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한 이야기-9
와이프가 그남자를 만난 건 나와 결혼하기 2년 좀 안되는 때였다.
직장에서 남자들 여럿이 추파를 던지긴 했지만 와이프는 언제가 거절했다.
자기 눈에 들어오는 남자가 없어서였다. 다들 1900년대 남자들을 상상해 보시라.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워도 별 문제가 없었던 시절이다. 여사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터치하는 회사도 수두룩했다.
그런 환경에서 지내면서 와이프가 남자들 속에서 어떻게 지내왔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도 나름 능력도 인정받고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이긴 했다.
그 회사에 상무가 한 명 있었다. 회사 대표와 친척인데 거의 가족기업처럼 아들도 부장이고 사장 밑에 있는 실장도 조카였다.
그렇게 해놓고 가족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 탈세를 하는 게 많았다.
다들 알겠지만 법인 안만들고 개인사업자로 있게 되면 가족 고용을 통해 자금 세탁이 가능하다.
그런식으로 돌아가던 회사 상무에게 잘난 아들이 하나 있었다.
학교도 좋은곳을 나왔고 생기기도 잘 생겼다. 가끔 회사에 와서 자기 아버지인 상무 심부름도 하고 그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들이 회사에 오면 꼭 여직원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불렀다.
그러다 와이프 순서가 됐다. 커피 타서 오라는 말에 와이프가 옆에 있는 여직원에게 들어가면 무슨 일 생기는 거냐고.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걱정 말라며 들어가보라고 한 것이다.
커피를 타서 들어가니 상무가 앉아있고 아들이라는 남자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와이프를 한번 보더니 상무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 아들이 와이프가 마음에 든다고 표시를 한 것이다.
뭔가 기분나쁜 느낌이 들어서 커피를 내려놓고 얼른 나왔는데 이후에 몇 번 더 커피를 타서 대령하라고 했고 그때마다 들어갔는데 아들이 별 이상한 짓도 안하고 그냥 친절하게 대해줬다. 처음에는 긴장하던 와이프는 몇 번 만나면서 자기에게 웃어주고 생각외로 친절하게 대해주는 상무 아들이 편해졌다.
그렇게 서로 눈길을 주고받다가 어느날 상무 아들이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가서 밥을 먹기 시작한 게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게 된 이유였다.
그렇게 몇 번 데이트를 하면서 와이프는 상무나 그 아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상무와 딱히 부딪힐 일도 없었고 아들도 나이스한 편이라서 와이프는 점점 그남자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둘은 몸을 섞게 됐다.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되고 남자경험이 없었던 와이프와 그남자는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은 와이프를 만나면서 점점 더 진지해져 가고 있었지만 회사에선 멀쩡하던 상무는 아들 노리갯감으로 와이프를 아들에게 소개해준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들도 그냥 몇 번 만나서 놀자고 생각했는데 와이프가 순진하고 똑똑한데다 상당한 미인이다 보니 점점 처음에 먹었던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상무는 아들이 지나치게 와이프에게 몰두하는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걸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회사 안에서 소문이 나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쉬쉬하면서 아들이 와이프를 만나고 다니는 걸 회사에 숨겼지만 그게 어디 티가 안나고 배기겠는가? 어느날 회사로 전화가 왔는데 와이프 옆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받았고 그걸 상무 아들이 침착하지 못해서 보고 싶다, 어제 좋았다, 오늘은 어디 모텔에서 보자 등등 혼자 떠들었는데 그렇게 된 건 하필 그 여직원 목소리가 와이프랑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누구시냐고 물었고 상무 아들은 아차 싶어서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변명했지만 와이프 이름까지 말하고 회사에 몇 번 오면서 대충 목소리도 알고 있었던 여직원은 그게 상무 아들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다. 안그래도 상무 아들이 왔다고 하면 반드시 와이프가 사무실로 불려갔던 것도 있고 또 상무 아들이 나가고 나면 와이프가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하는 등 직원들끼리는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게 아예 전화 잘못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상무는 아들을 불러다 엄청나게 혼내고 당장 와이프하고 끝내라고 난리를 쳤다.
둘이 가서 울며불며 죽고 못살겠다고 해봤자 회사 여직원하고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계속 난리를 쳤다.
그렇게 며칠을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 아들이 상무에게 졌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당시에는 많았다.
와이프가 죽고 못살던 상무 아들은 강제로 미국으로 갔다. 회사에서 미국 지사를 만들고 거기 지사장으로 보냈다.
그것도 다 대표와 상무가 인척관계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상무 아들은 와이프에게 연락을 계속 했지만 상무가 아들하고 연락하면 회사에서 내쫓는다고 엄포를 했으니 받지도 못하고 그냥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그리움도 시간이 약이었다. 공허해진 마음을 채우지 못해 방황하던 와이프가 그때 지금의 나를 만난 것이다. 나를 만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던 와이프는 그때 상무 아들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랬는지 나에게 금방 빠져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열렬히 사랑했다. 물론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와이프에게 나는 보상심리 같은 것이었다. 강제로 헤어진 남자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통해 채워질 거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하게 됐다.
그리고 시작된 결혼생활을 이어왔던 것이고 내가 사업 실패 후에 무너지면서 서로 엄청난 스트레스로 관계가 엉망이 됐다. 그런데 그 시기에 미국으로 가서 사업을 하고 있던 그남자가 다시 와이프에게 연락을 해왔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어떻게 연락이 됐는지 나도 궁금했는데 와이프가 퇴사한 후에 남아있던 여직원에게 와이프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었다.
그남자는 미국에서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와이프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찾았다.
그렇게 찾아낸 와이프 연락처를 이용해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와이프는 내가 모르게 그남자와 계속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친정으로 간 것이고 우리가 별거를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친정에 가서 결국 둘은 따로 만나게 됐다. 둘은 나이가 꽤 들어서 만나서 꽤 어색했지만 와이프도 과거에 자기가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였는지 엄청 꾸미고 나갔고 상무 아들인 그남자도 와이프를 만나려고 최선의 신경을 쓰고 나왔다.
둘은 오랜 세월히 흐른 뒤에 다시 만나 옛날 감정을 되살려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둘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그남자도 와이프도 자신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초로의 늙은이가 다 된 모습이었고 남자가 보는 와이프도 남의 부인이 돼서 전에 봤던 섹시하고 화려한 여자는 더이상 아니었다.
그렇게 실망한 두 사람은 차라리 만나지 않고 환상과 기억 속에서 좋은 감정만 남길 걸 하며 후회했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나에 대해 생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자신이 환상 속에서 살아온 것처럼 지난 날이 꿈속 일같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여태까지 나와 살면서도 어쩌면 와이프 기억 속의 남자를 환상처럼 잊지 못한 채 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엄청나게 보고 싶더라는 것이다.
정작 나를 만났을 때는 자기가 옛날에 사귀었던 남자를 다시 만났다고 할 수는 없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서 좋아졌다고 할수밖에 없었다.
테라스 소파에 앉아 이 얘길 듣고 있는데 어느새 제수씨가 우리 뒤에서 다 듣고 있었다.
해는 이미 져서 테라스에 불이 켜져 있는지도 몰랐다.
제수씨는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내려와서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놓고 들어갔다.
와이프가 말했다.
"당신한테 거짓말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남자는 과거의 남자고 다시 만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와이프의 말을 듣고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제수씨와 이미 선을 한참 넘었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그걸 다 알고 있었다.
"아까 우리끼리 설거지 할 때 내가 다 확인했어."
"확인? 뭘?"
"그냥 내가 다 안다고 했더니 놀라더라고."
"그래? 제수씨가 뭐라고 했는데?"
"좋은 분이라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내가 아무 말을 못하고 있자 와이프는 "좋은 사람이더라. 남편 그렇게 돼서 마음 많이 아프겠다고 했더니 꼭 그런 건 아니래."
"그래? 뭐라고 했는데?"
"지금 언니 남편에 비하면 너무 형편 없는 인간이었다고.."
"근데 꼭 그렇지는 않..."
"아냐. 우리 여자들은 몇 마디 해도 다 알아. 그게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뭘?"
"나.. 당신이 다 알고 있는 거 그거 생각하면..."
"근데.. 처음에는 엄청 속도 상하긴 했어. 근데 당신이 훨씬 좋아진 것도 있고 또 실은 집에서 내가 당신 확인해 본것도 있고.."
"확인?"
"응. 내가 당신 유혹하면 나 가질 수 있는지.."
갑자기 섬뜩해졌다. 만일 내가 그때 거부했다면? 살떨리게 철저한 여자다.
"근데 당신이 나 안아줬어. 그것도 예전에 우리가 뜨거웠을 때처럼.."
"그랬구나..휴우"
"그래서 당신이 여기서 저 사람이랑 지내면서 날 잊은 게 아니라 오히려 회복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커피를 들고 마시는데 와이프가 "향이 참 좋다..그치?" 라며 싱긋 웃었다.
커피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와이프는 다른 건 몰라도 아침마다 내가 커피를 내려주는 걸 정말 좋아했다.
세상에서 내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커피 때문에 나를 더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며 향이 좋다고 하는 건 이 여자의 마음이 다시 돌아온 걸 뜻하는지도 모른다.
"여기 커피가 맛있긴 하지."
"어머. 여기 커피? 대단하네."
아차 싶었다.
그때였다. 제수씨가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둘을 바라보더니 저녁을 먹자고 했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오가면서 우리 얘길 듣기도 하고 저녁을 준비한 것이다.
셋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저녁식사보다 맛있고 훌륭했다.
내 앞에 있는 두 여자가 서로 소곤거리며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기분좋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제수씨가 와이프에게 물었다.
"언니. 여긴 일도 없으니까 오늘 밤에 가셔도 돼요."
이 말을 듣고 와이프가 나를 봤다.
"당신 오늘 갈거야? 난 여기 하룻밤 더 자고 가려고 했는데."
"글쎄.. 사고가 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 당신 맘대로 해."
"난 당신 제수씨랑 얘기도 더 하고 싶은데. 하루 더 자고 가자."
나는 속으로 나쁜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제수씨랑 한번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었고 무표정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와이프의 테스트였다.
와이프는 내가 여기서 하루 더 자고 가고 싶어하는 걸 눈치 챘다.
나는 또 나쁜 생각을 했다. 어쩌면 셋이 같이 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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