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억 할수밖에 없는 이유
조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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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그날 이후, 최차장과 나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서울에서 학회와 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녀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사진 한 장. 열어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최차장과 함께 웃고 있는 어린 소녀의 얼굴이… 너무도 낯설지 않았다. 그 눈동자, 그 미소, 그 작고 부드러운 윤곽선까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손가락이 떨려 몇 번이나 사진을 확대했다. 목이 바짝 말랐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밝고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그 순간, 오랜 세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목이 메여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보고 싶어요.”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보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바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예전 사무실 앞에 서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려왔다. 여전히 예쁜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저렸다.
그녀는 “잠시만 기다려요”라고 말하더니 사무실로 올라갔다가 10분쯤 후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해운대 쪽으로 차를 몰았다.
커피 전문점에 앉아 그녀가 먼저 물었다.
“당신은 여전히 딸기 주스죠?”
그 한마디에, 오래된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나는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딸… 정말 예쁘더라.”
그녀가 부드럽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럼요. 누구 딸인데. 말도 정말 잘하고… 아빠를 꼭 닮았어요. 지금 다섯 살이에요. 어린이집 다녀요.”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웃긴 건… 시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초밥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삶은 양파나 파는 절대 입에도 안 댄대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나 역시 평생 초밥을 가장 사랑했고, 삶은 양파와 파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유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는 순간이 될 줄은 몰랐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삼키며 물었다.
“…어린이집이 여기서 멀어요? 보고 싶어요.”
“왜요?”
“너무… 예쁠 것 같아서. 귀엽고… 장난감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싶고… 그냥… 보고 싶어서요.”
그녀는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집 앞이에요. 멀지 않아요. 가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노란색 외벽이 따스한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는 어린이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
나는 조수석 문 손잡이를 잡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미끄러운 플라스틱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심호흡을 한 번 했지만, 공기가 목구멍까지 내려가지 않는 것 같았다.
최차장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발소리가 자갈을 밟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돌아서서 나를 불렀다.
“뭐 해요? 안 내려요?”
그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게, 조심스럽게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한쪽 발을 먼저 내렸다. 땅에 닿는 순간 무릎 관절이 살짝 흔들렸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려는 걸 겨우 참으며 일어섰다. 다리가 무거웠다. 마치 깊은 물속에서 걸어 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녀를 따라 어린이집 입구로 걸어가는 서른 걸음이, 평생 걸었던 어떤 길보다 길게 느껴졌다. 신발 밑창이 콘크리트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귀에 울렸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손끝이 차가웠다.
최차장이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철컥’ 하고 울렸다.
그녀가 사라진 문 앞에 홀로 서 있자, 가슴이 갑자기 좁아지는 듯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갈비뼈가 조여왔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손가락을 꼬며 기다렸다. 시간은 느리게, 그러나 무겁게 흘렀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렸다.
최차장이 작은 아이의 손을 살짝 잡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작고 여린 보랏빛 히야신스 한 송이를 그대로 빼닮은 아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부드러운 봄 햇살 아래, 아이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커다란 눈망울이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살짝 도톰한 볼에 작은 보조개가 살짝 파였다. 입술은 아직도 점심을 먹은 듯 살짝 번들거렸다.
시원이는 엄마 손을 잡은 채 재잘재잘 말을 쏟아냈다. 목소리는 맑고, 밝고, 끝이 살짝 올라갔다.
“엄마, 오늘 점심 뭐게?”
“돈가스? 햄버거?”
“땡! 치즈 볶음밥! 엄청 맛있었어!”
그 작은 목소리가 내 가슴 한가운데를 정확히 찔렀다.
목이 순간적으로 바짝 말랐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구멍이 꽉 막혀 꼴딱 소리만 날 뿐이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시야 가장자리가 살짝 흐려졌다. 나는 이를 꽉 물고, 눈꺼풀을 몇 번 깜빡여 눈물을 밀어냈다.
“안녕… 시원아. 반가워…”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끝음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원이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엄마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커다란 눈동자가 궁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속눈썹이 길고 검게 반짝였다.
“엄마… 이 아저씨 누구야? 키 엄청 크다…”
최차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원이 삼촌이야. 처음 보지?”
그러고는 시원이를 내려다보며 한층 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삼촌이 시원이한테 예쁜 옷이랑, 좋아하는 초밥이랑, 예쁜 인형도 사준대.”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원이의 작은 얼굴에 개나리꽃처럼 환하고 순수한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볼살이 통통하게 올라가고,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하얀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그 미소는 너무 밝아서, 보는 나까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시원이, 예쁜 옷 사러 가자.”
나는 천천히, 최대한 떨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시원이의 작은 손이 내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라왔다.
손가락은 작고 따뜻했으며, 손바닥은 아직도 어린이집에서 놀았는지 살짝 땀으로 축축했다.
다섯 개의 작은 손가락이 내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파도가 한 번에 밀려왔다. 목 끝까지 차오른 감정이 터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주차된 차까지, 고작 서른 걸음 남짓한 거리였다.
그런데 그 짧은 길이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발밑으로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보랏빛 히야신스가 한꺼번에 피어오르는 듯했다.
시원이의 작은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슴이 저릿저릿 울렸다.
오랜 세월 텅 비어 있던 가슴 속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최차장이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나와 시원이는 뒷좌석에 나란히 올라탔다.
시원이는 여전히 재잘재잘, 한시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삼촌… 삼촌은 어디 살아?”
“서울에 살아.”
“어… 나 서울 가봤는데! 엄마, 시원이 서울 갔었지?”
그 밝은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우는 동안, 나는 조용히 시원이의 작은 손을 더 꼭 잡았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오늘 처음으로 내게 ‘아버지’라는 단어를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속으로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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