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친구 엄마 12
예상 보다 더 즐겁게 봐주어서 고맙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써가던 이야기인데 생각 이상의 관심과 코멘트를 받으니 쓰는 저도 더 열심히 쓰는 기분이 드네요.
가능한 여러분들의 기대에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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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아줌마의 가족이 한 명 늘었다.
바로 S네 아저씨였다. 왜 갑자기 아저씨가 나타났느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했다.
아줌마네 가족은 내가 홈스테이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날 때, 미국으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아저씨는 그때 가족과 함께 가기 위해서 미리 넘어와 있던 거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언젠가 필리핀을 떠난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렇게 갑자기 떠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날, S와 A가 한국으로 떠났던 여름 방학 이후로 아줌마와의 관계는 평범하게 돌아갔었지만 그녀를 향한 내 애정과 마음은 식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줌마네가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줌마네가 떠나면서 나도 다른 홈스테이로 옮기게 되었는데 옮겨가기 전 날에 아줌마를 껴안고 정말 세상 다 잃은 것처럼 울었다.
아줌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그런 내 말에 아줌마도 나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미안하다고.. 아줌마도 같이 있고 싶은데 이게 맞는 거라고.
그리고 아줌마와 그 가족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것이 필리핀에서의 아줌마와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고작 2년 정도였기에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거기까지 수년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아줌마에 대한 기억도 차츰 지워져 갔다.
아니, 잊혀졌었다. 아무리 쓰라린 기억도 시간의 앞에서는 결국 흘러가는 한 때 밖에 되지 않았다.
아주 간혹 어머니를 통해 아줌마의 소식을 듣기는 했다. 이전에 만났던 인연으로 아줌마와 어머니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였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볼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군대에 입대했다.
운이 좋아서 병사들 사이에 워너비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보았다 군대는 군대였고 짜증나는 건 매한가지였다.
입대 전에 싸워서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는데 훈련소에서 남들 편지 받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훈련소가 끝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당시 아버지는 일이 바빠 어머니 혼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별로 상관은 없었는데 나를 찾아온 것은 어머니 혼자가 아닌 2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보고서 나는 인생에서 몇 없을 정도로 크게 놀랐었다.
"오랜만이다, ㅇㅇ야. 잘 지냈어?"
웃으면서 나를 반기는 건 다름아닌 아줌마였다. 헤어졌을 당시보다 내 키가 더 커져서 그런지 키 차이가 좀 났지만
아줌마의 외형은 그때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살짝 나이를 먹은 감이 없잖아 있었어도 오히려 그게 좋았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엄마가 놀라서 훈련소 끝난게 그렇게 좋냐고 놀렸는데 그런 이유로 울리가 없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아줌마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철 없던 시절의 사랑일 뿐이지만 아줌마는 나의 우상이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아줌마를 이렇게 만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또 참을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강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줌마는 일이 있어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내고 있는데 간만에 엄마와 연락을 하다가 내가 훈련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굴도 볼 겸 찾아왔다는 거다.
또 언젠가 미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말에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좆 같은 군대에 있을 때 아줌마가 찾아오다니.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같이 아줌마를 찾아 갔을 터였다.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나도 모르게 아줌마를 끌어 안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줌마."
이전에는 나와 눈 높이가 맞았던 아줌마가 이제는 내 가슴 언저리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느낌은 과거의 그것과 비교해 좋으면 좋았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련하게 스치는 아줌마의 향기는 추억을 되살렸다.
"으응... 아줌마도."
아줌마도 나를 가볍게 안아주면서 말했다. 가벼운 허그에도 잊고 있던 아줌마를 향한 감정이 엄청난 속도로 부풀었다.
그때처럼 키스라도 한 번 할 수 있을까? 엄마 먼저 돌려보내고 아줌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줌마를 지긋이 쳐다보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아차렸는지 아줌마가 쓰게 웃었다.
"... 오늘은 ㅇㅇ이 얼굴'만' 보러 온거야 ㅎㅎ"
만 이라는 글자에 가볍게 힘을 주는 아줌마. 내가 이럴 것이라는 걸 미리 예견했던 모양이다.
그 말에 부풀었던 감정이 싸게 식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간신히... 정말 간신히 손을 풀고 아줌마를 품에서 떼어냈다.
"미안해."
조용히 사과하는 아줌마의 말을 듣고 나는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만 그때의 나는 정말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너무 반가운 마음에 했던 행동이다만, 그건 엄연히 내 실수였다.
그래도 아주 성과가 없던 건 아니었다. 아줌마의 연락처를 받아내었다.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휴가 나왔을 때 밥이라도 사준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그래. 기회가 지금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 자위하며 나는 자대에 들어갔고 어서 휴가의 때가 오길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100일 휴가가 되었다. 보통 밖에 나오면 대부분 군바리들은 어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할 터였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아줌마에게 연락을 취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고 아줌마가 받았다.
"여보세요?"
"아줌마, 저에요. ㅇㅇ이요."
"아, ㅇㅇ야. 이 시간에 어쩐 일이니, 부대 아니야?"
확실히 내가 전화를 건 시간은 꽤 이른 아침이었다. 그제야 내가 또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오늘 휴가라서 막 나온 참이에요."
"아, 그래?"
"저.. 아줌마. 혹시 괜찮으면 만날 수 있을까요...?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
"아..."
내 물음에 아줌마는 가느다란 신음성을 흘렸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미안해. 아줌마가 요새 많이 바빠서... 언제까지 휴가니?"
"3박 4일이에요."
"그래..? 그 전에 여유가 되면 아줌마가 다시 연락 줄게. 그래도 괜찮을까?"
"... 네. 기다릴게요."
"응, 미안해."
"전화주세요 꼭이요."
나는 몇 번이고 확신 어린 답장을 받기 위해 되물었지만 아줌마는 썩 밝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 맥이 탁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렷품이 이번 휴가 동안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제발 전화 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믿어 본 적도 없는 온갖 종교의 신들에게 간절히 비는 것 뿐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신은 없었다.
결국 4일 동안 아줌마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카톡으로 매일 아침 저녁마다 아줌마에게 톡을 남겼다.
- 일어나셨어요? 오늘도 많이 바쁘실까요?
- 오늘 수고하셨어요. 시간 여유 되시면 같이 저녁 식사 안 하실래요?
- 친구들도 모두 군대 가서 딱히 할게 없네요 ㅎㅎ 아줌마는 오늘 뭐하세요?
- 제가 맛집 알아뒀는데 같이 안 가실래요? 아줌마가 좋아할 만한 곳만 찾아뒀어요.
매일 카톡을 남겼고 매번 숫자 1은 사라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읽씹 당한거다.
4일이 지나고 부대로 복귀하면서도 나는 굉장히 실망하고 또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당장 전화를 걸어서 욕설이라도 내뱉고 싶었다.
그깟 밥 한 번 먹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냐고.
내가 당신보다 어리다고 바보로 알고 있느냐고.
하아... 그때의 실망감을 다시 떠올리니 지금 타자를 쓰는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가슴 깊은 곳에 참을 인자를 새겨넣으며 아줌마에게 글을 남겼다.
- 아줌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저 계속 기다릴게요.
나중에 전화번호로 아줌마의 페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간간히 사진 몇 장이 업로드 되는 걸 보니 꾸준하진 않아도 로그인은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카톡 대신 페북으로 메시지를 계속해서 남겼다. 아줌마가 읽어도 읽지 않아도... 그냥 무작정 남겼다.
아줌마가 보고 싶다, 부터 시작해서
내 생활이나 근황 같은 걸 구구절절 남겼다.
매일 같이 보내면 아줌마도 질려 할 거 같아서 1주일에 3번 정도로 보냈다.
물론 그것도 많긴 하다만... 내가 아줌마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간혹 아줌마도 답장을 보내주었는데 내용은 '힘들겠네' '힘내렴' 등등 거의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몇 번 밖으로 나갔다만 아줌마는 미안하다며 내 연락을 피했고 나는 점차 지쳐갔다.
시간이 흘러 상병이 되었을 때였다. 일주일에 3번 보내던 게 1주에 1번, 2주에 1번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버릇처럼 아줌마에게 메시지를 남기려고 페북에 들어갔을 때였다. 왠일인지 처음으로 아줌마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와 있었다.
- 안녕, ㅇㅇ야. 잘 지내니? 혹시 보면 아줌마한테 전화 좀 주지 않을래?
너무 놀라서 순간 옆 자리에 있던 후임의 등을 칠 정도였다. 기쁨도 잠시 '갑자기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내 메시지를 거의 무시해왔던 아줌마가 먼저 연락해주길 원한다?
별 의미 없이 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앞으로 이런 메시지 같은 거 보내지 말아 달라는 결론이 나올수도 있다고도 생각이 들자 기분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었다. O 든 X든 답을 알아야 하긴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매달리고 있을 수는 없었고 나 스스로도 힘들고 지쳐가고 있었다.
곧바로 공중 전화로 달려가서 아줌마의 번호를 눌렀다. 너무나 많이 봐서 부모님의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눌렸다.
"아, ㅇㅇ구나."
아줌마는 금방 나인 걸 알아차렸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으로 알 수가 없더라. 그렇게나 원망스럽고 짜증이 났는데 그 한 마디 목소리를 듣자 그런 감정들이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네.. 아줌마. 메시지 보고 연락 드렸어요."
"고마워."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으응... 별 건 아닌데... 휴가 언제 나오니?"
"휴가요?"
씨발. 휴가까지 조금 많이 남았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래? 얼마나면 될까?"
"한달...에서 두달 정도요.."
"그렇구나.."
"급한 건가요?"
"아니야. 그러면 나중에 휴가 나올 때 연락 주렴. 기다릴테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아줌마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부터 지옥 같은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이 너무 싫었고 어서 휴가 날이 되기를 기다렸다.
혹시나 포상이 나올 법한 건 전부 해봤던 거 같다. 실제로 포상을 따기는 했는데 곧바로 휴가를 사용 할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영겁의 기다림 끝에 2달하고 반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내 휴가 차례가 돌아왔다.
[출처] 첫사랑 친구 엄마 12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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