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그녀 9

그해 봄, 모든 것이 멈췄다.
거리는 텅 비었고, 공장도, 사무실도,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낯설게 굳어 있었다.
뉴스는 매일 최악을 갱신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납품 일정이 꼬였고, 수금이 늦어졌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였다.
“ㅇㅇ고객님, 시장 변동이 커서 불안하실 텐데,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
그녀가 먼저 보낸 메시지였다.
업무용 멘트였을지 몰라도,
그 한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사실 나는 당시 주식투자비중이 높지 않아서 큰 손해는 없었다. 법인에 있는 유동성자금과 내 금융 자산으로 폭락한 주식을 아주 좋은 가격에 매수했다.
사실 큰 돈을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녀는 우량기업 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을 하면서 나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권했다.
평소같으면 거절했겠지만,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투자를 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폭락 후 신속하게 주가가 신속하게 회복되면서 금융자산은 3배 가까이 늘어 있었다.
그 금융자산을 활용해서 코로나 기간을 버틸 수 있었고, 경쟁 업체들이 문을 닫아 난 사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코로나가 끝날 무렵 법인용 골프/리조트 회원권도 추가로 구매했고, 폭락한 부동산과 저금리를 활용해 조그만 빌딩을 하나 올려 사무실을 좋은 곳으로 이전하고, 그 동안 간절히 원했던 펜트하우스 같은 개인 사무공간 겸 휴식 공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녀와 가깝게 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그녀가 추천한 주식이 회복되면서 그녀는 뭔가 보람을 느끼는 듯 했고, 자연스럽게 주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지애(?) 같은 것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카톡 프로필에 필드 위, 연두빛 잔디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었다. 하얀 모자와 몸매가 드러나는 셔츠, 그리고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이었다.
“프로필 사진 바뀌었네요.
골프 좋아하시나 봐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
“요즘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에요.
야외에 나가면 그나마 마음이 좀 놓여서요.”
난 대답했다.
“다음엔 제가 좋은 필드 모시고 나갈께요"
잠시 후,
그녀의 답장이 왔다.
“감사합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라고 답변이 올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저야 고맙지요^^.”
라는 답장이 왔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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