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제10회
"정우 씨, 미안해…… 하지만 이건 현실이야."
머리를 쥐어뜯으며 짐승처럼 울부짖는 정우를, 은하는 거부하지 못하고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녀의 따스한 손길이 정우의 등을 느릿하게 토닥였다.
알고 저지른 죄가 아니었기에 정우를 탓할 수도 없었지만, 정우의 심장은 이미 시꺼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결국 난…… 내 자식인 줄도 모르고 그 어린 몸을 탐한 미친 패륜아야!"
"내가 소희는 어떻게든 달랠 테니, 정우 씨는 멀리 떠나서 행복하게 살아요."
은하의 가녀린 위로에 정우는 정신이 나간 듯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은하야. 나 정말 소희 포기 못 해.
아니, 20년 만에 마주한 너도 이제는 절대 포기 못 해……!
내가 저지른 죄악, 너희 모녀 앞에 평생을 두고 갚을 테니 제발 날 내치지 마라."
처절한 비명 같은 애원에 은하 역시 깊은 동요를 느꼈다.
이미 천륜을 저버린 지독한 중독이었기에, 그 질척한 사슬을 단칼에 끊어내기란 불가능했다.
품에 안겨 흐느끼는 정우를 달래던 그 순간, 정우의 뺨이 은하의 가슴팍에 깊숙이 파묻혔다.
소희를 낳고 세월이 흘러 어릴 때보다 한층 더 풍만하고 묵직해진 은하의 가슴 촉감이 정우의 살결을 자극했다.
이 미친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20년 전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던 첫사랑의 육체에 온몸의 세포가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스스로를 변태 같은 새끼라고 저주하면서도, 은하의 몸에서 풍기는 지독하도록 익숙한 농염함에 이성을 잃어갔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나 이대로…… 너희 모녀와 같이 살면 안 될까?"
"뭐요? 우리 모녀와 다 같이 살겠다고요?"
은하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럼…… 대체 소희와 나 둘 중에 누구와 결혼을 하겠다는 건데요?"
그 질문에 정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은하 역시 제 입으로 뱉은 말의 끔찍한 무게를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아직도 사랑하는 정우였지만, 이미 젊고 예쁜 딸 소희의 육체에 중독된 정우의 눈에 자신이 여자로 보이기나 할지 낙담하던 찰나였다.
정우가 은하의 턱을 조심스럽게 치켜올리며 속삭였다.
"걱정 마. 내가 예전에 너 버린 것도 다 보상할 거고, 우리 딸에게 저지른 죄값도 몸으로 다 받을 거니까."
그 애매하고도 은밀한 대답은 은하의 심장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저 말은 소희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여인으로서 품겠다는 뜻이었다.
남자를 잊고 차갑게 얼어붙은 채 지내온 2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정우의 거친 숨결과 단단한 육체가 와닿자
은하의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울컥 솟구쳐 올랐다.
도저히 스스로도 제 몸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고 농염한 갈증이었다.
엄마의 몸과 딸의 몸이 한 남자라는 지독한 마약에 동시에 오염되어 버린 것이었다.
세상의 도덕과 상식을 모두 불태워버린 채,
한 지붕 아래에서 두 여인을 탐하며 평생의 죄 값을 치르겠다는 남자의 파멸적인 선택.
진실을 모른 채 배 속의 아이를 품고 정우만을 기다리는 딸 소희와, 첫사랑의 품에 안겨 수치스러운 쾌락에 눈을 떠버린 어머니 은하.
세 사람을 묶은 천륜의 족쇄는 이제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가장 추악하고도 달콤한 지옥의 결말을 향해 영원히 잠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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