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의 그녀 1화 – 건물주가 되었습니다
방구석딜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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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중현이 고향으로 내려온 건 3월의 끝자락이었다. 대학교 4학년 1학기, 졸업을 반 학기 앞두고 자퇴 통보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없었다.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도 빠듯했고, 교수님의 '너는 이 길이 아니다'라는 한마디에 그는 휴학이 아닌 자퇴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알리자마자 아버지가 전화했다.
"집으로 내려와. 건물 맡길 일 있어."
그게 전부였다. 중현이 고향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커피숍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머니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엄마는 아빠랑 미국 간다. 네 동생 영국 유학도 결정됐고. 이 건물, 네가 맡아."
"뭐?"
"1층은 슈퍼랑 커피숍, 그리고 하나는 성인용품 가게야. 그런데 성인용품 가게는 월세 3개월 밀려서 주인이 잠수 탔어. 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은 전부 네 거야. 팔아도 되고, 그냥 버려도 돼. 슈퍼는 네가 운영하고, 커피숍은 이모가 했지만 이모도 우리랑 같이 가니까 당분간 휴업. 2~3층에 세입자 3명 있어. 월세는 네가 받아서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카드값 갚아."
"카드값이요?"
"아빠가 모든 카드 정리했어. 너 명의로 된 건 없지만, 이 건물 유지비랑 너 생활비는 네가 알아서 벌어. 엄마가 더는 못 챙겨줘."
그리고 어머니는 일주일 뒤, 비행기를 탔다. 중현은 그렇게 혼자가 됐다.
첫날 밤, 그는 건물 1층의 성인용품 가게 문을 열었다. 어두운 가게 안에는 형형색색의 상자들과 인형, 그리고 각종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걸 어떻게 운영하라는 거지?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슈퍼로 향했다. 슈퍼는 그래도 정상적인 곳이었다. 냉장고에 음료수를 채우고, 진열대를 정리하며 그는 적어도 슈퍼만은 제대로 운영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다음 날, 문제가 터졌다.
아침 7시, 슈퍼 문을 열자마자 2층에서 내려온 여자가 있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짧은 머리의 아시아인 여자였다. 그녀는 중현을 보며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새 집주인이세요? 저는 201호에 사는 린이에요. 베트남에서 왔어요."
린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그녀는 슈퍼에서 우유와 식빵을 집어 계산대에 올리며 말했다.
"어머니가 미국 가셨다면서요? 그럼 이제 여기 혼자 사세요?"
"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니가 떠나기 전에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우리 아들 잘 부탁해'라고요."
중현은 얼굴이 붉어졌다. 어머니가 세입자에게 아들 부탁을 하다니. 그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3,800원이에요."
린은 현금을 내밀며 중현을 빤히 쳐다봤다.
"집주인님, 혹시 성인용품 가게도 운영하실 거예요?"
"아… 그건 아직…"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나중에 물어봐도 될까요?"
린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중현은 그 미소에 심장이 한 번 내려앉았다.
그날 오후, 중현은 성인용품 가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물건들을 분류하려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어머, 여기 사람이 있었네?"
돌아보니, 3층에서 내려온 여자였다. 긴 생머리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굽이 높은 샌들을 신고 있었다. 몸매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녀는 가게 안을 둘러보며 중현에게 다가왔다.
"새 집주인? 나는 302호 사는 세라라고 해. 회사 다녀."
"아, 네. 중현이에요."
"성인용품 가게, 계속할 거야?" 세라는 선반 위에 놓인 상자를 집어 들며 물었다.
"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재밌겠네. 나중에 필요하면 내가 추천해 줄게." 세라는 윙크를 하고는 가게를 나갔다. 중현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추천'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날 밤, 중현은 2층 복도를 지나다 203호 앞에서 멈췄다. 그 집은 이혼녀 혜진과 그녀의 딸 예슬이 사는 곳이었다. 그는 아직 그녀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이 아빠 없다고 놀렸어."
"예슬아, 엄마가 있잖아. 엄마가 지켜줄게."
중현은 그 대화를 듣고 마음이 착찹해졌다. 그는 문 앞에 서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져 얼른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누구세요?"
혜진이었다.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중현은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아… 저는 1층 집주인인데… 그냥… 복도 확인하러…"
"복도 확인은 낮에 하세요. 밤에 여자 집 앞에서 서성거리면 오해 살 수 있어요."
혜진은 냉랭하게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중현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첫날부터 세 명의 여자. 린의 친절함, 세라의 당당함, 혜진의 차가움. 그는 이 건물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아직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인생이 이제 막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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