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새벽에 만난 그녀와..2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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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07:51
강아지를 애타게 부르는 그녀를 보고 나도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한다면서 자전거에 달린 작은 백안에 육포간식을 들고와서 그것을 흔들어 대며 휘파람을 부니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강물에 뛰어 들듯 말듯 좌우로 헥헥거리며 왔다갔다하는 강아지... 이게 뭔 달밤에(실제로 달이 환한 늦여름인가 가을이였던듯..)체조하는 시츄에이션인가?...
양재천은 깊지 않지만 그 당시 물이 좀 더러웠고 이끼도 많았다. 그리고 늘 낮에도 달리다 보면 저 정도는 깊어봐야 허벅지까지 오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에... 그녀에게 호기롭게 다시 말을 건냈다.
나: "이거 안되겠네요. 제가 건너가서 델고 와야 되겠어요"
(물론 저 멀리 돌아가서 다리를 건너 강아지를 데려올수도 있었지만 자전거로 달려도 10분 정도는 가야 반대편에 다다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여인: "아이 안그러셔도 되요..제가 어떻게..."
나: "아니에요. 양재천 물이 그렇게 깊지는 않아서 괜찮아요'
여인: "그래도 너무 죄송한데.."
그말을 듣고 간식으로 줄 육포를 앞니에 물고 양재천으로 한발 한발 들어가는데 처음 모래자갈을 밟고 얕은 물로 들어가니 괜찮았는데 두 세 발걸음을 옮기니 뻘밭에 발을 딛는 기묘한 느낌이였다.(굉장히 더럽고 싫은 느낌)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베린 몸..ㅠㅠ 미끄덩 미끄덩 쑤욱쑤욱 밟는대로 나아가는데 깊어 보이지 않던 물이 허리까지 쑥 잠기고 그렇게 흐흡 흐흡 나아가보니 다행히 허리 위까지만 물이 찼다.(에잇 이럴줄 알았다면 자전거로 반대편까지 가는건데..) 그런데 발밑에서 미끄덩 거리는 이끼들이 문제였다.
미끈 미끈 나아가는데 중간에 바위가 하나있는 느낌이 있어 그걸 밟고 넘어가는 순간 미끄러져 물속에 풍덩... 흐흡... 이 똥물에.. ㅠㅠ. 다시 올라와서 푸학 푸악 거리면서 (이게 왠 쪽팔림...)
바깥으로 나아왔는데 아... 뒷쪽에서 "어머 어떻게 괜찮으세요." 하는데... 아 네네.. 괜찮아요 애써 태연히 말하면서 물밖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강아지를 보니 사람을 엄청 잘 따르는지 나에게 꼬리를 치며 안기려 했다. 근데 강아지도 홀딱 젖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여튼 입에 물었던 육포는 이미 사라졌고 강아지도 날 좋아하는 느낌이어서 강아지를 안고 다시 반대편으로 나아갔다. (아까 그 더럽고 깊고 쑤욱쑤욱 거리는 물속으로.. 진짜 싫었던 느낌)
지금 생각해도 두번 다시 양재천 그 이끼물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생각함... 아.. 지금은 정비사업을 잘해놔서 괜찮으려나???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와 강아지를 내려놓으니 강쥐는 여인에게 달려가 화들짝 안기는데... 그건 그렇고 달빛에 내 몰골을 보니 뭔가 얼룩 덜룩하다. 다시 자전거 라이트로 보니 새파랗고 하늘색 일색이던 멋진 자전거복이 얼룩덜룩 흙탕물 뻘밭 이끼, 마른 풀들이 잔뜩 묻어 있었고.. 자전거핼멧을 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꿀렁꿀렁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그녀: "너무 감사해요. 안그러셔도 되는데... "
나: 아.. 아니에요. 밤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세요~!!
그렇게 인사하고 꺼꾸정한 느낌으로 자전거로 돌아와 일으켜 세우는데.. 그녀도 흙탕물을 뒤집어 쓴 내 몰골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그 향기가 마음에 걸렸는지 어느새 내 뒷쪽에 와서 말을 걸고 있었다.
그녀: 저... 제가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해서...
나: 네..네넷?? (왜 또 뭐??)
그녀: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이 저 언덕 넘어 좀만 걸어가면 나오는데요. 거기서 잠깐 샤워라도 하고 가시면 어떨까 해서요..
나: 아.. 네...(이 오밤중에 왠 초대.. 그나저나? 결혼한 사람아닌가? 혼자사시나??) 근데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술김에 이렇게 뱉어버린 나... 아니요. 아.. 괜찮아요 라고 말해야 했지만 이 새벽에 곧 이혼할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똥 냄새를 집안 곳곳에 풍기며 이 새벽에 이건 왠 미친 짓이냐
자전거 살때부터 알아봤다. 먼 짓을 하고 이 새벽에 돌아온거냐? 동네가 떠들석하게 한바탕 싸움을 치를 생각도 하니 참 한심했다.
그녀: 아.. 정말 괜찮아요. 지금은 저 혼자 살아서요
나: 네 그러시면 샤워만 하고 갈께요. 저도 죄송하네요..
그녀: 아.. 아니에요. 정말 감사한 분인데요.
그리고 저 멀리 계단이 있는 곳까지 강아지와 셋이서 걸어가는데 왜 강아지가 건너편까지 가게 되었는지 이런저런 말들을 그녀가 먼저 수다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키우는 강아지와 늦은 밤 산책하고 집에가면 잠을 잘 잤는데 오늘은 나와서 산책중에 쇠사슬로 목을 감은 도사견을 데리고 나온 술취한 할배가 저 멀리 휘청이며 오길래 길도 외길이어서 어떻게 하나 괜찮겠지 싶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할때... 다가온 할배가 자기를 힐끔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뭐지 하는 찰라에 갑자기 큰 도사견이 앞발을 들고 서서 크게 짖으며 강아지에게 달려 들었다 한다.
그때 반사적으로 강아지를 안고 악악 소리를 질렀는데 할배가 도사견 힘을 이기지 못하여 들썩들썩거리며 곧 쇠사슬 줄을 놓칠거 같은 느낌이 들어 비명을 지르며 생각해 낸 것이 강아지를 들고 물 건너쪽으로 던지면 강아지는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강쥐를 힘껏 반대쪽 물에 던졌고 강아지는 헤엄쳐서 그쪽으로 가고 그 할배는 왜 갑자기 소릴 지르고 자기 개를 놀래키는 거냐면서 쌍욕을 하면서 지나가고 이후 벙쪄서 강아지만을 애타게 불러서 다시 헤엄쳐 오라고(그게 통하겠냐 마는..) 하는 중에 나를 만났다고 하는 것이였고...
혼자 마구 마구 떠드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키는 163-5 정도에...외모는 개그맨 이경실 닮은(살짝 더 이쁜 이경실이랄까 ㅎㅎ;;) 얼굴과 몸매는(볼륨감이...) 딱 이경실 느낌이였다.
나: 아네...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녀: 근데 그쪽 아니면 어떻게 얘를 데려왔을까 싶어요. 밤도 늦었고 사람도 없고 어둡고 컴컴해서 너무 무서웠거든요..
나: 네네..
그렇게 대답하면서 걷는데 신발에선 물기로 쩌걱 쩌걱 소리가 나고 똥물에 빠졌다 나온 느낌이서인지 몰라도 온몸이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했다. 여튼 대화를 계속하며 걷는데
나: 근데 결혼은 아직 안하신 건가요?
그녀: 아..저요.. 저 결혼 했어요
나: 에?... (그때부터 머리속이 복잡...뭐야 지금 남편이 집에 있단건가? 헉..)
그녀: 아.. 근데 지금은 혼자 살아요. 따로따로
나: 아 네;;
그러고 갑자기 또 침묵.... 이거 어떻게 더 대화를 어찌 끌고가야 하나 싶은 상황이 한 3분간 이어지더니 또 그녀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결혼한지 7-8년인가 되었고 남편은 중소기업 대표이며 뜨겁게 연애해서 결혼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가 검진을 해보니 자신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그때부터 신랑은 괜찮다 했지만 시댁쪽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했단다. 시댁 어른이 이혼이네 뭐네 하며 멀쩡한 아들 대도 끊기게 만들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소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후 남편의 움직임도 달라져 부부관계도 소홀해졌고 대화도 잘 안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기에 대체 또 무슨 문제일까 싶어... 알고봤더니 젊은 여비서와 그 당시부터 놀아났던지 금새 그 여비서에게 아기가 생겼으며 시댁 어른은 그 비서년을 마치 며느리처럼 대하고 남편은 짐을 빼서 비서년과 새아파트를 얻어 나갔고 이후 계속해서 그녀에게 이혼만 해주면 지금 사는 집은 물론이며 매달 생활비까지 얼마를 보태주겠다고 요구하고 있던 상황이라 했다.
마치 래퍼처럼 오랫동안 묵혔던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며 나에게 그동안의 사연을 쏟아붓는 상황에 그녀는 간혹 울다 지칠때처럼 울음섞인 호흡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무슨 말을 해야만 이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수가 점점 적아지는 것을 본 그녀는
그녀: 죄송해요. 첨 뵌 분에게 제가 엉뚱한 소릴 잔뜩 했네요..
나: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사실 저도 곧 이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흐흠
그녀: 어머 그러세요 왜요?
나: 아니에요. 그쪽 이야길 듣고 보니 저희 집은 그냥 사소한 성격차인거 같아요. 그래도 이혼을 하려고 준비중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그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전해주고 위로하며 계단에 도착했고 그녀가 강아지를 안고 앞서고 나는 자전거를 어깨에 얹어서 올라가는데 그녀의 히프.. 또 얇은 츄리닝에 자꾸만 돋아져 보이는 삼각팬티 자국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하기야 이혼하려고 마음먹고 각방 쓴지가 꽤 오래 되었고 아내를 향해 미칠듯 쏟아지는 분노와 상실감은 퇴근 후 자전거를 미친듯 타며 이겨내왔던 터라... 간만에 갑작스럽게 만난 여인과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순간에 이놈의 흑심이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아랫쪽에 힘이 들어가려는 느낌이 들어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전거 바지를 입어 안그래도 그 부분은 툭 튀어 나와있긴 했지만서도...
언덕을 다 올라오니 차 한대도 없는 2차선 도로가 나왔고 조용하고 컴컴한 그 길을 여유있게 무단횡단하여 골목길로 들어섰다. 간간히 불켜져 있는 집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모두가 잠든 동네..
대략 새벽 4시가 가까워가는 시간이였을듯 하다. 그렇게 골목을 휙휙 돌아 들어가는데 2층 양옥집 대문앞에 멈춰섰다.
대문 열쇠를 열어 안쪽으로 들어오니 작은 마당과 뜰.. 조그만 나무 수돗가가 보이고 다시 정면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보였다. 그녀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녀: 자전거는 저기 옆에다 세워두시면 되요. 근데 잠시만요..제가 안에서 뭐 치울게 있어서 한 3분 있다가 들어오세요..
하고는 그녀는 먼저 들어갔다. 이런 집은 예전 일산이나 고양시에서 봤던 그런 느낌인데.. 양재천 근처에도 이런 집이 있구나 하며 돌아보았다.
집안의 불은 켜지고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아하니 그녀가 화장실로 강아지를 들고 들어가며 이제 들어오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뻘쭘하기도 하고 여튼 안으로 들어가서 현관에 있는데.. 화장실에서 강아지 낑낑거리며 씻는 소리가 들렸고 이 몰골로 들어가기 미안스러운 대리석 바닥이 보이는데...
이 스멜로 여기 있다간 집안 공기도 더러워질거 같아 안되겠다 싶어 차라리 현관문 바깥에 서 있는게 나을거 같아 밖으로 나왔다.
해뜨기 전에 새벽이 제일 캄캄하다 하였던가? 뜰에 있던 조그만 조명이 없었다면 정말 깜깜한 느낌이었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듯 창문이 환해 지더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어디가셨지?
그러면서 현관이 활짝 열려졌다.
그녀: 아.. ... 왜 안들어 오시고..."
나:.. 저한테 나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요..
그녀: 아이.. 괜찮아요. 얼른 들어오셔서 씻으세요...
다시 들어와 불켜진 화장실로 들어왔다. 샤워부스가 있고 큰 욕조가 있고 좋은 향수냄새가 풍기는 화장실은 탈의와 목욕실이 나눠진 2중으로 된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
먼저 옷을 다 벗고 안쪽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욕조에 물이 콸콸 채워지고 있었다. 이게 이 밤에 왠 호사스러움이야... 헐
샤워부스에서 먼저 샤워를 하고 뜨뜻한 물이 채워진 욕조에 들어가니 똥물에 빠진 후 이곳으로 올때의 더러운 느낌과 냄새 등 여러 기억이 모두다 싹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이거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글을 다시 쓰니 다시금 그녀가 생각나네요... 일단 다른 일이 있어서 조만간 다시 이어 쓰겠습니다.
2편도 별다른 액션이 없어서 시큰둥하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양재천은 깊지 않지만 그 당시 물이 좀 더러웠고 이끼도 많았다. 그리고 늘 낮에도 달리다 보면 저 정도는 깊어봐야 허벅지까지 오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에... 그녀에게 호기롭게 다시 말을 건냈다.
나: "이거 안되겠네요. 제가 건너가서 델고 와야 되겠어요"
(물론 저 멀리 돌아가서 다리를 건너 강아지를 데려올수도 있었지만 자전거로 달려도 10분 정도는 가야 반대편에 다다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여인: "아이 안그러셔도 되요..제가 어떻게..."
나: "아니에요. 양재천 물이 그렇게 깊지는 않아서 괜찮아요'
여인: "그래도 너무 죄송한데.."
그말을 듣고 간식으로 줄 육포를 앞니에 물고 양재천으로 한발 한발 들어가는데 처음 모래자갈을 밟고 얕은 물로 들어가니 괜찮았는데 두 세 발걸음을 옮기니 뻘밭에 발을 딛는 기묘한 느낌이였다.(굉장히 더럽고 싫은 느낌)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베린 몸..ㅠㅠ 미끄덩 미끄덩 쑤욱쑤욱 밟는대로 나아가는데 깊어 보이지 않던 물이 허리까지 쑥 잠기고 그렇게 흐흡 흐흡 나아가보니 다행히 허리 위까지만 물이 찼다.(에잇 이럴줄 알았다면 자전거로 반대편까지 가는건데..) 그런데 발밑에서 미끄덩 거리는 이끼들이 문제였다.
미끈 미끈 나아가는데 중간에 바위가 하나있는 느낌이 있어 그걸 밟고 넘어가는 순간 미끄러져 물속에 풍덩... 흐흡... 이 똥물에.. ㅠㅠ. 다시 올라와서 푸학 푸악 거리면서 (이게 왠 쪽팔림...)
바깥으로 나아왔는데 아... 뒷쪽에서 "어머 어떻게 괜찮으세요." 하는데... 아 네네.. 괜찮아요 애써 태연히 말하면서 물밖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강아지를 보니 사람을 엄청 잘 따르는지 나에게 꼬리를 치며 안기려 했다. 근데 강아지도 홀딱 젖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여튼 입에 물었던 육포는 이미 사라졌고 강아지도 날 좋아하는 느낌이어서 강아지를 안고 다시 반대편으로 나아갔다. (아까 그 더럽고 깊고 쑤욱쑤욱 거리는 물속으로.. 진짜 싫었던 느낌)
지금 생각해도 두번 다시 양재천 그 이끼물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생각함... 아.. 지금은 정비사업을 잘해놔서 괜찮으려나???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와 강아지를 내려놓으니 강쥐는 여인에게 달려가 화들짝 안기는데... 그건 그렇고 달빛에 내 몰골을 보니 뭔가 얼룩 덜룩하다. 다시 자전거 라이트로 보니 새파랗고 하늘색 일색이던 멋진 자전거복이 얼룩덜룩 흙탕물 뻘밭 이끼, 마른 풀들이 잔뜩 묻어 있었고.. 자전거핼멧을 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꿀렁꿀렁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그녀: "너무 감사해요. 안그러셔도 되는데... "
나: 아.. 아니에요. 밤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세요~!!
그렇게 인사하고 꺼꾸정한 느낌으로 자전거로 돌아와 일으켜 세우는데.. 그녀도 흙탕물을 뒤집어 쓴 내 몰골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그 향기가 마음에 걸렸는지 어느새 내 뒷쪽에 와서 말을 걸고 있었다.
그녀: 저... 제가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해서...
나: 네..네넷?? (왜 또 뭐??)
그녀: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이 저 언덕 넘어 좀만 걸어가면 나오는데요. 거기서 잠깐 샤워라도 하고 가시면 어떨까 해서요..
나: 아.. 네...(이 오밤중에 왠 초대.. 그나저나? 결혼한 사람아닌가? 혼자사시나??) 근데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술김에 이렇게 뱉어버린 나... 아니요. 아.. 괜찮아요 라고 말해야 했지만 이 새벽에 곧 이혼할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똥 냄새를 집안 곳곳에 풍기며 이 새벽에 이건 왠 미친 짓이냐
자전거 살때부터 알아봤다. 먼 짓을 하고 이 새벽에 돌아온거냐? 동네가 떠들석하게 한바탕 싸움을 치를 생각도 하니 참 한심했다.
그녀: 아.. 정말 괜찮아요. 지금은 저 혼자 살아서요
나: 네 그러시면 샤워만 하고 갈께요. 저도 죄송하네요..
그녀: 아.. 아니에요. 정말 감사한 분인데요.
그리고 저 멀리 계단이 있는 곳까지 강아지와 셋이서 걸어가는데 왜 강아지가 건너편까지 가게 되었는지 이런저런 말들을 그녀가 먼저 수다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키우는 강아지와 늦은 밤 산책하고 집에가면 잠을 잘 잤는데 오늘은 나와서 산책중에 쇠사슬로 목을 감은 도사견을 데리고 나온 술취한 할배가 저 멀리 휘청이며 오길래 길도 외길이어서 어떻게 하나 괜찮겠지 싶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할때... 다가온 할배가 자기를 힐끔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뭐지 하는 찰라에 갑자기 큰 도사견이 앞발을 들고 서서 크게 짖으며 강아지에게 달려 들었다 한다.
그때 반사적으로 강아지를 안고 악악 소리를 질렀는데 할배가 도사견 힘을 이기지 못하여 들썩들썩거리며 곧 쇠사슬 줄을 놓칠거 같은 느낌이 들어 비명을 지르며 생각해 낸 것이 강아지를 들고 물 건너쪽으로 던지면 강아지는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강쥐를 힘껏 반대쪽 물에 던졌고 강아지는 헤엄쳐서 그쪽으로 가고 그 할배는 왜 갑자기 소릴 지르고 자기 개를 놀래키는 거냐면서 쌍욕을 하면서 지나가고 이후 벙쪄서 강아지만을 애타게 불러서 다시 헤엄쳐 오라고(그게 통하겠냐 마는..) 하는 중에 나를 만났다고 하는 것이였고...
혼자 마구 마구 떠드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키는 163-5 정도에...외모는 개그맨 이경실 닮은(살짝 더 이쁜 이경실이랄까 ㅎㅎ;;) 얼굴과 몸매는(볼륨감이...) 딱 이경실 느낌이였다.
나: 아네...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녀: 근데 그쪽 아니면 어떻게 얘를 데려왔을까 싶어요. 밤도 늦었고 사람도 없고 어둡고 컴컴해서 너무 무서웠거든요..
나: 네네..
그렇게 대답하면서 걷는데 신발에선 물기로 쩌걱 쩌걱 소리가 나고 똥물에 빠졌다 나온 느낌이서인지 몰라도 온몸이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했다. 여튼 대화를 계속하며 걷는데
나: 근데 결혼은 아직 안하신 건가요?
그녀: 아..저요.. 저 결혼 했어요
나: 에?... (그때부터 머리속이 복잡...뭐야 지금 남편이 집에 있단건가? 헉..)
그녀: 아.. 근데 지금은 혼자 살아요. 따로따로
나: 아 네;;
그러고 갑자기 또 침묵.... 이거 어떻게 더 대화를 어찌 끌고가야 하나 싶은 상황이 한 3분간 이어지더니 또 그녀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결혼한지 7-8년인가 되었고 남편은 중소기업 대표이며 뜨겁게 연애해서 결혼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가 검진을 해보니 자신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그때부터 신랑은 괜찮다 했지만 시댁쪽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했단다. 시댁 어른이 이혼이네 뭐네 하며 멀쩡한 아들 대도 끊기게 만들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소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후 남편의 움직임도 달라져 부부관계도 소홀해졌고 대화도 잘 안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기에 대체 또 무슨 문제일까 싶어... 알고봤더니 젊은 여비서와 그 당시부터 놀아났던지 금새 그 여비서에게 아기가 생겼으며 시댁 어른은 그 비서년을 마치 며느리처럼 대하고 남편은 짐을 빼서 비서년과 새아파트를 얻어 나갔고 이후 계속해서 그녀에게 이혼만 해주면 지금 사는 집은 물론이며 매달 생활비까지 얼마를 보태주겠다고 요구하고 있던 상황이라 했다.
마치 래퍼처럼 오랫동안 묵혔던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며 나에게 그동안의 사연을 쏟아붓는 상황에 그녀는 간혹 울다 지칠때처럼 울음섞인 호흡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무슨 말을 해야만 이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수가 점점 적아지는 것을 본 그녀는
그녀: 죄송해요. 첨 뵌 분에게 제가 엉뚱한 소릴 잔뜩 했네요..
나: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사실 저도 곧 이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흐흠
그녀: 어머 그러세요 왜요?
나: 아니에요. 그쪽 이야길 듣고 보니 저희 집은 그냥 사소한 성격차인거 같아요. 그래도 이혼을 하려고 준비중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그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전해주고 위로하며 계단에 도착했고 그녀가 강아지를 안고 앞서고 나는 자전거를 어깨에 얹어서 올라가는데 그녀의 히프.. 또 얇은 츄리닝에 자꾸만 돋아져 보이는 삼각팬티 자국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하기야 이혼하려고 마음먹고 각방 쓴지가 꽤 오래 되었고 아내를 향해 미칠듯 쏟아지는 분노와 상실감은 퇴근 후 자전거를 미친듯 타며 이겨내왔던 터라... 간만에 갑작스럽게 만난 여인과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순간에 이놈의 흑심이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아랫쪽에 힘이 들어가려는 느낌이 들어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전거 바지를 입어 안그래도 그 부분은 툭 튀어 나와있긴 했지만서도...
언덕을 다 올라오니 차 한대도 없는 2차선 도로가 나왔고 조용하고 컴컴한 그 길을 여유있게 무단횡단하여 골목길로 들어섰다. 간간히 불켜져 있는 집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모두가 잠든 동네..
대략 새벽 4시가 가까워가는 시간이였을듯 하다. 그렇게 골목을 휙휙 돌아 들어가는데 2층 양옥집 대문앞에 멈춰섰다.
대문 열쇠를 열어 안쪽으로 들어오니 작은 마당과 뜰.. 조그만 나무 수돗가가 보이고 다시 정면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보였다. 그녀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녀: 자전거는 저기 옆에다 세워두시면 되요. 근데 잠시만요..제가 안에서 뭐 치울게 있어서 한 3분 있다가 들어오세요..
하고는 그녀는 먼저 들어갔다. 이런 집은 예전 일산이나 고양시에서 봤던 그런 느낌인데.. 양재천 근처에도 이런 집이 있구나 하며 돌아보았다.
집안의 불은 켜지고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아하니 그녀가 화장실로 강아지를 들고 들어가며 이제 들어오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뻘쭘하기도 하고 여튼 안으로 들어가서 현관에 있는데.. 화장실에서 강아지 낑낑거리며 씻는 소리가 들렸고 이 몰골로 들어가기 미안스러운 대리석 바닥이 보이는데...
이 스멜로 여기 있다간 집안 공기도 더러워질거 같아 안되겠다 싶어 차라리 현관문 바깥에 서 있는게 나을거 같아 밖으로 나왔다.
해뜨기 전에 새벽이 제일 캄캄하다 하였던가? 뜰에 있던 조그만 조명이 없었다면 정말 깜깜한 느낌이었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듯 창문이 환해 지더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어디가셨지?
그러면서 현관이 활짝 열려졌다.
그녀: 아.. ... 왜 안들어 오시고..."
나:.. 저한테 나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요..
그녀: 아이.. 괜찮아요. 얼른 들어오셔서 씻으세요...
다시 들어와 불켜진 화장실로 들어왔다. 샤워부스가 있고 큰 욕조가 있고 좋은 향수냄새가 풍기는 화장실은 탈의와 목욕실이 나눠진 2중으로 된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
먼저 옷을 다 벗고 안쪽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욕조에 물이 콸콸 채워지고 있었다. 이게 이 밤에 왠 호사스러움이야... 헐
샤워부스에서 먼저 샤워를 하고 뜨뜻한 물이 채워진 욕조에 들어가니 똥물에 빠진 후 이곳으로 올때의 더러운 느낌과 냄새 등 여러 기억이 모두다 싹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이거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글을 다시 쓰니 다시금 그녀가 생각나네요... 일단 다른 일이 있어서 조만간 다시 이어 쓰겠습니다.
2편도 별다른 액션이 없어서 시큰둥하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출처] 양재천 새벽에 만난 그녀와..2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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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4.05.18 | 양재천 새벽에 만난 그녀와..6 (10) |
2 | 2023.02.04 | 양재천 새벽에 만난 그녀와.. 5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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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07.08
+1
걸레 |
07.08
+43
Gneis |
07.07
+27
Gneis |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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