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고양이 2
김끝분
14
909
3
5시간전
20년전쯤에 페코 작가게시판에서 활동할때 처음 썼던
이야기입니다.
그때보단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 감정을 생생히 살리기 힘들지만 매번 제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화들은 그 당시 기억속 파편에 남은 장면들을
떠올리고 느낌을 찾아 적어봤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채팅을 하면서 여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가 아마 2010년도쯤이었을 거다. PC채팅에서 휴대폰 어플로 서서히 넘어가는 시기였고, 대전보다는 구미가 확실히 여자 수가 적었다. 그래도 뭐, 꾸역꾸역 찾아서 만나보긴 했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제대로 된 만남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엔 ‘대화가 필요해서’라고 스스로를 속여봤지만, 결국엔 그냥 묵은 걸 빼고 싶은거였다. 사진이랑 실제가 다른 건 이제 놀랍지도 않았고, 대화가 이어지다 말다 하면서 결국엔 모텔로 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게 싫은 건 아니었는데, 뭔가 계속 공허했다.
여느때처럼 일을 끝내고 숙소에서 버디버디를 켰다.
그러던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피시방 지금 오실분 (0/1)’
경험상 이런 글은 피방에서 게임하다가 돈이 떨어져서 대신 내줄 남자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치는 상모동 쪽이었던 것 같다. 나는 택시를 타고 그 피방으로 갔다. 저녁이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피방 안은 사람들로 꽤 붐볐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여자 혼자 앉아 있는 자리를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봤지만 여자 혼자 있는 좌석이 안보인다.
‘아 씨발, 낚시네.’
여자인 척하고 남자가 낚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대화하다 보면 이모티콘을 과하게 쓰거나
말투가 적극적? 이거나 만남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낚시가 많은편인데,
'또 당했네..'
뭐.. 어쩔수는 없다.
또 이렇게 한수 배우는거니까
피시방을 나가려 입구로 걸어가던중,
계산대 옆 화장실 문이 열리며 여자애가 나왔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직감이 들었다.
'얘다.'

키는 150cm 정도 됐고, 서클렌즈를 끼고 있어서 눈이 좀 커 보였다. 갈색 긴 머리에 살짝 펌을 한 것 같은데 부시시했다.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한데 눈이 살짝 올라가 있어서 고양이 같은 인상이었다.
“혹시..?”
“너야?”
목소리가 생각보다 앳됐다.
비강으로 울리는 장난끼섞인 목소리
순간 반말을 하는 바람에 내가 오히려 당황했다.
“어, 난데.”
여자애는 뭔가를 바라는 눈치로 계산대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알바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얼마예요?”
“15000원요.”
나는 돈을 내고 계산을 끝냈다. 피시방 밖으로 나가자
여자애가 내 뒤를 따라 나왔다.
“오래도 했네. 밥은 먹었냐?”
여자애는 대답 없이 고개만 도리도리 흔들었다.
'귀엽다..'
“밥 먹을래?”
끄덕끄덕.
여자애와 걸으며 식당을 찾아봤는데 밤이라 문 연 데가 거의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집으로 갈래? 식당이 없네.”
여자애가 물었다.
“뭐 있는데?”
“시켜줄게. 뭐 먹을래?”
“걍 아무거나.”
전봇대 불빛 아래서 여자애 얼굴을 제대로 보니, 피방에서 봤을 때보다 더 어려 보였다.
뭔가 앳되보이는정도가 아니라 걍 애같다..
“너 몇 살이야?”
“17.”
잠시나마 집에서 밥먹고나서
기분좋게 전리품을 수확해보는
상상을 잠깐이나마 했었는데..
기분이 확상하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괜찮은 애가 걸렸는데..'
“하... 너 집은 어디야?”
여자애는 잠시 대답을 안 하더니 작게 말했다.
“집 나왔어.”
“갈 데 없어?”
“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여자가 궁해도 미성년자는 건들지 않는다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고 그 당시만해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생기는 시기에 법도 강화되던중이라,
“친구한테 연락해봐.”
여자애는 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대답이 왔는지, 그녀가 말했다.
“친구네 가면되 갈게.”
그리고 그대로 발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잠시만. 친구 집이 어디야?”
“대구.”
“걸어가게? 장난하냐? 여기서 역까지 1시간은 넘게 걸릴걸.”
여자애는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봤다.
“태워줄게. 기다려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보내고 숙소로 돌아가서 딸이나 치고 자면 그만이었는데, 골목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왠지 불쌍해 보였다. 어미 잃은 새끼 도둑고양이 같다고 해야 하나. 그냥 보내기 좀 그래서 다시 불러 세웠다.
택시를 잡고 같이 타고 갔다.차 안에서 별말은 없었는데
딱히 할말도 없었고 그냥 조용히 창밖만 보고 있었다.
역 앞에 내려서자 나는 물었다.
“너 기차 탈 차비는 있냐?”
여자애가 작게 대답했다.
“아니. 그냥 타고 빈자리에 가게.”
나는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냈다.
“차비하고, 저기 분식집 가서 뭐 좀 먹고 가라.”
여자애가 돈을 받아 들고는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호칭을 바꿨다.
“오빠는?”
반말만 하던 애가 돈을 주니까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니까 좀 웃겼다.
"찜질방 가려고"
여자애가 갑자기 물었다.
“오빠 몇 살인데?”
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미성년자와 채팅으로 만난 20대 남성.
뉴스 제목으로 딱 어울릴 만한 상황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나는 별생각 없이 거짓말을 내뱉었다.
“어… 19살.”
그때 내 나이는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 사이였는데, 동안이라 그런지 여자애는 별 의심 없이 넘어가는 것 같았다.
뭐… 어차피 오늘만 보고 끝날 사이니까. 상관없지.
나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손을 살짝 흔들었다.
여자애는 별다른 대꾸 없이 분식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애가 분식집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불쌍하다고 느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불쌍함 뒤에 숨겨진 다른 감정도 있었다.
그 애를 그냥 보내는 게,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구미역 계단을 올라갔다.
오랜만에 진짜 맘에 드는 애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어린아이였고, 스스로 내가 잘 결정한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 애는 분식집에서 뭐라도 먹고, 친구네 집으로 가거나, 아니면 다시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나는 그냥 찜질방에서 하루 자고, 내일부터 또 똑같은 공장 생활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그 애가 분식집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해 겨울쯤, 나는 다니던 공장을 그만뒀다.
사실 공장 생활 자체가 처음부터 내 적성에 맞는 건 아니었다. 매일 같은 라인 앞에 서서 반복되는 동작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점점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몸은 피곤하고, 시간은 더디게 가고,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또래도 없고,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채팅녀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게 폰팔이였다.
당시만 해도 “잘하면 많이 번다”는 소리가 많았던 일이었다. 단통법? 그런건 없이 순수하게 덤탱이를 씌우는일은, 웨이터로 일할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데 자신감이 있었고, 삐끼로 뛰면서 사람을 붙잡고 설득하는 감도 좀 붙어 있었다. 게다가 프리하게 움직이면서, 필요할 때 한 방 크게 치는 스타일이 내 성격에 잘 맞았다.
구미라는 동네 자체가 공장이 많아서 돈이 잘 도는 곳이었다.
손님 중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월급을 받은 어린 공장직원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좀 떨어졌다.. 벌이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손님으로 온 여자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냥 장사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여자 손님들이 제법 붙었다.
젊은 여자든, 좀 나이 있는 여자든, 폰을 사러 왔다가 나랑 대화를 하다 보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번호를 주고받는 건 기본이었고, “오늘 바쁘냐?”, “한 번 보자”는 식으로 연락하면 걔중에 한둘은 걸렸다.
나는 그게 좋았다.
공장에서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만큼 벌 수 있고,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 사람과 놀 수도 있는 일.
게다가 가끔은 운이 좋을 때 한 방 크게 터지기도 했다.
그때는 솔직히,
“이게 인생이지” 싶은 기분이었다.
공장 다닐 때 느꼈던 그 답답함이 사라지고, 매일이 좀 더 가볍고, 좀 더 재미있었다.
여자들도 더 많이 만나게 됐고, 그중에는 그냥 한 번 놀고 끝나는 애들도 있었지만, 가끔은 꽤 진득하게 붙는 애들도 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2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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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26.06.14 | 현재글 나의 작은 고양이 2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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