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버디버디 썰.ssul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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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3:39
우리 중고딩 시절엔 버디버디가 유행했어..
부모님이 일 때문에 밤늦게 들어오시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어..
그래서 그런지 외로움도 많아타고 애정결핍도 쫌 있던거같아. 그래서 난 버디버디 채팅을 주로하곤했어.
일단 채팅방에 들어가면 항상 그 사람 버디버디 홈피를 보는 습관이 있었어..
사진이나 글을 보고 키워드를 찾아내서 대화를 이어가기 쉽고, 괜히 그 사람 지인인척하고 아는척 하며 장난치고 그랬지..지금보면 그냥 관종짓을 했던거같아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 다녀와서 한 채팅방에 들어갔지.. 근데 홈피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는데 진짜 이쁜거야..
누구랑 닮았다...라는 느낌은없고, 아나운서느낌? 깔끔하고 단정한 그런느낌의 사진이었어,
홈피사진 너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이쁘니까 친해져볼라고 한참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했던거같애..ㅋㅋ
알고보니 동갑이고, 같은지역에 사는애였어.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친해지게 되었고,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도 하는 사이가 되었어..
나는 이때까지 연애 경험도 없고.. 이렇게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연락한 경험도 없고, 문자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고, 전화하고 끊으면 1시간이 흘러가있고. 연애를 하면 이런 기분이겠다 싶었지..
어렸을 때니까 솔직히 외모를 많이 보는 시기이고 이뻐서 그런지 그 여자애에게 관심이 더욱더 가게 되고 또 고등학교는 무슨 예고를 다닌다고 하니까 공부도 잘하는 거 같았고,
다른 이성친구들보다 특별하게 생각되었음. 그래서 버디버디로 알게 된 여자애를 좋아하게 같아.
근데 내 성격상 "먼저 만나자, 좋아한다." 말하는 성격도 안되고, 연애 경험도 없으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몰랐어.
그런 연애무뇌아인 나 여도 여자애도 나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느낌이 들 정도로 나한테 잘해줬어. (애교를 부리던가 먼저 연락하는 그런 거?)
그러던 어느 날 개가 안 좋은 일이 있다길래 물어도 대답 안 해주고 하길래 내 나름대로 노래도 불러주고 위로를 해주니까
"너 같은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거야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나는 실제로 만나고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어.
화정이가(이제부터 그 여자애를 화정이라고 부르겠음) 망설임도 없이 "그래 한번 보자~" 대답하는 거야..
그냥 한번 만나는 거뿐인데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대고 너무 설레더라 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주말에 만나기로 했어,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 첫 데이트?이니까
내 나름대로 멋도 부려보고 만나서 어떻게 인사할지도 연습하고 어딜 갈지 알아보고 열심히 나름 준비했던 거 같아
하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왔을 땐 화정이는 연락도 되지 않았고 오지도 않았어..
3시간 뒤에 나 화정이에게 전화가 왔어, 난 받자마자 일방적으로 소리 지르고 화를 냈던 거 같아.
한참 동안 아무 말 안 하던 화정이가 그러는 거야.."가는 길에 교통사고 나서 가지 못했다고 미안해.."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는 거야.. 믿기지도 않고..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난 걱정보다는 내 화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져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어.
그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고, 버디버디에 로그인 되어있는 화정이를 보지 못했어.. 난 솔직히 말하자면 화정이가 그날 마침 사고를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
무슨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 하필 사고가 만나기로 한 날에 나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넷상에서 만난 사이니까 그냥 외로움을 달랠 랜선 친구가 필요한 거였을 수도..
혼자 오버해서 만나자고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쪽팔린 마음에 먼저 연락할 마음도 없고 용기도 없었어,
나처럼 관종이라 사진을 도용해서 속이고 다니면서 남자 후리는 여자애로도 생각해보고 별의별 생각은 다 했던 거 같아.
그러던 와중에 화정이가 자기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동생이라며 1 대 1 대화방에 초대한 사람이 생각났어.
바로 버디버디 로그인해서 그 여자한테 대화를 걸었어. 화정이가 사고 났다고 하는데, 혹시 아는 거 있냐고 슬쩍 떠봤는데 "니가 개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나한테 왜 물어보냐"
말하는데, 화정이한테 동생이면 나한테도 동생인 건데 반말을 계속하더라? 그래도 참고 나와 화정이 만난 과정과 좋아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면 말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했는데
근데 그년이(앞으로 예슬이라 부르겠음) "넷상으로 만나고 아는 것도 없는데 좋아해?ㅋㅋㅋㅋ존나 찐따같다ㅋㅋㅋ" 하며 비웃으며 말하는데 진짜 ㅂㄷㅂㄷ하면서 팩폭아닌팩폭 당하니까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다 벌게 짐 ㅋㅋㅋ
진짜 여자고 뭐고 한대 쳐 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어디 학교냐?" 고 했더니 " 나? OO 여고 왜? 찾아와서 때리게? ㅋㅋㅋ 너 같은 애들 수두룩했는데 한 번을 안찾아와~ㅋㅋ 나 대치동 OO 아파트 사는데 거기로 올래?"
근데 그 여고가 내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진학한 여고였어, 진짜 찾아갈게 하면서 신상정보 더 말해보라고 하니까 술술 말하더라.. 진짜 올 줄 몰랐나 봐 (몇 학년 몇 반이고 그런 걸 물어봤음)
바로 친구한테 전화해서 몇 학년 몇 반에 예슬이 라는 애 있나 확인해달라고 했음. 당연히 학교 선배가 지네 반 찾아가서 이름 묻고 가니까 무서웠겠지.. 그래봤자 개도 고1 어린애였으니까.
무서워서였는지 저녁에 바로 전화 와서 죄송하다고 사과함. 그걸로는 이 년이 날 골려먹던 거 생각하면 분이 안 풀려서 넌 선배한테 그런 욕하고 전화로 사과하냐고 찾아와서 하라고 전 지랄함
그래서 우리 동네엔 오락실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가 애들 만남의 장소였음. 거기로 불러서 만났는데 완전 멸치에 까만 피부를 가졌는데 얼굴은 좀 식기가 흐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음.
만나서 사과받으니 내가 좀 단순무식해서 그런지 바로 화도 바로 풀리고, 채팅으로 처음 만난 여자이고 신기하기도 하고 서로 취미생활이라기도 뭐 하지만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잘 통하고 금방 친해졌어.
그리고 이틀 뒤쯤 인가? 예슬이한테 밤늦게 연락이 왔어. 오락실 근처니까 나오라고 난 뭐 집 앞이니까 나갔는데
예슬이가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부모님이 엄하게 키우셨나 봐 얘도 사춘기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지 애가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가 너무 심하더라.
집에 데려다주는데 집 근처 다가오니까 술기운이 더 오르는 것처럼 보였어, 혀가 꼬이는지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라고, 개네 아파트는 왔는데..
자기네 집이 몇 동 몇 호인지 기억이 안 난다 함. 헛소리를 하도 해대서 어쩔 수 없이 놀이터 벤치 안 져서 쉬고 있는데
그 헛소리 와중에도 신기하게도 내가 듣고 싶어 하던 화정이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것만은 제대로 들리더라
"화정이 개 그 사진 그거 도용이고, 강남 살지도 않아. 내가 아는 건 이거뿐이야" 사실 바람맞고 나서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
가만히 멍 때리고 있었는데 예슬이가 피식 웃더니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뽀뽀를 해주는 거야 순간적이었지만 따뜻하고 진짜 부드러웠어.. 그게 내 첫 뽀뽀였는데 느낌이 너무 좋은 거야
이때 내가 애정결핍이라고 느낀 거 같아서 위에서 말한 거 같아.. 갑자기 화정이 생각은 안 나고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욕망만 차 드라 ㅋㅋ
바로 예슬이 불잡고 내가 했지, 난 이때까지만 해도 짧게 하는 게 뽀뽀고 길게 입을 대고 있는 게 키스라고 생각하고 있었음.(지금보면ㅈㄴ찐따같음) 그래서 입을 계속 대고 있는데
신기한 건 아까까지만 해도 술 냄새가 엄청 심했는데 술 냄새는 나지 않고 립밤 때문인가 딸기맛이 나는 거 같았고 너무 부드러웠어..
입만 닿고 있을 뿐이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자극이었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근데 갑자기 또 다른 이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예슬이 입에서 부드러운 혀가 내 앞니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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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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