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씨 좌정승공파의 비극: 사라진 200억과 그 여자 1
조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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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우리 동네엔 오래된 대갓집이 하나 있었다.
김해김씨 좌정승공파 문중의 종택. 커다란 기와집에 넓은 대지, 논밭까지 합치면 동네에서 제일 큰 재산이었다. 그 집의 주인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항렬의 어르신, 김○○ 할아버지였다. 나이 60이 조금 넘으셨을까. 항상 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게감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분 앞에선 목소리도 낮추고, 아이들은 지나갈 때면 절을 했다. 그만큼 엄숙하고 존경받는 분이셨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집에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서른도 안 돼 보이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다. 피부는 하얗고, 몸매는 글래머러스했으며, 특히 그 입술—시뻘건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입술은 마치 피를 머금은 듯했다. 동네 남정네들은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눈을 어디 둘지 몰라 했다. 어떤 아저씨는 “저 눈빛 한번 스치면 혼이 나갈 것 같아…” 하고 중얼거렸고, 어떤 아주머니들은 “저런 여자가 어떻게 저 집에…” 하며 수군거렸다.
그 여자는 김 할아버지의 새 아내가 되었다. 정식으로 상견례도 하고, 혼례도 치렀다. 동네 사람들은 속으로 다들 한마디씩 했다. “노인네가 돈 많으니까 저런 젊은 년이 붙었지.” “저 여자, 눈빛이 영 수상해.”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문중 어르신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국민학교 3학년이던 해, 갑작스런 비보가 왔다.
김 할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뜨셨다.
장례식은 동네 역사상 가장 컸다.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상여가 동네를 한 바퀴 돌 때 온 동네가 울음바다가 되었다. 조문객들이 끝없이 몰려왔고, 문상객들 사이에선 한결같은 걱정이 오갔다.
“이제 어떡하나… 종손이 없는데…” “딸만 둘 있지, 아들이 없었는데…” “문중 재산이 저 젊은 마나님 손에 들어가면… 큰일 나겠네.”
그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석 달도 안 돼서, 그 여자가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동시에 드러난 사실— 모든 재산이 팔렸다. 논, 밭, 산, 상가, 그리고 그 커다란 종택까지. 모두 그 여자 이름으로 넘어가 있었고, 현금으로 바뀌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팔린 재산 가치만 어림잡아도 200억 원. 40년 전 200억. 지금 돈으로 치면… 물가 상승만 따져도 800억이 넘고, 부동산 폭등까지 고려하면 2,000억, 아니 그 이상일 터였다.
두 딸은 시내에서 학교를 다니며 거의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소식을 듣고 울부짖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방송국에 의뢰하고, 사설 탐정까지 썼지만… 그 여자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동네는 충격에 빠졌다. “저 년이 계획적으로 들어온 거였어.” “할아버지 병든 틈 타서 재산 다 빼돌린 거지.” “사기꾼이야, 사기꾼!”
그 후 30년 가까이, 그 이름만 나와도 동네 어르신들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10년 전쯤.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어 시내의 유명 오리집에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들던 중, 한쪽 테이블에서 중년 부인이 젊은 남자와 식사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50대 중반쯤? 온몸에 보석이 주렁주렁—다이아 반지, 금 목걸이, 귀걸이까지. 짙은 화장, 붉은 립스틱, 그리고 그 눈빛. 무언가 낯익었다.
계속 쳐다봤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후회가 될 것 같아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잘 사시죠? 저 ○○리 ○○입니다.”
그 여자는 처음엔 ‘이 미친놈이 왜 나한테…’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 순간, 뇌리에 번개처럼 스쳤다.
그 시뻘건 입술. 그 요사스러운 눈빛. 김해김씨 문중의 그 사모님. 아버지와 동네 어르신들이 피를 토하며 찾던 그 여자.
심장이 쿵쾅 떨어졌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리 ○○○님… 제 아버지십니다.”
그 순간, 여자의 얼굴이 딱 굳었다. 눈이 흔들리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젊은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봤다.
나는 바로 아버지께 전화했다.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지금? 어디??” 하시고는 30분 만에 달려오셨다.
그 뒤로는… 오리집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버지가 들어오시자마자 소리쳤다. “너… 너야! 이 쌍년아!”
그러자 동네 어르신들도 소식을 듣고 우르르 몰려왔다. 처음엔 “사모님… 사모님…” 하시던 분들이, 확인하는 순간 하나둘 변했다.
“이 게걸레년!” “장녀 같은 년!” “200억을 어떻게 처먹었어!” “사기꾼 년!”
여자는 처음엔 변명하려 했지만, 사람들이 몰려들자 입을 다물고 고개만 숙였다. 젊은 남자는 황급히 계산하고 도망쳤다.
경찰이 출동했다. 아버지, 어르신들, 그리고 그 여자까지—모두 경찰서로 연행됐다.
하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20년 전에 끝났습니다.” “상속 재산 처분은 법적으로 문제없습니다.” “처벌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 여자는 풀려났다. 보석을 반짝이며, 여전히 붉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경찰서 앞에서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아버지는 그날 밤, 오랜만에 술을 잔뜩 드시고는 “그 년… 아직도 그렇게 살아 있네…” 하시며 한숨만 내쉬셨다.
그 후로도 그 여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 그 200억—지금으로 수천억—을 가지고 호화롭게 살고 있겠지.
동네 사람들은 아직도 그 이름을 입에 올릴 때면 이를 갈며 말한다.
“그 쌍년… 지옥에나 떨어졌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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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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