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내 첫사랑 (6) - 진실

민준의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수현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지만,
그의 머릿속은 , 온통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옆에는 어젯밤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지윤이 잠들어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방 안은 어젯밤의 흔적들로 가득했고,
그 모든 것이 수현의 눈에 띄는 순간,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달을 터였다.
"수현아, 오빠… 지금 막 일어났어.
엄마는 아직 주무시는 것 같아. 너 혼자 천천히 와."
민준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노력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다행히 수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전화를 끊은 민준은 잠든 지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장모님, 일어나세요! 수현이가 곧 와요!"
지윤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잠결에도 민준의 다급한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의 눈빛에 섬광이 스쳤다.
상황을 직감한 지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숙하게 움직였다.
어젯밤 벗어 던진 옷들을 재빨리 주워 입고, 흐트러진 침대 시트를 대충 정리했다.
민준도 황급히 옷을 주워 입으며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준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지만, 지윤은 여유롭게 차를 끓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오빠! 나 왔어!"
수현은 해맑게 웃으며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동네 빵집에서 사 온 따끈한 빵 봉투가 들려 있었다.
"어머, 수현아! 일찍도 왔네.
민준 씨랑 방금 막 아침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지윤은 태연하게 수현을 맞았다.
민준은 지윤의 두 얼굴에 소름이 돋았다.
어젯밤 그토록 뜨겁게 자신을 유혹하던 여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수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와 민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아, 민준 오빠는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 잠을 설쳤나?"
수현의 말에 민준은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니야, 아침이라 좀 더워서 그래."
지윤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수현의 등을 토닥였다.
"민준 씨가 워낙 잠버릇이 없는 편인가 보네."
그 순간, 지윤의 발이 민준의 발등을 은밀하게 스쳤다.
민준은 차가운 기운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현 앞에서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민준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는 민준의 뒤로 지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 씨, 혹시 중요한 서류를 서재에 두고 가신 것 같아요. 잠시 들러서 가져가세요."
민준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윤의 눈빛은 단호했다.
수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현관에서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준은 지윤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지윤은 민준에게 바싹 다가섰다.
"민준 씨, 어젯밤… 좋았죠?"
그녀의 속삭임은 뱀처럼 민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민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지윤은 민준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며 붉은 키스 마크를 남겼다.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장모님 ! 지금 이러시면…!"
"이게 바로 우리가 어젯밤을 기념하는 비밀스러운 증표예요.
수현이가 보지 못하게 조심해요.
그리고… 다음 주말에도 다시 와요. 나는 민준 씨가 또 올 줄 믿으니까."
지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민준의 셔츠 깃을 살짝 여며주었다.
민준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는 민준이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민준은 서재를 나서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지윤의 시선에 온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현관에서 수현은 해맑게 웃으며 민준을 배웅했다.
민준은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목덜미에 남겨진 지윤의 키스 마크가 발각될까 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수현에게 들키는 순간, 그의 삶은 완전히 파멸할 터였다.
과연 민준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병원으로 돌아온 민준은 진료 내내 멍한 상태였다.
환자들의 얼굴이 지윤과 수현의 얼굴로 번갈아 보였고,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오후 늦게, 민준은 수현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빠, 저녁에 엄마랑 같이 오빠 병원 근처로 갈까?
오빠 보고 싶기도 하고,
병원 구경도 하고 싶어서!
엄마도 오빠 병원 궁금하다고 하셨어!"
민준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지윤이 수현과 함께 병원으로 온다니! 어젯밤의 흔적들이 그의 옷과 몸에 남아있을까 봐,
혹은 지윤이 수현 앞에서 또 어떤 대담한 행동을 할까 봐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급하게 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현아, 지금 병원으로 온다고?
아, 오늘은 좀 곤란한데. 갑자기 급한 수술이 잡혀서…."
민준은 애써 둘러댔지만, 수현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다.
"괜찮아, 오빠!
수술 끝나고 잠깐 얼굴만 봐도 돼!
엄마랑 같이 오빠 병원 구경하고 있을게!"
전화가 끊겼다.
민준은 휴대폰을 든 채 망연자실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서둘러 진료를 마무리하고 휴게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서 목덜미에 남은 키스 마크를 확인하고는 손으로 문질러 지우려 했지만, 붉게 남은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급한 대로 스카프를 찾아 목을 가렸다.
얼마 후, 민준은 병원 로비에서 수현과 지윤을 발견했다.
"오빠! 왜 이렇게 스카프를 꽁꽁 싸맸어? 혹시 감기 걸렸어?"
수현의 질문에 민준은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니, 병원이 좀 추워서 그래. 요즘 일교차가 심하잖아."
지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수현의 뒤에서 민준의 목에 감긴 스카프를 힐끗 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수현에게 말했다.
"수현아, 민준 씨 병원 구경시켜 달라고 해볼까?
우리 민준 씨가 일하는 곳이 궁금하네."
민준은 지윤의 말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지윤이 자신의 병원을 둘러보고 싶다니. 그의 개인 공간에까지 그녀의 흔적이 스며들 것 같아 불안했다.
하지만 수현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은 마지못해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민준의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지윤은 민준의 책상 위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민준의 의자에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앉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민준 씨, 혹시… 이 의자, 어쩐지 낯이 익네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민준의 심장이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지윤의 말은 단순히 의자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
어젯밤, 바로 이 의자와 비슷한 침대에서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그에게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수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의자에 앉아있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 혹시 피곤해? 앉아 있으니까 편안해?"
지윤은 수현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응, 수현아. 민준 씨 의자가 아주 편안하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민준은 그녀의 눈빛에서 읽히는 음흉한 즐거움에 소름이 돋았다.
지윤은 민준의 심장을 쥐고 흔들며, 이 위험한 게임을 더욱 즐기려는 듯했다.
민준은 이제 지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고, 발신자는 다름 아닌 지윤이었다.
"민준 씨, 주말에 우리 집으로 올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장모님, 죄송합니다. 주말에는 정말…."
"민준 씨." 지윤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제가 민준 씨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 게 있어요.
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만큼 중요한 이야기요."
지윤의 말은 민준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그는 결국 지윤의 알 수 없는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이 되어, 민준은 다시 지윤의 집을 찾았다.
수현에게는 또다시 급한 당직을 핑계 댔다.
현관문이 열리고, 지윤은 여전히 슬립 가운 차림으로 민준을 맞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지난번과는 달랐다. 묘한 슬픔과 함께 광기 어린 결심이 서려 있었다.
"와줘서 고마워요, 민준 씨."
지윤은 민준을 거실로 이끌었다. 테이블 위에는 와인과 함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민준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오늘 밤, 민준 씨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줄게요."
지윤은 와인잔을 민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민준은 잔을 받아 들었지만, 그녀의 눈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윤은 천천히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민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민준 씨, 23년 전 여름, 우리가 헤어지던 날 기억해요? 제가 지방으로 이사 가야 했던 날…."
민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지윤은 잠시 말을 멈추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저도, 나중안 사실이지만
민준 씨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어요."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무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장모님?"
지윤은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봉투 안에서 서류 몇 장을 꺼냈다.
'DNA 친자확인 보고서'
라는 글씨가 민준의 눈에 들어왔다.
"민준 씨. 사실… 수현이는 내 딸이면서 동시에 민준 씨의 딸이에요."
민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ㅡㅡ 계속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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