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좋은 아내

1
결혼하고 3년이 지날 무렵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아내의 심중을 짐작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저를 사랑하고 있는지 항상 의구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내, 현수는 저보다 다섯살 연하인 서른살로, 날씬하고 여린 몸매에,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주는 얼굴을 가졌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남자들이 한번쯤은 고갤 돌려 다시 볼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입니다.
부부 사이에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아내와는 중매로 결혼했습니다. 저는 맞선자리에서 처음 아내를 본 순간부터 아내의 단정한 외모와 나이에 맞지 않는 차분한 태도에 매료되어 그 후, 열렬히 그녀를 쫓아다니며 구혼했습니다. 아내도 이런 저의 열정에 결국엔 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내 특유의,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운 얼굴로...
결혼하고 바로 알았는데 현수는 아내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여자였습니다. 원래부터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 듯,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서도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부부동반이 아니면, 아내 혼자서는 그녀의 친구들과도 놀러 다니는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불안했습니다.
아내는 감정표현이 부족한 여자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말수도 적었습니다. 제가 나름 신경써서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해봐도 아내는 대체로 냉정하고 단조로운 말투로 맞장구칠 뿐이었습니다. 아내라는 허수아비를 붙들고 얘기하고 있는 것같아 저도 기분이 언짢아져 자연히 입을 닫게 됩니다.
저 자신도 진중한 성격이라 말 많은 여자가 싫어서 처음에는 아내의 그런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결혼하고 잠시 지나자 아내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되어갔습니다. 서로를 알기엔 교제기간이 짧았던 중매결혼이라 아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저를 남편으로서 사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부부 간의 애정을 확인하는 데는 섹스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어가질 않았습니다. 제가 침대로 유혹하면 아내가 거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내의 벗은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고, 그녀의 산뜻하고 싱싱한 피부의 감촉은 최고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크게 흥분해서 아내의 굴곡진 여체를 상대로 침대에서 주도권을 쥐고 이런저런 체위를 구사하며 열정적으로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때조차 아주 냉정했고, 신음 소리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한, 예의상 형식적으로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반응없는 헝겊인형을 껴앉고 저 혼자 흥에 겨워 허리를 놀리는 기분이 되어, 저도 차츰 허탈감을 느꼈고, 즐거워야할 아내와의 섹스가 맥빠지고 형식적인 성관계로 변해갔습니다.
결혼 초의 저는 더없이 행복한 인간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느새 항상 초조하고 짜증을 내는 인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마음을 다칠 정도로 저는 아내의 사랑를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도 아내 정도는 아니지만, 제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또, 아내가 성격상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했을 뿐, 저에 대한 사랑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중요한 진실을, 그 당시의 저는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알았더라면...
2
저희가 사는 아파트는 항상 아내의 부지런한 손길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먼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 완벽하고 평온한 정취는 정갈한 성격을 가진 아내의 노력때문이었지만, 당시의 저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집에 있을 때엔 편안하기보단 답답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품행방정과는 거리가 먼 인간입니다. 아내와 결혼한 당초에는, 무절제한 생활을 끊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아내와의 원만치 못한 결혼생활에 어딘가 뒤틀린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차츰 저는 그런 기억마저 잊고서는 밤거리에서 술과 여자에 탐닉하는 생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동자에서도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욱 비틀린 마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의 애정을 갈구하는 감정이 커갈수록 아내의 저에 대한 그런 태도에 대한 분노가 저의 마음 속에서 점점 커져서, 어처구니없게도 아내의 그런 도도한 태도를 강제로라도 부셔버리고 싶다는 애증어린 욕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점점 황폐해져 갔습니다.
어느 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일을 마친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춘식이를 오랫만에 만나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이 춘식이라는 녀석은 예전부터 뭔가 어두운 쪽으로 많이 놀던 친구였습니다. 당시에는 명목상 호텔이사였지만, 사실상 호텔 주변 유흥가와 상가들을 관리하던, 일본의 야쿠자와도 관련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폭력조직의 중간간부였습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여자와 유흥업소들에 대해서는 빠삭해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녀석과 어울려 노는 법을 배우곤 했습니다.
"간만에 만났는데 너무 표정이 어두운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춘식이의 말에 저는 고개를 들고 녀석을 바라보았습니다. 술집의 어두운 조명 속에서 녀석의 예리한 눈이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티가 나냐? 여전히 눈치 하난 빠르구나."
"무슨 일인데?"
저는 춘식이에게 아내와의 불화를 얘기했습니다.
"그래? 네 와이프가? 너에게는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춘식이도 제 결혼식에 왔었기에, 아내와는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넌 예전부터 여자에게는 너무 약해빠졌어."
"임마, 그럼, 너처럼 아무 여자나 쑤시고 다니리."
"흥, 자식이 아직 뭘 모르네. 어떤 년이건 자빠뜨리고 구멍 한번 시원하게 뚫어주면 그 다음부턴 꼬리흔들며 딸랑거리는 강아지가 되는 거다, 임마."
상스러운 웃음을 띠고, 춘식이는 술을 들이켰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너야말로 왜 그렇게 비실거리냐, 물건이 이상한 거 아냐? 하긴, 양기 쪽쪽 빨릴 때지. 제수씨가 확실히 미인이었지! 미인일 뿐아니라 색기도 철철 넘쳤는데 말이지."
"색기? 놀고있네, 그렇게 꽉 막힌 여자는 내 연애평생 본 적이 없구만."
새삼 아내의 냉정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너, 모르는구나. 그런 도도한 느낌의 여자가 제일 섹스럽다는 걸. 특히 나같이 여자에게 도통한 달인에겐 말야."
"오, 그러셔?"
"그래. 제수씨와 결혼한 것이 너라서 유감이다, 임마. 나였으면 제수씨의 여자로서의 성능을 최대한까지 끌어냈을 텐데말야."
여자로서의 매력이라고는 하지 않고 성능이라고 말하는 것이 역시 여자를 우습게 보는 춘식이다운 말투였습니다.
"새끼, 지랄하고있네."
저는 농담하듯 말했지만, 내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밤 늦게 세번째의 술집을 나서며, 자 이제부터 뭘 할까 망설일 때였습니다. 갑자기 춘식이가 말했습니다.
"너의 집, 여기서 가까웠잖아. 이번엔 너의 집에서 마시자."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이렇게 늦었는데."
그러나, 아내가 아직은 자지않고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그런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아내는 먼저 자고 있거나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뭐 어때? 친구 한 명 밤늦게 데리고 간다고 네 와이프가 그런 것에 불평할 여자는 아니잖아."
춘식이가 수상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아내가 그런 실례에 불쾌해 할 걸 뻔히 알텐데도, 자기 주장을 뻗데는 이 놈도 상당히 뻔뻔한 놈입니다.
결국 잠깐 눈씨름하다 진 저는 피식 웃으며 춘식이를 집에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새벽 세 시가 넘고 있었습니다. 열쇠를 돌려 문을 열자 예상대로 아내는 아직 깨어 있었고, 현관으로 마중 나오다 저를 뒤따라 들어오는 춘식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춰 섰습니다.
"친구 춘식이야."
"어이구 제수씨, 오랜만이네요, 결혼식 이후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이녀석과 오랜만에 만난거라 집에서 한잔 하기로 했어. 술하고 안주 좀 부탁해."
새벽 귀가에, 몰상식한 저의 말에도 아내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알았어요."라고 한 마디만 하곤, 춘식이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부엌으로 사라졌습니다.
"확실히 대단한데."
춘식이가 조용히 저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저는 가슴에 차오르는 씁쓸한 기분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부 좋은 아내
3
"제수씨도 함께 하시죠, 남자들끼리만 먹으니 분위기가 안 사네요, 하하."
안주를 내오고 나서 다시 부엌으로 가려던 아내에게 춘식이가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술은 잘.. "
하면서, 아내는 살며시 저를 바라봤습니다.
"...손님이 이렇게 말하는데, 일단 앉아."
제가 낮은 음성으로 말하자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제 옆에 앉았습니다.
춘식이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런 아내에게 끈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가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비해, 춘식이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녀석 특유의 넉살을 떨며 자기 집인양 편한 어조로 이것 저것 아내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녀석의 어투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정중한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시선을 방바닥에 둔 채, 춘식이의 말에 짧게 답해 주곤 했습니다.
웬지 자포자기의 기분이 된 저는 자작하며 계속 술을 들이켰고, 결국엔 속이 안 좋아져, 도와주려 따라나서는 아내를 손을 저어 만류하곤 욕실로 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춘식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수현이와는 잘 지내시나요?"
저는 복도에 멈춰 서서 안쪽을 향해 귀을 기울였습니다.
"...모르겠어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미묘한 답변이군요. 친구로서 말하는게 아니라 수현이 녀석,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남잡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아뇨, 아무런 문제도..."
"제수씨는 없어도 수현이는 있는 것 같던데요. 제수씨가 차갑다고 말하더군요. 일상생활에서도, 잠자리에서도요."
춘식이의 노골적인 말에 제 뺨이 붉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지금 아내가 짓고있을 표정이 궁금해졌습니다.
"섹스를 싫어하세요?"
"..."
"수현이가 제수씰 만족시켜주지 못하나요?"
"..."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전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놀라는 아내의 얼굴. 한편, 춘식이는 태연한 표정이었습니다.
"너, 뭐야?"
"별로. 니가 물어보고 싶어도 묻지 못하는 것을 내가 대신 물어 봤을 뿐이야."
"너에게 그런 일 부탁한 적 없다."
"그럼, 넌 니 와이프 대답을 듣고 싶지 않냐?"
나는... 대답하려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내를 보았습니다.
아내 또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은 듯 입술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어때, 현수야? 너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니?"
제 목소리가 아닌 듯한, 긴장감이 섞인 쉰 음성이었습니다.
"나로서는... 안 되는 거니?"
"그런 일은... 없어요!"
아내는 대답했습니다. 도자기같은 미끈한 뺨을 붉게 물들이며 호소하듯 어느 때보다 감정이 실린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그러면 왜 항상 그렇게 싸늘한 거야?"
"달라요. 미안하지만... 그게 아닌데... 저는... 그냥..."
아내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냥...부끄러워서"
그렇게 말하고 아내는 양손을 얼굴에 덮고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얼굴은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아내의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그만 됐어. ...춘식아, 오늘은 이제 그만 돌아와 줘."
"알았다."
시원하게 대답하고 춘식이가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사단장이 격려하듯 제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빙글 웃으며 그대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정말... 웃기는 녀석입니다.
저는 아내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처음으로 제게 감정을 드러낸 아내. 그 어깨는 평소보다 더욱 작았고, 그 몸은 한층 여리게 보였습니다.
저는 아내를 꽉 끌어안고 위로해 주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수야, 날 용서해 줘. 넌 좋은 여자야. 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심한 말만 하고... 난 최악인 남자야. 이런 남자와는... 이제 그만 헤어지는 게 좋아."
울고 있던 아내의 어깨가 움찔하고 움직였습니다.
"내일, ...이혼서류 받아 올께. 정말 미안하다."
저는 나오려 않는 말을 간신히 내뱉곤 혼자 침실로 갔습니다.
몇시쯤인가, 침대에 뭔가가 들어온 느낌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빛은 밝았고, 그 빛을 통해 저에게 침대에 올라온 아내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아내는 알몸이었습니다. 밤새 울어서인지 아내의 눈동자는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뭔가 말하려는 저의 입을, 아내의 입이 틀어 막았습니다.
"음..."
키스를 하면서 아내의 부드러운 손이 제 옷의 단추들을 풀었습니다.
제 손은 자연스럽게, 자그마하고 모양좋게 솟은 아내의 젖무덤을 잡아갔습니다. 탄력있는 매끄러운 감촉을 즐기며, 그 첨단에 있는 작은 돌기를 엄지로 간지럽혔습니다.
"아아"
아내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젖어있는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옷을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었습니다. 아내의 가느다란 몸을 끌어안으며 그 미끈한 피부에 제 피부를 문지릅니다.
아내의 팔이 제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제 입은 다시 아내의 입에 틀어막힙니다. 제가 혀로 살며시 아내의 입술을 건들자 아내도 혀를 내밀어 제 애무에 화답했습니다. 제가 천장을 보며 천천히 침대 위에 눕자 아내의 몸이 제 몸 위에 올라옵니다. 곧 제 사타구니의 성난 그것이 아내의 부드러운 손에 잡혀 아내의 깊은 곳으로 안내됩니다.
"아...앗...윽...!"
정열적으로 움직이는 아내의 허리. 전 오른손으로 아내의 탄탄한 엉덩이를 잡고, 왼손으론 위아래로 흔들리는 유방을 주무릅니다. 그 부드러움, 그 서늘한 피부의 감촉,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뜨거움에 빠진, 넋을 잃은 아내의 얼굴에 자극받아 저는 아내 속에 진하고 뜨거운 정액을 깊숙이 가득 쏟아 넣었습니다.
4
아내의 속에 사정한 후, 전 그대로 가볍게 잠들어 버린 것 같습니다. 문득 눈을 떴을 때에는 침대 속에 아내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취기로 약간 멍한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내가 힐끗 저를 보곤 곧 어색한 듯 눈길을 돌렸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를 뒤에서 꼭 껴안았습니다. 처음에는 놀라 굳었던 아내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까는 놀랐어."
"..."
"물어봐도 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거야?"
"...이대로라면 당신과 헤어진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는 앞을 본 채 가는 목소리로 중얼대듯 말했습니다.
"전 서투른 여자예요. 말도 잘 못하고, 잘 웃지도 않고... 그런 제게 당신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보려 해도... 부끄러워서..."
전 언제나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없던 것에, 아내가 마음을 열어 주지 않아 고민했지만, 아내 또한 자신의 그런 성격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과 결혼해 전 기뻤어요. 이제는 저도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여러가지로 신경 써 주는데... 전 잘 안되더라구요... 당신 속만 태우고..."
"이제 괜찮아, 나도 이젠 알았으니까."
떨리는 아내의 어깨를 다시 한번 꽉 안아줬습니다. 아내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팔에 전해집니다. 아내는 돌아서서 저에게 키스를 해왔습니다. 저도 그것에 답해줍니다.
잠시 껴안고 키스를 나눴습니다.
씩씩하게 일어난 저의 용가리가 배에 부딪히는 것을 느끼고, 아내가 아래 쪽을 쳐다봤습니다. 그리곤, 주저주저하며 발기한 것을 부드러운 손가락들로 세심하게 움켜쥡니다. 아내는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성난 그것을 입에 넣으려 합니다. 저는 그것을 손으로 막고,
"펠라치오 해 본 적 있어?"
아내는 빨개져서 희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럼, 아직은, 다음에 하자. "
"... 괜찮아요, 하게 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더니, 아내는 작은 입으로 저의 페니스를 삼켰습니다.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서툰 혀놀림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아내에게 전 지금까지 느낀 본 적이 없는 강렬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그 날은 토요일로 회사가 쉬는 날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주말내내 거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 그저 침대 속에서 이리저리 뒤엉키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어색함을 풀어버리는 듯한 농밀한 섹스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요염한 표정, 유연한 팔다리, 꿈틀거리는 허리, 그렇게 쾌락을 탐구하는 아내의 몸짓들이 저를 뜨거운 욕정의 바다로 몰아갔습니다. 둘이서 하체를 결합하고 있으면, 아내의 몸 속이 제 것을 흐물흐물 녹여버리는 듯한 느낌이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희 부부는 이전보다 더욱 서로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겉으론 빈틈 없이 완벽한 듯한 아내,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어설프고 수줍음을 타는 아내를, 저는 깊이 사랑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춘식이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5
아내와의 사이가 개선되면서 퇴근 후에 밤거리를 방황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었는데, 그날은 춘식이의 유혹에 빠져 그만 함께 단골 술집에 가게 됐습니다.
"흐음, 그래서 지금은 제수씨와 잘 지내고 있는 거구나."
유리잔 속 얼음을 이리저리 흔들며, 춘식이가 중얼대듯 말했습니다.
"잘 됐네."
"뭐 일단 네 덕분이랄까. 어쨌든, 고맙다."
"간지럽다, 임마, 하하."
춘식이는 특유의 건방진 웃음을 지었습니다.
"사실 나는 너를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야."
"그럼 왜?"
"너도 알겠지만, 내가 먹은 년들이 과장해서, 소집하면 도시 하난 만들 정도는 되잖겠냐. 그래선지, 요즘은 한번만 봐도 그 여자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필이 딱 오게되더라."
"...그래서?"
저는 춘식이의 이야기를 재촉했습니다.
"네 와이프를 만나고 느낀 건데, 그렇게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할까, 마음을 철판으로 두르고 있는 여자는 사실은 애정에 굶주려 있는 경우가 많거든.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런건지,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건진 모르지만. 남녀가 사귈 땐 때론, 남자에게 아양떨거나 매달리거나 가끔 바보가 될 필요가 있는데도 그러질 못하는 거야. 결국엔 심하게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 그래서, 일단 조금의 계기만 주어지면 이성적으로 자신을 콘트롤하는 게 불가능해져서 끝까지 가게 되는거지. 남자에게 질질 이끌려선 몸을 망치는 타입도 많아."
"대단한 심리학자구나."
제가 불쾌해져서 야유하자 춘식이는 히죽 이를 드러내고 웃었습니다.
"화내지 마. 솔직히 말하면, 네 와이프같은 타입의 여자를 나는 가장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때도 니 사정이야 신경 안쓰고, 제수씨를 조금 괴롭혀 보려 했던 거야. 어때? 내 말대로였지."
"뭐가?"
"전에 말했잖아, 네 와이프에게 색기가 있다는 이야기. 울고 있던 제수씨, 굉장히 섹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
"......."
확실히 그때 아내의 모습은 평소의 단정한 모습만을 알고 있던 제게 색다른 매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후의 아내와의 농밀한 정사도 그때까지 제가 알지 못했던 자극이 있었습니다.
"그랬을지도.."
저는 춘식이의 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네가 이런 말도 했었지. 나였으면 네 와이프의 여자로서의 성능을 최대한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당연한 말씀."
춘식이가 뻔뻔스럽게 말했습니다. 저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젠장. 하지만, 너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
제가 결혼 후 삼년이 지나도록 몰랐던 현수라는 여자를, 춘식이는 한순간에 아내 속에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해 냈던 것입니다.
"오, 왔군. 이쪽이야."
춘식이가 갑자기 돌아서서 손을 들었습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스물네,다섯살 정도의 젊은 여자가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이목 구비가 뚜렷한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이쪽은 우리 호텔에 근무하는 강지윤씨. 개인적으로 내 비서도 겸해서 해 주고 있고. 지윤아, 이쪽은 내 부랄친구인 김수현이다. 전에 얘기한 적 있었지?"
호텔일이라지만, 나타난 여자에게 반말하고 있는 춘식이의 분야와 연결해 생각해 보면 화류계쪽일 거란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강지윤씨를 보니 확실히 그녀에겐 그 나이 또래에선 볼 수 없는 물장사 특유의 요염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지윤씨는 반짝이는, 관심어린 눈길을 저에게 보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처음 뵙겠어요. 강지윤입니다. 우리 춘식씨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우리는 셋이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는 건 지윤씨는 춘식이에게 스카우트되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거군요? 그 전까지는 평범한 회사원이셨구요."
"그래요. 이 사람, 나쁜 남자니까요."
지윤씨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어린 눈으로 춘식이를 바라봤습니다. 그 눈은 분명히 자신의 애인을 보는 눈이었습니다.
"그럼 너는 지금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야?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던 사람이 어디의 누구더라?"
춘식이가 비꼬듯 말하자 지윤씨도 역시 얼굴을 조금 붉혔습니다.
"아잉.. 수현씨 앞에서 부끄럽게 그런 얘긴 하지 말아요."
"얘가 조금 변녀 기질도 있고, 섹스할 땐 엄청나거든. 한번 얘하고 하면 아주 사내 뿌리가 뽑힐 정도라니까, 하하."
"그만, 그만."
지윤씨가 부끄럼에 온몸을 떨며 항의했지만, 춘식이의 말에 흥분한 것인지 희미하게 붉게 상기된 듯한 그녀의 피부가 아주 음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 녀석도 나쁜 놈이지만, 지윤씨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신 것 같네요."
제가 말하자 지윤씨가 살짝 째려봅니다.
"아잉, 수현씨까지. 하지만 정말 그렇네요. 분하지만, 이 사람, 여자를 알아보는 힘이 있어요."
"...그런 것 같네요 "
제 뇌리에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1부 좋은 아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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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씨의 부인은 어떤 분이세요?"
벌써 많이 취한 듯한 지윤씨가 혀 꼬부라진 말투로 물어본 것에 제가 답하기 전에,
"미인으로 굉장히 섹시한 사람이야."
라고 춘식이가 선수치며 말했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칭찬하다니 별일이네. 혹시 반한거야?"
"아아. 수현이가 부럽다."
"뭐라는 거야?"
저는 쑥스러워 다른 쪽을 보며 딴청을 피웠습니다.
"너에게도 이렇게 옆에 멋진 분이 있잖아."
제 말에 춘식이와 지윤씨가 순간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하하하, 너 오해했구나. 우리들 그런 깊은 사이 아니다. 물론, 가끔 사적으로 만나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나와 지윤인 엄연히 공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만 하는 관계라구. 이쪽 세계가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일하기엔 조금 살 떨리는 일이 많거든."
"너, 독점욕 같은 것은 없는거냐?"
"없어. 남자건 여자건 각자 특정상대에만 얽매이는 건 너무 고루하쟎냐. 요즘에는 부부나 커플끼리 스와핑하며 즐기는 일도 공공연한 일이고."
"글쎄, 난 너와 달리 그런 일들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애정없이 가볍게 즐기는 건 좀 그렇다."
"머, 범생이였던 너야 그렇긴 하지."
춘식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문득 무슨 좋은 생각이나 떠오른 듯 싱긋 웃으며 지윤씨를 쳐다봤습니다.
"이 녀석한테 그걸 보여줘 볼까?"
"뭘?"
"어제 너 찍은 거말야."
"아잉, 자기도 참."
"야, 임마, 뭐 어때? 이런 순진한 놈에게 신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일하는 거라고, 너 복받을 거다, 하하."
"아잉, 부끄러운데... 자기 맘대로 해."
얼굴을 붉히던 지윤씨의 동의를 얻자 춘식이가 말했습니다.
"이따 너한테 메일 보내마. 아마 몇일 밤잠 좀 설칠꺼다, 큭큭."
"뭔데?"
"뭐긴 임마, 좋은거지, 하하."
어리둥절한 저를 보며 춘식이와 지윤씨는 킬킬거리며 의미심장한 시선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그 목소리에 저는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침대 옆을 보자 아내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트에 절반정도 가려진 알몸의 유방이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날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한창 섹스를 하는 와중에도, 저의 머릿 속에선 춘식이가 말한 것들이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일을 계기로 일상 생활에서도, 잠자리에서도 보다 가까워지게 된 아내였습니다. 저의 팔 안에서 아직도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러나 때때로 고혹적으로 흐트러지는 몸짓을 보이는 아내를 보다보면, 문득, 아내의 안에 숨여져 있을 미개척된 여성에 대한 생각이, 만개된 여성으로서의 아내의 환상이 저를 사로잡곤 했습니다.
확실히 춘식이의 말대로, 그 녀석이라면 저 이상으로 아내 내면 속에 감춰져 있는 여자의 성을 더욱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식이는 남자인 제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남자였고, 외양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도 무언가 다른 사내들보다 우월한 듯한, 숫컷의 냄새를 풍기는 번뜩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단정한 아내를 단순히 여자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춘식이와 지윤씨의 관계같은, 세속적인 남녀의 섹스같은 건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교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더 아내를 알고 싶고 좀 더 아내 속에 감춰진 여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그런 거센 욕망이 제 마음 속에서 점점 꿈틀거리며 커가고 있었습니다.
7
그 일이 있은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젊을 때는 혼자 고독을 씹으며 취미를 즐기는 걸 좋아하던 저였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아내와 살게 된 후에는, 그녀를 위해 일하고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자각할 때마다, 더 깊게 아내를 알고 싶다는 충동이 커져갔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옆에 아내가 있어도 쓸쓸함을 느꼈고, 그렇게도 자신을 닫고 있는 아내로 인해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그것은 전보다 더욱더 강하고 타오르는 듯한 충동이었습니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아내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그와 더불어 춘식이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떠올라 저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아내와의 섹스도 많이 익숙해져서, 때로는 아내의 양팔을 끈으로 묶는 등 가벼운 SM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아, 아파...."
조그맣게 속삭이며 아내가 얼굴을 숙였습니다.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그녀의 유방을 감추고 있는 것은 접어 세운 하얀 무릎입니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걸쳐진 가늘고 연한 색깔의 끈이 본래부터 그자리에 있던 장식인양 아내의 나체에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강하게 묶었나?"
제가 묻자 아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저를 쳐다보는 아내의 눈동자는 애처롭게도 이슬이 맺혀 있어 제 가슴을 야릇하게 울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나 유순하고 부드러운 여인. 아내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아도 진실은 역시 수수께끼로 남을 것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틈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있어서 그 틈은 각자의 이기심과 추한 부분뿐만이 아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때문이기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행복과 외로움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일겁니다.
기는 듯 다가간 제가 서서히 양무릎을 벌리자 아내는
"큿...!"
이라고 작게 신음하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안되요."
"뭐가 안되? 이대로는 할 수가 없잖아?"
"불이라도 꺼주세요"
"싫어, 이대로 널 보면서 하고 싶어."
"그럼, 천천히..."
"으음, 이렇게 해봐."
저희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것같은 그런 달콤한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가 되어갔습니다.
그런 날이 이어지고 있던 어느 휴일이었습니다. 아내는 쇼핑을 나갔고, 혼자 있게 된 저는 심심풀이로 인터넷에서 성인사이트를 탐방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자신이나 애인의 사진을 투고하는 사이트였습니다.
이런 사이트를 보고 있자니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투고사진들은 남편이 아내의 알몸과 섹스 중인 모습 등을 찍은 것도 많아 타인의 성생활을 훔쳐보는 듯해, 관음적 즐거움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이 오히려 묘하게도 현장감을 주어 보는이로 하여금 더욱 흥분하게 만드는 것같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찍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가냘픈 나신을 드러내고 카메라를 향해 부끄러운 듯이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그 아내의 사진을 보면서 저는 모자이크 처리된 여자의 얼굴에 어느새 제 아내의 얼굴을 겹쳐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 망상은 저를 격하게 흥분시켰습니다. 부끄러워 하는 제 아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더 가랑이를 크게 벌려!"라고 거칠게 명령하는 남자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망상 속에서 카메라를 잡고 그렇게 아내에게 명령하는 남자는 제가 아니라 춘식이였던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전에 춘식이가 제 계정에 보냈던 동영상을 찾아 재생시켰습니다. 곧 플레이된 화면 속에 벌거벗은 춘식이와 지윤씨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얼마 동안 저는 그 영상 속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동영상 속에선, 춘식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윤씨가 울긋불긋 요란한 문신을 한 아직은 새파란 조폭들, 춘식이의 후배들과 서로 몸을 얽히며 교성을 내고 격렬하게 허리를 돌려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까지 나눴던 여성의 섹스 장면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흥분을 불러왔지만, 제게 더욱 자극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의 섹스파트너일 지윤씨가 연출하는 그 광란의 풍경을 춘식이가 두목늑대인 양 느긋이 의자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춘식이가 지윤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저로선 알 수 없지만, 그 날 지윤씨가 춘식이를 보던 눈은 틀림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었습니다. 그랬던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이렇게 음탕한 행위를 펼치며, 이렇게 음란하게 신음을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거친 섹스 중에도 가끔 지윤씨의 시선이 상대 남자들을 떠나 맞은 편을 바라 볼 때면, 저는 그 곳에 있을,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을 춘식이를 상상했습니다.
동영상이 끝났습니다.
저는 등줄기를 간지럽히는 무언가에 전율하며 한참을 멍하니 소파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저는 일어섰습니다. 춘식이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8
저와 아내가 휴가를 이용해 일본의 온천지역으로 향한 것은 그 해 팔월 중순의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신혼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일도 잊고 나흘 간 해외의 어느 시골, 조용한 곳에서 푹 쉬자는 제 계획에 아내도 기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비행기를 타고 두시간여쯤 나고야에 도착했습니다. 일본고속철로 갈아타 코잔으로 가는 동안에도 이국의 날씨는 쾌청해서 시원하게 트인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아내의 표정도 보기드물게 밝았습니다. 저는 그 환한 얼굴에 새삼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잔역에서 내려서 시가지 주변을 관광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야, 임마, 김수현!"
스쳐 지나가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춘식이였습니다. 옆에는 지윤씨가 있었는데 그녀도 깜짝 놀란 듯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가 여기는 웬 일이냐?"
"참나, 나야말로 묻고싶다."
춘식이는 이내 아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쪽과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던 아내는 그 순간 부끄러운 듯이 눈길을 떨구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춘식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저를 향해 살짝 신호를 보냈습니다. 저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습니다. 저와 춘식이, 그리고 지윤씨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걸로 위장하기로 여행 전에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내뿐이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선배. 정말 놀랍네요."
지윤씨는 미리 춘식이의 부탁으로 우리의 협력자가 되어 있었는데, 이 여행에선 제 대학시절 동아리 후배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아아, 나야말로 정말로 놀랬어."
"이 쪽은 선배 와이프?"
"그래."
"처음 뵙겠어요. 강지윤입니다. 수현선배완 대학때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어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고 있던 아내도 지윤씨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차분한 태도에 얼른 평소의 자신을 되찾고
"아, 안녕하세요. 전 수현씨의 아내인 이현수라고 해요."
라고 정중하게 지윤씨를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춘식이는 전에 봤지. 지윤이는 춘식이 와이프야. 내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었지."
"그랬군요."
"어이, 이런 길가에서 이야기하기 뭤하다. 어디 들어 가자구."
춘식이의 말에 저희 네명은 걸음을 옮겼습니다.
"흐음, 정말 대단한 우연이네, 부부끼리 여행 왔는데, 것도 해외인데, 둘 다 같은 곳이라니."
"역시 자기와 선배는 서로 마음이 통한다니까."
"그렇긴 하지. 뭐, 이 녀석과는 옛날부터 아주아주 질긴 인연이었으니까, 하하."
"뭐야, 그게?"
저와 춘식이, 지윤씨가 그렇게 왁자지껄 분위기를 돋구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내는 무료한 듯했습니다. 다만, 겉보기에는 그런 생각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적당히 골라 들어간 카페는 냉방이 잘 되어 조금 쌀쌀할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너희 부부는 묵을 숙소는 정했겠지?"
춘식이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물었습니다.
"어, 지인이 이곳을 소개해줘서 경치좋은 곳에 예약해 뒀지. 거기서 사흘 정도 머물면서 푹 쉬려고. 너희는?"
"실은 우린 아직 못 정했는데. 갑자기 귀찮은 일이 생겨서 우리 지윤이 바람도 쐬줄겸 겸사겸사 나와서 말야. 뭐, 어떻게든 그때그때 결정하자는 주의잖냐, 내가말야."
"확실히 네가 기분파긴 하지."
"그래서 말인데, 너희가 묵는 곳 좀 소개시켜주면 안될까?"
"나야 상관없지만, 일본도 요즘 한창 성수기일 텐데 이 곳에 빈 방이 있을지 모르겠다."
"전화 번호는 가지고 있을거 아냐. 그래도 일본어 할 줄 아는 네가 한번 물어봐 주지 않을래?"
"어쩔 수 없군."
저는 툴툴거리면서 소음을 이유로 카페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거는 척 했습니다. 사실은 이미 춘식이네의 숙소는 확보해 놓았지만 말입니다.
9
숙소에 도착한 것은 저녁 5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우리 방은 너희 옆인 것 같아."
체크인하고 온 저와 춘식이는 돌아와서, 아내를 의식하며 대화를 나눳습니다.
"이 곳 주인이 내가 아는 사람 친척인데, 아까 빈 방을 알아보러 전화 건 게 나라서 더 신경을 써줬나 봐. 우리 부부가 미리 예약했던 방을 두 개짜리로 바꿔놓았더라고. 네 명이 같이 온 일행이라고 생각했었나봐."
물론 이 설명은 거짓말입니다. 사실은 처음에 숙소를 정했을 때부터 그렇게 지정해 두었던 것입니다.
"한지 바른 미닫이 벽으로 두 개의 방으로 나눈 방이라는데 괜찮지?"
"저는 괜찮아요."
지윤씨가 즉각 대답했습니다.
아내는 힐끗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눈동자에는 뭔가 말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도 상관 없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우리들이 묵을 방은 결코 호화로운 구조는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일본식 방이었습니다. 창 밖으론 울창한 숲이 도시의 소란함에 찌든 사람들을 부드럽게 감싸듯 펼쳐져 있었습니다.
"괜찮은 방이네."
"그렇네요."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억지로 짓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부부끼리 정답게 해외의 온천에서 편안히 휴가를 지내려 했는데, 갑자기 껄끄러운 남편친구부부가 나타나 얇은 장지 한 장 너머의 옆방에 숙소를 정했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이후의 휴가기간동안에도 계속 함께 지낼 듯한 눈치를 보이고 있었으니까요. 성격상 사교적이지 못한 아내에게는 더욱 더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내의 모습에선 무신경한 남편에게 화내거나 불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더욱 아내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와이프랑 한번 자 보고 싶지 않냐?"
이런 제 비상식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춘식이가 세운 것이 이번 여행 계획이었습니다.
목적은 스와핑이었습니다. 즉, 저희 부부와 춘식이, 지윤씨 커플(아내에게는 부부라고 얘기했지만)이 서로 상대를 바꿔 섹스를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몸가짐이 단정한 아내를 함락시키기 위해서, 우선 낯선 해외로 여행지를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도덕적 부담감이 덜할 테니 말입니다. 그 후엔, 남편인 제가 앞장 서서 다른 여성(그것도 유부녀)와 관계를 갖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그 후, 춘식이가 충격으로 감정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아내를 설득한다는 꽤 그럴듯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윤씨가 그런 역할을 승낙해 줄까?"
"그 섹스머신이 이런 흥미있는 기회를 놓칠리가 없지. 걱정할 필요 없어. 그것보다 문제는 너라구. 각오는 충분히 되어 있는 거지."
전화 너머로 춘식이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한번 확인을 해옵니다. 춘식이가 말하는 각오란. 물론 제 아내를 춘식이가 맘대로 이것저것 하겠다는 것에 대한 각오입니다.
솔직히,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는 아내가 실제로 춘식이에게 안기게 될 지 알 수 없었고, 만약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그 후 저희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 만약 아내가 춘식이에게 안긴다고 해도 문제였습니다. 그후에도 역시 앞날이 어떻게 변할지는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정말 한걸음 앞도 알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잘못하면 제 평생 지금까지 노력해 쌓아 온 행복을 모두 잃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춘식이에게 대답했습니다.
"각오는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후회하지 않을께."
아마도 저는 분명히 무언가에 홀려 있었던 것같습니다.
"어이, 지금부터 우리는 온천에 갈 껀데 그쪽은 어떻게 할래?"
"우리도 갈게."
장지 너머로 들려 온 춘식이의 목소리에 제가 답했습니다.
여관의 뒤쪽으론 울창한 수목들에 둘러쌓인 노천온천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개울이 있는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저와 춘식이가 먼저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자, 이윽고 지윤씨가 여자용 탈의실에서 나왔습니다. 유두가 보일듯 말듯 흰 수건으로 여체를 가린 대담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자꾸 그쪽으로 쏠리는 눈길을 애써 돌리며,
"현수는?"
하고 물었습니다.
"언니는 혼욕탕인 걸 모르셨던 모양이에요. 부끄러우신지 아무리 설득해도 나오질 않네요."
아내의 성격이라면 있을 법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일어나서 여자용 탈의실에 다가갔습니다.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뿌연 유리 너머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현수야."
"....."
"빨리 나오라고. 아이도 아니고 여기까지 와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있어. 빨리 나와."
저는 일부러 차가운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제 냉혹한 목소리에 아내는 한순간 움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몇 분 뒤, 옷을 벗은 아내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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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좋은 아내
10
왼손으론 젖무덤을 가린 수건 매듭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론 짧은 수건 길이로 인해 드러난 허벅지 부근을 가리면서 아내가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도중에 얼핏 제 눈과 마주쳤지만 이내 부끄러운 듯 눈길을 돌립니다. 시간은 벌써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여름이기에 아직 해가 있어 어슬어슬한 석양빛이 아내의 하얀 살결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춘식이쪽을 보니, 녀석은 태연한 척 느긋한 태도로 지윤씨와 물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제 느낌 상, 녀석의 시선은 힐끔거리며 아내쪽에 신경을 두고 있었습니다. 지윤씨는 그런 춘식이를 보면서 핏 웃으며 귓가에 뭔가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몸에 물을 끼얹고 그제야 아내는 온천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몸이 담긴 물가 가까이에 서서 저를 내려다 봅니다. 제가 끄덕이자 아내가 다시한번 몸에 두른 수건을 확인하곤 체념한 표정으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온천 물에 발을 담급니다.
"호호, 이런 혼욕 정도에 언니처럼 그런 비장한 얼굴을 하는 사람도 요즘 없을거야. 언니, 뭐어때? 알몸도 아닌데. 그리고, 여기 같은 여자인 나도 있잖아."
지윤씨가 일부러 밝게 말을 걸자 아내는 희미한 미소로 거기에 답했지만, 결코 춘식이와 지윤씨와는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미안해, 내 와이프가 이런 덴 익숙하지 않아서. "
"어머, 저도 별로 익숙하진 않은데요."
짐짓 뿔난 것처럼 입술을 쫑긋 세운 지윤씨가 몸을 비비꼬며 항의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농염한 여체의 몸짓은 아내의 억눌린 색기와는 다른, 귀여우면서도 상대를 도발하는 듯한 섹시함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언닌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날씬하고, 정말로 몸이 이쁘다. 부러워요, 호호. 그렇지, 응? 그렇게 생각치 않아?"
지윤씨가 호들갑을 떨며 동의를 구하듯 춘식이에게 묻습니다. 춘식이도 아까와는 달리 이제 스스럼 없는 시선으로 아내의 몸을 흝어보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예쁘긴 하지만.. 내가 부러운 건 제수씨가 아니라 수현이야. 이런 미인을 부인으로 가졌으니 말야."
이런 말울 하곤 느끼하게 웃었습니다. 그 말에 아내는 점점 몸을 움츠리는데, 아내의 피부는 물의 뜨거움 때문만이 아닌듯 온톰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얘가 대학 다닐 때 널 남몰래 짝사랑 하고 있었다지 뭐야."
"어멋! 그런 말을, 언니 앞에서 실례라구요, 이 아저씨야."
"뭐 어때? 이렇게 네 명이서 함께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이참에 마음 속 때도 벗겨내려면 솔직하게 서로 얘길 나눠야 할꺼아냐."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내를 놔두고 춘식이와 지윤씨가 제멋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진짜야?"
제가 묻자 지윤씨가 웃으며,
"호호, 글쎄요. 좋아했는지도.."
"전에 좋아했다고 분명히 말했었잖아"
춘식이가 옆에서 참견하자 지윤씨는 살짝 그 쪽을 흘겨보곤,
"이야기하는 데 끼어들지 좀 마. 뭐, 근데 그 때는, 수현선배를 동경하던 여자가 나 뿐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상냥하고, 핸섬하고, 약간 그늘진 구석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였으니까요. 도저히 저하곤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자격지심에 고백도 못하고 끝났지만요."
이쪽이 홍당무가 될 정도의 대사를 지윤씨가 척척 내뱉었습니다. 아내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언니를 보고 납득이 되더라구요. 정말 이렇게 예쁘고 다소곳한 분은.. 언니, 수현선배와 정말 잘 어울려요."
"우리들은 뭐 그렇다치고, 너도 춘식이와 잘 어울리는 멋진 한쌍이다. 행복해 보이고."
"후후, 상냥하지도 없고, 핸섬하지도 않고, 어두운 그늘 따윈 어디에도 없는 나와 이 녀석이 잘 어울린단 말이지?"
춘식이가 놀리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면, 지윤씨의 벌거벗은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다른 손을 지윤씨의 젖가슴쪽으로 뻗어 젖은 수건 겉으로 톡 튀어나온 유두를 손가락으로 살짝 잡아당깁니다.
"아잉, 부끄럽게 왜 그래? 선배랑 언니도 있는데."
애교를 부리는 여성특유의 혀 짧은 목소리로 항의하면서 지윤씨가 살짝 아내의 눈치를 살핍니다.
그 때, 저는 물 속에서 제 손에 아내의 손이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손을 꼭 쥔 채 아내는 여전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이는 아내의 그 섬세한 목덜미와 가냘프게 흔들리는 듯한 어깨에 저는 신선한 욕망을 느꼈습니다.
11
밤이 되었습니다.
과연 깊은 산속이어선지 주변은 고요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방에서 했는데, 그 때는 저희 부부의 방과 춘식이네 방 사이에 있던 문을 활짝 열어젖혀놓고, 넷이서 테이블 하나에 모여 앉았습니다.
함께 온천욕을 한 사이임에도 아내는 아직도 어색한 듯 긴장이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대화에도 별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원체 말수가 적은 여자였기에 남편인 저와도 친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던 만큼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내는 아내나름 춘식이와 지윤씨, 이 가짜부부를 어딘가 믿을 수 없다, 어쩐지 수상쩍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내는 섬세한 성격이었기에, 사소한 것 하나로도 무언가 이상한 걸 눈치 챌 정도의 민감한 면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우리들은 각자 자기 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춘식이와 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스와핑은 내일 밤에 시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해 하는 아내를 볼 때면 저는 이 계획이 결국엔 실현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선 안타까웠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안심도 되는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문득 눈을 뜬 것은 한시가 조금 지났을 때쯤이었던 것같습니다. 하루종일 여러가지로 긴장했던 탓인지 자리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는데,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이 떠진 겁니다.
끊어질 듯 말 듯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 소리. 높고 가늘고 음탕한 울림을 가진 그 목소리는 분명히 지윤씨의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옆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아내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계속 깨어있었던 듯 뭔가를 꾹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슬그머니 손을 뻗었습니다. 아내가 반짝 눈을 뜹니다. 저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입모양만으로 "안돼요."라고 힘없이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막무가내로 아내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아내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하늘거리는 잠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유방을 마구 주물렀습니다. 동시에 다른 손은 은근슬쩍 아내의 하체쪽으로 가져갔습니다.
아내는... 이 방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에 옆방의 두 사람이 눈치챌까 신경이 쓰이는 듯, 말 없이, 그러나 여느 때보다 격렬하게 제 손길에 저항을 해 왔습니다. 저는 오른팔로 아내의 양손을 함께 잡아 누르면서 아내의 몸 위에 올라타 그 저항을 봉쇄했습니다. 그러고선, 다시 아내의 하반신에 걸쳐진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넣었습니다.
아내의 몸뒤침 속에 겨우 그 부분을 만진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내의 음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던 것입니다.
놀라서 아내를 쳐다보자, 제 눈빛에 어린 그 의미를 헤아렸는지 아내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어 제 가슴에 얼굴을 힘껏 밀어붙여 왔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자신을 잊어버린 듯 강한 욕정에 휩싸여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칠게 아내를 안았던 것입니다.
벗기다만 잠옷 상의를 허리 부분에 두른 채 속옷만 모두 빼앗기듯 벗겨진 아내는 제 품 안에서 한동안은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고 있었지만, 결국엔 견디질 못하고 "아, 앗, 앗"하며 신음소릴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엔 참지 못하고 몰아치듯 터져나오는 그 신음 속엔 남자의 마음을 더욱 가학적으로 만드는 듯한 애절한 느낌이 실려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옆방의 소리는 그쳐 있었습니다.
춘식이와 지윤씨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어쩌면, 아니 아마도 틀림없이 어둠을 틈타서 문을 살짝 열고선 그 틈으로 저희 부부의 정사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내는... 그것에 생각이 미치진 않았을까요? 제 아래에서 여느 때보다 더욱 빠르고 강하게 다가온 쾌락에 몸부림치며, 연신 사랑스러운 신음을 토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하.. 앗. 아앗.. 아아아..."
그리고, 저는 폭발했습니다. 아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 정액과 동시에 절 꼭 끌어안은 아내의 몸도 절정에 올라 꿈틀꿈틀 경련하고 있는 느낌이 언제까지고 제 기억 속에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12
"이야, 어젯밤은 엄청나던데요. "
가까이 다가 온 지윤씨가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저는 뒤쪽의 아내와 춘식이를 신경 쓰며 퉁명스럽게 "뭐가?"라고 대답했습니다.
"알면서 그래요?"
"...."
"언니가 그렇게 흐트러질 때도 있었네요. 평소의 청초한 느낌으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였어요. 굉장히 에로틱하고 매력적이셨는데."
지윤씨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저도 그정도로 가파르게 절정에 오르던 아내의 모습을 본 것은 어젯밤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옆에 아내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잠시 후 방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어디 갔었어?"라고 묻자,
"목욕탕에요."
라고 짧게 대답하는 그 모습은 평상시의 아내의 모습이었지만, 역시나 어젯밤의 열정적이었던 몸부림을 부끄러워하고 있던지 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질 않았습니다.
그 후, 방 사이의 문을 열고, 어제처럼 또 네 명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어젯밤의 정사를 두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저 자신도 다소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아내는 더욱 그랬겠지요. 대화는 춘식이와 지윤씨만이 했을 뿐 저희 부부는 묵묵히 식사를 할 뿐이었습니다. 뭐, 춘식이와 지윤씨에게도 사정은 비슷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차가 없어서 관광하려 해도 방법이 없고, 또, 이 숙소가 위치한 곳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오전 중에는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춘식이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게 어떨까."라고 제안을 해 와 그제서야 네 명이 함께 숙소 밖 구경에 나섰습니다.
"너희들이야말로 너무 분위기 좋은거 아냐?"
제가 대꾸하자, 지윤씨가 가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뇨. 선배쪽이 시작하고나선 그 사람, 그쪽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시잖아요, 그 사람 예전부터 언니 팬이었으니까..."
여기서 그 사람은 물론 춘식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우리 뒤에서 아내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그것에 대해 간단하게 예의상 맞장구를 쳐주는 것을 보다가 저는 문득 어떤 일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춘식이가 저희 집에 와서 아내에게 "섹스를 싫어하세요?" "남편이 만족시켜 주지 못하나요?"등의 질문을 하던 그날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전부터 사이가 원만치 못 했던 아내에게 처음으로 이혼얘기를 꺼냈고 그리고 그 밤, 아내는 제 침대에 몰래 들어왔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이대로 헤어질 것같은 두려움에 어떻게든 저를 잡으려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젯밤의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옆방에서 관계를 갖던 춘식이와 지윤씨의 소리를 들으면서 남몰래 음부를 적시고 있던 아내. 그것을 저에게 들키자 부끄러워 몸부림치면서도 제 애무에 달아오르며 신음을 지르던 아내....
그것은 제가 이제껏 본 적이 없던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아내는 수침심을 느낄 때 더 민감해지는 여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감이 남달리 강한 만큼, 수치심이 강해질수록 성감이 자극되어 버리는 여자. 만약 그렇다면, 그 날 아내가 침대에 숨어 들어왔던 것은 저를 붙잡기위해서만이 아니라, 춘식이의 말에 자극되어선 달아오른 몸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세요?"
생각에 잠겨있는 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다, 지윤씨가 갑자기 팔짱을 껴왔습니다. 마치 예전부터 연인이나 부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몸짓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해요, 언니가 보고 있어요."
지윤씨의 속셈을 알았습니다. 오늘 밤 실행할 예정인 스와핑의 포석으로 저와 지윤씨 사이의 친밀감을 의도적으로 아내에게 보여주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되도록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윤씨와 팔짱을 끼고 길을 걸었습니다.
13
그리고 다시 밤이 찾아 왔습니다.
"아아, 기분 좋아라.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네요."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지윤씨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 얼굴은 술로 살짝 발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모든 걸 잊고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같아요. 이런 기분, 대학교 때 이후 처음이예요."
그렇게 말하며 지윤씨는 젖은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 봤습니다.
"이것봐라, 대학시절의 짝사랑이 다시 불 붙은 거 아냐?"
술을 마시던 춘식이가 옆에서 농담을 던졌지만 지윤씨는 여유로운 표정이었습니다.
"뭐 그것도 좋죠, 선배와는 정말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그렇죠?"
그렇게 말하더니 지윤씨는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야옹~ 야옹~"거리며,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저에게 안겨 왔습니다.
"어어어, 너 너무 취한 거아냐?"
"야옹~"
저는 반쯤은 정말로 당황해서 지윤씨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양이 흉내를 내며 저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를 보니, 그쪽도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황급히 눈길을 돌리는 게 보였습니다. 그대로 아내의 손이 술잔을 집어듭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아내로서는 드물게도, 아내는 그날 밤 많은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옆에 아내가 있는데도, 헤프게도 남편에게 안겨 오는 지윤씨와 그런 지윤씨에게 헬레레거리고 있는 저때문에 괴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얼굴만 보고선 알 수 없는 여자였기에 확실치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한참을 더 방에서 끝없이 술을 마신 뒤 우리들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시간 후.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저를 보고 아내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뭐 하려고요?"
"목욕하고 올께."
이 여관의 목욕탕은 시간제한이 없었습니다.
"그래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방을 나오자 현관에는 이미 지윤씨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해진대로 였습니다. 우리는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교환한 뒤, 그 자리에 조용히 주저 앉았습니다.
잠시 후...
"제수씨, 일어나 계신가요?"
방에서 춘식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대답하는 것도 들렸습니다. 이어서 장짓문을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쪽 방에 수현이가 없지요?"
처음부터 "제수씨"하고 아내만 불렀었기에 잘 생각
[출처] [펌]좋은 아내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pssul&page=12&wr_id=4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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