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또 다른모습 4
손에 쥔 휴대폰이 덜덜 떨렸다.
아니, 떨리고 있는 건 내 손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어떤 말도,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심장만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숨을 내쉬려 했지만 공기가 가슴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화면 속 마지막 메시지가 눈앞에서 번져 흐려졌다.
눈물이었는지, 땀이었는지 모를 것이 볼을 타고 흘렀다.
비상구 난간에 몸을 기댔다.
차가운 금속이 등 뒤로 느껴졌다.
그제야 현실이 서서히 밀려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아이들과 함께일 것이다.
나는 그저, 모든 걸 모르는 남편일 뿐.
휴대폰 화면에 찍힌 이름을 다시 보았다.
그 낯선 번호.
그 짧은 문자.
그리고, 사진.
누구지?
왜 나에게 이런 걸 보낸 거지?
단순한 장난일까, 아니면…
심장이 한 번 더 쿵 내려앉았다.
혹시, 아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의도적인 함정이라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노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나는 휴대폰을 꼭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인해야 했다.
이게 진실인지, 누군가의 조작인지.
그날, 내 일상은 그 순간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 멈춘 시간 속에서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가족만을 위해.아내를 위해 노력했는데..
4.
한 달에 한 번, 우리는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결혼 10년 차.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걸었다.
서로의 온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오히려 그 익숙함이 위안이 되곤 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내는 여전히 젊고 생기 있었다.
짧은 팬츠,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을 즐겨 입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자랑스러웠고,
가끔은 ‘저 여자가 내 아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놀고,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저녁엔 거실에서 TV를 보며 웃었다.
그게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가족은 내 삶의 이유였고,
퇴근 후의 피곤함마저 잊게 만드는 나의 안식처였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 모든 순간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조각난 영상처럼 머릿속을 흘러가며 나를 짓눌렀다.
‘내가 잘못한 게 뭘까...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차창 밖으로 흐르는 불빛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생각했다.
나는 아내가 바라는 대로 해줬다고 믿었다.
좋은 집, 안정된 생활, 주말마다 함께하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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