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그녀 7

새벽 무렵 모텔에서 나왔다. 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차안에서 그녀는 창문만 바라볼 뿐 아무말이 없었다. 감정적으로는 오히려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그녀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금요일이어서 나는 아침에 바로 출근을 했다. 점심 때 즈음 몸은 어떠냐는 카톡을 보냈는데,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퇴근 무렵이 되어서도 읽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잠이 들 무렵 다시 한 번 카톡을 보니 "1"이 지워져 있었다. 문자는 확인을 한 것 같았다.
밤이 깊어질 무렵, 습관처럼 화면을 다시 켰다.
“1”이 사라져 있었다. 읽었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더 깊은 허무가 찾아왔다. 확인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끝’이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다음 날은 주말이어서 더 이상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하루 종일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다.휴대폰을 손에 쥐고 몇 번이나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도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감정이 식었다기보다, 뭔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표정이 떠올랐다.
감정이 없는 듯 담담했지만, 그 속엔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도 후회, 혹은 단념. 나는 그 둘을 구분할 자신이 없었다.
"카톡"
월요일 오전 그녀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죄송해요.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엔 너무 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다. 마음이 멈췄다.
단어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느껴졌다.
그게 더 아팠다. 나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았다.
그날 밤, 혼자 맥주를 마시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차에서 내린 후 고개를 푹 숙이고 집을 향해가던 그녀의 뒷모습은 놀랍도록 차분했다.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돌아서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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