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일본인 여자애 홈스테이 시킨 썰 4편
눈을 떴을 때 난생 처음 보는 천장이 마주하고 있었어.
늘 아침에 눈뜰 때 내방 침대에서 보던 친숙한 형광등과
언젠가 재미삼아 잔뜩 붙여 둔 밤이 되면 형광색으로 빛나는 별자리 스티커들은 어디 가고
군데군데 누렇게 빛이 바랜 본래는 하얀 색깔이었을 칙칙한 천장이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었어.
"괜찮냐?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문득 소리가 난 방향으로 무겁디 무겁게 느껴지는 고개를 힘겹게 돌리니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패스인지 돌파인지 슛인지 아니면 꽝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농구를 제외하면 신통한 구석은 없지만 입학 후부터 제일 오랫동안 옆자리를 지켜 온
친구 K의 얼굴이 있었어.
"짜샤, 사람 간 떨어지게 하는 것도 정도 껏 해라. 이번 달 지갑도 텅텅 비었는데 네 장례식 조의금 낼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냐. 정말 세끼 라면만 먹는 꼴을 봐야겠어? 하하"
K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내 얼굴을 보자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처럼 반가워했어.
평소엔 하지도 않는 시덥지도 않은 농담도 하고 말이지.
아직도 영문은커녕 상황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나에게 K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그러니까 내가 눈 뜬 시각이 6월 OO일 저녁때였으니
불과 몇 시간 전에 학교에서 일어났 일이었어,
이맘때쯤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말고사 시즌도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나는 무슨 강의에 어떤 학과 건물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날 마지막 시험을 치르는 강의실을 향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어.
그 때 맞은편에서 계단을 내려오던 한 남학생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나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히어로 마냥 멋지게(?) 받아 내고는
둘이 사이좋게 긴 계단을 떼굴떼굴 굴러서 그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지나가던 학생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땅에 부딪히면서 복도가 울릴 정도로 아주 큰 소리가 났다고.
다행히 내가 받아 낸 학생은 크게 다친 곳 없이 금새 툴툴 털고 일어났는데
나는 바보같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이 곳 병원까지 구급차로 실려 왔다는 이야기.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시는 데, 너 전치 8주란다. 좀만 운이 좋았다면 그대로 병실에서 한학기를 보낼수 있었는데 말이지. 하하"
이제는 시덥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친구의 말 따위 한 귀로 흘려 보내고
그제서야 눈길을 내 몸 이 곳 저 곳으로 옮겨가 보니
과연 내 오른 팔과 오른 다리는 지하철이든 버스든 앉고 싶은 자리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동방예의지국 한정 특등석 티켓의 상징인 깁스가 무식하게 감겨져 있었다.
잠시 친구 녀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병실 문이 열리며 유키코가 붉은 토끼 눈이 되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어.
내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유키코는 한 걸음에 다가와
"오빠. 괜찮아? 머리에서 쿠웅 하는 소리가 났다는데. 나 누군지 알겠어?"
그럼, 눈물범벅이지만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을까.
만약 기억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 오대양의 해마를 모두 적으로 돌려서라도 기억해 내야지.
이런 시덥잖은 조크를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내 머리도 어떻게 된 건 아닐까 불안해지더라고.
유키코는 친구K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내 핸드폰으로 유키코에게 연락을 주어 바로 달려왔다고 해.
어째서 예원이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아무래도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이고, 예원이는 현재 연수 때문에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으니까.
친구K도 딴에는 내 허락없이 내 여자친구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야.
(친구K는 내가 예원이를 처음 만난 학과 미팅을 주선했던 녀석들 중 하나로 예원이와도 친한 사이였다)
아무튼, 예원이에게 계속 얘기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나는 바로 예원이에게 문자로 조심스럽게 '나 쫌 다쳤는데, 별거 아니니까 걱정 마' 라는 식의
다친 머리 탓인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바보같은 문구를 생각했는지 알 수 없는 문자를 보냈고
아니나 다를까 바로 예원이로부터 불같이 전화가 걸려 와
모든 죄(?)를 자백하고 긴 시간의 설교 아닌 설교를 받고야 말았어.
하지만 결국 예원이도 당장 내 곁으로 올 수 없어 정말 미안하다고
주말에 반드시 외출을 받아 문병을 가겠다고 울면서 말했어.
그렇게 나는 4일 정도를 병원 입원실에 누워 있었어.
팔과 다리의 골절은 시간이 지나면 낫을 테니 큰 문제가 될 게 아니었지만
유키코의 표현에 따르면 '쿠웅' 하고 추락할 때 부딪힌 머리에 이상이 있는 지 없는지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했어.
유키코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실에서 먹고 자며 병 수발을 도맡아 했고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아 병실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잠깐 학교에 시험을 보러 다녀오기도)
예원이는 휴일에 정말 외출을 받아 문병을 와 유키코를 고생시킨다고 꿀밤을 여러 대 때리고 갔어.
그 밖에도 시험이 끝나 할일 없이 빈손으로 놀러 와 과일이며 과자만 잔뜩 먹고 간 각종 친구들이며
내가 살신성인으로 받아 낸 남학생과 그 부모님까지 오셔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심지어 놀랍게도 입원 마지막 날에는 아버지도 잠깐 얼굴을 내 비치셨는데
알고 보니 유키코가 내 핸드폰으로 아버지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
"오빠가 많이 다쳤는데 아버지가 오시면 힘이 날 거에요"(정말로 이렇게 얘기했다고)
라는 말을 듣고 찾아오신 거였어.
[출처] 펌) 일본인 여자애 홈스테이 시킨 썰 4편 (야설 | 은꼴사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ssul19&device=mobile&wr_id=16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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