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양이현(41세) 중학교 시간제교사 3

그럼, 대체 저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누구란 말이야?
마는 주말에 교사 연수에서 돌아왔다.
"엄마?"
"응?"
모자는 거실에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해주는 오락 프로그램을 생각없이 보고 있는 두 모자.
화면 하단에는 "대설 주의보, 서울 68mm ... "이라는 자막이 지나간다.
"엄마, 오늘 새벽부터 눈이 많이 올건가 본데?"
거실 바닥에 팔을 배고 겨로 누워 TV를 보다가 무심코 말을 던졌다.
"응, 그러게. 마트 다녀오는데 천천히 내리긴 하더라."
소파에 앉아 비스듬히 누워서 지나가는 말로 대꾸를 하는 엄마.
"오늘 야간 운동 쉬면 안될까?"
"응?"
엄마는 무의식 중에 되물었다. 이건 뜻 밖의 질문에 당황한 탓일까?
나는 엄마의 이어지는 대답을 기다리며, TV를 보는 척 했다.
하지만 엄마는 당황스러운지 계속 시간을 벌어보려는 의도인지,
혹은 내가 물어본 사실을 잊고 대충 넘어가게 만드려는 의도인지,
끝까지 침묵했다.
"엄마!"
"응?"
엄마는 마치 귀찮다는 듯이 어린 아이를 얼루듯 대답한다.
"오늘, 야간 운동 쉬면 안되냐구!"
"아...운동?"
또 말을 끊는다. 난 조바심이 났다.
"그래, 운동. 새벽에 눈이 자그만치 6센치나 내린데. 동상 걸려."
"에구, 운동도 습관이 되면 중독같은거라...봐서?"
애매모호한 답변. 뭔가 미심쩍었다. 하지만, 엄마를 의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는 우연도 많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스스로 자위하고 있었다.
그날 밤 11시. 창밖의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서 밤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엄마가 운동을 나갈까봐 온 신경을 현관문에 집중하고 있었다.
제발, 오늘 만이라도 엄마가 운동을 나가지 않으면,
그 여자가 엄마가 아니라는 물증인냥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엄마가 운동을 쉬어준다면 더 이상, 그 여자와 엄마를 매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실에서는 심야 오락 프로그램의 TV 방송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12시. 나는 물을 마시는 척 하며,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갔다.
천천히 물을 들이키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훑었다.
환했던 형광등은 어느새 꺼졌고, 거실 구석의 조명이 무겁게 거실을 밝혔다.
엄마는 나갔다. 알아채는 것 쉽다.
현관문에 항상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엄마의 트레이닝화가 없어졌으니까.
마음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그리고 엄마가 나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나도 원망했다.
- 왜! 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운동을 나가야 하는 거냐구!
크게 소리치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속으로 엄마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가 봐야겠다는 기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분명 이 시간에 부득불 기어나가서 눈을 밟고 말겠다는 인간은 드물테니까,
지금이라도 나가면 엄마의 선명한 발자국이 있을 거라는 추리였다.
흑색 더플코트를 황급히 몸에 걸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대문까지 엄마의 발자국이 나있었다. 왼발과 오른발의 간격이 좁다.
분명 총총 걸음으로 급하게 걸어나간 듯 보였다.
- 이렇게 미끄러우면서 습관 좋아하네...
나무로 된 턴스타일 대문을 열고 골목을 둘러보니, 큰 길가로 발자국 하나가 보인다.
그 길은 나와 엄마가 아침에 나서는 길이었다.
길을 따라 높은 담을 끼고 쭉 걷다 보면 양갈래 큰 길이 나왔다.
나는 내리막 길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고,
엄마는 오른쪽 평길로 버스를 타러 걷는 너무나 익숙한 길이다.
더 이상 볼것도 없이 양갈래 길로 냅다 달렸다.
역시 오른쪽으로 엄마의 총총 걸음의 발자국이 선명히 나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후레쉬를 키고 엄마의 발자국이 어디까지 나있다 쭉 훑었다.
- 버스정류장!
나는 한걸음에 도로까지 내달렸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전 골목 진입로에서 엄마의 발자국은 사라졌다.
거기서 부터는 자동차들이 오고 가며 부대껴서 녹아버린 시꺼먼 녹은 눈 덩이들이 쌓여있었다.
- 그럼 택시?
터벅 터벅 집으로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여러 가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 야밤에 택시를 타고 어디로 가는 걸까.
분명 야간에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고 했으니 근처 헬스 클럽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집 근처 10분 거리에 근린 공원만 3개가 있고,
조금만 더 가면 하천 둔치 조깅 트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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