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토성향의 시작, 첫 여자친구(1)
철진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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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19:46
앞서 설명했듯이 첫사랑이었던 내 여자친구는 그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하얀 피부에 검정 잉크가 퍼지듯 쭉 뻗은 긴생머리가 너무 예뻤다. 남중 남고를 졸업했던 내가 자주 접하지 못했던 여성의 체형이 주는 곡선의 아름다움과 살갗의 보드라움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 아랫도리를 못살게 굴었다. 유독 자주 입는 짧은 치마와 검은색 스타킹의 실루엣은 지금 생각해도 수준급이었다. 사람 다리가 이렇게 가늘수가 있나 라는 순수하게 느끼는 물음표와 동시에 스타킹 망 사이로 은은히 삐져나오는 하얀 피부들이 날 미치게했다. 내가 손닿을 거리에 그녀는 있었고, 나는 언제든지 여자라는 존재가 주는 미묘한 긴장을 즐길 수 있었다. 내 것이 되었다는 치기어린 소유욕도 몇일 밤낮동안 나를 들뜨고 우쭐하게 했다.
내 여자친구는 진도가 참 빨랐다. 처음 손을 맞잡을 때 느껴지는 체온과 감촉, 처음 서로를 안아보았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 끈적한 타액이 섞여 미끈한 촉감을 나누는 혀과 입술의 짜릿함. 이 모든게 사귄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의 쾌감신경을 정신없이 강타했다. 처음 서로 마주보고 안았을 땐 가슴이 닿으면 싫어하지 않을까 같은 병신도 안 할 생각도 했지만 내 가슴으로 온전히 여자친구의 가슴을 받았을 때 끌어안는 대로 뭉개지고 튕겨오는 감촉에 사타구니쪽에 우주의 기운이 몰려 들었다. 실제로 어지러웠다. 여자의 벗은 몸을 봤을 때 코피가 터지는 만화적 표현이 현실에서 일어 날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첫 연애인지라 모든게 낯설면서 설레기만 했다. 경험이 없으니 이 여자애가 능숙한지 판단할 경험적 데이터 조차 없었고 당시엔 “아 존나 좋군“ 정도로 생각했다. 이따금씩 키스할때 훅 들어와 내 혀를 360도로 유린할 때면 모쏠아다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왜 이렇게 잘해..키스..“하며 찌질거리기 일쑤였다. 우린 그렇게 성인의 연애로 나아가고 있었다.
회사에는 우리가 연애하는 걸 비밀로 부치기로 했었다. 괜히 얘기 나와서 좋을게 없다는 생각과, 같이 일하는 형의 눈초리가 꽤 신경이 쓰였던 탓도 있다. 서빙을 하다가도 서로만 아는 눈빛과 몸짓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사내연애는 복사기도 다 안다고 했던가. 우리가 비밀로 부쳐도 쉴새 없이 풍기는 핑크빛 기류에 수일이 지나자 쟤네 둘이 좀 이상한데? 정도의 소문이 돌았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우린 서로 발뺌하느라 정신없는 일과들을 보냈다. 다만 어린 나이의 내가 그렇게 포커페이스 였을까? 싶어서 당시에 구차하게 하던 변명들은 떠올릴때마다 이불을 차고 싶은 심정이다. 퇴근할 때도 시간차를 두고 나오고, 비교적 멀리있는 카페에서 밀회를 했다. 카페안의 사람들을 일일히 체크하고 나서야 우린 사랑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신경쓰는게 귀찮았지만, 그녀와 떠들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그렇게 새해를 맞고 막 20살이 된 1월에 그녀는 술집에 당당히 들어가는게 꿈이라고 얘기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교복을 입고 당당히 신분증을 내밀며 술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긴장된 발걸음을 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아무도 신경을 안써서 서로 예상과는 다르다며 한참을 낄낄거렸던 것 같다.그렇게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소주를 홀짝이며 우리는 밤과 함께 깊어져 갔다.
다들 생애 첫 음주를 시작할 무렵을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나는 술자리 경험이 모자라 자기 주량도 정확히 모르면서 일단 들이붓고 보는 ‘잘 마시는 척‘하는 철부지였다. 유독 ‘있어 보이려는‘ 허세가 가득해서 한 잔 기울이고는 “너 취했지?“ ,“오늘은 안취하네“ 같은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는 말 들을 내뱉곤 했다. 어렸던 나는 여자친구랑 처음 술자리하던 그날도 그랬다. 당연히 주량을 알턱이 없는 이 멍청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체감상 한시간정도였던 것 같다) 술을 쭉 빨아먹은 축축한 스펀지가 되어 있었고, 마주하고 있던 여자친구도 어느덧 내 옆에 기대어 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 겪는 감당할 수 없는 취기에 정신줄이 모스부호마냥 붙었다 끊어지길 반복하는 와중에 문득 뭔가가 코를 푹 찔렀다. 향수 였는지 모르겠다. 기대어 있는 여자친구의 볼쪽에서 나는 향기에 홀린듯이 여자친구를 코와 입으로 더듬었다. 곧 귀와 목사이의 어딘가가 나를 매료시킨 무언가의 근원지임을 파악한 나는 본능적으로 여자친구 목에 코를 박고 킁킁대며 키스해댔다. 향기가 희미해져갈때마다 놓치기 싫었는지 핥고 입으로 물고 쪽쪽 빨아댔다. 그 찰나에
“하아...“하는 여자친구의 외마디 신음이 들렸다.
순간 술기운에 점이 되어 흩어져 흐려져있던 내 정신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선이 되고 또렸해졌다. 다시 혀로 부드럽게 핥으며 입술로 목 뒷덜미를 야금 물었다. “읏..“하는 소리와 여자친구는 몸을 베베 꼬아댔다. 처음엔 놀라웠다. 내 몸짓으로 건들이면 그에 맞춰 악기가 된 듯 여자친구는 야릇한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대단한 법칙을 파악한거 마냥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이후에 는 주체할수 없는 흥분감이 몰려왔다. 첫경험이라는 지금껏 잠겨 있던 커다란 대문앞에서 똑똑하며 노크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잠긴 문을 오늘 내가 열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더 힘껏 목을 빨아댔다. 그리고 이어지던 여자친구의 말에 우린 자연스럽게 모텔로 향했다.
“여기서는 안돼..“ 라고 했던 것 같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3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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