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모녀 4

은영이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나와의 관계를 친구임을 강조했다.
비록 몸을 섞는 사이였지만,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지만, 나와 달리 그녀의 어머니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더불어 은영이 역시 말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 잠시였지만, 서로 간에 오가는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다.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 어색함이 정말 어색했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편한 자리임은 분명했다.
호호... 그래요.
은영이 어머니의 웃음이 잠깐이었지만, 경직되었던 분위기를 깨뜨렸고,
난 이때다 싶어서 그녀에게 은영이와 나와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지만, 내용은 실상 간단했다.
은영이와 국민학교 시절 3년 간 같은 반 친구였고, 한 때는 같은 동네에 살았음을
말했는데, 말하면서 의아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고, 내가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다지만,
은영이와 나는 분명 한 동네에 살았는데, 왜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의 어머니가
기억나지 않는 걸까? 더불어 은영이 어머니는 키가 꽤나 큰 편이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이미지 정도는 남았을 것인데, 전혀 내 머릿속에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날, 나는 은영이 어머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듣고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
는데, 친구사이 임을 밝혔지만, 약간은 예비 사위로서 취조를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직 스물이 조금 넘은 나이였음에도...
은영이 어머니와의 첫 만남이 후로 은영이를 다시 보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길었다.
은영이는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발목이 불편했기 때문에 집에서 쉬었고, msn 메신
저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통은 문자 몇 통 정도 뿐이었다.
나는 은영이를 만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할 뿐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녀를 만나지 못하면서 한 쪽 가슴이 허전한 것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자기 전에 그녀 생각이 간절했는데, 솔직히 섹스가 고프기도 했지만, 그녀와 교감하면서
지내던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는데, 그것을 누리지 못하니까,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였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은영이를 볼 수 없었다.
은영이는 무슨 이유인지 나와의 만남을 미뤄왔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그녀에게 만남을
종용하고 또 종용했다. 그럴 때마다 은영이의 대답은 한 결 같았다.
시간이 좀 필요해.
언제까지라는 물음을 몇 번이나 했지만, 대답해 준적은 없었다. 그때는 그저 나의
조급한 마음에 재촉할 뿐, 어쩌면 은영이 역시 그 시간의 길이를 몰랐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조금은 선선해졌던 어느 날,
드디어 은영이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했다. 변함없이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고, 그때서야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첫사랑이 떠나버렸듯이, 은영이 역시 훌쩍 떠나버리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나의 말에는 그저 집에서 쉬었다고 대답을 했다.
발목이 그렇게 불편했니라는 질문에는 그저 미소만 보일 뿐...
그때의 나는 어리석고 매우 아둔했다.
오랜만에 만난 은영이와 나는 여느 날처럼 소주를 마셨다.
은영이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제법 소주를 마시게 되어서 그녀와 소주잔을 기울
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굳이 섹스를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은 참 좋았다.
꽤 술이 들어갔고, 은영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역시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내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궁금
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풀어주기 시작했다.
나... 사실 엄마가.... 둘이야.
갑작스런 은영이의 고백에 난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머니가 둘이라니?
전혀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밤 낮게 은영이를
데려다주면서 봤던 여자가 새어머니였던가? 은영이와는 너무나 이미지가 달랐으
니까.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 싶었다.
그... 그게 아니라...
은영이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이윽고 내 머리를 다시 한 번 치는 발언을 시작했다.
네가 본 엄마가... 친어머니야.
황당한 표정, 당황한 표정, 벙 찐 내 표정을 은영이도 충분히 봤을 것이다.
소주 한 잔을 들이 킨 그녀는 애써 미소를 보이면서 무거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은영이가 기억도 하지 못할 만큼의 어릴 시절,
그녀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은영이가 세상에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옆에
아버지만이 존재했고, 학교에 입학할 무렵, 어디선가 나타난 아줌마를 어머니라고
불러야 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은영이는 친 어머니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어머니가 존재함을 인식하면서 매우 기뻐하며 살았다고 했는데, 그 어머니가
친 어머니가 아님을 알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은영이가 자라면서 그녀의 귀에는 친 어머니의 존재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은 친척 어른들의 뒷담화였다. 그리고 새 어머니가 배다른 동생을 출산하면서
그녀는 새 어머니에게도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계모가 학대를 했다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어렸던 은영이는
어른들에게서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러한 집안 환경 때문인지 학교에서도 그 누구
보다 조용하게 묻혀 생활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그때 형성된 것이었다.
은영이는 친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버지를 통해서 그녀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소름끼칠 정도로 악담뿐이었다.
어려도 눈치는 있었다.
너무너무 궁금했지만, 은영이는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중학교 시절 사춘기가 시작된 은영이는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친 어머니는 자신을 찾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친 어머니를 찾는
것보다 친 어머니가 자신을 찾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인데, 왜 찾지 않는 것일까.
그때부터는 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보다 원망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증오했다. 자신을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아무런 책임도 다하지 않은
그녀가 밉고 또 미웠다.
이쯤부터 친척 어른들의 친 어머니에 대한 악담이 이해가 갔다.
애써 무시했지만, 자식을 찾지 않는 것은 친척 어른들의 악담이 옳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이 이혼 한 이유는.... 바람이야.
남자들이 바람을 많이 필 시절이었다. 심지어 남자들이 바람을 대놓고 피어도
경제력이 없는 여자들이 참고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여자의 바람, 더불어
자식을 찾지 않는 어머니라, 은영이의 고통도 얼마나 깊었을지... 가늠도 할 수
없었다.
참 재밌는 게... 이상 한 게...
은영이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친 어머니를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은영이,
그런 은영이 앞에 친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보고 싶어 할 때는.....
그런데 정작 증오와 미움이 가득할 때, 원망의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
그 때 은영이 앞에 밝은 미소를 가진 그녀의 친 어머니가 나타났다.
전혀... 미안한 표정도 아니었어.
본인의 실수로 은영이 곁을 떠난 친 어머니는 죄책감도 없었다.
은영이는 친 어머니의 미소를 봤을 때, 그 낯짝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리쳤어....꺼져... 이 갈보 년아...
은영이는 처음 본 친 어머니에게 친척 어른들에게 들었던 악담을 그대로 쏟아 부었다.
바람만 피지 않았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면서 본인 역시 평범하게 자랐을
것인데... 마음속에 악의 씨앗을 심어준 그녀가 그토록 미웠다고 했다.
은영이의 악에 바친 말에 그녀의 친 어머니는 힘겹게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은영이의 곁을 떠났다.
이 당시에 은영이는 자신의 친 어머니는 이제 죽었다고 생각을 하면 살았다.
다시는 그녀와의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삶이란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은영이는 뜻하지 않게 몇 년 후, 친 어머니와 조우하게 된다.
은영이의 첫사랑 사건 이후로, 그녀는 아버지와 관계가 굉장히 나빠졌다.
집안 어른들의 눈을 피해 첫사랑과 도망을 가기도 했지만, 결국 붙잡혔고,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당하기도 했다.
이때 은영이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친 어머니였다.
어떤 이유로 은영이의 첫사랑 사건을 알게 됐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도망을 갈 때도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은영이의 첫사랑이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서도 어느 곳에서 잠이 들었는지
알려준 이가 바로 친 어머니였다. 친 어머니 덕분에 첫사랑이 잠들고 있는
추모공원을 찾아 하염없이 울며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은영이가 놀랐던 점은,
자신과 첫사랑과의 관계를 친 어머니는 인정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첫사랑을 지탄했는데, 친 어머니만은 그러지 않았고, 오히
려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
은영이 친 어머니의 말이었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보내버린다고 했지만,
뱃속에서 자신을 품었던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몇 번의 자살시도도 했
을 때, 그녀를 구한 것도 친 어머니였다.
하늘에 있는 그 애가... 이것을 원할까?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은영이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그 마음속에 자신을
낳은 친 어머니를 담았다. 그렇게 두 모녀는 함께 하기 시작했다.
들을수록, 은영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렇지만 녀석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그래서 더욱 더 슬펐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어쩌면 살기 위한 발악이 아닐까 싶었다.
한 편으로는 은영이의 친 어머니도 대단했다.
비록 오래 전에 본인의 실수가 있었다지만, 그 모진 시기를 다 이겨내고,
어찌됐든 자신의 자식을 살리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연이었지만,
왜 나와의 첫 만남에서는 두 모녀 사이가 불편해 보였을까. 은영이에게 질문을
할까 싶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다음에 하자... 그래도 되지?
무거운 이야기를 했던 탓일까. 조금 이른 시간에 은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하자는 것은 아무래도 섹스 같은데, 물론, 고프기는 했지만, 굳이 그것
때문에 은영이를 만나는 것은 아닌데, 이쯤 되면 약간 섭섭했다.
괜찮아...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은영이는 거절했다.
그래도 택시를 잡는 곳까지는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며 같이 걸어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은영이에게 고백했다.
너... 내 여자 할래?
친구라고 하지만, 은영이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보잘 것 없는 나라도 옆에서 힘이 되고 싶었다.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 잘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여전히 난 어렸지만, 그래도 곁에 있고 싶었다.
갑작스런 나의 고백에 은영이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한동안 쳐다봤다.
생각보다 길다고 생각한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은영이가 나를 향해 피식 웃는다.
그녀의 웃음에 나는 가슴이 조금씩 아파왔다.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어... 그리고 평범한 아내가 되고 싶어...
웃음을 멈춘 은영이가 대답을 했다.
평범한 엄마? 평범한 아내? 이게 무슨 뜻이지? 평소처럼 거절한 것 같은데, 그녀
의 대답의 진의가 궁금했다.
넌 안 돼.
단호한 은영이의 재차 거절 의사가 이뤄졌고, 순간적으로 난 왜 라고 소리쳤다.
길을 걸어가던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지만, 부끄러움도 없었다. 왜 안 된다는
말만 계속 하는 것인지... 정말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넌... 친구잖아.
그놈의 친구, 친구, 친구!
아니, 친구가 애인이 되면 안 된다는 법도 있던가. 친구 좀 하다가 애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 말은 친구라면서 나와 몸을 섞는 것은 또 무엇인가. 아무리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다지만, 나는 절대 안된다고 말하니, 이 무슨 논리란 말인가.
흥분한 나를 보며 은영이는 약간의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대답을 이어나갔다.
넌... 내 과거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은영이 역시 내가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있다가 보면 하지 않아야 할 말들도
쉽게 한다고 했다. 간단히, 속내를 쉽게 내비치게 되는데,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를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과거를 나에게 말할수록, 친구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고 했다. 자신의 과거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과 이어지면, 함께 미래를 그릴 자신이
없다고 했다.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자신이 없다고....
무엇보다 은영이가 마지막으로 작게 중얼거린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직... 그를 잊지 못했어.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화도 났다.
친구라고 강조를 하지만, 정말 난 은영이에게 어떤 존재일까.
친구니까 키스하고, 친구니까 섹스를 한다.
참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라는 말 한 마디에
난 은영이의 이해되지 않을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고, 그녀를 보호
하려고 노력했으며, 어느 순간 마음도 빼앗겼는데, 돌려받지 못한다.
더불어 은영이 앞에 그 옛날 첫사랑 같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난 그녀의 사람에서 사라져야 할 운명이었고, 그 전까지는 마음 뺏긴 내가 주위를
서성일 뿐, 결국 곁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허망한 나를 두고, 은영이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문득 이렇게 마지막이 될까 싶어서 그녀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이미 택시를 탄
그녀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간다.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은영이가 받는다. 다음에 볼 수 있지라는 물음에 그녀가 명쾌하게 대답한다.
응.. 물론이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다짐했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그녀의 맘이 돌아설 때까지 기다린다.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또 끈질긴지 그녀에게 보여주리라.
그러나 이런 나의 치기어린 다짐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청명한 어느 가을날이었다.
비록 연락은 자주하는 편이었지만, 은영이를 오랫동안 못 만나고 있었는데,
알지 못하는 번호로 내게 전화가 왔다.
누구일까 싶어 전화를 받았더니, 맑고 고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하죠? 나 은영이 엄마예요.
[출처] 특별 모녀 4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ssul19&device=mobile&wr_id=243732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6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