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개팅_01

안녕하세요.
늦게 배운 도둑질 이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원래 바로 그 이후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여러 사정이 겹쳐 많이 늦어졌습니다ㅠㅜ
첫편이라 기대하시는 그런 내용은 아직 없으니 휙휙 내리면서 읽으셔도 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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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사귄 연인과 헤어진 것은 슬펐다.
그 사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은 동네 포차에서 밤을 새우고
그 다음날 부모님께 등짝을 맞으며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지나간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모서리들은 조금씩 닳아서
점차 별 일 아닌 듯 손끝으로 쓸고 지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저 그런 직장에 들어가
그럭저럭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 날도 나는 사수와 함께 외근을 마무리하고
회사 근처 카페에서 의미없는 보고자료를 만들며
보고자료만치도 의미가 없는 각자의 신세를 한탄하던 참이었다.
문득 사수가 말을 걸었다.
펭귄아.
네 대리님.
소개팅해라.
아니요.
할래 아니고 해라.
예쁩니까?
너랑 잘맞을거같은데.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옷을 갖춰 입고 소개팅 장소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전부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생각도 안 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자마자 전 연인의 데이터가 바로 옆에 따라붙었다.
몸매는 마른 체형. 적당히 통통했던 그 사람과 다르다.
피부색은 하얗다. 그 사람도 하얗고 매끈매끈한 피부였다.
키는 적당. 그 사람보다는 커서 마냥 귀여운 느낌은 덜하다.
등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그 사람은 파마를 했다 풀었다 난장판이었는데.
그리고
그 사람과 다르게,
인상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찌르면 피 한 방울 안나오는 건 고사하고,
찔러보기도 전에 나를 먼저 찔러 죽일 것 같은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인사를 했는데 아,네??) 아..저는 카카오대리님 후배 펭귄이라고 합니다.
뭐드실래요?
(...시발....?)...저는 리조또요.
주문할게요. 버섯크림리조또 둘 주세요.
....
천만 년을 직접 걷는 듯한 정적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좀 친화력이 없어서....
네 그래 보여요. 긴장하지 마세요ㅎㅎ
죄송해요.
분위기를 위해 장난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바로 날아든 딱 떨어지는 사과 덕분에
나는 졸지에 더욱 죄송한 마음으로 리조또를 퍼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 볼 수 있었던 영화들을 생각했고,
보충할 수 있었던 잠을 생각했고,
저 여자는 어떻게 뜨거운 리조또를 먹으면서도
마녀처럼 차가워 보일 수 있는지도 한참 동안 생각했다.
이 사람이 왜 나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카카오대리를 앉혀 놓고 주리를 틀며 묻고 싶었다.
소개팅인지 합동제사인지 모를 무언가가 끝나고
차로 그녀를 데려다 준 다음
집으로 돌아온 뒤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 소개팅은 단단히 잘못됐다.
월요일에 카카오대리를 심문할 각오로 잠을 청하려던 찰나,
메신저가 울렸다.
오늘 죄송했습니다~ㅠㅜ
저때문에 체한 건 아니신가 모르겠어요ㅠㅜ
아니 진짜 제가 너무 숫기가 없어서 흑ㅠㅜ화나신건아니죠?ㅠㅜ
다음에는 제가 꼭 맛있는 거 살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넌 대체 누구냐.
다중인격이냐 빙의냐.
빙의라면 아까와 지금 어느 것이 진짜냐.
왜 이제 와서 세상 살가운 인사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거냐.
그리고 왜 "다음"이란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는 거냐.
다음 빙의체는 설마 나냐.
다음에는 설마 술이라도 마시자고 할거냐.
그리고 그 다음에, 믿기지 않게도 나는 속도 없이 다시 그녀를 만나러 나갔고,
술을 마시게 되었다.
물론 그 날도 단단히 잘못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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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은 상당히 건조하게 흘러가 면목없습니다ㅎㅎ
써놓고 올리는 게 아니다 보니 분량 조절이 어렵네요ㅠㅜ
써놓고 나눠 올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궁금하신 점들은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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