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3-10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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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0章 뜨거운 치료(治療)
이검한의 몸 위에 걸터 앉아 안타깝게 둔부를 들썩이던 군여옥은 반
사적으로 옆을 홱 돌아보다가 경악으로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누… 누구세요, 당신은?"
그녀는 아연실색하며 두 눈을 한껏 치떴다.
언제부터였을까? 숭양동천 안에는 이검한과 군여옥 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여인(女人)!
한 명의 파리한 인상을 지닌 미소부가 어느 결에 유령같이 초연한 자
세로 군여옥의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유령같이 서 있는 그 미소부는 가녀린 몸에 새하얀 소복을 걸치
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짧은 단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신비하고도 도도한 인상의 그 소복미부 뒤쪽의 석벽에 균열이 가 있
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몇백 년 전 이 주위를 덮친 지진 때문에 생
긴 균열이었다.
소복미부는 바로 그 균열을 통해 숭양동천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서늘하고도 신비한 눈빛으로 바닥에 누운 채 죽어가는 이검한
을 주시했다.
'저 아이를 숭양동천에서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만나다니!'
그녀는 내심 중얼거리며 소리없이 탄식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검한을 알고 있단 말인가?
"정체를 밝혀요! 안 그러면 무례할 수밖에 없어요!"
군여옥이 급히 이검한에게서 떨어져 그의 몸을 가로막으며 앙칼진 음
성으로 외쳤다.
그녀의 당당하고 풍만한 몸에는 실오라기 한올 걸쳐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군여옥은 지금 그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사랑하는 정인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정인을 필사적으로 치료하는
장소에 돌연 이 정체모를 소복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이검한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가슴 뭉클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군여옥의 다급하고 초조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복
미부는 여전히 신비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군여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훌륭한 몸을 지녔구나!"
그녀는 사나운 군여옥의 외침에도 어디까지나 태연한 기색이었다.
그와 함께 그녀는 면도날같이 예리한 시선으로 차근차근 군여옥의 나
신을 살피는 것이 아닌가?
사내 못지 않게 당당한 근육질의 체격을 지닌 군여옥, 하지만 근육질
이면서도 여자로서의 굴곡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몸매였다.
군여옥은 일순 움찔했다.
'이… 이 여자 뭐지? 저 눈빛은?'
그녀는 소복미부의 예리한 눈빛에 왠지 주눅이 드는 것을 느끼며 자
신도 모르게 손으로 가슴과 하체를 가렸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소복미부의 신비한 얼굴에 보일락말
락 한 가닥 미소가 스쳤다.
이어 그녀는 턱으로 이검한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 아이와는 어떤 관계냐?"
그 물음에 군여옥은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저 분의 아내예요!"
"그래?"
소복미부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라니 당연히 동침도 했겠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다시 물었다.
순간 군여옥은 발끈했다.
"무례하군요! 그런 말을 하다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발칵 화를 냈다.
하지만 소복미부는 여전히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화낼 일이 아니다. 이걸 다시 읽어보면 네가 왜 저 아이를 되살릴
수 없는지 알 테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양피지를 집어 군여옥에게 건
네주었다.
군여옥은 뭔가 불안한 느낌으로 양피지를 받아들었다.
다시 그 위의 글을 읽어가던 군여옥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는
비로소 처녀만이 이검한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럴 수가!"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그녀는 무너지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그녀의 희망은 산산조각나고 만 것이 아닌가?
그녀 자신이 처녀의 몸이 아닌 이상 이검한을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
"흐윽! 안돼요! 그럴 수는 없어요!"
군여옥은 죽은 듯 누워 있는 이검한을 끌어 안으며 비통하게 오열했
다. 이검한이 죽는다고 생각하자 실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으
로 눈 앞이 캄캄해진 것이었다.
그런 군여옥의 모습을 지켜보던 소복미부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 정말 운룡(雲龍)을 사랑하는구나!'
운룡(雲龍)!
그것은 이검한의 아명(兒名)이었다.
소복미부는 누군데 이검한의 아명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 아이는 살릴 수 있다!"
소복미부는 나직하나 확신이 깃든 음성으로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군여옥은 흠칫 놀라며 소복미부를 바라보았다. 그녀로서는 지금 지푸
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다만 네 허락이 필요할 뿐이다!"
소복미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군여옥의 두 눈이 경악의 빛으로 물들며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지혜로운 그녀는 이내 소복미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것이다.
"당신이 동정지체(童貞之體)!"
그녀는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은 비록 초절한 내공 덕분에 젊어 보이나 못되
어도 마흔 이상은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평생 순결을 지켜야하는 비구니나 도고가 아닌 이상 그 나이가 될 때
까지 처녀지신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소복미부는 경국지색의 미모마저 갖추지 않았는가?
군여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불신의 눈빛마저 지었다.
하지만 소복미부는 여전히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결정은 네가 내려라! 저 아이가 네 남편이라니!"
"……!"
군여옥은 곤혹한 표정으로 아미를 찡그렸다.
비록 정식 부부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검한과 살을 섞은 사이로 이
미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정인을 다른 여인에게 양보하기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랴? 군여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소복미부를 주시했다.
"한 가지 묻겠어요. 당신은 왜 순결을 버리면서까지 아이를 구하려
하는 것이죠?"
질투심과 함께 의혹이 군여옥의 마음속에 구름같이 일었다.
그녀의 물음에 소복미부의 서늘한 눈빛이 고뇌로 물들었다.
"그것은 내가 저 아이에게 진 크나큰 빚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그녀의 눈에 회한의 눈물이 맺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군여옥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나보군!'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 어쩔 수 없군요!"
이어 군여옥은 알몸으로 소복미부 앞에 큰절을 올렸다.
"그… 그럼 염치 없지만 그이를 부탁드리겠어요!"
절을 올린 그녀는 입술을 악물고 지하동부 밖으로 나갔다.
사랑하는 정인을 다른 여인에게 맡기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옮기는 군여옥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복미부의 눈가로 잔잔한 파랑
이 일었다.
'저 아이에 비해 나란 계집은 얼마나 악독한 계집인가? 사랑을 빼앗
겼다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식솔들을 몰살시켰으니!'
그녀는 깊은 죄책감과 후회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녀의 희디 흰 두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녀의 뇌리
로 한 명의 늠름한 장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천풍(天風)! 당신께 지은 죄를 이제 만분지 일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되었군요!'
한때 그녀가 죽도록 사랑했던 정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소복미부는 아
련한 그리움과 함께 가슴 쓰린 자책에 몸을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걸치고 있던 소복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운룡(雲龍)아! 이제 내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 설하연
(雪河蓮)의 몸을 통해!"
그녀는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이검한의 모습을 내려다 보며 나직이 중
얼거렸다.
한데 설하연(雪霞燕)이라니!
그렇다면… 이 소복미부가 바로 마교(魔敎) 십대천마(十大天魔)의 일
인인 사망검희(死亡劍姬) 설하연이란 말인가?
그러했다. 소복미부는 다름아닌 장한선자(長恨仙子)라는 이름으로 이
검한과 한 번 조우한 적이 있던 소복미부 설하연이었다. 지옥마교의
최강의 검수이며 태양곡(太陽谷)의 괴멸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 듯 여
겨지는 여인인…
한데 그녀가 어찌 이곳 숭양동천에 나타난 것일까?
사실 숭양무벌(崇陽武閥)의 성지인 이곳 숭양동천이야말로 이검한의
부친 태양황(太陽荒) 이천풍이 대공을 이룬 곳이었다.
그런 숭양동천을 사망검희 설하연이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알몸이 된 설하연은 떨리는 걸음걸이로 이검한에게 다가갔다. 소복을
걸치고 있을 때는 가녀리게 보였던 그녀였지만 막상 드러난 알몸은
더할 수 없이 풍만하고 육감적이다.
적당히 살이 오른데다가 젊은 처녀들에 못지 않은 탄력을 지니고 있
는 그녀의 교구는 실로 육감적이다.
티 하나 없는 빙기옥골의 속살은 아주 검고 무성한 방초 숲에 대비되
어 한층 더 희어 보인다.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용틀임을 하고 있는 이검한의 실체를 직시한
설하연의 교구로 파르르 경련이 스친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이검한의 하체 위에 걸터앉았다. 불을 토할 듯
달아오른 이검한의 용틀임이 떨리는 섬섬옥수에 쥐어져서 깊디 깊은
숲 속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그 깊은 숲 속의 공터에 숨어있는 늪지는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
라 뜨거운 열탕으로 변해있었다.
설하연은 스스로 몸을 열어 이검한을 그 열탕으로 변한 늪으로 이끌
었다. 불기둥이 늪지에 잇닿는 순간 세찬 전율이 설하연의 교구를 스
쳤다.
'나… 나를 마음껏 혼내다오! 아가야! 이 죄많은 계집을……!'
설하연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어 그녀의 둔부가 내리눌려지고 세찬 파문이 그녀의 교구를 질주했
다.
벌겋게 달구어진 쇳덩이를 그대로 삼킨 듯하다.
하지만 고통에 떠는 설하연의 얼굴에 피어나는 것은 처연한 미소였다
.
'드디어… 드디어 이 아이를 내 안에 품었어!'
이검한을 완전히 소유했다는 사실에 설하연의 몸은 감격으로 떨고 있
었다.
'널 위해서라면… 이대로 죽어도 좋아!'
이검한을 남김없이 몸으로 삼킨 설하연은 그의 탄탄한 가슴을 두 손
으로 누른 채 오열하며 입가에는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목적을 이룬 것이다.
숭양동천의 입구로 통하는 어두운 밀로(密路).
'흐윽… 싫어!'
군여옥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오열하고 있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랑하는 정인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긴 군여옥이
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건만 이 순간 그녀의
방심은 격렬한 질투로 찢어지는 듯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감정의 변화였다.
군여옥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이런 유치한 감정이 있
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검한을
사랑하는지를.
그런 그녀의 뒤쪽의 숭양동천의 내부가 붉고 흰 서기로 뒤덮이기 시
작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이검한이 드디어 사신(死神)의 수중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군여옥은 복잡한 시선으로 숭양동천 안을 주시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한 두 남녀의 모습이 은은하고 신비로운 서기
속에 비쳐졌다.
그 모습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군여옥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군여옥은 잘근 입술을 깨물며 두 눈에 결연한 빛을 띄웠다.
'이것은 나 군여옥이 언제고 겪어야 할 시련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
그녀는 스스로를 자위하며 애써 의연함을 되찾았다.
'오늘 이후 나는 다시 폭풍잠룡으로 돌아간다!'
그 결심과 함께 어느덧 그녀는 강인하고 흔들림 없는 폭풍잠룡 군옥
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애초 내게는 여자로서의 행복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여인 군여옥으로서의 나약한 감상과 감정의 사치를 미련없이
잘라내 버리기로 했다.
'고마워요, 검한! 내게 여자의 기쁨을 가르쳐준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군여옥은 내심 중얼거리며 초연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어찌하랴? 짙은 아
픔과 사랑의 상처를 배워 버린 성숙한 여인의 눈물은!
숭양동천(崇陽洞天)!
이곳은 원시천존의 전설이 서린 숭양동천이었다.
* * *
폭풍군도측의 진영.
"당신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오!"
음험하고 살벌한 음성이 드넓은 천막 안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천막 안에는 하나의 대형원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원탁의 주위에 십여 명의 인물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바로 폭풍사가(暴風四家)의 수뇌들이었다.
상좌에는 혈해왕야 군유강이 우뚝 선 채 음산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
보고 있었다.
"본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본격적으로 중원공략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이 자리에 뼈를 묻을 것인가의 선택은 여러분들의 자유요!"
군유강은 음험한 눈을 번득이며 중인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폭풍사가의 수뇌들은 분노의 표정만 짓고 있을 뿐 아무도 입
을 열지 못했다.
그들은 최근에야 깨달았다. 자신들이 암암리에 만성독약에 중독되었
다는 것을.
그들의 안색은 온통 침통함과 비애로 물들어 있었다.
그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을 중독시킨 범인들의 정
체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범인은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아들이나 조카들이 아닌가?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폭풍사가의 젊은이들은 군유강의 부추김에 빠
져 자신들의 존장을 암산한 것이었다.
지금 폭풍사가의 수뇌들의 생사는 군유강의 수중에 달려 있었다.
그럼에도 군유강이 폭풍군도의 원로들을 회유하려는 것은 아직 폭풍
군도의 진영 전부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군유강은 현재 일부 호전적인 소장파들의 지지만을 얻고 있을 뿐이었
다.
이에 그자는 폭풍사가의 원로들을 회유하여 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었다.
혈해왕야 군유강의 위협적인 언사에 중인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
을 지키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모반이다. 그것을 모르겠는가? 군유강!"
한데 그때 좌중의 무거운 침묵을 깨며 한 명의 노인이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수염이 허연 백발노인인데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령으로 보였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장내 인물 중에서도 최연장자였다.
-남해노룡(南海盧龍)!
해룡도(海龍島)의 장로로서 전임 해룡도주였던 거령천왕(巨靈天王)은
바로 남해노룡의 손자였다.
남해노룡은 거령천왕을 능가하는 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그는 강력한 산공독에 중독되어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
그를 암산한 것은 바로 거령천왕의 딸이며 남해노룡에게는 증손녀가
되는 혈비연(血飛燕) 노경주(盧京珠)라는 소녀였다.
"흐흐, 노장로께서는 잊으셨소? 폭풍제일율법(暴風第一律法)이 강자
존(强者存)임을!"
혈해왕야 군유강은 남해노룡의 말에 음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남해노룡은 부르르 백미를 떨며 버럭 노갈을 내질렀다.
"강자존의 율법은 정당한 승부를 가정한 율법이지 자네처럼 비겁한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 것은 아닐세!"
그는 군유강의 억측에 결코 승복할 수 없다는 완강한 표정이었다.
군유강은 그러나 외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하여간 본좌는 지금 그대들 위에 군림하고 있소! 이것이야말로 강자
존(强者存)의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궤변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 들지 말게!"
남해노룡은 눈썹을 꿈틀하며 버럭 소리쳤다.
순간 군유강의 눈빛이 잔혹하게 번득였다.
"노장로께서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구려!"
그자는 음험한 어조로 말하며 남해노룡을 노려 보았다.
"좋소! 여러분들에게 본좌를 거역하면 어찌되는지를 확인시켜 주겠소
!"
말과 함께 갑자기 그자는 손뼉을 딱딱 마주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몇 명의 청년이 두 명의 노인을 끌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전신 의복이 찢기고 온 몸이 피투성이인 처참한 형상의 그 노부부는
바로 흑수교룡과 백살마고였다.
그들은 군여옥이 군유강의 독수에 쓰러지자 격분을 참지 못하고 군유
강에게 덤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군유강을 추종하는 소장파들의 합공에 제압당하고
만 것이었다.
풍마쌍려가 끌려온 것을 본 남해노룡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며 버럭 대갈을 내질렀다.
"무슨 짓을 하려는가?"
"흐흐… 노장로는 구경만 하시오!"
군유강은 히죽 웃으며 한 자루 칼을 집어 들었다.
-천신도(天神刀)!
이것이 칼의 이름이었다.
바로 군여옥이 쓰던 보도인 그것은 폭풍천신(暴風天神)이 남긴 신병
으로서 무쇠를 흙베듯 하는 무서운 위력을 지닌 천하기병이었다.
"그 두 늙은이를 참수해라! 경주!"
군유강은 음험한 음성으로 외치며 들고 있던 천신도를 청년들 사이로
던져냈다.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의 소녀가 즉시 앞으로 나서며 천신도를 받아
들었다.
소녀의 나이는 십 칠팔 세 정도 되어 보였다.
한눈에 띄는 발랄하고 영악한 인상인 그녀는 일신에 착 달라 붙는 수
달피의 피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한껏 물이 오른 탱탱한 몸매가 옷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피의 속에서 탄력있는 젖무덤과
엉덩이가 육감적으로 출렁거렸다.
심지어는 피의 밖으로 도드라진 젖꼭지의 형태까지 드러나 보여 보기
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피의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
의 몸매를 자랑하는 듯한 표정이 아닌가?
-혈비연(血飛燕) 노경주!
남해노룡의 증손녀이며 거령천왕의 딸인 그녀는 혈해왕야 군유강의
꾐에 넘어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이미 그녀가 사실상 군유강의 애첩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
"호호! 이것이 천신도(天神刀)라는 것이군요!"
혈비연 노경주는 보도를 들어 보이며 경박하게 웃었다.
폭풍사가의 맹주를 상징하는 보도가 오만방자한 노경주의 손에 들려
수모를 당하는 것을 본 좌중의 노인들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깔깔, 목자르는 데 쓰기에는 좀 아깝네요!"
노경주는 헤픈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어 그녀는 천신도를 든 채 서서히 흑수교룡과 백살마고를 향해 다
가섰다.
"자, 어느 쪽부터 잘라줄까? 할망구인가, 할배인가?"
그녀는 천신도의 도신으로 두 노부부의 머리를 툭툭 치며 거드름을
피웠다.
백살마고는 수치와 분노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바득! 죽어 귀신이 되어도 너희 년놈들을 잊지 않겠다!"
그녀는 이를 갈며 무섭게 군유강을 노려 보았다.
"호호, 이 할망구는 곧 죽어도 입은 살았군!"
노경주가 요사한 웃음을 흘리며 백살마고의 앞으로 바짝 다가가 그녀
의 저고리 섶에 천신도의 칼날을 끼웠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보고 있던 남해노룡의 안색이 대변하며 버럭 일갈을 질렀다.
하지만 노경주는 안하무인이었다.
"호호호! 죽기 전에 다른 분들의 눈요기나 시켜주시지!"
그녀는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백살마고의 저고리를 천신도로 싹둑 잘
라내는 것이 아닌가?
출렁!
그러자 백살마고의 허연 젖가슴이 물결치듯 중인들의 시야에 드러났
다.
순간 폭풍사가의 수뇌들은 질겁하며 급히 눈을 감았다.
특히 남해노룡의 충격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네녀석이… 욱!"
그는 한모금의 피를 울컥 토해내며 뒤로 벌렁 넘어갔다. 너무 엄청난
충격과 극심한 노기로 기혈이 뒤집힌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조부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노경주는 외눈 하나 깜
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요사하고 독랄한 눈빛을 번득이며 교
소를 터뜨렸다.
"호호! 잘 봐둬요! 당신들도 왕야의 말을 거역하면 이런 꼴이 될 테
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수중의 천신도를 쳐들어 백살마고의 목을 겨누었다
.
이어 그녀는 서슴없이 천신도를 내려치려 했다.
위기일발!
바로 그때였다. 돌연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천막의 일각이 확 뜯겨
져 나갔다.
쐐애애액!
그와 동시에 천막 안으로 확 뛰어든 한무더기 섬광! 그 섬광 속에 한
자루의 장검이 들어 있는 것이 언뜻 보였다.
"어검술!"
"조심해라, 경주!"
순간 청년들의 경악성과 혈해왕야 군유강의 다급한 외침이 거의 동시
에 터져 나왔다.
"악! 내 팔!"
직후 처절한 비명과 함께 시뻘건 피가 확 솟구쳤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눈을 뜬 폭풍사가의 수뇌들의 시야에 막 백살
마고의 목을 치려던 노경주의 오른팔이 어깨에서부터 싹둑 잘려져 나
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잘려진 오른팔은 여전히 천신도를 꽉 움켜쥔 채 바닥에 나뒹
굴었다.
그와 함께 노경주는 잘려진 어깨에서 피분수를 뿌리며 뒤로 벌렁 나
자빠졌다.
돌연한 사태에 중인들은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그때 노경주의 팔을 자른 장검은 다시 질풍같이 휘돌아 혈해왕야 군
유강을 쓸어갔다.
"물러나랏!"
군유강은 노호를 내지르며 날아드는 장검을 향해 강력한 장경을 내쳤
다.
꽈르르릉!
직후 어검술로 날려진 장검과 군유강의 장경이 충돌하며 요란한 금속
성을 일으켰다.
비이이잉!
그와 함께 군유강의 장경에 맞아 튕겨진 장검은 천막의 일각을 걸레
처럼 찢으며 밖으로 날아갔다.
그 광경에 중인들은 반사적으로 장검이 날아간 쪽을 향해 시선을 돌
렸다.
"헉! 저 자는!"
"소… 맹주!"
다음순간 환호와 경악이 실린 서로 다른 외침이 천막 안을 뒤흔들었
다.
찢긴 천막 밖에 두 명의 장한이 훌훌 날아 내리는 것이 보였다.
막상막하, 난형난제의 기품과 풍모를 지닌 미청년들.
한쪽은 호방하고도 헌앙한 기도를 지녔으며 다른 한쪽은 삼엄하면서
도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가히 인중용봉(人中龍鳳)의 젊은이들인데 어검술로 던져졌던 예의 장
검은 두 청년 중 보다 사내다워 보이는 흑의청년의 수중으로 돌아갔
다.
이검한!
군여옥!
나타난 두 명의 청년은 바로 그들이었다.
두 사람은 숭양동천에서 만 하루만에 출동한 것이었다.
장한선자 설하연은 이검한을 구한 뒤 말없이 떠나갔다.
그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설하연을 범한 이검한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깨어났을 때도 그는 자신을 구한 것이 군여옥인 것으
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검한이 정신을 차리자 군여옥은 서둘러 숭양동천을 나서서
이곳으로 왔다. 행여 혈해왕야 군유강이 허튼 수작을 저지를 것을 저
어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군유강의 악랄한 술책에 빠진 백살마고를 간
발의 차이로 구하게 된 것이었다.
"아가씨!"
"소주!"
이검한과 함께 내려서는 군여옥의 모습을 보며 흑수교룡과 백살마고
는 환희의 눈물을 뿌렸다.
"으음, 죽지 않았단 말인가?"
반면 노경주의 혈도를 눌러 더 이상 출혈이 없도록 막아주던 군유강
은 썩은 고기 씹은 표정을 지었다.
군여옥은 그런 그자를 주시하며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의 헛된 야심은 여기까지요, 숙부!"
어느덧 그녀는 한 명의 여자에서 폭풍군도를 지배하는 폭풍지존(暴風
之尊)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침중한 눈빛으로 군유강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래도 당신이 나와 피를 나누어 받은 점을 고려하여 자결할 기회를
주겠소!"
"자결하라고?"
순간 군유강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결해야 하는 것은 내쪽이 아니라 네놈이다! 아직도 그것을 모르느
냐?"
그자는 잔혹한 눈을 번득이며 음험한 일갈을 터뜨렸다.
"카캇! 네놈들은 죽음의 함정에 제발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화라락! 스스슷!
이검한과 군여옥의 주위로 수백 명의 인영들이 분분히 날아 내리며
재빨리 포위했다. 바로 군유강을 추종하는 폭풍사가의 소장파들이었
다.
그것을 본 이검한의 두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작렬했다.
'쓴맛을 보여주어야 하리라!'
그는 폭풍사가에 쓴맛을 한번 보일 작정이었다. 그래야 그들이 대륙
은 넓고 기인 또한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는 허튼 짓을 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우우우!"
다음 순간 그는 돌연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 소리 장쾌한 폭갈을 터뜨
렸다.
-복마사자후(伏魔師子吼)!
그것은 바로 천우(天牛) 라마가 이검한에게 준 포달랍궁의 두 가지
비기 중 하나였다.
이검한은 역시 포달랍궁의 절기 중 하나인 증폭마공(增幅魔功)으로
복마사자후를 시전한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내공은 두 배 수준으로 증폭되었다. 그것은 거의 천
년 수위가 넘는 어마어마한 내공이었다.
그 같은 가공할 내공으로 복마사자후를 터뜨렸으니 그 위력이 어떠할
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우르르릉!
이검한의 입에서 복마사자후가 터진 순간 마치 지진이라도 만난 듯
지축이 마구 뒤흔들리며 진동음을 일으켰다.
회룡강의 흐름조차 순간적으로 뒤흔들릴 지경이었다.
"케엑! 고막이 터졌다!"
"크악! 이건 인간의 능력이 아니다!"
이어 수백 마디의 처절한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아아… 가공지경!
이검한의 복마사자후에 사방 십 리가 아수라장으로 화해 들썩거렸다.
특히 이검한의 주위에 있던 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검한은 일부러 복마사자후의 위력을 방원 삼십 장 내에 집중시켰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군여옥과 군유강, 그리고 내공이 깊은 폭풍사가의 수뇌들은 그대로
복마사자후의 충격을 견디어냈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비교적 내공이 약한 군유강의 추종자들은 실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삼백여 명의 청년들 중 무려 백여 명이 내장이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그자들은 한결같이 심맥이 터지고 고막이 뚫
려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벌렁벌렁 뒤로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이 이검한이 한 순간에 짧게 터뜨린 복마사자후의 결과였
다. 가히 믿을 수 없는 신위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럴 수가!"
혈해왕야 군유강은 경악과 불신으로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그
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열렬한 추종자들이 한순
간에 전멸해 버린 것이다.
피바다 속에 나뒹굴고 있는 수백 명의 청년들의 시체를 보며 군유강
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일거에 삼백여 명을 쓰러뜨린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여옥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색치 않고 싸늘
한 표정으로 재차 사자후를 터뜨렸다.
"중원무림은 아무나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경고일
뿐이다!"
그의 쩌렁쩌렁한 냉갈은 십 리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복마사자후에 반쯤 넋이 나간 폭풍군도의 제자들의 귓전에 그 같은
이검한의 폭갈은 마치 천만 근의 뇌성처럼 울려왔다.
비로소 그들은 깨달았다. 중원무림에 얼마나 많은 초인(超人)들이 존
재한다는 것을.
이검한이 방금 보인 신위는 설사 폭풍천왕이 살아 있다 해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알 리 없었다. 이검한이 증폭마공이라는 무공으로 자신
의 내공을 순간적으로 배로 증폭시켰음을! 그리고 지금은 탈진하여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도.
하지만 이검한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무서운 기도를 풍기며 주위
를 둘러 보았다. 그 같은 그의 모습은 마치 태산과도 같아 보는 이를
절로 위압시켰다.
군유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놈이 저 정도였다니!'
그자는 공포와 불신의 눈빛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검한이 지금 보인 신위는 하루 전 자신이 그를 쓰
러뜨렸을 때와 전혀 판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때는 저 놈이 군옥과 싸워 지쳤기 때문이었겠지!'
군유강은 스스로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판단이 서자 그자는 감히 이검한에게 도발할 엄두를 낼 수가 없
었다.
그렇다고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승리를 확신했던 그자
의 역모는 실패로 돌아간 것이었다.
자신이 동영의 인자들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자는 폭풍군도
의 제일공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진퇴양난의 위기!
이 같은 상황에서 그자가 살아날 길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폭풍제일율법인 강자존(强者存)의 율법에 의존하는 것이
었다.
본래 폭풍일맥은 강(强)함을 숭상했다.
만일 군유강이 군여옥을 실력으로 쓰러뜨린다면 그자는 역모의 죄에
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자는 정식으로 폭풍군도의
지존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 같은 생각에 미치자 군유강의 입가에 문득 음험한 음소가 피어올
랐다.
"흐흐! 좋다. 군옥! 여기까지는 본좌의 패배임을 시인하겠다!"
그자는 음산한 어조로 말하며 군여옥을 노려 보았다.
이어 그자는 저벅저벅 걸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본좌는 아직 완전히 패배한 것은 아니다! 본좌를 책하려면
네 자신의 실력으로 죽여봐라!"
그자는 착혈강마편을 풀어들며 음소를 발했다.
그 모습에 이검한은 검미를 불끈했다.
"뻔뻔하구나!"
그는 버럭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군여옥이 말없이 손을 들어 이검한을 막았다.
"이형의 도움에는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오! 하지만 지금부터
의 일은 폭풍사가의 맹주인 나 군옥의 일이오!"
그녀는 사내의 음성으로 침중하게 말했다. 어느덧 그런 그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상냥하고 수줍던 여인의 자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로군!'
이검한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실 그는 끼어들 능력도 없었다.
증폭마공의 단점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내공은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원래의 내공으
로 회복되려면 이삼 일 동안 쉬지 않고 운공조식해야만 할 것이다.
"도전을 받아 주겠소, 숙부!"
군여옥이 침중한 어조로 말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조심하시오!"
이검한은 군여옥을 향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군여옥은 이검한을 향해 보일락말락 생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받으시오, 소맹주!"
폭풍사가의 수뇌 중 한 명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천신도를 집어 군여
옥을 향해 던져 주었다.
하지만 군여옥은 천신도를 받아들자 마자 그것을 뒤의 이검한에게 맡
겼다.
그것을 본 군유강은 야릇한 눈을 번득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크크읏! 자포자기한 것이냐?"
그자는 잔혹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무기를 들지 않았다고 사정을 봐주지는 않겠다!"
그자는 착혈강마편을 휘저어 요란한 금속성을 일으키며 음산한 웃음
을 흘렸다.
하지만 군여옥은 그런 군유강을 주시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은 잊었군! 내게 폭풍신지환(暴風神指環)이 있다는 사실을!"
말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였다. 그녀의 왼손 식지에는
예의 폭풍신지환이 검푸른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폭풍신지환(暴風神之環)!"
군유강은 비로소 폭풍신지환의 존재를 깨닫고 안색이 일변했다.
폭풍군도의 시조인 폭풍천신(暴風天神)이 남겼다는 최후의 비보인 그
안에는 폭풍일맥의 모든 무공을 깨뜨릴 수 있는 비력(秘力)이 숨겨
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폭풍신지환의 그 비력은 이제껏 한 번도 시전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폭풍군도에 모반이 일어난 적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군유강이 폭풍신지환의 존재에 아연함을 금치 못할 때였다.
"죄값을 받으시오, 숙부!"
문득 군여옥이 사나운 음성으로 외치며 왼손을 군유강을 향해 뿌려냈
다.
비이이잉!
순간 폭풍신지환이 군여옥의 식지를 떠나 벼락같이 군유강을 향해 날
아갔다.
맹렬히 휘도는 폭풍신지환 주위로 마치 톱니바퀴 같은 무형강기의 소
용돌이가 맹렬히 이는 것이 이검한의 눈에 보였다.
그 톱니바퀴 같은 무형강기에는 어떤 호신강기라도 꿰뚫는 무서운 위
력이 실려 있었다.
"안돼!"
군유강은 다급한 비명과 함께 착혈강마편을 필사적으로 휘둘러 폭풍
신지환을 막으려 했다.
카카캉!
"케에에엑!"
하지만 다음 순간 착혈강마편이 자끈둥 부러져 나가며 군유강의 입에
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부러진 착혈강마편의 조각을 떨구며 뒤로 비칠 물러서는 군유강의 이
마에는 폭풍신지환이 반쯤 박혀 있지 않은가?
놀랍게도 폭풍신지환은 군유강의 이마에 박힌 상태에서도 맹렬하게
휘돌았다.
이미 군유강의 두개골의 내부는 폭풍신지환이 휘돌며 일으킨 무형강
기에 두부처럼 으깨지고 휘저어진 상태였다.
쿠웅!
이윽고 그자는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대다가 그대로 뒤로 벌
렁 넘어졌다. 폭풍군도 전체를 파멸로 이끌 뻔한 일대효웅 혈해왕야
군유강의 최후였다.
이검한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섭군. 나라고 해도 저 일초는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폭풍신지환(暴風神指環)!
폭풍일맥을 수호한다는 최후의 비보의 위력은 실로 가공하여 그 어떤
고수도 회피할 수 없는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검한이나 저 혈황(血皇) 영호진이 되살아난다 해도 군여옥이 폭풍
신지환으로 펼친 폭풍회륜참(暴風回輪斬)의 일초는 피하지 못할 것이
다.
놀라기는 폭풍사가의 수뇌들과 폭풍군도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말로만 듣던 폭풍신지환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
지 못했던 것이다.
누가 있어 감히 폭풍신지환의 권위를 거스를 수 있으랴?
군여옥은 군유강의 시체에서 폭풍신지환을 거두어들였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 내리고 있었다.
어쨌든 군유강은 그녀 자신의 숙부였다.
그 숙부를 자신의 손으로 처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소리없이 오열하는 군여옥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검한은 절로
연민의 정이 우러남을 느꼈다.
'안아주고 싶다!'
그는 내심 그런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폭풍군도의 수하들의 이목도 이목
이지만 군여옥의 뒷모습이 완강히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군여옥은 일개 연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저 거친 남해(
南海), 폭풍의 바다를 지배한 제왕(帝王)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었
다.
그녀는 이제 머지않아 고향인 남해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중원 땅을 밟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검한과의 인연도 끝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군여옥은 평생을 여자가 아닌 남자로서, 그리고 폭풍의 바다의 지배
자로서 여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한 여인으로서는 지극히 불행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포기하도록 종용할 용기가 이검한에게는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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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비아그라 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