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야기4 - 연민과 성벽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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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12:56
기차는 멀어졌으나 내 안의 시간은
그 남루한 멀티방의 구석에 비겁하게
멈춰 서 있었다.
절정의 문턱에서 울려 퍼진 이용 시간 종료 알림음. 그 소음은 우연히 마주한 찰나의 환상처럼
피어오르던 나의 욕망과 잠깐이나마 정복한 그녀의 속살의 감촉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끝내 정복을 완결 짓지 못한 채 터질 듯한
하반신과 굴욕적인 허기만을 이끌고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
그녀가 멀리 가있는동안도 우리는 평소처럼 매일 통화를 했다. 혜경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날의 일들은
단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의 끝자락마다 차마 뱉지 못한 말들이 웅어리진 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방안에 홀로 누워,
그날 내 안쪽을 꽉 채우던 그녀의 뜨겁고 좁았던 감각을 생각해냈다.
좁은 공간에서 섞이던 서로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아쉽게 멈춰야 했던 그 질척한 마찰음들.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에 탐닉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손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지독한 결핍이었다.
제대로 그녀 안에 날 채워 넣고만 싶었다.
나는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차에 올라탄 혜경은 평소와 다름없이 단정했지만,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을 침범했다는 반쪽자리 정복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나 : "잘 지냈어? 볼일은 잘 봤고?"
내 목소리는 다정했으나 그녀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주길 바라며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혜경은 웃으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며
대답하지만, 묘한 감정이 우리 사이에 가득 차 있는 듯했다.
혜경의 집근처에 다와가자 그녀에게 말했다.
나 : "혜경아,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내 원룸에 들렀다 가자.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할 얘기도 좀 있어서."
혜경 : "나... 오늘은 피곤해. 그냥 집에 내려줘."
그녀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안에서 들끓는 이 지독하게도 순수한 욕망을.
나의 육체와 정신은 여전히 그 멀티방의 음습한 공기 속에 유폐된 채,
내 몸뚱이 아래 파묻혀 신음하던 그녀의 감각만을 맹목적으로 쫓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매듭짓지 못한 몇달에 걸친 갈망을 반드시 완결 짓고 싶었다.
나의 의중을 읽어낸 듯,
혜경은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선 차 안에서
지독한 침묵을 고수했다.
그 정적은 거절이라기보다, 차라리 내가 그녀를 이대로 정중히 배웅하며 서사를 마무리해주길 바라는 무언의 압박 같았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거대한 저택에 손님으로 찾아왔던, 처량하고 작고 어린 그 청년의 무해한 모습으로 내가 남기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그녀는 과연 나의 입술을 통해 어떤 문장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찰나인지 긴 시간인지 모를 무거운 침묵을 깨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혜경 : "오늘 고마웠어."
그 짧은 인사를 끝으로 그녀는 미련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는 뒤를 돌아볼 것 같은 기색조차 없었다.
그 단호한 걸음걸이를 지켜보며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대로 그녀를 보낸다면
그날의 격정은 그저 흔한 해프닝으로, 혹은 불쾌한 기억의 파편으로 박제되어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홀린 듯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았다.
경비실 안 경비원의 무심한 시선이 살갗에 닿았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남자의 자존심 따위는 길바닥에 팽개친 채 비굴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매달렸다.
나 : "혜경아, 나 진짜 자기랑 그 느낌을 잊을수가 없어 딱 한번만. 진짜 딱 한번만."
나의 애원은 마치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처절하고도 징그러웠다.
나는 그녀의 옷자락이라도 붙들 기세로 몸을 낮추며 빌고 또 사정했다.
나의 이 노골적인 추태에 혜경의 어깨가 눈에 띄게 떨려왔다. 그녀는 당혹감이 뒤섞인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혜경 : "안 돼... 그건 아니야. 우리 그냥 좋은 친구잖아. 제발 이러지 마, 재호야."
그녀의 거부는 서늘할 만큼 단호했다.
그러나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위를 살피며 곤혹스러워하는 그녀의 곁을 찰거머리처럼 맴돌며 지독한 애원을 이어갔다.
지나가는 이웃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운 듯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거듭대던 애원에 나를 응시하는 그 단호했던
눈빛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성의 성벽이 허물어지는 찰나였다.
예전 그녀의 아파트 입구에서 그녀에게 와인을 건네주며 보여주었던 그 미안함의 눈빛,
거절하기 힘든 아이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번지던 그 연민과 동정의 색채가 다시금 그녀의 눈동자를 잠식해 들어갔다.
나라는 인간이 뿜어내는 연민의 굴레 속에서, 그녀는 결국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혜경 : "알았어... 대신 정말 잠깐만이야. 들어가서 얘기만 하는 거야, 알았지?"
대화 끝에 짧은 숨을 섞으며 못을 박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엄격했으나, 눈빛만은 좀전의 단호함이 사라져있었다.
장난감을 사준다는 엄마의 약조를 받아낸 아이처럼, 나는 조금 전까지의 처량한 곡곡을 지우고 이내 해맑게 부서지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비굴하고도 투명한 안도감 앞에서 그녀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따라왔다.
차문을 여는 나의 가슴 속에서는 터질 듯한 웃음이 파도처럼 소용돌이쳤으나,
나는 그것을 죽은 듯 침묵 속에 갈무리하며 그녀를 다시 조수석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그것이 연민의 대가이자 단순한 대화의 시간이라고 믿었겠지만,
아닐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정말 얘기만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원룸 계단을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혜경의 뜨거운 몸과 그 짜릿하고 뜨거웠던 속살의 감촉, 그리고 흥건했던 애액의 기억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미 터질 듯이 발기한 자지가 바지 천에 쓸려 아려왔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혜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좁고 초라한 내 방의 풍경에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늘 좋은 집에서만 살아온 그녀에게,
이 낡은 원룸은 아마 그녀의 화려한 드레스룸에 딸린 피팅룸보다도 작게 느껴졌으리라.
혜경 : "청소 좀 하고 살지, 이게 뭐야."
그녀는 코끝을 찡긋하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 너머로, 나라는 남자의 비루한 일상을 목격한 자의 연민과 동정이 겹쳐 보이지 않았을까.
그 묘한 감정이 그녀의 경계심을 허물고 있는것만 같다. 나는 능청스레 바빠서 못했다며 조용히 원룸의 문을 닫았다.
'삐빅'
도어락의 기계적인 소음이 정적을 깼다.
그 짧은 소리를 시작으로 세상에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듯한 깊은 정적이 흐른다.
이제 이 문밖의 도덕도, 시선도, 나이도,
우리에겐 닿지 않는다.
오직 작은 세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좁은 방안의 공기는 금세 어색한 무게를 띠며 가라앉았다. 밀폐된 공간이 주는 노골적인 압박감 탓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흥분 탓인지 심장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방안을 감도는 서늘한 기운을 핑계 삼아, 나는 바닥 매트 위에 앉은 그녀의 어깨 위로 두툼한 이불을 끌어올려 함께 덮었다.
이불이라는 얇은 막 안에서 그녀와 나의 살결이
스치듯 맞닿았다.
혜경은 거부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턱을 괴고
그저 여러 갈래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여전한 연민과,
돌이킬 수 없는 곳에 발을 디뎠다는 자각,
그리고 어쩌면 은밀한 기대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 심연 같은 눈빛을 마주하며,
천천히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혜경은 밀어내는 대신 말없이 두 눈을 감으며 나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내게 무언의 허락이자,다가올 그녀의
완전한 소유와도 같았다.
서로의 숨결이 엉겨 붙는 찰나,
목을 죄어오는 듯한 지독한 흥분이 혈관을 타고 치솟아 올랐다.
이 좁고 남루한 이불 아래서, 내가 동경하며
우러러보던 그녀의 고결함이 내 손끝에 의해 어떻게 허물어질지 생각하자 온몸의 감각이 팽팽하게 곤두섰다.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며 가느다란 몸을 부서질 듯 끌어안았다.
나의 손은 그녀의 옷자락 밑을 파고들어, 손길이 닿는 모든 살결을 집요하게 더듬고 확인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상의를 밀어 올렸으나, 혜경은 그 어떤 저항도 없이 그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나 역시 허물어지듯 상의를 벗어 던지고 그녀의 맨살에 가슴을 맞대었다.
그녀의 여린 어깨와 내 가슴이 빈틈없이 밀착되자, 살결을 통해 전해지는 그 보드라운 촉감과 뜨거운 체온이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다가왔다.
내 품에 갇힌 혜경의 작은 몸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옷가지라는 마지막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직접 전달되는 그 기괴하고도 친밀한 순간.
이윽고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앙증맞은 브래지어를 풀어내자,
지금껏 동경해왔던 그녀의 뽀얀 속살과 탐스러운 가슴, 그리고 젖꼭지가 마침내 그 자태를 드러냈다.
나는 마치 며칠을 굶주린 아이처럼,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선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그 부드러운 살덩이와 꼿꼿하게 일어선 젖꼭지를 빨아먹듯 혀끝으로 정성스럽게 음미했다.
혜경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쾌락을 견디느라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탄식 섞인 신음을 흘려보냈다.
혜경 : "아, 아아... 하아, 재호야... 아, 응...!"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짧게 끊기며 공기 중에 흩어졌다.
혜경 : "아, 아아앙... ... 흣, 너무... 흐으응... 아...!"
그 구체적이고도 노골적인 쾌락의 소리들은 좁은 원룸의 벽을 타고 번져나갔다.
나는 그녀의 신음을 시작으로 더 깊게 파고들며,
이 정결한 여자가 내 혀끝 하나에 무너져 내리는 자태를 온몸으로 만끽했다.
나는 그녀를 매트 위로 천천히 눕히고는,
거추장스러운 바지와 팬티를 단숨에 걷어냈다.
망설임 없는 나의 손길 아래서 그녀의 다리와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계곡이 온전히 노출되었다.
나 역시 남겨진 마지막 허울을 벗어 던지고, 그녀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양옆으로 조심스럽게 벌렸다. 달빛을 받아 발갛게 상기된 채 겹쳐진 그녀의 은밀한 꽃잎이 수줍게 그 속살을 드러냈다.
나는 그곳에 얼굴을 묻고 혀끝으로 정성스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혜경은 허리를 활처럼 꺾으며 내 머리를 밀어내려 애썼다.
혜경 : "아, 아앗... , 안 돼... 너무 부끄러워... 으응... 불, 불 좀 꺼줘... 제발."
그녀의 간곡한 부탁에 나는 잠시 몸을 일으켰다.
벽면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자,
방안을 가득 채웠던 불빛이 단숨에 사라지고
암흑이 내려앉은 방 안에는 오직 창밖에서 스며든
창백한 달빛만이 그녀의 몸 위를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불이 꺼진 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거대하고 견고해 보였던
'혜경'이라는 여자는 온데간데없었다.
내 눈앞에 누워 있는 것은 그저 벌거벗겨진 채,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며 나의 남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예쁜 나체의 여자일 뿐이었다.
그 무력하고도 아름다운 실체를 마주하자,
내 안에서는 그녀를 온전히 짓밟아 소유하고 싶다는 뒤틀림이 치솟았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니 눈을 감은채 속눈썹을 떨며
곧 다가올 나의 침입에 대한 기대였을까, 아니면 완전한 여자로서 나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지막 심호흡이었을까.
그녀는 거절하기 힘든 아이의 투정 섞인 청을 들어주듯 나를 받아들였지만,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 고여 있던 해맑은 연민은 온데간데없다. 그 자리에는 오직 날것의 흥분에 젖어 번들거리는, 한 마리 여자의 열기만이 가득할 뿐이다.
"……넣을게..."
나는 그녀의 귓가에 눅눅한 숨을 불어넣으며, 마침내 그녀의 가장 깊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단단하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뜨겁고 습한 긴장이 내 몸을 감싸 안는 감각.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결합이 아니었다. 그녀가 평생 쌓아온 고결함의 탑이 내가 간절히 원한욕망 아래로 무너져 내리는 파열음이었다.
"아, 하아……! 아앗! … … 하아, 뭐야……?"
그녀의 입술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짧게 끊어지는 그녀의 호흡에는 당혹감과 쾌락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나를 내려다보던 그 우아한 눈매는 이제 초점을 잃고 고개를 젖히고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작은 얼굴 위로 붉은 조명이 번지듯 홍조가 피어올랐고, 땀방울이 맺힌 그녀의 뽀얀 콧날이 가쁘게 들썩였다.
당황스러울정도로 나의 삽입에 울다시피 신음하고
울부짖는 모습에 희열감이 느껴졌다.
"으으응…… 아, 아아…… 제발, 하아, 살살…… 응? 나, 하아, 죽을 것 같아……."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더 이상 높은 성벽에 사모님이 아니었다. 내 움직임 하나에 몸을 떨며 반응하는, 지극히 연약하고도 음란한 한 여자일 뿐이었다. 내가 허리를 깊게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의 작은 몸은 내 아래에서 속절없이 흔들렸고, 그때마다 그녀가 내뱉는 신음은 점점 더 습기를 머금고 짙어졌다.
"흐으, 아…… 재호야…… 이상해…… 무서워……."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허벅지는 내 허리를 더 단단히 감싸 안았다. 본능은 이성을 배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젖은 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며, 가장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마주 미소를 보냈지만, 그녀가 본 내 미소는 사랑의 섹스 교감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원하고 원하던 그녀의 모든 것을 비로소 얻어냈다는 충족감이었다.
그녀의 작은 손이 내 가슴팍을 약하게 때렸다, 그 손길엔 힘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혜경 : "하아…… …. 아, 응…… 아까는, 하아…… 얘기만…… 하겠다며…… 응? 이게, 하아……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혜경은 정말로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거대하고 차가운 저택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의 외로움을 가만히 들어주는 ‘경청자’였으니까. 손끝 하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 내 절제된 태도가 그녀에게는 고결한 신뢰의 증표였겠지만,
사실 그것은 적당한 때를 위해 매일 같이 그녀를 생각하며
자위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그녀는 이미 몸을 잠식한 흥분에 녹아내려 질척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신음을 삼키려다, 내가 허리를 깊게 쳐올리자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섞어 내뱉었다.
"아, 하아…… 아아! 흐으…… 흑, 재호야…… 하아, 대답해봐……. 너, 하아…… 지금…… 기분 좋아……? 응?"
울다시피 하는 신음을 쏟아내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 아기자기하고 작은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내 쾌락을 확인하려 든다.
그 질문은 내 안의 가장 비릿한 전능감을 일깨웠다. 나는 그녀의 젖은 뺨을 거칠게 문지르며, 내 허리의 박동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몰아넣었다.
"혜경아…… 나 지금, 하아…… 내가 20대랑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려. 니 보지 졸라 맛있어"
나의 찬사에 혜경은 수치심 섞인 비명을 내질렀지만, 내 허리를 감싸 안은 그녀의 다리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이고, 승리자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지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 이제 넌, 진짜 내 여자가 된 거야."
"하아, 으응! 아……! 진짜…… 하아, 정말 그렇게…… 맛있어……? 흑, 아아……!"
혀경은 자신의 무너짐이 나에게 최고의 성찬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노골적인 표현에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내 자지 끝에 매달려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사정감이 목전까지 차올랐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자궁 입구를 부수듯 거칠게 몰아붙였다.
"아…… 하아! 안에쌀게……!"
내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쏟아지는 순간, 혜경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강한 경련을 일으켰다.
"아아아악-! 아, 아……! 으으으으응……!"
그녀의 질 내벽은 내 물건을 잡아먹을 듯이 조여댔고,
온몸의 근육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사정 후의 묵직한 여운 속에서도 그녀의 경련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눈을 감았다.
내 가슴팍에 닿은 그녀의 작은 심장 박동,
그리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그녀의 가느다란 떨림들.
나는 그녀의 경련이 잦아들 때까지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이 내 혈관을 타고 흘렀다.
내 사정은 그녀의 육체로 향한 구애가 아니라, 그녀를 본뒤
수없이 갈구해 온 정복의 제물이었다.
살갗이 섞이는 황홀함보다도 고결했던 그녀의 몸과 영혼이
내게 종속된 느낌이 전율 속에 몰아넣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전신거울 속엔
그녀의 나체 위로 올라탄 나의 비루한 육신이
포개져 있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아, 나는 그녀를 탐한 것이 뿐만 아니라,
갖고 싶던것을 기어코 가져낸
남자일뿐이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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