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모녀 3

익숙한 제 집을 찾는 것처럼, 내 귀두는 은영이의 꽃잎 속을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아주 부드러운 감촉에 잠시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좌우로 움직였다.
앗.
갑작스레 들려오는 은영이의 짧지만, 분명한 비명.
나 역시 당황하기에는 마찬가지였다. 귀두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이제 하나가 될 준비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 진입이 쉽지 않았다.
물은 충분했다. 또한 은영이의 은밀한 동굴 속을 찾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더 이상 허리에 힘을 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녀가 아파할 것 같았다.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은영이는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확답을 들은 나는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으로 재차 진입한다. 조금씩 원을 그리며
그녀의 닫혀있는 문을 넓혀갔다.
당시에 나 역시에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은영이의 소중했던 그 곳은 좁고 좁았다.
설마 처음인건가?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은영이와 어렵사리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영이를 내려다보며, 나는 아주 조심스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표피에서 느껴지는 은영이의 꽃잎은 그녀의 체구처럼 여리고 작았다.
허리를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은영이의 표정을 살폈다.
괜찮아....계속 해 줘. 하앙....
정성스레 허리를 움직였고, 점차 은영이도 내 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빡빡했던 은영이의 동굴은 이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고,
내 허리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그녀의 숨소리도 커져만 갔다.
은영이는 내게 있어 두 번째 여자였다.
그리고 오랜만의 관계였기 때문에 나 역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더불어 좁았던 그녀의 소중이도 한몫 했다.
뿌리 끝에서 뛰쳐나오고 싶어 하는 올챙이들이 느껴졌다.
몇 초를 버티기 힘들었지만, 내 허리는 멈출 수가 없었다. 옆으로 고개를 젖히고,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을 막고 있는 은영이의 표정은 그 무엇보다 자극적
이었으니... 쉬었다 갈만도 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나.. 나올 것 같아.
어렵게 내뱉은 말, 그리고 그 순간 편의점에서 사 온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음을
인식했다. 아... 어떡 하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미처 빼지 못한 내 귀두 끝에서는
은영이의 몸 안으로 뜨거운 정액을 꿀렁꿀렁 뱉어내고 있었다.
아아...아...
한 번의 방아쇠에 은영이의 몸이 순간적으로 활처럼 휘었고, 모든 것을 그녀의
안에 쏟았을 때, 그녀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작은 체구의
은영이 몸 위로 쓰러졌다.
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은영이는 내 등을 토닥거리며 괜찮다고 했다.
그럴 수 있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흥분했다. 나 역시 은영이가 그랬던 것처럼 샤워를 마치고 차분하게 관계를
맺었다면 콘돔을 잊지 않았을 것인데... 너무나 많은 정액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혹여나 그녀가 임신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내가 알아서 할 게.... 괜찮아...
은영이의 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내 중간 다리를 뺐다. 은영이의 그곳에서는
휴지로 닦는 것이 버거울 정도의 정액이 쏟아졌다.
씻어야겠네.
휴지로 닦는 것을 포기한 은영이가 다시 샤워를 하기 위해서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앞에서 서성거렸다. 은영이가 나오면 나 역시
샤워를 할 생각이었다.
같이 할래?
은영이가 욕실 안에서 나에게 물었다. 친구들과 대중 목욕탕을 다니면서 서로
등을 밀어준 적은 많았지만, 누군가와 몸을 함께 씻는다라는 생각은 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여자와...
들어와.
은영이의 말에 홀려 나도 모르게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나에게 손짓을 했고, 쭈뼛쭈뼛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샤워기를 든 그녀가 내 몸에 물을 뿌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몸 구석구석을
만져주었다.
따스한 물줄기와 함께 느껴지는 은영이의 손가락은 그 무엇보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새로운 자극이었다.
또... 커졌네?
잠시 휴식을 취했던 내 몽둥이는 욕실 천장을 향해 빳빳하게 기지개를 폈고,
은영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성 나 있는 그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짐이 느껴졌다.
하압....
은영이는 주저앉았고, 아무 예고도 없이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스한 물줄기와 그녀의 끈적거리는 혀가 내 몸을 자극
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자연스레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았다.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었다.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었다.
첫사랑과도 하지 못한 경험을 은영이를 통해서 하고 있었고, 내가 허리를 움직이는
만큼 그녀 역시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하아...하아....하아아...
이제는 내 입 속에서 거친 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은영이는 내 몸의 반응을 보며,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한 번 정액이 쏟아질 것임에도, 그녀는 절대 놔주지 않았다.
으...은영아...
그녀의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내 중간 다리에서 꿀렁거리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느 정도의 정액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지만, 은영이는 꿀꺽꿀꺽 그것을 받아 마셨다.
하아...
모든 것을 쏟아 내었고, 그제야 은영이가 잡고 있던 내 엉덩이를 놔주었다.
그리고 일어서며 말을 했다.
조금... 시큼하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
은영이는 샤워기를 이용해서 입 안을 헹구고 나를 향해 다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씻고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욕실을 나섰다.
이 날, 은영이와 처음 관계를 맺었던 날.
우리는 아주 팔팔한 청춘이었기 때문에 거의 밤을 새다시피 서로의 몸을 탐닉
하고 또 탐닉했다. 젊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젊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만족
을 할 수가 있었다.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은영이를 보고, 나 역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은영이 역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내 물건을 제어했다. 살리고 죽이고를 반복했지만,
끝내 다시 살려버리는 그녀의 스킬...
관계를 맺고 중간 중간에 대화를 나눴는데, 은영이는 자신의 구멍이 선천적으로
작다고 했다. 체격이 작은 것처럼, 거기도 남들보다는 작은 편이라고...
너무나 작아서 나와 첫 경험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하자 박장대소를 보이기도 했다.
나름 경험이 있는 편이라고 했었는데, 아마 그녀의 첫사랑이지 싶었다.
다음날 퇴실하기 전까지 우리는 관계를 맺었는데, 나중에는 표피가 쓰라릴 정도였다.
그리고 콘돔을 결국 쓰지 않았다. 어차피 실수한 것, 은영이가 알아서 해결한다고
했고, 몇 번이나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뭐... 믿을 수 밖 에.
후에 알았지만, 은영이는 나와 헤어지고 곧바로 산부인과에 갔다고 한다.
진료를 받고 사후 피임약을 먹었다고...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반드시 콘돔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말 즉 슨, 그 후로도 은영이와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었다는 뜻이다.
다른 연인들처럼 매일 같이 보거나,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소주 한 잔을 마시고 관계를 가졌다.
은영이와 처음 관계를 가질 때는 분명, 약간의 혼란스러움은 있었다.
친구였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고 할까나? 그러나 그것도
몇 번 반복이 되고, 이제 습관이 되니까, 그 어색함도 사라졌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의문, 우리는 무슨 관계일까?
언젠가 아침에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헤어지기 전에 은영이에게 물었다.
우리 섹스파트너 같은 건가?
누가 보더라도 우리 둘의 관계는 섹스 파트너였다. 만나면 술 마시고 섹스하는 것,
정말 누가 보더라도 섹스 파트너였다. 그렇지만 은영이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일관적으로 우리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우리... 친구잖아.
은영이와 만남, 그리고 섹스를 한 후, 나는 첫사랑이라는 정신병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첫사랑이 아예 생각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떠나간 여자가 떠오른다는 것,
그것만큼 지옥은 없었으니까.
이런 정신병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해 준 은영이는 나를 두고 친구임을 강조했다.
아무래도 은영이 마음속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의
친구 관계도 기약이 정해져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옛날 노래제목처럼,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 가까운... 뭐 그런 사이였을까?
친구였는지, 섹스 파트너였는지, 명확하게 관계를 정의할 수는 없더라도,
어찌됐든, 우리는 여전히 친구였다. 은영이가 친구라고 했으니까.
친구니까, 가끔 만나서 술도 마시고, 몸도 섞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자, 여기까지 아주 긴 이야기를 해왔는데,
은영이의 첫사랑 이야기만 제외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스무 살 언저리의 그 시절에는 젊음이 있고, 열정이 있었으니까,
여러 이성과 만나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권리가 아니던가.
속된말로 이름만 불러줘도 고추가 설 나이였으니까.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할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은영이와 나는 아주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은영이는 나에게 친구 관계임을 강조했고, 우리는 그저 만나서
술을 마시고 섹스를 했었다. 그렇다고 반드시 섹스를 위해서 만난 것은 아니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풀 일이 있다면,
서로를 다독이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가끔은 굳이 몸을 섞지 않아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은영이의 긍정적이면서 밝은 미소만 보더라도 잡생각은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그 시기부터 나는 은영이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나보다 더 큰 정신병에
걸린 그녀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에게 마음을 열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놈의 친구라는 말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신병
에서 벗어났듯이, 그녀도 꼭 그러기를 바랐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7월 중순 쯤 이었는데, 여느 날처럼 소주를 마시면서 은영이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그녀가 발을 살짝 접 질렀다. 하이힐을 신고 있
었는데, 아무래도 술기운 때문에 걸음걸이가 정상은 아니었다.
아주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걷기에는 조금 불편하다고 할까?
은영이는 연신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나는
기사도 정신을 보여주겠다면서 집으로 바래다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영이의 집이 어딘지는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무슨 동에 살고 있는지는 알았지만,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는
친구였기 때문에 한 번도 그녀를 바래다 준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한 번 바래다준다고 한 적이 있었지만, 은영이 한사코 거절했다.
친구끼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면서... 몸을 섞지 않는 날에는 항상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갔고, 난 그저 그녀가 타고 간 택시 번호판을 기억했을 뿐이었다.
마침 은영이가 다쳤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축하면서 집에 바래다
주기로 결정했다. 은영이가 여전히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친구니
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녀를 설득했다.
그때가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은영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고, 다시 한 번 거절하는 은영
이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살고 있는 집까지 가기로 했다.
택시가 아파트 정문에 도착했을 때, 은영이가 타고 온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고
했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럴 수는 없었다. 최소한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
트 동 호수 정도는 확인하고 싶었다.
은영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녀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고, 어느덧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정말 돌아가라는 은영이와 약간의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
데, 갑자기 누군가 우리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봤더니, 키가 꽤 큰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은영이는 그 여자를 향해 말했다.
엄마.
은영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나이 든 여자에게 넙죽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은영
이가 발목을 살짝 삔 것 같아서 데려다 준 것이라고 말을 했는데, 은영이 어머니의
표정이 굉장히 묘했다. 그때는 그게 어떤 뜻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아... 그래요?
묘한 표정을 푼 은영이 어머니는 은영이처럼 미소를 보이고, 살짝 홍조를 띤 얼굴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은영이 어머니 역시 그 시간까지 술 자리를 가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취한 모습이었다.
이 날, 내가 은영이 어머니를 보고 참 놀랐던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은 생각보다 젊어보였다는 것이다. 나이가 든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40살이 넘어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은영이와 외형적으로 굉장히 닮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특유의 미소는 분명 비슷했다. 그렇지만 그 외에는 전혀 모녀 사이라고는 볼 수
없을만큼 닮지 않았다. 은영이는 키가 155-6 정도로 매우 체격이 작고, 오밀조밀하게
예쁜 친구였는데,
은영이의 어머니는 일단 키가 170은 되어 보였다.
우연스레 마주친 첫 날에는 힐을 신고 있었는데, 아마 대다수 남자들은 옆에서 서기
힘들 정도로 키가 큰 편이었다. 나랑 눈높이가 비슷했으니까.
키가 큰 만큼 체격이 클 수 밖 에 없을 텐데도, 은영이 어머니는 생각보다 몸 관리를
하는지, 굉장히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간의 웨이브가 있
는 긴 머리카락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나이가 몇 살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간단히 은영이는 앙증맞게 귀여웠고 깜찍했지만,
은영이 어머니는 굉장히 성숙하고 섹시한 느낌이랄까. 더불어 포근한 느낌까지....
그렇기 때문에 둘이 정말 모녀지간이 맞나 싶었다.
외모도 달랐고, 풍기는 이미지도 너무너무 달랐으니까. 내가 두 모녀를 서로
번갈아 보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을 읽은 은영이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너무 다르죠?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뜨끔 했는데, 은영이 어머니가 나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은영이 부축하느라 고생도 했는데... 날도 덥고 시원한 것 좀 마시고 가요.
은영이 어머니의 제안을 받고, 순간 은영이를 쳐다봤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어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표정으로 은영이에게 결정권을 넘겨줬는데, 그녀의 모습이 보통과 달랐다.
무표정... 분명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은영이 어머니가 다가와 내 팔을 이끌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유도를 한다.
저... 너무 늦었는데....
은영이 어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연신 괜찮다고 했다.
사실 내가 괜찮지 않은 것이었는데,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은영이는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마 10층 언저리였을 것이다.
10층이었는지, 12층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나는 은영이 어머니로 인해서 반강제적이지만, 처음으로 은영이가 살고 있는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혹시나 아버지와 마주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라며 엘리베이터 내에서 짧게 고민을 했는데, 막상 그녀의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나는 은영이를 살짝 부축해서 소파에 앉혔고, 그 사이 은영이 어머니는 냉 찜질팩을
은영이에게 건넸다. 그리고 나에게 건넨 시원한 음료는 캔 맥주였다. 순간 당황하기
는 했지만, 은영이를 오랫동안 겪어 본 바, 집안 자체가 사고방식이 남다를 수 있다
고 생각했다.
은영이는 소파 한 쪽에 앉아서 말없이 냉찜질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캔 맥주를 홀짝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새 자신의 손에도 캔
맥주를 지니고 다가온 은영이 어머니가 묘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남자... 친구죠?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방금까지 무표정으로 냉찜질을 하던 은영이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낮은 목소리로 대신 대답했다.
아니...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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