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토성향의 시작, 프롤로그
철진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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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누구나 있는 첫사랑이 나에게도 왔었다. 열아홉 수능 보고 한달 정도지나 곧 오는 새해에는 성인이고 대학생이라며 뭘하든 즐거운 그 때쯤 이었던 것 같다. 우리 동네 근처에 제법 근사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지점이 친절함으로 소문이나서 알바생들도 그런 외향적인 성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나도 그들중 하나였다.
나의 학창 시절은 특별할 게 없었다 . 없는 형편에 비교적 엘리트의 삶을 살길 바라는 집안 분위기때문에 그때의 난 다소 책상머리만 있는 정도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다만 어느순간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느낀건 비교적 건장한 체격과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서 목욕탕 목격담의 주인공으로 회자될만큼 나름 크고 단단한 자지가 내 살갗에 붙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엄격한 부모님 덕에 서울에 있는 이름있는 4년제 대학에 합격 발표가 나서는 꽤 순조로운 출발이구나 하며 속으론 꽤 우쭐댔던것 같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그냥 키만 멀대같이 자라버린 새내기가 되기 전 풋풋함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였다.
알바들 사이에서 난 키가 큰걸로 꽤 인기가 있었다. 아름아름 술자리 초대도 받고, 누나들에겐 나중에 장가오라고 농담섞인 귀여움을 자주 받았던 것 같다. 다들 외향적이라 그런지 외적인 이미지를 관리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당시에 유행하던 옷, 헤어스타일 물론 인맥관리도 꽤 열심히 하는 소위 말하는 인싸느낌이 가득한 무리들이었다. 어느날 그 무리에서 하하호호하다 나랑 동갑인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적당한 활발함과 툭하면 터지는 웃음이 유독 기억에 남는 유쾌한 친구였다. 긴 생머리와 당시 계절과 어울리는 새하얀 피부를 가졌고, 160 언저리의 아담한 체구였지만 추운 겨울임에도 유독 치마와 검은 스타킹을 자주 신었다. 그때 내가 여자경험이 없었어서, 스웨터를 봉긋하게 채우는 그 가슴라인을 처음엔 몰랐다. 이 친구도 알바생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었고 그 소문을 알게되고 조금씩 관심을 가져 지켜봤던 것 같다. 다만 같이 일하던 한살 형이 그 친구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함께 있어서 상도였는지, 의리였는지 크게 주목하진 않았었다.
그렇게 1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향해 달려가던 중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뭐해? 같은 의미없지만 꽤 용기를 냈을 법한 간단한 내용의 문자였다. 눈치 챘겠지만 역시 그 여자애였고, 의미없이 낄낄거릴만한 얘기만 나누다 문득 같이 일하는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지 일단 문자대화를 빨리 종료했다. 두어차례 그러다 소소히 오늘 끝나고 뭐하냐 너무 춥다 같은 시덥잖은 문자를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되었는데 나도 모르는 묘한 감정이 났다. 그냥 얘기하는게 즐거운건지, 이 친구랑 얘기하는게 즐거운건지 싶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같이 일하는 형에게 계속 죄스런 마음이 있었다. 그 무렵 자연스레 무리에 섞이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 자리에 가면 그 형 때문인지 대화중에 여자애 이름이 입에 꽤 자주 오르락 내리락 했었고 내심 미안한 마음과 간혹 해대는 음담패설이 슬슬 내 심기를 건드릴 쯤이었다.
누가 얘기를 꺼냈는지도 모르게 우린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를 했다. 아마 내가 보자고 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때 뭐하냐며. 생애 첫데이트라 어딜 갈 줄도 모르고, 일단 영화를 보자 달려간 영화관엔 색즉시공2가 상영중이었다. 몇 일 차이로 성인이 되지 못한 우리는 볼 수가 없더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염없이 번화가를 걷다가 추위를 피해 들어간 코인 노래방에서의 간주타임에 서로를 바라보며 첫키스를 했다. 달콤한 맛이 났었고 내 침냄새가 지독하지 않을지 고민하면서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끌미끌한 입술은 최고였다. 입술을 뗀 뒤 바라본 몽롱한 여자애의 눈빛에 이끌려 나는 말했다.
“우리 사귀자“고.
그렇게 내 첫사랑은 연애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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