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개팅_04

월급이라는 개념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모든 직장인들의 찬사와 저주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월급을 받고 힘을 내서 일하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회의감이 들고,
월급벌레라 자포자기하면서 8부능선을 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퇴직원을 쓰다가
문득 달력을 보면 다음주가 월급날이 되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월급을 받고 나면 회사의 악행들이 어느 정도 용서가 되었다. 더구나 상여금이 어느 정도 나왔다면.
그러나 8월은 나와 마녀 모두에게 용서되지 않는 달이었다.
내 회사에서는 실적부진으로 인한 숙청, 그리고 이어진 신임 리더의 실적 짜내기로 모든 영업팀원들을 빈사로 몰았다.
마녀의 회사에서는 팀원의 갑작스런 퇴사와 새 직원의 트롤로 마녀의 일감이 정확히 두 배가 되었다.
우리가 8월에 퇴직원을 쓰지 못한 것은
단연코 첫째 이유는 바빠서 틈이 없었고,
둘째 이유는 9월의 휴가 때문이었다.
서로 아직 여름휴가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는 8월 최고의 컨디션으로 서로의 계획을 조정했다.
토론 끝에 여행지와 날짜를 맞췄고, 휴가 결재를 성공적으로 받은 날엔 평일임에도 우리 집에서 치킨을 뜯었다.
마녀~ 뭐해요?
일하는중! 미쳤다ㅠㅜ 얘는 미쳤어! 시안이 또 달라!
어...그..래 일해~ 이따 연락할게~
미안ㅋㅋㅋ이따가 전화할게 나 이따가 수연언니랑 옷사러가! 휴가대비!
사실은 휴가대비 옷을 같이 사러 가자고 연락을 한 거였지만, 쿨하게 보내줬다. 여자들끼리 고르는게 낫겠지.
물론 나는 속옷 수영복 콘돔 등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 그런 건 휴가 같이 가기로 한 날부터 준비가 돼 있었다.
드디어 9월이 되었고, 마녀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사이판으로 일주일짜리 휴가를 떠났다.
네 시간 가까이 날아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이어서,
첫날 관광은 포기하고 호텔에서 느긋하게 쉬기로 합의를 보았다.
죽음 같은 8월을 보낸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 뒹굴거리며 psp 게임을 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거라면서 욕실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맥주를 마시고,
이름도 모를 그 나라 음악방송을 틀고 시체처럼 누워 휴가,라는 단어 그 자체가 되어 널브러졌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산책에서 돌아와 마녀는 먼저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전 연인과 헤어진 이후, 나는 플라토닉을 지향했다.
너무 섹스에만 빠져들면 더 중요한 것을 상대적으로 놓칠 것 같다는 걸 느끼고 이번에는 그 실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술집에서의 키스 이후 그 너머의 진도는 의식적으로 아꼈다. 마녀도 부끄러움이 많아 굳이 먼저 어필해 오지는 않았다. 다소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잘 넘겨 왔다.
그렇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을 그냥 보내면 나는 플라토닉이고 뭐고 단순한 고자로 마녀 친구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내가 샤워를 마칠 때쯤 각오가 끝났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마녀와 쇼핑을 가 준 수연언니라는 분께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빨간 속옷. 하얀 살에 빨간 속옷이라니.
빨강은 퍽 전통적인 승부용 색깔이지만 과연 파괴력은 굉장했다. 그냥 앉아서 보기만 해도 하루 종일 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녀가 조용히 내 속옷을 잡아당겼다.
저기 오빠.
응?
불좀 꺼줄래? 대낮인줄...
아, 불. 그래.
밤은 길었다.
조심조심 속옷들을 걸어 올리고,
마녀의 입술에서부터 목을 따라 어깨로,
어깨에서 쇄골로.
쇄골에서 가슴으로.
가슴을 지나 배꼽으로.
그 아래로.
조금 더 아래로 향했다.
허리와 허벅지를 잇는 선을 따라 걸었다.
다리 안쪽의 하얀 능선을 양쪽으로 지나치고
목이 말라 눈앞의 샘에서 목을 축였다.
저 위쪽에서 마녀가 숨을 참았다.
위로 올라오니 마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있는 대로 나타나는 그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에 뱀눈을 뜨며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귀여워 다시 입술을 포갰다.
저 아래의 샘이 잠시 머뭇하다가,
사슴을 숨겨 주는 나무꾼처럼
스륵 하고 나를 깊이 안아 숨겼다.
그 안은 무척이나 촉촉하고 따뜻해서,
언제까지고 그 안에 잠겨 있고만 싶었다.
--------------------------------
폰으로 쓰면 글자크기가 왜 조절이 안될까요...ㅠㅜ
여름휴가편은 길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부족하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2,000포인트 증정!]서버 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초대박]핫썰닷컴 여성회원 인증 게시판 그랜드오픈!!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6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초대박]핫썰닷컴 여성회원 인증 게시판 그랜드오픈!!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6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19.01.31 | 잘못된 소개팅_08 END (10) |
2 | 2019.01.30 | 잘못된 소개팅_07 (6) |
3 | 2019.01.29 | 잘못된 소개팅_06 (6) |
4 | 2019.01.28 | 잘못된 소개팅_05 (9) |
5 | 2019.01.26 | 현재글 잘못된 소개팅_04 (6) |
6 | 2019.01.26 | 잘못된 소개팅_03 (7) |
7 | 2019.01.25 | 잘못된 소개팅_02 (7) |
8 | 2019.01.25 | 잘못된 소개팅_01 (14) |
Joy33 |
06.12
+18
나당이 |
06.02
+59
짬짬이 |
05.28
+305
하루구구짱 |
05.27
+85
짬짬이 |
05.24
+20
오징너 |
05.22
+15
소심소심 |
04.24
+99
컴쇼 |
04.21
+121
멤버쉽 자료모음
- 글이 없습니다.
Comments
6 Comments
글읽기 -100 | 글쓰기 +1000 | 댓글쓰기 +100
총 게시물 : 45,693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