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내 첫사랑(14)-수현민준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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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ㅡㅡ 14부 수현이 민준을 만남 ㅡㅡ
"언니의 과거 진실을 자세히 알려줘. 그래야 나도… 나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아의 간절한 부탁에 수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20대 초반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봄이었어. 내가 스물두 살이던 해였지. 엄마가 해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고…"
=====
수현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먼 과거로 여행을 떠난 듯 아련했다.
"지아야… 그날은 정말 유난히 더웠단다.
봄인데도 여름 같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어.
나는 대학교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지.
엄마가 저녁 약속을 잡아놓은 날이라 조금 서둘러야 했어."
수현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버스가 도착했는데 만원이었어.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간신히 올라탔지.
에어컨은 고장인지 뜨거운 바람만 나올 뿐이었고, 나는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는 차체에 몸을 맡겼어. 그때까지는 평범한 하루였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아의 눈에는 호기심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어. 나는 뒤로 살짝 밀렸고, 누군가의 가슴에 등이 닿았지. 키가 정말 큰 사람이었어. 내 정수리 위로 그의 턱이 보일 정도였으니까.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사과하려 했어."
수현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지아야, 그때 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아니, 오히려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지. 깔끔한 이목구비에 땀에 살짝 젖은 검은 머리, 그리고 또렷한 눈동자…"
지아가 조용히 물었다. "그분이… 민준 씨였어?"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로 그 사람이었어. 나는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 중반쯤으로 보였지만, 사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나이가 아니었어.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그의 미소와 눈빛, 그리고 멈추지 않는 심장 박동이 전부였지."
수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버스가 다시 흔들렸고, 나는 그와 또 한 번 가까이 닿았어. 내 등 뒤로 전해지는 그의 체온이,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스치는 그의 팔이 자꾸만 내 의식을 끌었어.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 '이상해… 내가 왜 이렇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모습을 한 번 더 훔쳐봤어. 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햇살에 비친 그의 옆모습은 왠지 모르게 내 가슴 한켠을 간질거렸어."
그때, 수현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지아야…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 내 자신도 깜짝 놀랐지. 나는 울고 있지 않았고,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나는 손등으로 눈가를 닦으면서 생각했어. '왜… 왜 내가 우는 거지?'"
지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때… 무슨 느낌이었어?"
수현은 지아의 손을 가볍게 쥐며 말했다.
"스물두 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어. 알 수 없는 아련함.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그리움.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한 듯한, 그런 묘한 감정이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계속 솟아올랐지."
수현은 지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때, 엄마 생각이 났어. 엄마가 일기장에 적었던 그 구절이 떠오르면서. '오늘 버스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 생겼다. 만원 버스에 내 뒤에 선 한 청년.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가슴에 등이 닿았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지아의 눈이 반짝였다.
"지아야, 나는 그날 버스에서 정확히 그 느낌을 경험했어. 엄마가 20년 전에 느꼈던 감정을, 내가 똑같이 느낀 거야. 그게 얼마나 신기하고도 섬뜩한 일인지 알겠니?"
지아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수현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섰고, 나는 내려야 했어. 그런데 그 남자도 함께 내렸지. 내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어. 나는 인파 속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잠시 후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서 있는 것을 느꼈어. 그였지."
"그가 뭐라고 했어?" 지아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말했어. '저기요… 혹시…' 하고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혹시, 저 아세요?'라고 물었지. 터무니없는 질문이었어. 나는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질문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어."
수현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봤지. 내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왠지 모르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농담 섞인 말투로 덧붙였지. '혹시 저에게 작업 거는 거예요?'"
지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도 놀랐어. 평소라면 절대 그런 말을 안 하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어. 그는 내 말에 잠시 말을 잃더니 당황하며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꼭 아는 분을 닮아서…'라고 말하더라고. 나는 그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더욱 환하게 웃었어. '그래요? 그럼… 저도 궁금해지네요. 제가 누구를 닮았다고요?'"
수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지아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나. '제가…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이에요. 정말 오래전에…' 그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묻어 있었어. 나는 그 목소리에 끌렸고, 알 수 없는 확신을 느꼈지. 이 사람과 나는, 분명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고."
지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인연이었던 거겠지."
"응. 그렇게, 지아야. 그렇게 해서 나와 민준 씨의 첫 만남이 시작된 거야. 그날 이후 우리는 급격히 가까워졌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1년 뒤에 나는 그와 결혼하기로 약속했어."
수현은 지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아야… 그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두려웠어.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낳은 아이들이… 내 이복 동생들이라는 생각이."
지아가 수현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어. 아무리 복잡하고 뒤틀린 관계라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는 그 한 가지로 버틸 수 있었던 거야."
수현은 지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눈물을 머금은 채였지만, 그 안에는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그때 나는 몰랐어. 그 모든 것이 엄마의 첫사랑과 연결된 거대한 인연의 소용돌이였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날 버스 안에서 흘렸던 내 눈물은, 어쩌면 내 영혼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나는 이미 민준 씨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지아는 아무 말 없이 수현의 손을 꼭 쥐었다. 두 자매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이 흘렀다.
=====
지아는 수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장면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버스 안의 수현과 민준. 그들의 첫 눈길. 흘러내리는 눈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엄마의 첫사랑과 맞닿아 있는 이 기묘한 평행선.
"언니…"
지아가 갑자기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는 창작자 특유의 반짝임이 번뜩였다.
"이 이야기, 내가 영화로 만들고 싶어. 장모님이 내 첫사랑 1에서 다 못 한 이야기, 바로 이 이야기. 엄마의 첫사랑이 언니에게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모든 과정을."
수현이 놀란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모든 이야기를?"
"응.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어. 이 이야기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거야."
지아는 수현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언니, 허락해줘. 내가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도 될까?"
수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결정한 대로 해. 그게… 엄마가 원했던 일일 수도 있으니까."
지아는 수현을 꼭 안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고마워, 언니.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가족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수현은 지아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지아야. 그게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니까."
지아는 수현의 품에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언니, 이제 알겠어. 우리가 얼마나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인연에 얽혀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인연의 중심에는… 엄마의 첫사랑이 있었어."
수현은 지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맞아, 지아야. 그게 바로 우리야."
ㅡㅡ 계속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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