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프로젝트팀 그녀이야기2
음 호칭이 너네가 헷갈릴수도 있을거 같아서
작가야 = 본인
대리님은 = 이대리님으로 통일할게. 아 그분 이씨 아니다.
혹시 그분이 볼까봐…
그렇게 집으로 걸어가는데 진짜 간만에 심쿵했던거 같아. 두남친 사겼던 그 여자애를 정말 좋아했었었는데…
일이 틀어지고 한동안 취준한다고 연애는 거의 못했었거든. 가끔 클럽가서 홈런 때리거나 헌팅포차 친구들이랑 갔을때 빼고는…
연애는 안했던거 같아.
맞아 연애는 안했어.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연애한 기억이 없더라. 잠깐 만났던 친구도 있기는 한데. 대학교 후배인데 연애감정보다는 섹파느낌이었어.
좋아한다 사랑한다 연애하자 이런거 없었고 데이트 다운 데이트는 무슨 ㅋㅋ
애가 발랑까져서 맨날 호텔, 호캉스, 명품 이런거 찾던 애였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대리님을 보내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진짜 설레는거야. 금사빠가 아니라
약간 선배에 대한 동경+ 여자로서 설렘이 섞였다고 해야할까.
둘다 회사생활에는 불필요한 감정인데 이래서 사내 CC가 생기나 싶더라고.
그렇게 회식이 끝났던거 같아.
월요일에 출근을 하는데 진짜 설레더라. 이대리님 만날 생각하니까 회사가는 아침이 너무 좋아.
밝아. 온 세상이 해피해. 버스타고 가는데 햇살이 너무 따듯해 ㅋㅋ
나라는 인간 어찌나 이렇게 단순한지.
출근해서 내 책상에 앉는데 대리님도 오셔서 밝게 인사해주시더라고.
주말 잘 보냈냐며.
커피 한잔 사와서 때리시면서 업무 보시는데 시선이 잠깐 갔던거 같아.
물론 그 다음에 별일은 없었음.
업무, 업무, 업무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만 쓰던 우리팀이었는데 맞은편에서 식사하시는데 진짜 예쁘더라.
블라우스에 슬랙스같은 바지인데 골반이 좀 드러나는 느낌의 바지?
그렇게 또 별 일없이 몇일 지나고 대리님이 외근을 나가야 했는데 과장님이 나를 데리고 가라고 하는거야.
가서 배우라고.
아 과장님 사랑합니다. 그분도 참 좋은 분이었음. 가르쳐주려고 하는게 많으셨어.
그래서 대리님이랑 외근을 회사생활하면서 처음 나가봄.
거래처 방문하고 거기 담당자랑 회의하고 서류 정리하고 그 회사 밖으로 나오는데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더라.
대리님이 과장님한테 전화하니까 전무님이 바로 퇴근하고 보고는 내일하라고 하셨대.
그래서 둘다 아싸하고는 바로 퇴근함.
거래처는 종로 쪽이었던거 같아. 충무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함.
지하철 타려고 가려는데 대리님이
“음 간만에 강북쪽에 온거 같은데 식사하고 가실래요?”
해서 나는 바로 오케이 당연히 먹고 간다고 했지.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시더니 을지로에 가서 요새 힙한곳이 많다고 어떻냐고 하시더라.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피자집같았어. 입구가 무슨 자판기처럼 생긴 곳이었음.
진짜 힙한 곳 같았는데 정장입은 나랑 오피스룩 대리님이 들어가니까 좀 이상하더라.
피자 시켰던거 같은데 맥주도 한잔 하겠냐고 하셔서 맥주도 한잔했어.
근데 대리님이랑 나랑 연결고리라고는 회사밖에 없으니까 무슨 얘기를 하겠냐고.
대리님이 먼저 말꺼냄.
작가씨 얘기좀 해보라고. 아는게 거의 없네요. 이러더라고.
걍 시시콜콜한 얘기함. 대학교때 군대때 고등학교때 있는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다꺼내서 웃겨보겠다고 애 진짜 많이 썼다.
대리님도 웃긴 얘기는 웃으시더라고. 그러다가 집에 강아지 얘기까기 갔던거 같아.
우리집이 포메를 키우고 있었거든. 엄마 아빠 사업 정리하시고 4살 정도였는데
대리님이 강아지를 진짜 좋아하시더라고. 사진도 보여주고 그랬어.
귀엽다고 난리 났었음. 대리님도 강아지 키우고 싶은데 회사생활하면서 키우는건 너무 힘들거 같고 자기만 기다릴거 같아서 못키우고 있대.
그래서 순간 기지를 발휘함.
“어 대리님 동작구 사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네 동작구 살아요.”
“다음에 제가 강아지 한강에 산책시킬때 한강에서 같이 산책 시키실래요?”
“진짜요?”
얘들아 강아지는 진리다. 나를 지 보다 서열 밑으로 보는 우리집 왕싸가지 포메도 이럴때는 쓸데가 있더라고.
눈이 동그래져서 대리님이 꼭 자기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
그렇게 강아지산책 약속을 하고.
강아지 얘기를 하다가 전 남친 얘기를 꺼내시더라.
“전남친도 강아지 참 좋아했…아 내정신봐 작가씨한테 별얘기를 다하네.”
괜찮다고 말씀 드렸어.
그렇게 연애얘기까지 하게 되었다.
전남친이 대학때 만나서 취업 전까지 연애를 하셨대.
4년가까지 연애를 했는데 대리님이 취업이 먼저되고 한동안 바빠서 좀 소홀해지고 남친은 취업 안되서 멘탈 깨지고 그러다가
이별 통보 받으시고 연애가 끝났다고 하더라.
회사다니면서 소개팅도 하고 그랬는데 아직은 일이 좋아서 연애는 전혀 안하고 계신다고…
속으로 어쩌면 나한테도 기회가 있을려나 싶더라고.
시간은 어느덧 9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우리 둘다 다음날 출근이라
가게를 빠져나와 을지로 길을 걸었던거 같아. 늦봄이었고 산들 바람이 부는데 기분이 좋더라.
옆에 걷고 있는 대리님이
”날씨 진짜 좋다 그쵸?“
하고 생긋 웃는데
아 내가 이 사람한테 설레고 있구나. 이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거 같아.
지하철까지 걸어가는데 이 길이 안끝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노래를 허밍으로 부르시는데 그게 아이유? 봄사랑 벚꽃말고 였었어.
나 취미가 기타치는거라 음악은 좋아해서 안듣는 노래가 없었거든.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당산까지 가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데
역시나 사람 많더라. 9호선은 언제타도 지옥철이야.
대리님은 노량진쪽에서 내리셨던거 같아. 흑석에서 내리셔서 버스타신다고 하시더라고.
나는 고터에서 내려서 집으로 갔던거 같아.
솔직히 늦봄이라 날씨가 좋아서 집들어가는길에 네이버들어가서 날씨까지 보고
진짜 진짜 용기 내서 대리님한테 톡 남겼다.
”대리님 혹시 괜찮으시면 이번 주말에 한강에 같이 강아지 데리고 산책 가실래요…?“
1이 한동안 안사라졌던거 같아.
답장이 안오니까 좀 당황했는데 집앞에서 담배피는 와중에 폰이 울림.
” 아 죄송한데 이번주에는 친구들이랑 선약이 있어서 다음주에 가는건 어떨까요?“
와 진짜 탭댄스 추면서 아파트 엘베타고 집 갔던거 같아.
집 들어가서 우리집 왕싸가지 포메 안아서 우리 이쁜시끼 하면서 뽀뽀하니까 엄마가 나 벌레 쳐다보듯이 쳐다봤음.
ㄹㅇ
진짜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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