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유학생엄마35-1

피곤함이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지만 시차 때문이었는지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지혜 씨가 마련해준 방은 작지만 단아했고 정갈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침대와 책상 하나뿐인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했다.
"저녁 같이 먹고 싶어요."
그분에게 문자를 보낸 뒤 간단히 씻고 아직 지혜 씨가 깨지 않았을 새벽 시간이라 조용히 밖으로 나와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분의 집에서 보았던 여자들의 물건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혜 씨 집 보다는 그분의 집에 있고 싶다고 하면 그분이 어찌 생각하실까.
그분과 가까운 곳으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씀드려보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즈음 그분에게서 문자가 왔다.
"브런치 할까?"
나는 이른 새벽이지만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그분이 말씀하신 카페 위치를 확인하고는 채 풀지도 못한 여행 가방에서 옷가지들을 방의 한쪽 구석에 정리하면서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해야 했고
속옷과 화장품도 책상 위 한쪽 구석에 쌓아두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찬찬히 화장을 하고 머리를 묶은 뒤 립스틱을 바르던 차에 지혜 씨가 문을 두드렸다.
지혜 씨는 화장을 하고 있는 내 뒤에서 나를 보며 알 듯 모를 듯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언니. 나 보러 온 거 아니구나~"
난 지혜 씨를 보며 무슨 소리냐고 웃으며 대답했고 지혜 씨는 커피를 끓였으니 화장이 끝나면 거실에서 보자 한다.
지혜 씨는 내게 저녁에 시간 되면 술 한잔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예전 딸 셋 가진 남자의 근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지혜 씨 집에서 몇몇이 모여 함께 술을 마셨다면서....
난 그의 와이프가 떠올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혜 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유머스러움과 멋진 외모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지혜 씨랑 잘해보면 되겠네~~"
참다못해 뾰로통하게 내가 한마디 하자
"언니 그런거 아닌 거 알잖아....나 그때 언니 있을 때 만나던 남자 아직 만나고 있잖아...."
나는 지혜 씨가 이곳에서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는 그나마 정붙일 곳이 있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지면서도
유부남인 지혜 씨의 그 남자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근데 왜 다른 남자 잘생겼다는 칭찬을 한담??"
내가 한마디 하자 지혜 씨가 뜻밖의 말을 내뱉는다,
"언니 왔다고 했더니 꼭 보고 싶다더라..."
난 깜짝 놀라서 지혜 씨를 보며 절대 보고 싶지 않다고 일러두었다.
그 와이프가 집에까지 찾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끔찍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 썰의 시리즈 (총 3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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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09.04 | [펌]유학생엄마35-3 (4) |
2 | 2025.09.04 | [펌]유학생엄마35-2 (3) |
3 | 2025.08.29 | 현재글 [펌]유학생엄마35-1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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