 그리고 언니들의 주도로 한 명씩 노래방 리모콘을 돌린다. 차례가 오면 파트너랑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대개 노래는 여기서 이골이 난 언니가 하고 남자는 발라드면 느끼하게, 댄스이면 장난스럽게 벗은 언니의 이곳저곳을 터치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면 취객들은 사실상 노래에는 귀를 닫은 채 그 스킨십에만 영향을 받아 각자 파트너들을 노골적으로 주물러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되면 성공적이다.
“준후꺼 봐봐, 완전 선 거 보이지?”
“네.”
우리는 우리끼리, 거진 다 벗은 남녀가 서로를 만져대면서 몸 흔드는 광경을 구경하면서 속삭댄다.
“지인짜 크네요. 사람꺼 같지 않다.”
재인이는 평소 술이 세서 아무리 마셔도 얼굴빛이 거의 변하지 않는데, 이 날은 맥주만 마셨음에도 벌써 많이 취한 듯 보인다.
“언니들 몸이 다 예뻐요.”
“누구 가슴이 제일 예쁜 것 같아?”
“응, 저쪽에 빨간 팬티 언니.”
“그래? 너무 작지 않아? 자기 꺼에 비한다면......”
“너무 크면 바보같아 보인다고요.”
이건 나랑 재인이 사이에 질리도록 반복된 패턴이다. 그녀는 자기 가슴이 크다는 것에 대해 컴플렉스라도 있는 것 같다. ‘가슴이 크면 바보같다’ 소리를 제 입으로 할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근히 신경질적이다. ‘남자는 그런 가슴에 환장한다고’ 할 때면 입을 다무는 표정이 거의 슬퍼 보였다.
태민이가 노래를 부른다. 늘 느끼지만 태민이가 우리들 중에서는 몸도 제일 좋고 노래도 가장 잘 부른다. 그래서인지 저 녀석은 먼저 여자를 만지겠다고 안달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여자 쪽에서 저 놈을 만지고, 밀착하고 싶어한다. 지금도 태민이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멋진 고음으로 댄스노래를 부르면, 리듬에 맞춰 여자 쪽에서 장난스레 그의 앞에 붙어 후배위 자세로 엉덩이를 흔들어 준다.
“쟤 고추가 그렇게 예쁘대.”
“어휴, 그만 좀 말해요. 그 얘기 열번쯤은 들은 것 같네.”
“한 번 보고 싶지 않아?”
재인이는 대답이 없다. 맞은 편에서는 영근이가 제 파트너의 젖꼭지를 거리낌없이 빨아대는 게 보인다. 영근이 파트너의 유방은 모양이 좀 쳐져서 그렇지 재인이 것 만큼이나 커 보인다.
“형은 노래 안 해요?”
태민이가 노래를 끝내고 얼굴이 벌개진 채 우리 가까이로 와서 묻는다. 선명하게 드러난 복근 여섯 개가 땀에 젖어 번들거린다. 녀석은 제 파트너의 손을 잡은 채이지만, 팬티 위로 발기한 성기는 어째 우리 재인이 쪽을 향해서 불끈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미 다른 커플(?)들은 한 차례씩 노래방 기계 앞에서 몸을 흔든 뒤이고, 이제는 각자 자리에서 조명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은 채 더듬고 비벼대는 중이다.
“나 노래 못하는 것 알잖아.”
노래도 못하지만 몸치인 건 더 심해서, 남들 앞에 나가 몸 흔드는 걸 보여주느니 아예 판을 깨버리는 게 공리에 덜 해를 끼친다는 입장이다.
“그거야 알지. 근데 재인씨가 너무 심심하잖아. 그쵸?”
재인이는 멋적게 웃으며 ‘우리 오빠가 원래 그렇죠 뭐’ 한다.
“재인씨, 그럼 저랑 한 곡 할래요?”
태민이가 말했다.
“응, 그러면 되겠네.”
내가 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재인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 은근히 그녀의 벗은 등을 받쳐 일으킨다.
“놀려고 왔잖아. 신나게 놀다 와, 재인아.”
태민이가 어린애처럼 좋아하면서 재인이의 손을 잡는다. 그러면서 재인이가 일어난 자리에는 제 파트너를 앉게 한다.
“이 오빠는 되게 귀엽게 생겼네. 진짜 저 오빠보다 형이에요? 한참 어려 보이는데. 반가워요!”
거의 나만큼이나 키가 크고 마른 체구의 언니가 붙임성 있게 내게 엉덩이를 붙인다. 오늘은 정말 초이스의 기준이 외모가 아니라 성격인 것 같다. 키 큰 언니의 주도로 우리는 러브샷을 한다. 태민이쪽 자리에서 재인이가 이 광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는 차마 키 큰 언니를 집적대거나 만지지 못하고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대신에 언니 쪽에서 나를 희롱한다. 저쪽에서는 태민이가 재인이랑 같이 노래방 책을 뒤적이면서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공연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팔뚝을 만지고 한다.
“진짜 오빠 여자친구예요? 저 언니.”
키 큰 언니가 내게, 일부러 상체를 착 붙인 채 속삭인다. 그녀의 숨결이 내 목덜미까지 끈적끈적하다.
“응. 좀 이상하지? 원래 이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뇨, 흔한 건 아닌데 가끔씩 이런 경우 있어요. 여자친구나, 딴 데서 썸타는 언니 데리고 보란듯이 여기 와서 노는 것.”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말고도 이런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정말? 여기서도? 자기 여자를 벗기기도 하고?”
“그럼요.”
키 큰 언니가 속삭인다.
“어떨 땐 이 안에서 친구들이랑 돌려먹기도 하고.”
내가 놀라 반문하려는데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보는 제목의 요즘 노래다. 멜로디가 어디 쇼핑몰에서라도 들은 적이 있는지 아주 낯설지는 않다.
나는 다시금 놀랐다. 재인이가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내가 노래를 즐기지 않다 보니 함께 노래방을 간다든가 할 일이 없었다. 평소 목소리는 톤이 낮은 편이고 조금 탁하기까지 했는데, 노래를 부르니 믿어지지 않을 만치 높고 맑은 목소리가 나왔다.
여자 위주의 댄스곡이라서 태민이가 낄 자리는 별로 없었는데, 그는 당황하지 않고 제 몸과 리듬감을 과시하며 멋진 춤으로 재인이를 디바처럼 만들어주었다.
키 큰 언니의 손이 갑자기 내 팬티 위를 붙잡는다.
“오빠 꺼 엄청 커졌네.”
놀란 내게 언니가 속삭인다.
“이거 나 때문 아니죠?”
그녀의 손이 내 것을 꽉 쥐었다 풀었다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더운 숨을 토한다.
“알아요? 저 오빠, 몸 좋은 오빠 말이에요, 아까부터 나한테 그랬다. 건너편에 브레지어 한 언니, 그 언니랑 부비부비좀 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오빠 여자친구 말이에요. 오빠 여자친구를 엄청 먹고 싶은가봐.”
“오빠 그런 거에 흥분한다면서요? 그래서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내기를 했어요. 나랑.”
그때 노래가 끝났다. 키 큰 언니는 얼른 내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서는 박수를 치며 ‘앵콜, 앵콜!’을 외쳤다. 거기 호응해서 다른 사람들도 (반쯤은 건성으로) 앵콜을 외쳤다. 태민이는 기다렸다는 듯 재인이를 이끌고 다시 노래방 책을 펼쳐들었다. 재인이도 싫지는 않아 보였다.
“무슨 내기인데?”
키 큰 언니가 대답대신 내 손을 잡아서는 자기 젖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나는 또 놀랐지만, 손을 빼는 대신 손에는 뭉클대는 것을 살짝 쥐었다. 그녀는 마른 체구였고 가슴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손으로 잡아보니 키가 커서인지 제법 뿌듯이 잡히는 게 있었다.
태민이가 이 광경을 봤는지 재인이한테 우리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무언가 속삭대며 웃었다. 나는 재인이와 눈이 마주쳤고, 얼른 손을 빼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키 큰 언니의 젖가슴을 보란 듯이 어루만졌다. 그녀의 젖꼭지가 내 손가락 위에서 움직였다. 나를 쳐다보는 재인이의 표정이 무언가에 홀린 듯 멍했다. 내 표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바보의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음악이 켜졌다. 이번엔 뽕기가 가득한 발라드(아마도)곡이었다. 태민이가 재인이를 일으켰고, 이번에는 처음부터 재인이 뒤에 몸을 밀착해서는 흐느적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손이 은근슬쩍 재인이의 드러난 배 위를 어루만지는 게 보였다.
“무슨 내기였냐 하면요.”
키 큰 언니가 말했다. 음악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서 크게 말하라고 소리쳐야 했다.
“브레이저를 벗긴다고요.”
언니가 말했다.
“언니 브레지어를 벗기겠다고 했어요. 저 오빠가, 노래 두 곡이 끝나기 전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재인이가 자꾸만 내 쪽을 본다. 무언가 허락을 구하듯이. 태민이는 계속해서 재인이 뒤에 붙어 뭐라고 속삭여댄다. 재인이는 노래를 부르느라 무어라 대꾸하지 못하고 자꾸 나만 쳐다본다.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그녀를 마주 바라볼 따름이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생각한다.
재인이가 설마, 태민이가 자기 속옷을 벗기게 내버려둘 리가 없어. 재인이 성격에 그건 불가능해.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손은 점점 더 거칠게 키 큰 언니의 유방을 주물렀다. 자제심을 잃은 내 얼굴, 내 손가락에 꼬집히는 키 큰 언니의 젖꼭지 같은 게 재인이에게도 훤히 보였을 것이다.
과연 태민이는 재인이의 등 뒤에서 끊임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그녀의 귀로 속살대면서 은근슬쩍 그녀의 어깨를, 옆구리를, 심지어 엉덩이 쪽을 만지면서 브레이저 호크를 풀려고 했다. 재인이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몸을 틀어 브레지어 호크가 풀리는 것을 막았다.
1절이 끝나고 간주 타임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다른 노래방처럼 간주를 점프시켜 버리는 일이 잘 없다. 재인이가 노래를 쉬면서 몸을 돌린다. 이제 태민이는 재인이와 마주본 상태였고 쉽게 브레지어 호크에 손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재인이가 나뿐 아니라 룸 안의 모두를 놀라게 했다.
태민이는 재인이의 브레지어를 벗길 수 없었다. 재인이는 결코 태민이가 함부로 제 브레지어 호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대신에 재인이는 손을 뒤로 돌려, 제 손으로 호크를 풀어버렸다.
룸 안이 일순 고요해진 것 같았다. 아니면 나한테만 그렇게 생각된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벗은 브레지어로 제 가슴을 가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내 쪽을 보고는, 내가 멍하게 키 큰 언니의 젖가슴을 꽉 쥔 걸 다시 확인하고, 그리고, 브레지어를 태민이에게 건내주었다.
태민이도 깜짝 놀란 것이 분명했다. 받아 든 브레이저를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아귀 안에서 컵이 찌그러져 못쓰게 될 것 같았다.
간주가 끝났다. 재인이는 손으로 젖가슴을 막고, 태민이의 몸에 붙어 제 상체를 가리느라 노래를 시작하지 못한다.
그러자 태민이가 억센 손으로, 그러나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돌렸다. 재인이의 벗은 몸이 우리 쪽을 향하게 하고, 대신에 자기 손으로 가만히 그것을 감싸 가려주었다.
그제야 재인이도 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벗은 가슴, 브레지어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모양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유방과 곤두선 젖꼭지가 분명히 우리 앞에 드러났지만, 그것은 마치 한 순간의 환각인 양 다시 감추어졌다. 옷이 아니라 태민이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바꿔 말해 재인이의 젖가슴은 태민이의 손아귀 속에 있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모두에게 보이는 대신 그의 손바닥을, 손금을,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간질였다.
“오빠 것 터질 것 같네.”
어느새 키 큰 언니의 손이 내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그곳은 이미 내가 흘린 것들로 흥건했다.
“하지 마. 나 쌀 것 같아.”
나는 흥건해진 게 창피해서 급히 그녀를 말렸다. 키 큰 언니는 크게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는지 킥킥킥 목구멍 막히는 소리를 냈다.
키 큰 언니는 내 팬티에서 손을 빼는 대신, 오히려 손에 쥔 내 성기를 팬티 밖으로 꺼내 버렸다. 내 발기한 성기가 중인환시에 노출되는 순간 그녀는 상체를 굽혀 제 얼굴로 그것을 가렸다. 그리고 한 번에 내 것을 입안에 물었다.
그녀가 내 것을 입안의 혀로 훑으면서 새어나온 것들을 쪽 빨아들였다. 나는 숨을 참으며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재인이의 시선이 이쪽에 박힌 것을 눈 감고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뜨자 태민이가 이젠 재인이의 젖가슴을 노골적으로 주무르면서, 그녀의 뒤에 밀착해서 그녀의 목덜미에 침을 묻히는 게 보였다. 재인이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민이의 손길은 더 이상 매너손이 아니라서, 재인이의 젖가슴을 가리는 대신에 그것을 쥐고, 모양을 바꾸고, 젖꼭지를 발기시키는 것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입을 헤벌린 채 그 광경을 쳐다보았고, 내 아래에서는 키 큰 언니가 부지런히 입을 놀렸다.
태민이가 한 손으로는 재인이의 젖꼭지를 꼬집으면서, 다른 손을 그녀의 판판한 배로, 배꼽으로, 그리고 더 아랫쪽으로 더듬어 내려갔다. 그 손이 마침내 팬티 위에서 그녀의 둔덕을 붙잡는 순간, 손바닥으로 음부를 덮으면서 중지가 슬그머니 그 사이로, 갈라진 틈새로 닿아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미리 알리지도 못한 채 키 큰 언니의 입안에서 폭발해 버렸다.
키 큰 언니는 노련한 눈치로 알아챘는지 당황하지 않고 내 것을 받아주었다. 몇 번이고 꿈틀대며 토해내는 것을 고스란히 입안에 머금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티 안 나게 입안의 것을 물티슈에 뱉어서는 얼음통에 버렸다. 그 동작의 능숙함에 나는 경황 중에도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좋았어? 오빠. 엄청 많이 쌌네.”
키 큰 언니가 내게 속삭였다. 내 정액 냄새가 귀를 간질인다.
“이게 내기였어요. 몸 좋은 오빠가 브레지어 벗기는데 성공하면 내가...... 어땠어요, 내가 진 거지만 그래도 기분 좋네.”
키 큰 언니가 말했다.
팬티바람이 된 재인이가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았고 드러난 젖꼭지는 눈에 띄게 곤두서 있었다. 젖꽃판 주위로 태민이의 손자국이 난 것 같아 보였는데 내 기분 탓이었을 수도 있다.
“어땠어? 재밌었어?”
재인이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맥주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워 버린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말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해.”
나는 재인이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다듬어 주면서, 슬그머니 손을 내려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붙잡자 그녀가 상체를 바르르 떨었다. 내 심장도 덩달아 떨렸다. 그녀는 지금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내 친구들 앞에 유방을 드러냈고, 내 친구들 중에 가장 몸이 좋은 태민이가 그녀의 드러난 젖가슴을 함부로 만져댔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내 아랫도리가 조금 전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꿈틀대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젖었어?”
“몰라요.”
“어디 봐.”
나는 장난인 척 손을 아래로 내린다. 안 그래도 다른 좌석들에선 이미 서로 물고 빨고 난리들이다.
“하지 마요.”
재인이가 손을 뿌리쳤다.
“배 누르지 말라고요. 쉬 나올 것같단 말이에요.”
“화장실 가고 싶어?”
재인이는 여러 사람들 앞에 나체를 드러낸 것보다 오줌이 마렵다는 게 더 창피한 듯 고개를 수그린다. 하기야 재인이는 양주대신 맥주를 많이도 먹었다.
나는 조금 전 내 것을 빨아준 키 큰 언니 쪽을 향한다. 아무래도 그 여자와는 이제 남남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화장실은 어떻게 가?”
“응? 조오기 노래방 기계 옆에 문 있잖아.”
“아니, 남자 소변기 말고.”
“아, 오빠 큰 일 보게?”
“나 말고.”
그제야 알아듣고 나랑 재인이 쪽을 번갈아 본다. ‘아 그게 어디냐 하면......’ 하려다가, 재인이가 벗어놓은 옷이 내 옷들과 엉켜 구겨진 쪽을 본다. 여기 언니들이야 들어올 때 입었던 홀복 하나 슥 걸치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재인이는 그렇지 않다.
그 때 태민이가 키 큰 언니를 붙잡고 무어라 귓속말을 한다.
“응, 알았어, 오빠.”
언니가 재인이 쪽을 곁눈질하며 웃는다.
“잠깐만 기다려요.”
마침 웨이터가 추가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반쯤 녹아버린 얼음통을 들고 나가려는 웨이터를 키 큰 언니가 붙잡는다.
“삼촌, 여기 이 언니 좀 바깥 화장실에 데려다 줘요.”
재인이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태민이가 어느새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몇 장을 웨이터에게 건넨다. 재인이는 그제야 새삼스레 젖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아니, 괜찮아요. 안 가도 돼요.”
아니라고, 더 급해지기 전에 다녀오라고, 아직 여기서 한참 더
[출처] [펌]여자친구와 업소 다니기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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