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난장이와 옆집 아주머니

젊은 친구들이 이야기를 정말 재미나게 잘 풀어서
자극 받아 옛 기억을 더듬어 한 줄 적어본다.
여기 썰푸는 아그들이 정말 아그들이거나 아니면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 이야기다.
이제는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 곳이라도 고인이 되었을 그 분과
이제는 다 자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었을 고인의 따님을 우려해
지역명은 쓰지 않기로 한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고등학교 졸업도 팽개치고 돈 벌러 사회에 뛰어들어
할 짓 못할 짓 구분 못하고 어린 혈기에 길거리를 헤집고 다닐 적
여기 저기 전국에서 모인 친구 여섯 놈이 여인숙 방 한 칸에 모여 살았다.
술집에서 서빙보는 놈, 노가다 가다 마다 하는 놈, 노는 놈, 노는 놈 등 쳐먹는 놈
별 별 잡놈들이다.
이 여인숙이란게 뒷골목에 있다보니 술집다니는 여자애들도 살고
우리처럼 고향을 등지고 객지에 와서 굴러다니는 계집애들도 들락거리고..
주변엔 싸구려 음식점도 많고 싸구려 사람도 참 많았던 그런 곳이다.
눈치 깠겠지만 배경은 이 여인숙이다. 아님 말고~
2층 계단을 올라가 협소한 통로를 지나 맨 끝방이 우리(?)가 살던 방이고
그 전 방에 살던 아주머니가 주인공이시다.
집이 참 특이하게 생겨서 가운데 1층짜리 본건물이 있고 대문에서 보면
그 건물 좌 우로 2층 건물이 있는데
가운데 1층 건물에 철제 사다리를 양 옆의 2층 건물 옥상으로 놓아 1층건물 옥상에서
2층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도록 해 놓았다.
실제로 옥상에 올라가는 꼬라지는 보지 못했는데 왜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이 사다리를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도 이미 눈치 깐놈들은 알겠지만
그 사다리가 옆방 창문을 지나 그 위로 올라가게 설치가 되었으니
옆방사는 아주머니의 일상을 참 오지게도 잘 보여줬다.
이 분의 직업은 매춘부.
참 착하게들 사는 우리 입장에선 나이 오십은 넘었을 법한 아주머니는
그저 심심풀이 훔쳐보기 대상이었지 절대로 선망(?)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날도 밤새 처먹고 처마시고 노느라 아침을 밤처럼 얽혀 자고 있는 숫놈들의 방에 아주머니가
불쑥 찾아왔다.
대강 추리닝이라도 끼워 넣고 되도않는 인사를 하니
아주머니 아랑곳 없이 들어와 앉는다.
부탁이 있단다.
말씀해 보시라고 하고
애들이 눈이 초롱 초롱 했단다.
아주머니 왈
오늘 저녁에 딸이 놀러오는데
니들이 알다시피 내가 몸 팔아 먹고 살고 딸 공부시키는데
딸은 모르고 공장 다니는 줄 안단다.
하룻밤 묵어 가는데 익명들이 오면 곤란하니 익명을 좀 막아 달랜다.
여섯놈이 셋씩 조를 짜서
여인숙 들어오는 골목의 앞과 뒤를 지켰다.
밤 새 지켰다.
참 많이도 오더라…
딸 얼굴 본 놈의 이야기로는 착해 보이더란다…
그렇게 하얗게 밤을 지새고
하룻밤 자고 딸과 함께 나갔던 아주머니가 돌아오셨을 적엔
우리도 얼추 잠에서 깨어 뭐든 처 먹어야 사니 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건장한 아저씨 둘을 달고 우릴 찾아왔다.
아주머니 두 손에 가득, 건장한 아저씨들 두 손에 가득 먹을 것을 들고…수고 했다고... 참 수고 많았다.
ㅋㅋ 암튼 먹을거 보고 신남 ㅋ
그렇게 심부름 온 아저씨들은 가고
아주머니와의 술자리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애들이 착해서 쭈뼛 쭈뼛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술이 둬바퀴 돌자 애들이 긴장도 풀리고 숨도 쉬어지더라.
육군 대위출신이란다… 이 아주머니
이 좆 같은 나라 여자 육군대위가 어떻게 되냐 하면
시험보냐? 아니다
훈련 열심히 받으면 되냐? 아니다
그럼?
밥풀떼기 하나부터 별 세개까지 다 돌려 먹드란다.
한 부대에 동서도 여럿 뒀더란다.
첨엔 총물고 뒈질려고 했었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억척스럽게 살다보니
물총을 물고 살게 되더란다.
어디부터 믿어야 할지 어디부터 속아줘야 할지 잘 모르는 우리 입장에선
암스트롱이 달에 성조기를 꽂았는지 말았는지 같은 이야기 였고만
결혼해서 애낳고 남편이 훌러덩 저승으로 가고 난 여군에게 살 길은 별로 없더란다.
그래서 이야기 듣다가 애들 여섯이 다 울었다.
설상가상 제대하고 모아둔 돈 홀라당 사기당하고 나니
애 하나 있는 죄로 굴러먹다 시작한 매음이 이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가지고 온 술 다 먹고 모자라서
친구놈아 술 사러 가려니 만원짜리 몇 장 더 주신다.
아마 마신 술 만큼이나 눈물로 나왔지 싶다.
감수성 풍부한 우리 착한 얼라들은 아주머니의 인생이야기에 감복해
넋을 잃고 한숨과 분노와 안도의 숨을 쉬어가며
일대기를 다 들었고
그 뒤로는 몸파는 여성들을 나름 이해하며 사는 그런 착한 인생들이 되었다.
1990년 여름 이야기니 아마 고인이 되셨으리라…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아주머니와 급 친해진 우리는
김치도 얻어먹고 술 심부름도 해 드리고 하면서
정말 이웃으로 살았다.
서로 존중하며
물론 이제 좀 그만 훔쳐보라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최소한 훔쳐보며 딸은 치지 않았다.
그 때 그 놈들 아무도 연락 않된다.
두서 없는게 인생이니 글 재미 없다고 너무 뭐라하지 말고 ^^
제복에 낚였다고 생각되시면 욕 하시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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