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 입주한 세여자 썰 -상
고미괴미11
7
327
4
2시간전
세 여자의 등장 -상
부대에서 제대한 지 일주일. 동현(27)은 서울에 있는 빈 집에 혼자 남아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었다. 아버지는 회사 사업 확장으로 해외에 나가셨고, 어머니는 그곳으로 함께 가셨다. 여동생은 유학생으로 캐나다에 있었다. 집은 조용하기 그지없었지만, 동현에게는 그 적막이 오히려 공부에 집중하게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할머니의 전화가 울렸다.
"동현아, 할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셔서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가게를 좀 봐주실 수 있겠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울 외곽의 한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계셨다. 1층에는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었고, 2층과 3층은 임대용 주택이었다. 동현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기도 했고, 혼자 있는 집이 외롭기도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첫날, 할머니는 동현에게 건물의 관리비 장부와 세입자 명단을 건네주며 설명해주셨다.
"2층에는 베트남에서 온 미선(29)이 살고 있고, 3층은 필리핀에서 온 마리아(31), 그리고 4층은 중국에서 온 리링(28)이야. 세 명 다 혼자 사는 여자들이고, 각자 다른 사정이 있어."
동현은 그 말을 듣고 살짝 긴장했다. 세 명의 외국인 여성과 단둘이 같은 건물에 살아야 한다니.
첫날 저녁,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저녁을 먹고 1층 가게를 정리하던 중, 계단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새 손자셨죠?"
베트남에서 온 미선이었다. 동그란 눈망울에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는 한국어가 능숙했다. 한국에서 5년째 살고 있으며 패션 디자인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네, 동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가게랑 건물 관리를 맡게 됐어요."
"아, 그래요? 그럼 우리 잘 부탁드려요. 저는 2층에 살고 있는 미선이에요. 혹시 무거운 짐이나 고장 난 곳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그녀의 친절한 미소에 동현은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그 순간, 3층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틴 리듬의 경쾌한 음악이 건물 전체에 울렸다.
"아... 마리아 언니네요. 오늘도 파티를 하시나 봐요."
미선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필리핀에서 온 마리아는 댄스 강사로, 종종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곤 했다. 동현은 3층으로 올라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마리아는 활짝 웃으며 동현을 반겼다. 그녀의 곁에는 두 명의 필리핀 여성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
"오! 새로 오신 분? 우리도 초대할까요?"
동현은 손사래를 치며 물러섰다.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음악 소리가 조금..."
"아! 죄송해요. 바로 줄일게요."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볼륨을 낮췄다. 그녀의 친절함에 동현은 다시 안심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 4층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터졌다.
중국에서 온 리링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가 매달 10일에 확인하시던 쓰레기 분리수거 규칙을 자주 어겼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동현이 조심스럽게 지적하자, 리링은 차갑게 대답했다.
"저는 중국에서는 이렇게 하던데요. 규칙이 너무 까다로워요."
"아니, 한국에서는 분리수거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벌금도 나올 수 있고요."
"그럼 벌금 내면 되죠."
리링의 냉담한 태도에 동현은 당황했다. 그녀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듯 보였고, 동현에게 불만을 퍼붓기 시작했다.
"당신 할머니는 저를 항상 감시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인데."
동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가 다치시기 전에는 할머니께서 이 모든 걸 해결해오셨다는 게 놀라웠다. 단 하루 만에 동현은 세 여자와의 갈등이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날 밤, 동현은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할머니, 리링 씨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 하셔서 말씀드렸더니 화를 내시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머니는 조용히 웃으셨다. "동현아, 사람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어. 그녀가 중국에서 온 것처럼, 우리도 그녀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내일 내가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해볼게."
할머니의 말씀에 동현은 자신이 너무 급하게 반응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음 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미선이 2층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놓고 외출한 사이,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현은 할머니 댁에 온 지 며칠 안 됐지만,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2층으로 올라가 빨래를 걷어주었다.
그런데 그때, 마리아가 3층에서 내려오며 동현을 발견했다.
"오! 동현 씨! 미선 집에 뭐 하러 가셨어요?"
동현은 빨래를 든 채로 당황했다. "비가 와서 빨래를 걷어주려고..."
"아... 그래요? 미선 씨가 부탁했나요?"
"아니요, 그냥 제가 자발적으로..."
마리아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우와, 정말 친절하시네요. 그럼 저도 다음에 부탁할게요."
그 말에 동현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단순히 이웃을 도운 것뿐이었지만, 마리아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을지도 몰랐다.
그날 저녁, 돌아온 미선은 동현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작은 베트남 과자를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마리아는 약간 삐친 표정이었다.
동현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느꼈다. 세 여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동현에게 다가왔고, 동현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할머니께서 전화로 알려주셨다. "동현아, 세입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해.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쪽이 삐질 수 있어. 특히 마리아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야."
동현은 할머니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다. 하지만 그다음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밤 11시,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동현은 건물의 전기실을 확인하러 나갔다. 그런데 복도에서 리링과 마주쳤다. 리링은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있었고, 겁먹은 표정이었다.
"동현 씨, 무서워요. 혹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평소 차갑던 그녀가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은 몰랐다. 동현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전기실로 향했다. 알고 보니 누전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었다. 동현이 스위치를 올리자 불이 다시 들어왔다.
리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현에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오늘은... 정말 감사해요."
그 미소는 평소와 달랐다. 차가움이 아닌,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동현은 그 미소를 보며 리링도 결국은 외로운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 더 큰 문제가 터졌다. 미선이 동현에게 SOS를 쳤다. 그녀의 방에 벌레가 나타난 것이다. 동현은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들고 2층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마리아가 다시 목격했고, 마리아는 이번엔 리링에게 이야기했다.
리링은 그 이야기를 듣고 동현에게 차갑게 말했다. "당신, 미선한테만 친절하네요. 우리는 신경도 안 쓰는 거예요?"
동현은 당황했다. 그는 단지 도움을 요청받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 걸까.
그날 밤, 동현은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조언해주셨다.
"동현아, 건물주라는 건 그냥 관리자가 아니야. 때로는 중재자, 때로는 상담사, 때로는 친구가 되어야 해. 세 여자는 각자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졌지만, 결국 모두 같은 건물에서 살아가는 이웃일 뿐이야.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
할아버지의 말씀에 동현은 깊이 생각했다. 그는 다음 날, 세 여자를 모두 불러 모아 간단한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모두 망설였지만, 동현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모두 수락했다.
그 자리에서 동현은 말했다. "여러분, 저는 이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 이웃이니까요."
미선이 먼저 박수를 쳤고, 마리아가 따라 웃었고, 리링도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동현은 이 작은 공동체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깨달았다. 사법고시 준비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시점의 시작이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mib19
금까마귀
썰담걸
김이개
에코그린
야설조아나도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