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 하지 말입니다? 1

군 시절, 내 주특기 번호는 1313이었다. 일반인들이나 다른 군인들은 일삼
일삼이라고 읽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주특기 번호를 하나삼 하나삼이라
읽었다. 나는 155mm 자주포 포병 출신이다.
지금은 k9이라는 자주포가 성능은 세계에서 탑을 다투고, 곳곳으로 수출을
하면서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직접 본적이 없다. 나의
군 시절은 급이 떨어지는 k55와 함께였다.
포병은 보통 독립포대로 이뤄지는데, 내가 군 생활 하던 곳은 달랐다. 우리
는 다른 곳과 달리 통합대대였다. 본부 포대는 물론, 전투 포대인 알파, 브
라보, 차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인적으로 보나, 물적으로 보나, 굉장히
큰 부대였다.
나는 자주포 포수의 주특기를 받고, 알파 부대원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포수들처럼 보통의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병으로 진급할 때 쯤, 타
의에 의해서 보직이 바뀌었다.
알파 포대 안의 포대 본부의 교육계가 되었는데, 다른 부대에서는 작전계라
고 하기도 했다. 교육계라는 행정계원이 된 후로는 군 생활이 완전히 달라
졌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하나씩 있었는데, 좋은 점은 평소에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었고, 나쁜 점으로는 간부의 꼬붕이 되
면서 오로지 홀로 맡은 임무를 다해야 했다는 것이다.
다시 입대할 일도 없겠지만, 다시 군 생활을 한다면 행정 계원은 피할 것
이다. 혼자서 업무를 책임진다는 건, 상상 이상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동반
되었으니까, 어찌됐든 군 생활은 무리 속에서 중간만 가는 것이 편하다.
내가 교육계가 된 후로 군 생활이 하나 더 바뀐 점이 있는데, 대대장을 포
함한 거의 모든 간부를 알게 된 점이었다. 통합 대대였기 때문에 포대본부
부터 차리 포대까지 대다수의 간부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고, 작전,인사, 병
기, 군수 등의 포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간부들과도 함께 일을 할 때가
많았다.
그 당시에는 여군들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다. 그리고 일선 포대에서 여군
을 보는 것은 더더욱 희귀한 일이었다. 독립 포대에서는 여군이 아예 없는
경우가 당연했고, 우리는 통합대대였기 때문에 희귀한 여군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 1명의 여군이 존재했다. 그녀는 중사였고, 인사담당관
이었다. 내가 자대에 오기 전부터 부대에 근무하고 있었고, 거의 450명 정
도 되는 대대의 군인 중에서 유일하게 고추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글에서는 가명을 쓸 수 밖 에 없는데, 최수연이었다. 이름은
굉장히 예뻤지만, 생긴 것은 이름과 반비례했다. 그렇다고 엄청 못 생긴 외
모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름과 너무 안 어울리는 외모였을 뿐이지, 그냥
사회에서 보면 평범한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나이는 27-8살 정도로 추정이 되었고, 나이와는 달리 조금은 아줌마스럽다
고 해야 할까? 노안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장점이 있었는데, 피부가
하얗고 깨끗했으며, 한 번쯤 주물러보고 싶을 정도로 풍만한 엉덩이를 보유
하고 있었다.
비록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부대 내에 여자가 단 1명이었기 때문에 그
녀를 두고 립섹스를 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고참들은 대놓고 뒷치기를 해
보고 싶다고 했고, 갓 들어온 신병들도 그녀를 힐끔힐끔 훔쳐보곤 했다.
최수연, 지금부터 최 중사라고 하겠다. 최 중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부
가 굉장히 좋았다. 군인들은 당연히 피부가 우유 빛처럼 하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피부가 곱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환경적으로 피부는 당연히 거칠어질 수 밖 에 없었는데, 최 중사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최 중사는 내가 자대에 배치 받은 날로부터
전역을 하던 날까지 보직이 인사 담당관이었다.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지
만 보직이 바뀌지도 않았고, 전투 포대에 소속되지도 않았다. 더불어 대대
통합 훈련의 경우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얼굴에 위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연지곤지를 찍는 수준이었고, 아무리 포병
이라고 하지만 1년에 두 차례 하는 유격, 혹한기 행군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상급 부대에서 검열 오는 훈련에 군장을 메는 모습은 봤지만, 전혀
땀을 흘리는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예쁘지 않은 얼굴에도 빛이 났다. 사시사철 태양을 피하고 인사과에
앉아만 있기 때문에 엉덩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만큼, 그
녀는 사실상 군인이 아니었다.
그저 욕정을 참고 감옥에 갇힌 젊은 청년들의 성적 농담거리만 됐을 뿐.
최 중사와 나는 간혹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업무가 겹친 것
은 아니었으나, 같은 분대의 서무계(인사계)가 휴가를 가는 등 자리를 비우
게 되면, 내가 대신 그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서 인사 담당관인 최 중사
와 일을 몇 차례 함께 해야 했다.
물론, 함께 일을 하지 않더라도 교육계원으로서 다른 포병의 병사들보다는
최 중사를 마주칠 일이 많았다. 하루에 반드시 한 번 정도는 마주칠 수 있
었는데, 경례를 할 때면 그래도 굉장히 친절하게 받아주었다. 또한 함께 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군인으로서는 실격이지만,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것
은 나뿐만 아니라 최 중사와 함께 일한 행정 계원이라면 공통 된 의견이었
다. 물론, 대다수의 병사들은 계원이 아니었고, 최 중사와 함께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군 생활이 3개월 정도 남았을 무렵이었다. 그 당시에 나보다 3개월 정도
군 생활을 빨리 시작한 본부 포대의 교육계가 있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겨
버린 한 병장이었는데, 한 병장과 나는 포대가 달랐지만 굉장히 친한 사이
였다.
우리는 포대가 다르면 계급과 상관없이 ‘아저씨’라는 호칭을 썼는데, 한 병
장과 나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친구로 지냈다.
우리가 친해진 계기는 군대의 부조리한 시스템 덕분이었다. 본부 포대부터,
화력전투 부대인, 알파, 브라보, 차리의 교육계들은 정말 주기적으로 모여
서 야근을 곧잘 했다. 검열 소리만 나오면 교육장교와 만나서 각종 서류를
들고 훈련 내용을 짜 맞추기도 하고, 오탈자를 집어내기도 했다.
어차피 평소에는 하지도 않은 훈련을 문서상으로 가라(거짓)로 꾸민 것인
데, 잠을 줄여가면서 해야 하는 이 뻘 짓에 한탄하면서 한 병장과 나는
같은 포대가 아니었음에도 돈독한 전우애를 다질 수 있었다.
그런 한 병장이 전역이 코앞이었다. 말년 휴가에 돌아온 한 병장과 나는
각종 부서가 있는 본부에서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 존나.. 부럽다... 씨발... 난 3개월이나 남았는데..
- 히히... 나 같으면 자살했다 새꺄...
전역이 코앞인 한 병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난 그저 3개월
이나 남은 군 생활이 야속할 뿐이었다. 계급 상 병장이라 내무 생활도 더
이상 힘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 충성! (사실 경례 구호는 부대명이지만....)
한 병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 곁으로 최 중사가 지나갔다. 먼
저 발견한 한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고, 최 중사는 언제나처
럼 반갑게 인사를 받고 우리 옆을 지나갔다.
- 캬아... 진짜 저 엉덩이는....
멀어지는 최 중사의 뒤태를 보면서 한 병장이 중얼거렸다.
외모는 별로였지만 저 엉덩이만큼은 나 역시 인정하는 바였다
- 엉덩이만 죽이지... 얼굴은 영 아닌데...
한 병장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최 중사를 두고 성적 농담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병장의 입에서 나로서는 이해 못할 말이 흘러나왔다.
- 보지도 괜찮아...
보지는 어떨까? 보지도 맛있겠지?
한 병장이 이런 의문이 섞인 말을 했다면, 전혀 대화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보지도 괜찮다? 마치, 최 중사의 보지를 겪어 본 것처럼
말하는 한 병장의 말은 어색하고 이상했다.
- 뭐야? 꼭 먹어본 것처럼 말한다?
한 병장은 나의 말에 조금은 당황하는 듯 했지만, 남은 커피를 마신 후,
내게 은밀한 대화를 시작했다.
- 씨발 모르겠다... 사실 나 저 년 먹어봤어.
충격적인 한 병장의 말이었다. 그래서 믿어지지가 않았다. 최 중사와
성 관계를 맺다니? 전역이 코앞이라지만, 한 병장은 엄연한 현역 군인
이었다. 그것도 간부가 아닌 병사, 병사가 여 간부와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할까?
-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 진짜야...아.. 모르겠다... 난 모레 전역하니까... 들어 봐... 이게 사실은...
내가 믿을 수 없다고 말하였고, 한 병장은 답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곧 결심한 듯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병장의 말에 따르면, 일단 최 중사는 소위 ‘섹녀’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고참에게 들은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전역을
코앞에 둔 병장이 최 중사에게 한 번만 주라고 하면 정말로 몸을 준다는
것이었다.
- 씨발... 그게 말이 되냐...
괜히 들었다고 생각했다. 21세기가 돌입한 이 시기에 무슨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지와 같은 동화 속 이야기를 믿으라고 하니, 이걸 그대로 믿
는 놈이 제정신이지 싶었다.
- 들어 봐... 새끼야... 진짜라니까...
믿지 않은 나를 두고 성을 내는 한 병장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역시나 한 병장의 말에 따르면, 최 중사의 이런 색다른 모습은 본부포대
에서 전설처럼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정확히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전역하는 고참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서 자신까지 왔는데,
굉장히 소수만이 알고 있다고 했다.
- 무슨 구전되는 전래동화냐?
- 나도 처음에는 안 믿었지... 그런데 임마 진짜라니까...
- 그럼 나도 최 중사한테 가서 섹스하자고 하면 그녀가 오케이 하겠네?
- 그건 안 돼.
- 뭔 말이야... 이 새끼가...
한 병장이 나를 농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어떤 여자가 몸을 주라고 했을 때, 진짜 몸을 준단 말인가. 심지어 이곳
은 부대 내였다. 그리고 여자는 군인이었다.
- 그... 그게 조건이 있어.
- 조건?
한 병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최 중사와 섹스 조건은 이와
같았다. 전역이 코앞인 병장이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어진 상황에서 최 중
사와 당연하지만 단둘이 있을 때, 섹스를 요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 그럴싸한데... 가 아니라... 이게 말이 되냐고!
여전히 미심쩍었다. 내가 지속적으로 의심을 하자, 한 병장은 정말 답답해
미칠 듯 뛰기 시작했다. 분명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한 병장의 태도
를 보면, 사실인 것 같기도 했다.
- 네 표정을 보면 믿고 싶긴 한데... 내용이 존나 부실하잖아.
- 몰라... 믿든... 안 믿든 자유인데... 진짜라니까.
- 그래.. 네 말이 진실이라고 하자... 그런데 조건이 말이 되냐?
내가 한 병장의 말을 강력하게 의심하는 점이 있었다. 따로 연락을 한 후,
부대 밖에서 만나서 무슨 짓을 한다면 차라리 이해가 되지만, 부대 내에서
최 중사와 단둘이 있을 상황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수 백 명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최 중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최 중사의 상관이 아닌 이상, 병사로서는 그녀와 단 둘이 있을 시간
을 부대 내에서는 전혀 만들 수가 없었다. 더불어 전역을 앞둔 병장이라는
시간 제약까지 있기 때문에 조건 자체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 네가 알파니까 그렇지... 난 본부 포대잖아.
나의 의문에 한 병장이 다시 한 번 반박했다. 그리고 내 머리는 망치에
맞은 것처럼 순간 멍 한 상태가 되었다. 그랬다. 나는 화력전투 포대인
제 1포대, 알파 포대원이었다.
행정 계원이었기 때문에 우리 포대에 속하지 않은 간부들과도 나름 친분을
쌓을 수 있었지만, 다른 병사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본부
포대는 달랐다. 그들은 업무는 실상 간부들과 함께 하는 일이 많았다.
- 그래서 우리 포대 내에서만 소문이 내려온 것이라니까.
- 그래도 단 둘이 있는 상황은... 말이 안 되잖아.
섹스를 1분 만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본부 포대원이이라고 해도
말년 병장이 최 중사와 단둘의 시간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한 병장
은 그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서 최 중사와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 그래.. 그게 어렵지...그리고 나도 솔직히 믿기 어려웠고....
한 병장은 과거에 말년이었던 고참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처럼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생하게 전하는 고참의 경험에 완전
한 의심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말년이 되었을 때,
최 중사와 단 둘이 있을 기회를 얻어서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 그게 다야? 아니... 최 중사랑 단 둘이 있는 게 가능했어?
한 병장과 나는 교육계였다. 인사 담당관인 최 중사와는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소위 명분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병장이 그 불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 거... 한 달 전에 상급 부대에서 검열 온다고 했을 때....
- 그때 교육계들 다 있었는데?
한 병장이 최 중사와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만든 건, 불행과 불행이 만난
뜻밖의 행운이었다. 한 병장 역시 부사수가 있었다. 그런데 재수가 없게도
한 병장의 부사수는 주말에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골절되어서 후송을 가버렸고,
말년휴가를 떠나는 시기까지 일을 놓지 못했다.
약 한 달 전에 상급 부대의 검열 소식으로 각 포대의 교육계들이 작전과
에 만나서 언제나처럼 야근을 했다. 각 포대의 서류를 한 뭉치씩 가지고
와서 서로간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일을 했는데, 때마침 우리를 담당하는
교육장교 역시 맹장 수술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병사 네 명이 작전과에 모여서 야근을 할 수는 없었다. 더불어 교육장교
의 일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일을 대신한 사람이 바로 인사담
당관 최 중사였다.
육체적인 훈련에서 거의 열외를 받고 있는 최 중사였고, 계급과 짬밥에
밀려서 교육장교 일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그것대로 문제될 만 했다.
- 그때... 다 함께 마무리하고 10시쯤 헤어지지 않았나?
- 그랬지... 그랬는데...
밤 10시가 되어서 어느 정도 업무를 마무리한 네 명의 교육계들은 각자의
포대로 돌아갔다. 한 중사 역시 늦은 퇴근을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한 병장은 포대로 돌아가는 도중 서류 뭉치를 하나 작전
과에 놓고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열이 당장 새벽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서류는 다음 날에 찾아도 상관은
없었는데, 한 병장은 별다른 생각 없이 작전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단속을 하고 퇴근을 하던 최 중사와 마주쳤다.
최 중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 둘은 다시 작전과로 걸어갔다. 작전과
에 도착한 최 중사가 자물쇠를 열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한 병장은 그 모
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작전과의 문이 열렸고, 먼저 들어간 최 중사가 형광
등을 켰다.
갑자기 환해진 곳에 들어온 한 병장은 눈이 부셨다. 그리고 그 눈부심은
최 중사의 하얀 피부로 이어졌고, 한 병장은 빛이 나면서 매끄럽게 보이는
그녀의 피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순간적이었지만, 최 중사가
엄청난 미녀처럼 보였다고 했다.
- 정신이 나갔었지.... 존나 예뻐 보이는 거야.
젊음의 욕정은 무엇보다 급하게 끓어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고참이 지난 날
해준 최 중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은 말년 병장이었고, 밤이 늦은 시
간 아무도 찾지 않는 작전과에 최 중사와 단 둘이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건 기회였다. 독이 있을 수
있는 버섯이었지만, 욕정의 배고픔이 그것을 망각 시켰다.
- 그래서... 말했지... 한 번, 하지 말입니다.
한 병장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말이 되는지는 차지하더라도, 한 병장의 표정에서는
거짓을 찾기란 어려웠다.
- 전투화랑 전투복이 개좆같은 거야. 벗기도 어렵고... 입고하니 애매하고..
한 병장은 최 중사와 작전과에서 불같은 섹스를 했다고 한다. 부대 내였고,
늦은 시간이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풍만했던 엉덩이의 실물을 보았고,
진짜 미친 듯이 주물럭거렸다고 했다.
- 엉덩이는 진짜 최고다... 생각보다 보지도 괜찮고....
설령 사실이더라도 한 병장의 말은 믿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는 전역을 앞두고,
군 생활을 걸면서 거짓을 하지 않았음을 고했다. 또한 군 생활이
3개월이 남은 나에게 그런 기회가 생기면, 자신의 말을 생각하며 거침없이
최 중사에게 들이대라고 했다.
- 그 뒤로는 안 했어? 최 중사를 밖에서 만나도 되잖아?
이때는 이 질문들이 정말 어리석은 질문들임을 알지 못했다. 최 중사와 한
번의 섹스를 했다면, 두 번, 세 번 이상은 더욱 손쉬울 것임에도 왜 일회성
으로 끝내려는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
- 그건... 말이다... 네가 해 보면 알 거야.
한 병장은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웃을 뿐이었다.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또 다시 의심이 돋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할
친구가 아니었다. 더불어 그는 전역 당일, 위병소를 통과하기 전에도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난 너한테만 말했어... 전역하고 연락해라.
한 병장이 그렇게 전역을 했고, 내 남은 군 생활은 약 3개월이었다. 말년
휴가를 제외하더라도 약 80일에 가까운 시간을 부대 내에서 지내야 했다.
주말을 감안하더라도 최 중사와는 최소 80번은 마주칠 시간이었다.
그 후로 최 중사와 마주치면 한 병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처럼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더불어 한
병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 중사의 끝내주는 엉덩이는 어떤 느낌일 지,
상상하고 상상했지만, 겪지 않는 이상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었다.
지루한 병장의 시간도 조금씩 지나갔다. 그리고 전역이 20 여일 정도 남아
있었고, 며칠 후에 말년 휴가를 다녀오면, 지겹고 고달팠던 군 생활에 마침
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이쯤에는 최 중사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확인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관심에서 점점 멀
어졌다. 무엇보다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무탈함이 최고였다.
- 대대장이 미친 것 같지 말입니다.
나에게 견장을 물려받은 분과 후임 임 상병의 말이었다. 임 상병은 상병이
꺾이지도 않았지만, 내 바로 분과 후임이라 얼마 전부터 분대장의 직위를
받았고, 서무계원이었다.
- 왜?
- 대대장이 야간에 2지대 순찰을 돌라고 하지 말입니다.
- 까라면 까야지... 새끼가... 빠져 가지고...
더 이상 알 바 아니었다. 훈련이 있어도 열외하고, 야간 경계 근무도 서지
않는 말년 병장의 나였다. 더불어 교육계 일은 이제 부사수가 전담하고 있
으니, 부대에서 뭔 짓을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었다. 속된 말로 전쟁만
나지 않으면, 더 이상 내가 부대에서 해야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나 마실 간다?
말년 휴가를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통신병과 FDC가 짱 박혀 있는 벙커를 방문하기도 했고, 사수와 운전병이
짱 박혀 있는 정비소를 찾기도 했다. 일과 시간에 PX를 가더라도 누구하나
터치할 사람이 없었다.
- 커피나 한 잔 할까
커피 자판기가 있는 본부포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판기 앞에 서서
익숙하게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기 시작했다. 족히 수백 번은 마셨을 터,
이제 이 커피와의 이별도 멀지 않았다.
- 오늘 당직이 인사 담당관이라던데?
- 무슨 일이래? 당직을 다 서고?
본부 포대 소속 병사들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대화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
왔다. 인사 담당관이라고 하면, 최 중사인데, 그녀가 당직을 선다고? 물론,
그녀 역시 당직을 설 때가 있다. 그렇지만 굉장히 손에 꼽을 만큼 당직을
서지 않은 그녀였다.
- 당직이라... 당직....
최 중사가 오늘 본부포대 당직을 선 다는 말에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더불어 말년 병장의 짬밥까지 더해졌다.
- 아... 씨발... 이러다 영창 가는 거 아니야?
한 병장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말했던 조건, 최 중사와 단둘이 있을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고,
나는 고작 20 여일이 남은 말년 중의 말년 병장이었다.
...
특별 모녀 14부까지 끄적였던 문서를 날려버림 -_-;
내상 치유 중...
이 글은 2부작으로 짧게 끝남...
이후 다시 특별모녀로 이어짐.
[초대박]핫썰닷컴 여성회원 인증 게시판 그랜드오픈!!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6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