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우선 이 게시판을 보는 그대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는 아닐거 라는거 아는데
지금 이 기분 이 감정을 어디에 와르르 쏟아낼 곳이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끄적여봄
30대 초반 동갑내기 커플이었고.. 장거리 커플이었어.. 근데 어제부로 2년여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그 전부터 딱히 결혼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갖고있던 사람이고
여자친구, 이제부턴 그 친구라고 하겠다.. 그 친구와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간의 얘기들로 보면 그 친구 나름의 미래 계획은 있는듯 했어..
밝은 모습으로 그런 얘기를 할때마다 나는 비혼주의라고 말할수 없어서 미뤄만 두고 있었어..
진작 얘기하고 만났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었지
그리고 만나면서 크고작은 다툼조차 없었다고 할 정도로 순탄하고 무난한 연애를 해왔었어
그치만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그렇고 사소한거 하나라도 서운한 점이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지
이런 저런 얘기를 다 덧붙여봐도 결국 내 주관적인 생각이고 내 입장이기 때문에
내 변명거리만 구구절절 늘어놓는 꼴이 될까봐 다른 얘기들은 생략할게
그렇게 지내는데 문득 그 친구를 볼 생각에 주말만 기다려지는 내 모습이 안보이더라
하루 종일 틈날때마다 카톡하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통화하면서
이번 주말엔 뭐할까 어느 휴일엔 뭐할까 하며 같이 설레하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하던 내가 없더라
그 친구와 싸우거나 그 친구가가 싫거나 하지 않는데 전만큼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니까 그것 또한 너무 미안하고
더 붙잡고 있어봐야 이 친구에게 더 큰 잘못을 하고있는것 같아 그만 하자고 말해야 겠더라
이런 생각과 함께 내 또래 여자를 결혼 생각도 없는 내가 계속 붙잡아두면 이 친구에게 내가 더 나쁜사람이겠다고 생각됐어
그래서 어제 말했어
도저히 얼굴 보고 얘기할 용기는 안나서 전화로 얘기했다
예전같으면 널 보고싶어서 기다려졌을 주말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주말에 뭐할까 뭐하자 하는 니 말에 더이상 별 감흥이 없다고
그러니까 언제부터 그랬냐는 말에 우리 같이 여행가기 전부터 조금씩 그래왔다
잠깐 내가 미쳐서 그러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가기로 한 여행 갔는데 그때는 정말 좋고 괜찮더라
그래서 괜찮아 지는줄 알았는데 다녀오고 나니 똑같더라
예전만큼 니가 좋은거 같지 않더라
그러니 그 친구가 바보같다며 그런줄도 몰랐다며 그게 다 본인 탓 같다며 그러는데 울음을 참을수가 없더라
그렇게 한참을 같이 울었다
그러고 나서 그랬어
니 탓 아니라고 그냥 내가 변해서 그런거라고 내가 미안하다고
충분히 예쁘고 충분히 강하고 사랑받을 자격 충분한 너라고 앞으로 잘지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 카톡도 너고 주고받은 선물도 다 책상위에 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통화하던 목소리도
당장 내일부터 들을수 없는데 어떻게 잘지내냐며 못지낸다고 울기만 하더라
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를때 나 혼자 이 상황을 수없이 상상하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나 혼자 이별을 준비하며 이 친구를 놔주는게 맞다고 이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막상 그 친구가 싫지 않은데 이별을 전하니까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더 들으면 더 힘들것같아서 니 탓 아니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끊겠다고 하고 끊었다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지껄인건지 그대들이 이 글을 보고 무슨 얘긴지 알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시 그친구에게 연락할까봐 적어본다
여름이 오는거같네 다들 올 여름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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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글쓴이입니다. 출근해서 일도 제대로 안되길래 생각 나는 대로 적어 본 건데 다들 진심 어린 조언,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결국 결론은 다 같아 보이네요.. 경제적 여유, 결혼하고 난 뒤의 삶.. 이 친구와는 장거리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져서 더욱 결혼 이라는 미래를 그려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회의 연속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어느 선택을 해도 후회는 있을 것이고 제가 선택한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미래를 살아보지 않아서 어떤 선택이 저에게 더 큰 후회가 될지, 얼마나 무거운 대가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겪어본 선생님들의 조언이 아직 저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 사람과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 그 관계는 끝이라고. 안정감과 평범하고 무난한 생활에 설레지 않는다고 치부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에도 반박할 수는 없었지만 그 친구와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 더 있나 생각해봤을 때 막상 떠오르는 일이 없었어요.. 분명 수 많은 대화 속에 함께 하자고 했던 일들이 많았을텐데, 하지 않은 일도 정말 많을텐데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래도, 처음 분 말씀대로 결혼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 는 입장인 제가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결혼이라는 미래를 기약하며 서른 초반이라는 나이의 그 친구의 시간을 제가 감히 더 붙잡아도 될까요.. 함께하는 미래를 확신을 줄 수 없는 저는 그 친구에게 제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