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여덟 살 연하 만난 썰

비도 오니
그녀석 생각이 주룩주룩나네요..
사귈걸....
사귈걸....
진짜 사귈걸 ㅜㅜㅜㅜ
얼굴빛이 굉장히 어두웠던 아이였어요.
꽤 잘은 생겼는데 그 잘생김이 묻힐 정도로 표정이 어두웠구요
키는 175~6 정도 였는데 깡마른 데다
(종아리가 여자만큼 얇더라고요)
항상 주눅든 눈빛....
암튼 그 모습을 안타깝게만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아이도 절 인지하고는
눈이 엄청나게 자주 마주쳤죠.
(스피드 전개)
그러다 그 아이의 친구가 등장하고
그친구가 절 좋아하고
티 내고
그러다 제가 나이를 밝히니
그 친구 잠적....한 지 이틀 만에 다시 나타나
고백하더라고요. 사귀재요 ㅋ
거절했죠 ㅡㅡ;
나이가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실은 좀 못생긴 데다 너무 덤벙대는 듯한 행동이
맘에 암 들었죠.
거절당하고 또 잠적... 한 지 열흘?
만에 다시 출현해서는 전략을 바꿨는지
이번에는 그 두 명이 함께 누나누나 하면서
따르더라고요.
그러다 제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곧 그 아이의 친구는 아예 제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 아이만이 남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가끔 음료도 나눠 마시는 사이가 됐죠.
그러면서 가만 보니...
애가 애 답지 않게
말하는 것도 점잖고 배려심고 있고
제가 '너 뒤통수만 보고도 넌지 알아봤어!!'라고
호들갑떨면서 명랑하게 구는 데도
점잖게 웃으며 '그랬어요?'라고 말한 날부터
제가 이 아이한테 반하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눈도 잘생기고 매일 헬스다닌 보람이
슬슬 나타나는지 허벅지도 굵어지고
무엇보다 점점 어깨깡패가되가더라고요...
아직도 키가 크는지 처음에 인지했던 때랑 다르게
절 많이 내려다 보는 가을이 됐을 즈음
남친이 남친의 결혼한 친누나의 집안일에
너무 시간을 뺏기는 것에 대한 걱정을 빙자한
질투? 심술? 그런 걸로 좀 다퉜죠.
게다가 어떤 여자 정치인을 두둔하는 듯한 말로 제 비위를 상하게 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자기는 중립를 지켰을 뿐인데 제 눈빛이 마치 자기를 어떤 벌레 무리보듯 봤다며...
자기도 기분나빠 하더군요.
암튼 남친과의 말다툼이 잦아지는만큼
요상하게 제 옆에 그 아이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시사회당첨을 핑계로 영화도 보러가고
밥도 먹고
병원도 가치가주고 ㅋ
읽지도 않으면서 책들고 한강가서 빵만 잔뜩 먹기도 하고요...
이따금 부는 바람과 그 아이의 팔뚝이 번갈아가며
제 피부에 닿았던 그 날들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절반쯤 바람피는 듯한 죄책감에다
(죄책감 자체가 주는 특유의 두근거림도 좋았던 거 같아요)
그냥 친한 누나동생처럼만 지내고 있으니 나는 바람이 아니야... 라며 남친도 당당하게 만났습니다ㅡㅡ;;
그러다 남친이 뭔가를 눈치챘는지
노선을 바꿔서는 제 비위에 맞는 말만해주고
그러니 또 저는 그거에 기분이 좋아져서
남친과 거의 매일 만나게 됐어요.
(갑자기 또 스피드 전개)
그 아이에게도 여친이 생겼습니다.
왜 제가 인지한 남자들의 여자는 모두 키가 155일까여.
암튼 작고 나이에 안 맞는 진한 화장을 한 그 어린여자에게 부당한 질투심을 느끼며
그 아이에겐 마치 비련의 여자인 양
마치 네가 날 버렸어라는 듯한 그치만
나는 여전히 널 좋아해서 차갑게 굴 수도 없어...
라는 묘한 눈빛과 친절함으로 대했습니다.
뭐 말은 오그라들게 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뺏기기 싫어서 소심한 척하면서
잘해준 거죠....
그러니 그 아이는 또 제게 미안해하는 겁니다...
왠지 남들은 모르는 정신적 교감을
우리는 느끼고 있는 거야.... 하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각자 삶이 바빠지고
오 개월정도는 연락 한 번도 없다가...
제가 먼저 솔로가 됐죠. ㅜㅜ
그 아인 잘 살고 있나... 문자를 넣어봤는데
고맙게도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더라고요.
형(제 남친) 은 잘 있냐고 묻길래
헤어졌다고 말했더니
답장이 없는 겁니다 ㅡㅡ;;;;
내가 사귀자고할까봐 도망친 건가
아님 여친한테 전화라도 온 걸까..
통화가 기네... 질투난다..
엄마가 불러서 거실에 나갔나...
아 잠들었을 수도 있어...
아침이 돼도 답장이 없으니
괜히 무안하고 얼굴에 핏기도 다 빨린 듯 멋적어지고..
며칠이 지나도 답이 없고
일주일.... 도 지나고 ㅜㅜ
한 달쯤 됐나...
전화가 와요.
그 아이더라고요.
반가웠죠. 그래서 반갑게 야아아아아아 하면서 받았죠;
걔도 저의 호들갑이 웃겼는지 피식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누나는 항상 제가 반가워요?' 하는데...
심장이 쿵쿵 내려 앉더라고요.
어린 놈이 너무 멋있지 않나요 ㅜㅜ
'진짜 반가운 거예요?' 하는데...
이번엔 저도 왠지 웃음기가 사라지고 이게 뭐지 싶더라고요.
그 아이는 웃을 땐 웃고 말은 따로하는 애라서
웃음 섞인 말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번엔 뭔가 더 진지하구나...싶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할 말이 있는데 잠깐....' 이라고 말할 땐
심장뛰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뛰더라고요.
만났습니다.
(스피드 결론. 전 자르기 신공 같은 게 없어요ㅜㅜ)
제 문자 받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답니다.
친구가 거절당한 이유를 들며 자기는 사귀자고 않겠대요.
그리고는 질문도 아닌 평서문으로 끝내놓고 질문한 사람처럼 절 빤히 보고 있잖습니까.
거기다 전 또 ㅜㅜ 바보 같이 ㅜㅜㅜㅜ
'아니야 너라면 좋아...넌 달라...♥♥'
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이 바보 같이
'어 그래'
이랬습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백도 안 해놓고 거절당한 듯이
상심한 표정이 돼가지고는 한참을 테이블만 내려다 보다가....
그냥 일상적인 얘기만 하다가 헤어졌습니다.
또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군대갔어염....
끝.
에필로그... ㅋ
저는 그 후 남친과 다시 만났다가 다시 헤어진 상태고
그 아이는 군복무 중이에요...
휴가 나오면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연락은 없었어요..
연락이 오면 만나려고요 ㅋ
온다면요...
그리고 저번처럼 사귀자는 말은 않을게요...
라고 하면 왜에에에? 왜 안하는데??? 라고 말하려고요 ㅜㅜ
진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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