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그녀 10

함께 라운딩을 하면서 나는 순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늘 정중하고 완벽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녀였지만, 동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이 드러났다.
회원권 없이 부킹이 어려운 고급 골프장이었고,
모든 비용은 내가 법인카드로 처리했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제법 ‘좋은 고객’으로 통했다.
그녀의 동료 중엔 늘 함께 다니는 두 사람이 있었다.
50대 초반의 미영, 40대 후반의 소연.
미영은 돌싱으로 혼자 살고 있었고, 소연은 유쾌한 유부녀였다. 둘 다 자유롭고, 솔직한 성격이었다.
그들은 나와 순영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금세 알아챘다.
“사장님, 오늘도 박 차장님 때문에 오신 거죠?
미영이 장난스럽게 웃었고, 소연이 곧바로 맞장구쳤다.
“맞아요. 다 보여요. 이해해요. 호호호”
순영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두 분 진짜 너무하시네요."
그 웃음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눌러왔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그녀의 개인사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남편이 다니던 건설회사가 코로나로 부도 나면서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금은 따로 하는 일이 있는 듯했지만,
자세히 물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사실상 가정의 중심이었다.
생활비와 주택담보,
그리고 지방에서 의대를 다니는 딸의 학비와 용돈까지 모두 그녀가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딸 졸업할 때까지는 소녀 가장처럼 열심히 일해야 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 속엔 어딘가 피로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담담했지만,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는 누군가로 느껴졌다.
그녀가 자신의 세계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만큼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스쳐 지나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욕망으로 덥치려 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그녀 앞에서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평범한 날을 보내던 어느 금요일 오후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사장님, 오늘 저녁 혹시 시간되세요?"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