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16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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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6章 용형혈지(龍形血芝)의 기연(奇緣)
자세히 보면 여와음교의 꼬리는 굵직한 쇠사슬로 묶인 채 연못 바닥에 드리
워져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여와음교가 십왕총을 탈출하지 못하도록 묶어놓
은 듯했다.
경악을 금치 못하던 이검한은 흠칫 정신을 차렸다. 비로소 자신이 또아리를
틀고 잇는 여와음교의 몸통을 밟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위험하다!)
스팟!
그는 급히 몸을 날려 연못을 빠져나오려 했다.
「 호호호! 」
촤아아아!
하지만 그 직후 날카롭고 요사한 웃음소리가 터짐과 동시에 이검한의 다리가
돌연 무서운 힘에 의해 옥죄어졌다.
여와음교! 이 괴물의 거대한 몸통이 이검한의 다리를 휘감은 것이다.
여와음교의 몸통이 죄어대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검한은 자신의 다리가 그
대로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 놓아랏! 요망한 것! 」
꽈르릉!
그는 전력을 다해 여와음교의 동체를 후려쳤다. 이검한의 이 일장에는 만근
거석이라도 그대로 으깨버릴수 있는 힘이 실려 있다.
「 카아아앙! 」
이검한의 장력에 격타당한 여와음교의 상체가 휘청하며 그의 다리를 휘감고
있던 몸통이 조금 느슨해졌다.
파앗!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이검한은 연못을 빠져나왔다.
「 호호호! 」
쉬악!
헌데 여와음교도 거의 동시에 수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 속도는 최강의
경신술인 전궁만리비를 익힌 이검한을 오히려 능가하는 것이었다.
「 허억! 」
이검한이 기겁을 했지만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우두둑!
이검한을 덮친 여와음교는 이검한의 상체를 두 팔로 와락 끌어 안았다. 가녀
려 보이는 여와음교의 두 팔은 이검한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를 옥죄어대었다.
「 크흑! 」
이검한은 온몸이 그대로 으스러져 나가는 듯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절로
신음을 발했다.
콰당!
여와음교와 이검한은 한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 호호호! 」
그 직후 여와음교는 이검한을 깔고 올라타며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여와음교의 눈동자는 세로로 가늘게 갈라져 영락없는 뱀의 눈인데 지금 그
눈이 탐욕으로 이글거린다.
(내 양기(陽氣)를 노리고 있다!)
이검한은 여와음교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 질겁했다.
여와음교는 다른 생물의 양기를 먹고 산다. 인간으로 치자면 대략 일 만 명
분의 양기를 흡취하면 완전히 탈피하여 인간의 형상을 할 수 있고 그 상태에
서 다시 백 년을 수련하면 용이되어 승천할 수 있다.
현재 여와음교는 구천명 정도분의 양기를 흡취한 상태고 그덕분에 하체를 제
외하면 거의 완전한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이백 년 간 여와음교는 이곳 십왕총에 갇혀서 전혀 양기를 흡취
하지 못했다. 별수 없이 천정으로 흘러드는 미약한 양광(陽光)으로 생명을 유
지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실로 이백여 년 만에 만난 반가운 먹이를 여와음교가 그냥 얌전히
보내줄 리가 없었다.
「 호호호! 」
이검한의 몸 속에 잠재된 양기가 남달리 막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여와음교
는 흥분의 눈빛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사실 이검한은 화망단정(火?丹精)을 복용하여 족히 천 명 분에 해당하는 막
강한 순양지기(純陽之氣)를 지니고 있다. 만일 여와음교가 이검한의 순양지기
를 모두 갈취하면 완전히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환
신할 수 있다.
그같은 사실이 여와음교를 흥분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검한은 이를 악물었다.
「 비켜라 요물! 」
콰아앙!
그는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여와음교의 가슴팍에 맹렬한 일장을 후려쳤다.
순간적으로 팔뚝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이검한의 손이 여와음교의 젖가슴
사이를 강타했다.
-화염마강(火焰魔?)!
이검한이 내친 일장엔 마화사원(魔火寺院)의 최강마공인 화염마강이 실려 있
어 만년한철의 벽이라도 단번에 녹여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카아악! 」
여와음교는 그저 한 마디 신음을 토하며 상체를 휘청했을 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검한의 일장에 강타당한 여와음교의 풍만한 젖무덤 사이에는 시뻘건 손자
국이 찍혀 있었다.
츠츠츠!
헌데 믿을 수 없게도 그 붉은 손자국은 급격히 엷어지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삽시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여와음교가 불사지체(不死之體)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검한은 그 광경에 일을 딱 벌렸다.
「 괴??????? 괴물이로군! 」
그는 경악과 함께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 끔찍한 괴물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다.
콰콰쾅!
그는 입술을 악물며 연달아 여와음교의 가슴을 후려쳤다.
카아아아!
빗발치는 이검한의 장력속에서 여와음교는 신경질적인 교성을 터트리며 붉은
입술을 활짝 벌렸다.
쏴아아아!
순간 그녀의 입 안에서 한 무더기의 분홍빛 안개가 확 뿜어져 나와 이검한의
얼굴을 덮어씌웠다.
(독무(毒霧)!)
이검한은 질겁하며 급히 호흡을 멈추려고 했으나 한걸음 늦고 말았다. 간발
의 차이로 한 모금의 독무를 마시고 만 것이다.
「 크으으! 」
여와음교가 토해낸 독무를 마시는 순간 이검한은 갑자기 온몸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펄펄 끊는 쇳물을 들이킨 기분이랄까?
여와음교가 토해내는 독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흥분제 역할을 한다.
순양지기라는 작은 불씨에 다량의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독무를 들이킨 수컷은 평생 사용할 양기를 단 한번에 폭발시키고 그
것을 여와음교는 흡취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몸이 터져나갈 것만 같다!)
이검한은 자신의 몸이 맹렬히 끓어오르는 화산 속의 용암(鎔巖)처럼 변하는
것을 느꼈다. 껍질을 제외한 내장 전부가 용해되어 이글거리는 기름으로 바
뀐 듯하다.
그의 피부는 잘 구운 새우껍질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 호호호! 」
이검한이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한 여와음교가 득의의 교소를 터트리며 덮어눌
러왔다.
이검한은 압도적인 형상의 젖무덤이 내리눌러오는 것을 올려다 보며 당혹을
금치 못했다.
(안???????? 안돼!)
그는 내심 부르짖으며 여와음교를 밀쳐내려고 했다.
치지지직!
헌데 그의 손이 여와음교의 몸에 닿는 순가 마치 달군 쇠를 차가운 물에 집
어넣었을 때 같은 소리가 일어났다.
푸스스스!
뿐만 아니라 그의 손과 여와음교의 살갗이 닿는 부분에서 수증기가 확 일어
났다.
지금 이검한은 완전히 달궈진 쇳덩이다.
반면 여와음교의 몸은 얼음처럼 차갑다.
(시???????? 시원하다!)
다량의 끓는 기름을 삼킨 것 같은 열기에 시달리던 이검한으로서는 여와음교
의 몸에서 느껴지는 그 청량감(淸?感)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열사의 사막을 헤매던 사람이 시원한 샘물을 만난 기분이랄
까?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와락 여와음교를 끌어안았다.
여와음교는 교소를 터트리며 그런 이검한의 몸에서 옷가지를 벗겨버렸다.
치치치!
맨살과 맨살이 닿으며 맹렬한 수증기가 일어난다.
불덩이같이 뜨거워진 이검한은 얼음덩이 같은 여와음교의 알몸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더 이상 이검한의 뇌리에는 상대가 끔찍한 괴물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펄펄 끓는 몸의 열기를 식히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와음교가 노리는 바였다.
츠츠츠! 고오오오!
여와음교의 전신 모공에서 무시무시한 흡인력이 일어나 이검한의 몸에서 발
산하는 양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수많은 붉은 실 같은 것이 이검한의 몸에서 빠져나와 여와음교의 살갗
으로 스며든다.
그 붉은 기류가 바로 이검한의 순양지기이며 생명의 원천이다. 지금 이검한
은 생명력을 여와음교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와음교의 독무에 중독된 이검한은 그같은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
다. 오직 몸 속을 재로 태워버릴 것만 같은 열기를 식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여와음교에게 매달릴 뿐이었다. 삽시에 이검한의 순양지기 태반이 여와음교
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결국 이검한은 순양지기를 마지막
한모금까지 모두 배출한 뒤 말라죽어버릴 것이다.
헌데 그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 여와음교! 」
돌연 광장의 입구에서 놀라움에 찬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 카아앙! 」
한창 이검한에게 몸을 비비며 순양지기를 흡취하던 여와음교의 입에서 신경
질적인 교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는 고개를 반짝 쳐들어 소리가 들린 곳을 노려보았다. 돌연한
방해꾼의 등장에 그녀의 두 눈은 살기와 함께 잔뜩 경계의 빛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여와음교는 야릇한 율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이검한을 핍박하고
있었다.
스읏!
고개를 쳐든 여와음교의 시야로 한 명의 여인이 유령같은 신법으로 접근해
오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은 일신에 칠흑같이 검은 흑의(黑衣)를 걸쳤는데
얼굴에도 역시 검은색의 두터운 면사를 두르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면사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머리는 이제 겨우 파릇파릇 머리카락
이 돋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인은 비구니란 말인가?
「 카아악! 」
흑의여인이 다가서자 여와음교는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입을 쩍 벌려 한줄기
독무를 토해냈다.
「 흥! 한낱 미물 따위가??????????! 」
흑의여인은 싸늘하게 냉소하며 슬쩍 교수를 저었다.
그녀의 이 출수에서는 아무런 파공음도 들리지 않았다.
콰아앙!
그러나 직후 여와음교의 가슴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 키아악! 」
콰콰앙!
직후 애처로운 비명이 터지며 이검한을 올라타고 있던 여와음교의 몸이 붕
날아 올라 연못을 지나 뒤쪽의 석벽에 모질게 부딪쳤다.
촤르르르!
꼬리를 묶은 쇠사슬을 끌고 석벽 아래 주저앉은 여와음교의 가슴팍에는 새카
만 장인(掌印)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와음교의 작고
예쁜 입술 사이로는 새빨간 선혈이 울컥울컥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흑의여인은 놀랍게도 불사지체(不死之體)를 지
녔다는 여와음교를 단 일격으로 내장을 으깨버리는 중상을 입힌 것이다.
「 키이이잉! 」
여와음교는 두려움에 찬 교성을 토하며 구석진 곳으로 슬금슬금 피해 달아났
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몇 천 년을 살아오는 동안 자신에게 상처를 입친
최초의 강적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과연 흑의여인은 누구인가? 누구이길래 그녀는 불사지체를 지녔다는 여와음
교에게 내상을 입혔단 말인가?
「 흥! 」
단 일격에 여와음교에게 치명적인 내상을 입힌 흑의여인은 냉오한 눈빛으로
여와음교를 쏘아보았다.
「 키이이?????????! 」
여와음교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며 흑의여인의 시선을 피했다.
흑의여인은 냉랭한 눈빛을 돌려 발 밑을 주시했다.
순간 그녀는 흠칫 봉목을 치떴다.
「 이놈이 어떻게 현음동천(玄陰洞天)에서 살아나왔지? 」
흑의여인은 경악성을 발하며 불신의 눈빛을 지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이검한이 인사불성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이미 태반의 순양지기를 여와음교에게 갈취당한 이검한은 핏기한점 없는 창
백한 안색으로 기식이 엄엄했다.
흑의여인은 인사불성된 체 기식이 엄엄한 상태의 이검한을 내려다보며 나직
이 탄식했다.
「 명이 긴 놈이로군! 화망단정을 먹고 열독이 폭발하여 죽은줄 알았거늘????????
?! 」
그녀의 봉목은 일순 복잡한 갈등으로 물들었다.
애정과 살기, 그리고 은은한 죄책감, 무어라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는 복합적
인 감정이 뒤얽힌 눈빛이었다.
헌데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검한이 현음동천에서 화망단정을 복용한 사실
을 아는 사람은 하늘과 땅사이에 단 한 명뿐이 아닌가?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瑤雪)
그렇다. 흑의여인은 바로 이검한의 실수로 일천 수백 년 만에 깨어난 비운의
여인 누란왕후 흑요설이었다.
무려 천년수위의 내공을 지닌 그녀이기에 여와음교 같은 괴물도 일격에 쓰러
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 크으으으! 」
이검한은 파리한 안색으로 고통에 찬 신음성을 발했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흑요설의 눈빛이 짧은 순간 여러 차례 변했다
(이대로 두면 결국 들끓는 욕화에 순양지기가 모두 소진되어 죽고 말 것이
다!)
그녀는 면사 속에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 흥! 안되었지만 내 손으로 네놈을 구해줄 수는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내놈들
이 나 흑요설의 원수이므로?????????! 」
그녀는 자칫 동요되려는 마음을 싸늘한 냉소를 토해내며 모질게 고쳐먹었다.
「 화망단정을 먹고도 살아났으니 아직 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또 한 번 살아나
겠지! 」
그녀는 이검한에 대한 연민의 정을 애써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스읏!
이어 그녀는 훌쩍 몸을 날려 여와음교에게로 다가섰다.
「 카아아아! 」
흑요설이 다가서자 여와음교는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앙칼진 위협의 소리를
냈다.
「 흥! 요망한 것! 」
흑요설은 싸늘하게 코웃음을치며 여와음교의 꼬리를 묶고 있는 만년한철의
쇠사슬을 움켜쥐었다.
「 너도 영물(靈物) 축에 드니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
냐? 」
그녀는 싸늘한 음성으로 여와음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여와음교는 두려운 눈길로 흑요설을 바라다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여와음교의 모습에 흑요설은 형형한 눈빛을 번뜩였다.
「 본 왕후는 세상 모든 사내놈들의 씨를 말려버릴 작정이다. 그래서 네 도움
이 필요하다. 만일 내가 이 사슬을 풀어주면 앞으로 내 명령에 따르겠느냐? 」
여와음교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모습에 흑요설은 비로소 빙그레 미소 지었다.
「 좋다. 이제 내가 네 주인이다! 」
말과 함께 그녀는 만년한철의 사슬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우두두둑!
만년한철의 쇠사슬이 놀랍게도 얼음처럼 부서져 내렸다.
「 키이이잉! 」
자유의 몸이 된 여와음교는 기뻐 어쩔줄 모르며 길길이 날뛰었다.
흑요설은 그런 여와음교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을 냉혹하게 번뜩였다.
「 호호호! 안심해라! 앞으로 네가 좋아하는 사내놈들의 순양지기를 질리도록
먹게 해주마!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 십왕(十王)인가 무언가 하는 놈들의 무공 나부랭이를 좀 얻으러 왔다가 제
법 쓸만한 조력자를 얻었으니 헛걸음한 것은 아니로군! 」
그녀는 흘낏 이검한쪽을 바라보았다.
인사불성된 채 축 늘어져 있는 이검한은 어느덧 신음소리마저 끊겨 있었다.
흑요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는 정말 악연(惡緣)이 깊은 놈이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
그 사이에 여와음교는 흑요설의 뒤로 다가와 또아리를 틀고 앉아 조용히 흑
요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흑요설은 여와음교를 돌아보다가 야릇한 눈빛을 지었다. 여와음교에대해 남
다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끼는 그녀였다.
「 그래! 너와 나는 모두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괴물의 신세다! 」
그녀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여와음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키이잉! 」
여와음교는 흑요설이 자신에게 애정을 보임을 느끼고 얼굴을 흑요설의 다리
에 부비며 아양을 떨었다.
흑요설은 싸늘하게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 그만 가자! 우리를 버린 인간 세상에 복수를 하러???????! 」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촤르르르!
여와음교도 긴꼬리를 끌며 급히 흑요설의 뒤를 따랐다.
흑요설은 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이검한을 바라보았다.
「 여기서 죽는 것이 나으리라, 어린 놈! 바깥 세상은 곧 나 흑요설에 의해 지
옥(地獄)으로 화할 테니까! 」
냉소와 함께 그녀의 모습은 멀어져 갔다.
드넓은 지하광장에는 죽어가는 이검한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밀랍같이 창백한 안색이 된 그는 기식이 엄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의 생명도 얼마 지탱되지 못할 것이다.
과연 이검한은 이곳 십왕총의 오지에서 짧은 인생을 마감하고 말것인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이상한 곳까지 오게 되었군! 」
지하광장 입구에서 한줄기 침착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읏!
이어 광장안으로 한줄기 날렵한 인영이 날아들었다.
치렁치렁한 금발을 허리까지 드리운,
아주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용모에 도도하고 오연한 인상을 지닌 여인이었다.
달단여왕 나유라 !
바로 그녀가 아닌가?
석실이 붕괴되어 이검한과 헤어졌던 나유라는 십왕총의 미로를 헤메다가 우연
히 이곳 지하광장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한데 광장 안으로 날아든 나유라의 두 눈이 한껏 부릅떠졌다.
「 검한아! 」
그녀의 입에서 일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연못가에 인사불성된 채 쓰러져 있는 이검한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검한을 본 나유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
그녀는 급하게 이검한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음 순간,
나유라의 얼굴이 절로 화끈 붉어졌다.
연못가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이검한은 하의가 무릎까지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
한데,
그의 몸 가운데 하나의 검붉은 기둥이 늠름한 기세로 불끈 솟아 있는 것이 아닌가?
무려 반자가 넘는 우람한 불기둥이 자잘한 춘초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실로 민망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려보이는 얼굴과 달리 너무도 장대한 이검한의 남성을 본 나유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직감적인 불안감에 휩싸였다.
「 도데체 이곳에서 검한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말인가? 」
그녀는 급히 이검한의 심맥을 짚어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이검한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 이....이럴수가! 」
심맥을 짚어보던 나유라의 입에서 숨넘어갈 듯한 경악의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검한의 맥은 지극히 미약하여 간신히 느껴질 정도가 아닌가?
현재 그는 가사상태에 빠져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의 남성의 상징만은 여전히 원기가 왕성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기현상은 모두 여와음교의 독무 때문이었다.
나유라가 그 사실을 알리 만무했다.
「 큰일이다! 누군가에게 순양지기를 과다하게 갈취당했어! 」
그녀는 다급한 심정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급히 이검한의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내공을 주입시켰다.
하나,
이검한은 한차례 몸을 꿈틀거리며 미미한 신음만 흘렸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
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검한에게 모자라는 것은 순양지기이지 결코 내공의 힘이 아니었기 때문
이다.
나유라는 내공을 주입했음에도 별 반응이 없는 이검한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
치 못했다.
오히려 이검한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나유라가 주입시켜준 내공은 음에 속하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이검한의 몸 속 순양지기를 중화시켜버린 것이다.
「 아아! 죽으면 안된다. 검한아! 제발 깨어나거라! 」
이검한의 몸에서 급격히 생기가 소멸되는 것을 느낀 나유라는 오열을 터뜨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나유라는 이검한을 진짜 친아들처럼 여기게 되었
다.
그런 이검한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나유라는 미칠 듯한 안타까움에 절박한 심정이 되었다.
「 무...무언가 양기를 보충해줄 영약을 찾아야만 해! 」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그녀의 봉목이 반짝 빛났다.
「 무엇이지? 」
그녀는 급히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광장 한쪽의 석벽 아래에는 수 많은 인간의 유골들이 한무더기 쌓여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와음교에게 희생당한 사내들의 유해였다.
츠츠츠!
한데,
그 유골더미 위로 불그레한 홍광이 무지개처럼 번지고 있지 않은가?
나유라는 한구의 유골옆으로 날아내렸다.
「 이 사람도 십왕 중 한 명일까? 」
그녀는 눈을 빛내며 무수한 유골 중 한 구를 주시했다.
화려한 비단옷에 덮인 채 누워 있는 그 해골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어 생전 모
습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데,
기이한 것은 그 시체의 해골이 잿빛으로 변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무언가에게 영양분을 모두 빼앗겨 재로 변한 듯이 보이는 것이다.
츠츠츠!
그 해골의 단전 부위에서 예의 그 붉은 홍광이 비단장포를 뚫고 번져나오고 있었
다.
나유라는 지혜로운 봉목을 빛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유골의 비단옷 속에 무엇인가 불룩하게 솟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춘정을 자극하는 야릇한 향기가 공기 중을 떠돌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
다.
유심히 주위를 살핀 나유라는 봉목을 환하게 물들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어떤 영약이 자라고 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망설임없이 유골의 장포자락을 찢어냈다.
아무리 담대한 나유라였으나 시체의 옷을 찢는다는 것은 평소였다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렸다.
피붙이같이 사랑하는 양아들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절박함에 나유라는 아무것도 따질 겨를이 없었다.
「 이것은....! 」
유골의 낡은 장포를 뜯어낸 나유라는 경악의 신음성을 발하며 봉목을 부릅떴다.
시체의 장포 속에서 하나의 기이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체의 아랫배 부분의 뼈에 붙어 자라고 있는 그 물체의 길이는 반 자 남짓할 정
도인데 기이하게도 전체가 마치 용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츠츠츠!
용의 형태를 지닌 그 물체는 반투명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모닥불의 불빛과도 같은 그 주홍빛 광채가 주위로 배어 흘렀다.
일견하기에 그것은 일종의 영지임을 알 수 있었다.
「 용형혈지! 」
나유라의 입에서 경악과 기쁨에 들뜬 탄성이 터져나왔다.
--용형혈지!
이것이 그 영지초의 이름이었다.
다른 영지와 달리 사람의 시신에 기생하여 그 생기를 흡수하며 자라는데 따라서
용형혈지에는 그 사람의 생기와 생시에 그사람이 생시에 복용했던 모든 영약의
효능이 한꺼번에 응결되어 있다.
간혹 황제들의 시신에서 용형혈지가 자란다고 한다.
만인지상인 황제는 당연히 생시에 수많은 영약을 복용하기 마련이고 그 영약들
의 기운이 응결되어 생성된다는 용형혈지의 효는은 무궁무진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용형혈지 중 가장 큰 것은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였다.
한데,
놀랍지 않은가?
지금 나유라가 보고 있는 있는 용형혈지의 크기는 믿어지지 않게도 무려 반 자
가 넘었다.
흥분과 경이,
온통 기쁨에 들떠있던 나유라는 문득 살풋 미간을 모으며 의혹의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 도데체 이 자는 누구이기에 이런 거대한 용형혈지가 자랐단 말인가? 」
그녀는 강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느꼈다.
이제 이검한을 살릴 방법이 생겼다고 여긴 나유라는 절박하기 이를데 없는 마음
에서 다소 침착을 회복한 것이었다.
시신을 살펴보던 나유라는 이내 시신에서 한 권의 양피지로 만든 비급을 찾아냈
다.
[옥룡경!]
비급의 표지 위에는 그와 같은 글이 수려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비급의 제목을 본 나유라는 예상했다는 듯 혐오의 표정을 지었다.
「 역시 이 작자는 옥룡음마였군! 」
--옥룡음마
그렇다. 시신의 주인은 바로 십왕 중 일 인인 옥룡음마였다. 이름 그대로 그
자는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였다. 하지만 그를 음마(淫魔)라 부르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먼저 그는 절대 자신이 먼저 여자를 유혹하지 않았다.
옥룡(玉龍)이라는 별호대로 그는 가히 송옥과 반안을 능가하는 준수한 용모
를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떤 여인도 한번 옥룡음마의 얼굴을 보면 절
로 춘심이 불타올라 스스로 그에게 몸을 던지고 만다.
옥룡음마는 일단 자신에게 몸을 던져오는 여자는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미추노소(美醜老少)를 불문(不問)한다!
이것이 옥룡음마가 여자를 대하는 원칙이었다.
그 여자가 아름답든 추하든 또는 어리든 나이 많은 노파이든 옥룡음마는 결
코 상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는 어린 소녀들로부터 나이들어 죽어가는 노파와도 서슴없이
교합했다.
당연히 그는 무림의 공적으로 몰렸다.
하지만 누구도 옥룡음마를 죽이지 못했다.
그는 뭇 여인들을 사랑해준 대가로 조금씩의 원정지기(元精之氣)를 흡수할
수 있었다.
비록 조금씩이라고는 하나 그가 상대한 여인은 수만 명에 달했다. 그 결과
옥룡음마는 하늘 아래 누구도 상대하지 못할 가공무쌍한 내공을 지니게 되었
기 때문이다.
아무도 옥룡음마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는 뭇 여인들이 구해다 준 각종 영약까지 복용할 수 있
었다. 사랑에 눈 먼 여인들은 옥룡음마를 위해 그 어떤 희세영약도 아낌없이
바치는 데 주저치 않았던 것이다.
이래저래 옥룡음마는 무적(無敵)의 내공을 지니게 되었다.
절묘한 방중술 외에 별다른 무공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십왕의
일 인이 되었다. 사실 십왕이 서로 싸웠다면 최후승자는 옥룡음마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무려 천년수위의 내공을 지닌 옥룡음마를 누가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옥룡음마건만 이곳 십왕총의 지하에서 실로 어이없는 최후를 맞고 말았
다. 그는 이 지하광장에서 여와음교를 만났던 것이다.
여와음교는 당연히 옥룡음마의 양정(陽精)을 갈취하려 덤벼들었다.
비록 상대가 인간의 여자는 아니었지만 그것을 피할 옥룡음마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능히 여와음교를 이기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과신이었다.
여와음교!
그 요물이 양정을 빨아들이는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비로소 천적을
만났음을 안 옥룡음마는 사력을 다해 여와음교를 뿌리치고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여와음교가 덮어 씌운 최음독무의 발작을 견디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였으며 희세의 미남자였던 옥룡음마의 멋없는 최후였다.
그가 죽은 수 그의 생기와 몸 속에 응결된 영약의 기운을 빨아먹고 용형혈지
(龍形血芝)가 자라났다.
옥룡음마의 시체기 잿빛으로 변한 것은 용형혈지가 옥룡음마의 생기를 한모
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흡수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유라는 옥룡경을 펼쳐보았다.
어찌되었든 그녀 역시 무림인인 이상 전설 속의 고수들인 십왕의 절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옥룡경을 펼친 순간 나유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 지..지저분한 음서로군! 」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옥룔경을 덮었다.
옥룡경 안에는 남녀가 교합하는 여러가지 자세가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나유라는 옥용을 붉힌 채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 이런 음서는 세상에 독이 될 뿐이다. 없애버려야한다! 」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옥룡경을 그대로 삼매진화로 태워버리려했다.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다. 이 책은 장차 검한이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살풋 옥용을 붉히며 이검한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검한의 얼굴에 도화살이 가득차 있음을...
이검한은 평생 헤아릴 수조차 없는 무수한 여자들을 거느리고 살아야할 운명
인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수만 명의 여인을 능히 상대할 수 있는 옥룡음마의 방중비법
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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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