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연애가 가능하다는 건 정말 다 거짓이다

첫 연애 때
매일 학식 아니면 대학교 주변 식당을 돌아다니며 서로 각자의 돈만 내고
프렌차이즈 카페는 엄두도 못 낸체 자판기 커피만 마시며 캠퍼스 데이트를 즐겼다.
언제나 가장 싼 식권 아니면 500원 더 비싼 식권만 사는 나에게
가끔 '남자답게 좀 비싼거 좀 먹어라'하며 제일 비싼 식권을 쏜다고 자신의 식권과 나의 식권을 동시에 사주는 그 애를 보면서
밖으로는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다음엔 내가 사준다는 거짓말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 가슴을 짓누르는듯한 울음이 올라왔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느라 발갛게 얼어버린 그 애 손을 애써 무시하며,
공부하기가 너무 힘든데 다행히 니가 있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말뿐인 위로를 건넨다.
재수 끝에 겨우 집 가까운 국립대에 합격한 바람에,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성적우수장학금을 놓칠 수가 없었고, 싫었다.
그래서 평일에는 공부만 했다.
주말알바로 번 돈으로는 책값,식비,교통비,통신비만 내면 끝이었고, 남은 1~2만원남짓의 돈으로는 술자리 참석을 뻔뻔히 할 수가 없었다.
2학기 평균도 4점을 넘는 성적을 받았던 날,
그 애는 이별을 통보해왔다.
자기도
기념일, 생일선물도 받고 싶었고,
따뜻한 곳, 시원한 곳에서 알콩달콩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단다.
알고 있었다.
100일은 6월 15일, 200일은 9월 23일, 생일은 7월 26일.
기념일 안 챙긴다는 말. 거짓말이었다. 내 첫 사랑인데 왜 안 해주고 싶었겠어.
하지만 동생급식비가 두달째 밀렸는데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그 애에게까지 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가게가 어려워져서 알바월급을 몇주째 미루는 바람에 카스테라 하나 살 돈밖에 없었다는 걸 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카스테라 하나를 주긴 줬지만 그걸 생일 케이크라고 넘어갈 위트까지는 그때의 나에게 없었으니까.
모르는 척했던거다.
몇주 뒤, 친구가 차도 있고, 돈도 많다고 소문난 선배가 내 여자친구였던 그 애랑 사귄다는 소식을 욕과 함께 전할 때
눈물과 왠지 모를 안도감이 솟아났다.
아, 하이힐 안 어울린다는 거짓말 안 듣겠구나.
아,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야또 부담없이 사달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 더울 때 시원한 곳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얘기하겠구나...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난 뒤, 그 애를 애써 잊으려
뻔뻔한 척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몇 번 말해봤다.
첫 만남에서의 더치페이가 쪼잔하다는 소리를 그렇게 아프도록 들어야하는 행위인지는 몰랐다.
나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주선자까지 난감해하는 상황인지는 몰랐다.
난 그저 그 애를 처음 만났을때처럼 똑같이 했을 뿐이라고 하자
그 애는 천사였던 거지, 보통 여자는 아니라고 했다.
나는 남에게 의도적으로 해끼치지 않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하기에
끼리끼리 만나니까 주변에 남자가 더 내길 바라는 여자는 없을거라고 하는 모니터 안의 말을 굳게 믿었다.
아니였다.
돈이 없으면,
연애할 때 사랑하는데, 좋아하는데도 해주지 못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걸 뻔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야 연애가 가능하다.
재수를 하며 정신력이 꽤 강해졌다고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얼굴을 보기가 힘들정도였다.
'미안하다'는 말 입에서 안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그 애가 아니였으면 몇번이고 헤어지자고 했을꺼다.
돈이 없으면,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다.
남자가 마음에 들든 간에 안 들든간에 첫 만남은 남자가 내야하지 않느냐,
남자는 사랑한 만큼 돈을 쓰니까 돈을 아까워하는 남자는 사귀는게 아니라는 여자가 아직까진 많은 거 같다.
나처럼 '아까운' 게 아니라 '못 쓰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너무 적어진다.
이해는 한다. 나처럼 힘든 사람이 많은 건 아닐테니 여자들도 만나는 남자들이 다 그러니까 그렇게 행동하겠지.
'돈이 없으면 연애를 하지 말든가'하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고 한다.
안타깝고 저주스럽게도 나는 아니다.
그래서 짐이 되고, 나도 그 사람도 힘든 걸 알면서도
기댈 작은 어깨와 품이 너무 그립고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친구들의 힘내라는 말도 이제 소리,활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따라 그 천사라고 평가받았던 그 애가 너무 보고싶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돈이 없어도 연애가 가능하다는 건
정말...
개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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