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 때 신종플루 겪은 썰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전세계가 시끄러운데 최종 피해집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초동 대처에 실패한 거 같다.
그런데 이전의 SARS니 메르스니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전염력이 낮아서인지 어지간한 인플루엔자만 못했던 거 같은데 한 10여년 전에 신종 플루가 저 두개의 질병에 비해서 한국에서 훨씬 크게 터졌었음. 물론 치사율이 낮아서 환자에 비해서 사망자는 별로 없었음
내가 원래 연도 기억 정확하게 잘 못하는데 신종 플루는 확실히 기억하는게 전역했던 해에 터졌다. 2009년임.
그 때 군대에 있었는데, 한 7월 혹은 8월쯤같은데 아마 8월이 맞을 거다.
물론 질병 자체가 발병해서 언론에 나오기 시작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그 이전이지 싶은데 감염자가 적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가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늘어나니 군부대도 당연히 그 영향에서 피해가질 못한 거지.
난 그 때 강원도의 육군 모 부대 사령부에서 군복무 중이었음.
처음 뉴스에서 봤을 때는 당연히 심각성에 대해서 별 생각해 볼 일이 없었다. 군생활하면서 사회에 뭔 일 터졌다 하면 뭐 걍 그러려니 하잖어. 전역 아직 3달은 넘게 남았어서 어차피 전역할때는 아무것도 아닐게 뻔하니까.
아마 사회에서도 감염자 적을때는 별 생각 없이 뉴스 접한 사람이 많았을거
그러다가 글로벌 이벤트가 되어버리면서 한국에서도 감염자가 폭증함. 이 시기가 한 8~9월일거임.
난 그때 병장이었데 9월(8월일수도 있는데 아마 9월 중순이 맞을거임)에 어느날 (말년 휴가 아님)휴가 갔다온 내 한달 선임 병장 한명이 휴가 복귀한 직후부터 증상인 고열을 호소하며 드러누웠다.
젊은 애들은 사망까지는 잘 안가는 질병이어도 고열(아마 38도 이상이었을거임)이 기본 베이스니까 일단 한번 걸리면 군인처럼 젊어도 맛탱이가 가서 암것도 못함.
군의관이 일단 의무실에 그 선임을 격리시켰는데, 의무실은 세명? 네명 정도가 드러누워 잘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좁았지.
그로부터 4일인가 내에 사령부 본부대(참고로 보통 사령부 본부대 병사 인원 구성은 보통 사령부 작전병/정보병/행정병(사실 작전병이나 정보병도 사령부에서 하는 일은 업무상 작전과 정보를 다룬다 뿐이지 매일 PPT만지고 한글 만지고 하는건 거의 행정병에 가까움) + 경비대원 + 본부대 행정반 및 부대 관리인력이고 일반 보병대대보다는 인원이 훨씬 적음)에 휴가나 외박, 외부 행사 등으로 나갔다왔던 사람 중에 그 선임 포함 3명의 환자가 생김.
그 와중에 첫 환자였던 선임이 국군춘천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신종플루 확진 판정이 나왔음.
기존 인플루엔자 약으로는 치료가 안되고 타미플루라는 약을 먹어야 치료가 되는데 그 때 판데믹이 되면서 타미플루가 나중에는 사회에서도 부족해졌고 군병원/부대에서도 아마 물량이 많이 없었을거임.
그래도 처음에 걸린 사람들은 춘천병원에서 타미플루를 거의 처방을 받았음.
어쨌든 그 세명의 환자가 국군춘천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셋다 확진 판정이 나왔음
이때쯤 의무병이 마스크를 한개씩 지급을 했는데 보니까 그 파란색 칠해져 있는 1회용 마스크임
문제는 생각을 좀 해보니 이런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 마스크가 절대 충분할 수가 없는 거임.
의무병한테 마스크가 충분히 있냐고 물어보니까 부대원 하나씩 다 나눠줄 수는 있긴 한데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뭐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느낌이 싸해서 PX에 가서 반으로 접히는 천 마스크 세개를 샀음.
왜 세개를 샀나면 마스크는 쓰면 젖는데 젖으면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빨고 말려가면서 써야함. 로테이션을 돌려야 해서 적어도 두개를 갖고 있어야 천마스크를 써먹을 수가 있음.
문제는 그때가 부대 막사를 신막사로 교체하던 교체기였는데 당시 1야전군(지금은 없겠지만) 지역인 강원도의 경우 최전방 일선부대부터 신막사로 교체공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 최전방이 아닌 사령부는 아직 구막사에서 살던 시절임.
(사령부)상황 근무(대충 이것도 당직이랑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됨, 다만 계속 돌려야 하는데 당직에 비해서 사람은 적어서 훨씬 힘들고 부담이 많이 감), 당직, 휴가 등으로 내무실이 꽉 차는 일이 별로 없긴 했는데 어쨌든 많이 잘 때는 내무실 하나에 30명이 넘게 자던 내무실이었음.
그리고 내무실에서 다른 내무실과 화장실과 샤워실이 가까워서(대충 당직방이 가운데 있고 그걸 사이에 두고 내무실과 화장실이 있는 구조) 다른 내무실에도 병이 퍼지기가 쉬운 구조였음
최초 발생자는 휴가 복귀 직후 증상이 비교적 빨리 나와서 격리가 되었다고는 하나 다른 두명은 그렇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지내는 부대의 특성상 전염병이 퍼지기 매우 쉬웠음
어쨌든 지급받은 그 1회용 마스크는 이틀인가 삼일 정도 써보니까 냄새가 나서 못쓰겠음.
첨부터 마스크 제대로 안쓰는 놈도 있긴 했지만 이쯤 되니까 다들 지급받은 마스크를 버리거나 어디 구석에 박아두고 나처럼 PX가서 따로 사서 쓰든지 아니면 걍 안쓰든지 하게 될 수밖에 없었음
첨부터 제대로 안쓰는 놈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이때 이미 잠복기가 되어버린 부대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후임들에게 마스크 쓰라고 잔소리 해도 안쓰고 다니는 놈들이 더 많았는데 마스크가 충분하지가 않았기 때문에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지금 중국 사태도 그렇고 돌이켜보면 전염병이 퍼지면 관련 물자가 모두 부족해져서 문제가 생길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음
나는 천마스크를 로테이션을 돌려가면서 썼음. 일병 이후로는 걸레 빨 때 말고는 손빨래를 해본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마스크 손빨래 해가면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했음
다시 회고해보면 내 생각에 큰 문제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일단 격리환자들 따로 쓸 화장실, 샤워실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게 여의치가 않았음. 소대별로 채 1개가 안되는 수준이었으니까.
의무실이 따로 떨어져있기는 했어도 의무실 전용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있는게 아니라, 그렇다고 병 걸린 애들 안씼고 안누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격리가 되어있다고는 하나 용변을 보거나 씻거나 할때는 애들이 다 일하러 나가서 내무실에 없는 일과시간에 도둑마냥 들어와서 씻든지 할 수밖에 없는데 당연히 이러면 완벽한 격리가 되는 것이 아님.
또 다른 문제는 사령부의 특성상 감염원이 들어오기가 매우 쉬움. 반대로 또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기도 쉬움.
사령부니까 간부가 많을수밖에 없는데 간부들은 퇴근 이후는 당연히 민간에서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휴가자 이외에도 계속 외부접촉자가 있을수밖에 없는 환경임.
또 사령부의 절, 성당, 교회가 커서 인근 주변부대에서 종교행사로 인원이 계속 출입하는데다가 많은 간부들이 일요일에 예배/미사/법회에 참여하는데 간부들 가족들까지 종교행사에 옴.
아마 내 기억으론 세번째인가 네다섯번째 환자가 저렇게 외부인원과 접촉하는 군종병 선임이었을 거임.(당연히 이사람도 전역 2달인가 남은 말년병장이었음)
그 뒤 1주일 내로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기 시작했음.
군대 내에서도 TV는 나오니까 대충 사회도 난리가 난거 같았음. 뭐 한국인 사망자도 나오고 휴교령 떨어졌다는 학교도 있다고 나오기 시작했던거 같고.
예상했던대로 마스크가 금방 동나더라. 의무병한테 더 달라는 놈도 있고 했는데 뭐 의무실에 있었던 마스크가 원래 많지 않았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 떨어지더라고.
감염자가 다섯명 이상이 되어버리니 이제 그 비좁은 의무실에 수용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했음
그래서 내무실 하나를 비우려고 했으나 상술했듯이 구막사라 방이 없어서 비울만한 곳이 없었음
그래서 격리자 수용 용도로 텐트를 침.
24인용 텐트를 그대로 썼나 두개를 이어붙였나 아무튼 텐트를 꽤 큰걸로 쳤음
또 휴가를 전면통제하라는 지시가 내 기억으로는 꽤 늦게 내려왔던 걸로 기억함
그리고 설사 통제한다고 치더라도 말년 휴가는 통제해도 막을 방법이 없으니 부대에 휴가 복귀자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음
어쨌든 사회에서도 통제불능이 되어버렸지만 부대 내에서도 통제 불능이 되었음
9월말쯤에 감염자는 급속도로 늘어나서 인원 두자리수 이상이 감염자 혹은 증상자가 되어버림
이때부터는 아마 국군춘천병원에도 타미플루가 부족해서 처방을 다 못받았던걸로 기억함.
국방부에서도 지침이 나왔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아무튼 환자 격리 잘 하고 부대관리 잘하라는 내용같은 맥락~
이때쯤 되니까 휴가 복귀자들 격리하는 텐트를 치고 휴가 복귀자들은 1주일 정도 잠복기 기간동안 격리를 시키게 됨.
위에서 말했던 종교활동 같은 것도 간부들은 모르겠으나 병들은 전면 중단되었음.
그리고 휴가도 이제 통제가 되기 시작했음. 말년휴가, 신병 100일휴가 제외하면 내보내지 말라고 해서 어지간한 휴가는 거의 다 무기한 연기되어버림
사령부 작전병/행정병들도 환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교대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실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사령부 업무도 상당히 마비가 되어가는 시점이었음
간부 환자가 한명 나왔을 때였나
이제 사령부 작전병/정보병/행정병들도 사령실/사무실 들어가지 말고 간부와 격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옴
즉 이제 병사들은 아예 전체를 격리하라는 지침이 나온 것임. 이때가 10월 초 내지 중순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그리고 그걸 또 무시하고 병사들 불러서 일시켰다가 욕먹은 장교도 있었고, 사령관 출근 안하는 주말에 몰래 불러서 일시키는 놈도 있고 뭐 그랬음
그렇게 일시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사령부 업무도 일시적으로 병목이 크게 오는 상황이었음
어느새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자는 계속 늘어나서 감염인원도 거의 1/4 이상이 되어버렸음.
뭐 중간에 완치 판정 받은 인원도 있기는 했는데 걔들은 어느정도 면역력이 형성된 것으로 간주하고 따로 혹은 감염자 쪽으로 격리를 시킴. 즉 완치가 되더라도 격리자쪽으로 보내게 되었음.
처음 격리텐트를 쳤을 때는 그래도 가을이라 밤에 침낭덮고 자면 춥고 뭐 그런게 없었는데 이제 10월쯤 되니까 밤에는 날씨가 싸늘해졌음.
군의관이 환자를 그나마 덜 추운 내무실로 보내고 정상인인 애들을 실외로 격리하는게 낫겠다고 판단을 해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가 됨
그래서 원래 격리자용 텐트를 한동인가 두동을 쳤었는데 이 시점에서 가용 텐트를 죄다 밖에 쳐버렸음.
그리고 원래 텐트만 쳤는데 텐트 격리구역 외곽에 윤형 철조망까지 쳐버렸음. 들락거리는거 최소화하라고.
그리고 화장실 / 샤워실도 비감염자는 사용시간을 확실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했음.
나는 어쨌든 이때까지 마스크를 매일 잘 써서 안걸리고 있었는데 기약없는 실외 생활이 시작됨.
훈련 나가도 길어야 2주정도가 보통인데 이때 월 단위로 텐트생활을 한거임.
그런데 또 정작 작전병/행정병들 사무실 가지 말라고 해서 경계근무 나가는 애들 제외하고는 병사들은 일과시간에도 놀았음.
간부들 당직자 외에는 안나오는 주말에만 부대 청소하고 뭐 그랬던거 같음
그래서 할게 없으니까 어디 박아놨던 부루마불 가져오고 뭐 이렇게 해서 대낮부터 부루마불하고 그랬음
지금은 다 까먹었는데 이때 부루마불을 너무 많이 해서 부루마불에 나오는 도시이름을 다 외울지경이었음
즉 생활은 불편해도 일은 안해서 개꿀됨.
어쨌든 텐트 생활이 편하지도 않고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일부러 걸려서 내무실 들어간 걸로 추정되는 놈도 있긴 했음. 감염자나 비감염자나 일 안하니까
그렇게 해서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계속 텐트생활하면서 부루마불이나 하다가
전역이 다가와서 말년 휴가나갔음
휴가 갔다오니 여전히 텐트는 쳐져있더라.
휴가 복귀자 격리구역에 있다가 전역신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후임들과 인사는 대충하고 전역했음
최근에 인터넷에 중국발 전염병 관련 조치 때문에 뭐 군의관들 현장에서 불만 있다 이런 소리 본거 같은데
2009년에 군대에 있어본 사람으로서 왜 군에서 군의관들 고생시키는지 대충 알거같음.
환자 생기기 시작하면 빠르게 조치해서 통제해야 하는데 머리 굳은 장교들보다는 그나마 똑똑한 군의관이 있어야 어떻게든 조치하고 돌아감.
의무실 자리 부족하니 텐트 쳐서 격리하고 나중에 날씨 추워지니 건강한 애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환자들을 막사 안으로 들여보내고 이런거 다 군의관이 판단해서 그렇게 했던거였음.
아무튼 요즘 군 장병들도 이거때문에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시키는거 많지 싶은데
그때처럼 일부 군부대 마비되는 사태는 안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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