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다가 도서관에서 기독교인 만난 썰
도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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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22:08
내가 스무살때였어
그당시 나는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다가
학원에서 수능을 2주정도 앞두고 여자문제로 공부가 너무 안돼서
집에 내려와서 공부를 하기로 했었어
4시간 정도 걸려서 집에 왔고 늦게 도착해서 쉬고 다음날부터 집근처에있는
도서관에 다니기로 했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데 계속 학원에서 만났던
여자애가 생각나고 공부도 안되서 원래 1시쯤에 점심을 먹으려다가
11시가 됐길래 그냥 일찍 집에가서 밥이나 먹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오기로했어
도서관 입구에서 자동문이 열리는데 어떤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형이
다가오더라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그때가 11년도 시월 말이었는데 통이 넓은 카고바지를 입고있어서
촌스러웠지만 나빠보이진 않았어
그 형은 나한테 다가오더니 나한테 고등학생이냐고 묻더라고
나는 아니라고 올해 초에 졸업하고 지금은 재수중이라고 말했지
그러니까 웃으면서 자기는 대학생인데 자기가 대학교 수업때문에 설문조사를 5분정도 하는데 해줄 수 있냐고 하는거야
원래 나는 모르는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을 하면 얼굴이 두꺼워서 개무시하고마는 편인데
이형이 대학교 과제때문이라니까
나도 좀있으면 대학교에 갈건데 대학생 형좀 5분만 도와주자 이런 마인드였어
그 형은 도서관 입구쪽에서 도서관과 옆건물 사이 사람이 없는 곳에 나를 데려가더니
어디대학을 가고싶냐고 물으며 설문지를 주더라고
나는 아 원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가고싶었는데 솔직히 힘들거같고 지금은 연대 논술 수시를 봤는데
괜찮게 답안을 써서 수능에서 수리 과탐만 1등급 나오면 붙을거같다고 그랬어
그랬더니 자기가 하나님을 믿는데 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기도를 써서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그제서야 나는 이사람이 기독교구나(나도 참 눈치도 없지)하고 생각하고 5분이 지나기 전에 얼른 설문지를
써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안그래도 공부가 안되서 짜증났었거든
그래서 초고속으로 설문지를 썼더니 딱 5분정도가 지났는데
설문지는 사실 중요한게 아니었다는 듯이 대충 가방에 넣고 슬슬
예수 얘기를 하더라고
나는 이과생으로 과학적이지 않으면 무언가를 잘 믿지 않는 편이라
신은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그형이 하는말을 이것저것 듣다가 이제 5분이 넘었다고 가야겠다고 하니까
왜그렇게 자기말을 안듣냐는거야
그래서 나는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이과생이고 과학적이지 않은 종교는 잘 믿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형이 웃으면서 그럼 상대성의 원리가 뭔줄 아냐는거야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는 물리1과 물리2를 했지만 그때당시
교육과정에서는 배우지 않았기때문에 잘은 모르고 있었어
그대신 물리1과 2는 1등급이 나오는 만큼 기초적인 물리는 빠싹하게 알고있었지
잘 모르지만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알고보면 상대적인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아니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형이 모를줄 알았다는 표정으로(대학생이 중학교 수학도 제대로 못하는 중학생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형이 한가지 질문을 할게요'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야구공을 위로 던지면 야구공이 올라가는 건가요 내려가는건가요?' 이렇게 묻더라고
나는 순간 존나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서 살짝 웃음이 났어
물리에서 나오는 상대속도 개념이었고 나는 그정도는 알고있었기때문에 자신있게
그건 상대성이론이 아니고 상대속도라는 개념인데 엘레베이터의 속력보다 던진 공의 속도가 더 빠르면 지면을
기준으로 공은 올라가고 엘베의 속력과 같아질때는 정지하고 그다음부터는 떨어지는거다.
만약 기준이 엘베 바닥이라면 당연히 공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거다라고 말하고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있는데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것은 빛의 속도 뿐이라는 것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은 나도 잘은 모르지만 강한 중력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는 것이다
라고 아는대로만 말했더니
자기는 자세한 상대성 이론같은건 모르겠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려고 해서
내가 그동안 20분정도 지났고 어이없고 한심해서 처음에 그사람이 나를 깔보던 표정으로 존나
비웃으면서 '하느님은 상대성이론을 알까요?'하고 물었더니
당연하다고 그러길래
'그럼 형도 가서 상대성 이론이나 공부해요'
'아 아니다 상대속도부터 공부해야겠네'
'상대속도는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우니까 고등학교 물리 공부하면 되겠네여
하고 내 갈길 갔어
수능 끝나고 네이버 메일함 확인하니까 그 사람 한테서 메일이 한통 왔는데 수능 끝나고 연락하라길래
내가 상대성 이론 공부 끝나고 연락하세요 하고 답장했어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그렇게 그때 순진했는지 나도 또라이 컨셉으로 한번 가볼걸
하고 엄청 후회돼
아 그리고 수능 수리 과탐 1등급은 나왔는데 연대는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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