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라스베가스에서 생긴 일
내가 경험했던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을 글로 옮겨 봅니다. 아주 긴 글이니, 서사를 싫어하시면 skip 해 주세요.
LAS에서 생긴 일
정처없이 달렸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모든 것을 다 잊고 싶었다.
75마일 제한 속도인 고속도로를 100마일이 넘도록 달렸다.
알아 듣지도 못하는 빠른 비트의 팝송은 내 귀를 울리고, 주변에 함께 달리던 자동차들은 내 차의 폭력적인 속도에 흠칫 놀라며 경적을 울린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다다른 곳은 죄악의 도시(Sin city), 라스베가스.
언젠가 들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라스베가스에 묻힌다고..
누가 그런 말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말 한 마디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뭐든 해도 괜찮다는 방탕의 본능에 불을 당긴다.
“그래, 뭐든 해보자. 내 속에 분노와 괴로움으로 터질 듯 응어리진 감정을 마음껏 해소해 보자.”
라스베가스는 도박의 도시, 유흥의 도시, 쾌락의 도시이다.
어디서든 도박을 즐길 수 있고, 어디서든 술을 마실 수 있으며, 손만 뻗으면 육체적 쾌락과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고 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 일단 돈부터 따자. 도박을 해서 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유흥을 즐기는데 사용하면 되겠지. 500불 정도 돈으로 도박을 해서, 2000불 까지만 불리도록 하자. 그 정도 되면 뭐든 즐길 수 있을거야.
이런 마음으로 카지노 이곳 저곳을 어슬렁거리며, 어떤 게임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돈을 만들 수 있을지 둘러본다.
겜블링 기계는 단순하고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한 방 크게 터지는 것이 어렵다. 종종 신문 기사에 1센트로 수 억의 잭팟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나에게는 왜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래, 아무래도 기계보다는 사람이 더 낫겠지. 기계는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실수도 하고, 일종의 자비도 베풀어 줄 수 있을테니…
나는 딜러가 운영하는 테이블 게임을 하기로 선택한다.
어떤 테이블 게임을 할까? 이것 저것 계산해야 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는 복잡한 테이블 게임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그냥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는 단순한 테이블 게임, three card 포커 같은 게임이 나에겐 맞다.
일단 200불 정도의 돈을 칩으로 바꾸고, 가장 작은 단위부터 돈을 건다. 한 번, 두 번, 카드를 뒤집을 때, 가슴이 설렌다. 한 장, 두 장, 같은 숫자 또는 같은 그림의 모습이 보이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10의 아홉은 꽝이다. 카지노는 절대 너그럽지 않다. 카지노는 절대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500불만 투자해서 2,000불이 되면 멈추려 했던 테이블 게임은, 어느 덧 1,000불을 넘어간다. ‘이번 한 번만 더, 이번 한 번만 더…” 하다 보니, 가져왔던 돈은 거의 바닥이 나고, 이제는 신용으로 돈을 빌려서 게임을 이어 가려 하는 어리석은 나를 본다.
2,000불이 되지 않아도, 돈이 조금 불어났을 때 그만 뒀어야 하는데… 하는 자책과 자신을 향한 비난과 수치심이 복잡하게 마음을 괴롭게 한다.
겜블을 통해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도박을 했지만, 오히려 잃어버린 돈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더 큰 쾌락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술을 마시거나, 성적인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마음 속의 또 다른 내가 속삭인다.
그래서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장소에 간다. 나이트 클럽. 이런 유흥 문화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클럽이라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 눈치를 보며, 화려한 복장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간다.
누가 봐도 어리숙한 모습이다. 클럽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가드들이 나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고 비웃는 것 같다.‘어디서 온 얼뜨기지? 나이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참 볼성 사납다.’ 그런 눈빛이 느껴져서 나는 황급히 선글라스를 쓴다.
‘나에게는 당신들이 모르는 사연이 있어. 비록 지금은 여기에 있지만, 나는 당신들과는 급이 다른 사람이야’ 혼자 스스로를 위로하듯 속으로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을 해 보아야 하기에…
누군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어색한 침묵, 이 불편한 외톨이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볼 때, 분명 혼자인 것 같은 한 동양인 여성이 보인다.
낯선 이성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붙인다는 건 내 인생에 없던 일이다.
더구나 내 속에 있는 외로움과 육체적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이성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 분이시죠? 여기서 저랑 만나기로 하신 분 아니신가요?”
갑자기 다가온 낯선 남자가 불편했는지, 그녀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 제가 여기서 같이 클럽에 가기로 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요. 혹시 네이버 까페에서 동행 구하신 분 아니세요?”
어떻게 순식간에 이런 임기응변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네, 아니예요.”
“죄송합니다. 괜히 귀찮게 해 드렸네요.”
그녀는 나의 사과에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오늘 라스베가스에 처음 왔어요. 갑자기 다가오셔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요.”
그녀의 말은 내 마음 속에 있던 긴장과 어색함도 누그러 뜨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사실, 저도 라스베가스는 몇 번 왔는데요, 한 번도 클럽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같이 갈 사람을 찾고 있어요. 네이버에서 만나기로 하고 여기서 30분 동안 기다렸는데 안 오는 걸 보니 제가 바람을 맞은 거 같아요.”
“아! 클럽에 처음 가세요? 한국에서 한 번도 안 가 보셨어요?”
“네, 저는 어릴 때 미국에 와서 한국 클럽은 잘 몰라요.”
“호호, 그러시군요. 전 한국에서는 클럽 자주 가 봤는데, 라스베가스에 오면 꼭 클럽을 가 봐야 된다고 해서 왔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클럽에 가도 될까요? 혼자 들어가려니 어색하고 좀 그렇네요.”
“그러세요. 저도 혼자 왔는데 잘 됐네요.”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민서. 미국에 온지 일주일 정도 되었고, LA를 거쳐 라스베가스로 왔다고 했다. 긴 생머리에 하늘거리는 원피스 치마를 입은 그녀의 주변에 향기로운 향수 냄새가 진동한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도박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설레임이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와의 첫 만남은 짜릿하고 감미로웠다.
클럽 안은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틀어 놓은 음악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큰 음악소리가 내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한 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 그녀 가까이 가야 했기에, 나는 그녀의 볼에 입이 닿을 듯 가까이 가서 말했다.
“목 마르지 않아요? 뭐 마실 거 사 드려요?”
“네, 좋아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끈다. 너무 사람이 많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음료를 사는 바 앞에서 짧은 대화를 나눈다.
“너무 덥죠? 괜찮아요?”
“네, 재미있어요.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요?”
“그러죠.”
손목에 찍힌 입장 스탬프를 겹치게 해서 사진을 찍는다.
음료를 한 잔씩 손에 들고, 다시 댄싱 플로어로 간다.
땀냄새와 암내가 진동하는 인도 사람들, 덩치가 너무 커서 얼굴도 보이지 않는 미국 사람들, 나보다 나이가 20살은 많은 것 같은 영감님들,할머니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싫지 않았던 것은, 그 엄청난 수의 사람들 덕분에 그녀와 나 사이가 더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조금씩 그녀의 살결과 체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어깨와 팔을 잡아주다가, 사람들에 밀려 그녀를 보호한다는 핑계로 가만히 그녀의 허리를 안아본다. 허리가 너무 가늘다. 이렇게 가늘고 매끈한 허리를 가진 사람이 있다니…
허리를 안았던 손이 음악에 맞추어 조금씩 아래로 움직인다.
가는 그녀의 허리에 비해 그녀의 골반은 너무나 섹시하게 넓다.
그녀의 샴푸 향기, 목덜미에서 나는 향수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녀의 뒤에 서서 나도 모르게 한껏 힘이 들어간 나의 남성이 그녀의 탱글한 엉덩이를 스쳐갈 때,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쾌감이 밀려 온다.
실수인 척, 많은 사람들에 밀려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슬쩍 슬쩍 나의 남성이 그녀의 엉덩이를 탐한다. 혹시나 불쾌해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찰라의 순간,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 내 남성이 조금 깊이 들어갔다.
짜릿한 쾌감과 함께 그녀가 놀랄까 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내게 기대어 온다. 그녀의 엉덩이는 내 남성을 더 진하게 느끼려는지 좌우로 움직이며 내게 밀착해 왔다.
“이게 뭐지? 혹시 내 단단한 남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제발, 그 상태 그대로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와 몸의 체온을 느끼며 꼭 붙어 있었다.
음악 소리는 더 커지고, 조명은 더 어두워졌다. 나의 뜨거운 남성은 그녀의 얇은 스커트를 뚫고 들어갈 것 같은 기세였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 노골적인 자세로 그녀를 유린하려 할 때, 갑자기 그녀가 돌아섰다.
“잠깐만요.. 우리 나가요.”
갑자기 들려온 그녀의 말에,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아이처럼 나는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힘드세요? 나가고 싶으세요?”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 육체의 본능은 “아니, 이제 시작인데 벌써 가시려구요? 좀 더 있으면 안될까요?” 다리를 붙잡고 부탁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었던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클럽을 나서는 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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