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개팅_06

밤은 또 지나고,
써도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시간도 흘렀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흘러
우리는 휴가를 마치고 다시 불지옥행 항공편에 올라탔다. 각자가 회사에 없는 동안 자리에 쌓였을 각종 똥들을 생각하면서.
휴가에서 우리 관계의 많은 것들이 발전했다.
서로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바다를 걸으면서 좋아하는 가수, 음식, 책, 영화 취향을 이야기했고
몸을 섞으면서 중요한 가치관과 우선순위들을 말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후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따금 저녁에 만나서 우동을 먹고, 주말에는 데이트를 했다. 우리를 엮었던 선배는 육아휴직을 핑계로 고향에 내려가 잠수를 탔고, 서울에는 이제 엮인 두 사람만 남았다.
섹스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인지도, 나쁜 일인지도 모른다.
첫 설렘이 잊혀지고, 소중했던 동작 하나, 숨소리 하나들이 이제는 큰 의미 없는 것들이 되어 갈 수도 있다. 분명 나쁜 일이다. 우리가 놓치게 되는 일상은 대개는 소중한 것들이니까.
하지만 어색함이 줄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섹스는 이제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애정표현이고 생활이었다. 우동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마냥 지루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따금씩 변화를 모색했다.
마녀가 한 번은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사무실에는 나와 반대편 끝쪽의 경리팀 막내뿐이었다.
언제 끝나려나?
글쎄, 고민중이야. 이파일까지만 보내놓을까.
미리 해두는게 좋지. 나중에 고생이니까. 나는 구경하고 있을게~
마녀가 사무실에 와 있으니 자꾸 집중이 되질 않았다. 더구나 마녀는 오늘 행사가 있어서 정장 차림이었다. 검은색 셔츠에 회색 치마, 그리고 검은 스타킹.
집중이 되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또 해내고,
일을 얼추 마무리했다. 시간은 열시 반. 관리실 수위님이 사무실을 돌면서 확인하는 시간은 열한시.
아직 시간이 남았다.
얼른 고개를 빼고 건너편을 살폈다. 경리팀 막내도 퇴근하고 없다.
왜? 하고 동그랗게 눈을 뜨는 마녀의 손목을 끌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누가 돌려 보기야 하겠느냐마는 행여나 모를 상황은 대비하고 싶어 불은 켜지 않았다.
이거, 이거, 불순해. 회사에서.
공교롭게 시간이 좀 남아서.
나때문에 괜히 서두른 거 아니야?
아니야.
입을 맞추면서, 마녀의 스타킹을 따라 치마 아래로 손을 넣었다. 잠시 후, 치마는 또로록 아래로 떨어졌다.
스타킹이라는 물건을 찢어 본 적이 있을 턱이 없으니 무척 어려웠다. 조심조심 간신히 찢어 자리를 만들고, 팬티를 옆으로 밀어내고 그대로 삽입했다. 마녀의 다리가 살짝 떨리는 것이 스타킹 너머로 전해졌다.
이 사무실은 아까까지만 해도 팀원들이 있던 곳이다.
이 회의실은 저녁까지만 해도 옆팀이 실적회의를 하던 곳이다.
마녀도 오늘은 중요한 행사여서 도도하고 포멀하게 옷을 차려 입고, 한층 더 진지하고 차분하게 참석했을 터였다.
바로 그 회의실에서 마녀가 치마를 내리고, 의자를 짚고 스타킹이 찢긴 채 허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소매를 접어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마녀의 팔목을 잡고, 어깨를 잡고, 더 깊이 깊이 밀었다. 마녀는 그때마다 조용히, 하지만 격하게 떨었다.
행여나 소리가 새어 나갈까 입술을 맞추고 혀로 걸어잠갔다. 깜깜한 사무실에서는 이제 윽, 읍, 하는 억눌린 신음과 스륵 스륵 옷깃이 스치는 소리뿐이었다.
버티다 결국 주저앉은 마녀를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무릎을 꿇은 마녀 뒤에서 계속 찍어 올렸다. 허리가 한번씩 들릴 때마다 눈이라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마녀는 나를 꾸욱 하고 물었다. 몇 번이고 허리가 튀어 오르고 나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생리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무너지듯한 사정 이후 다시 마녀를 보았다.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해서 엉덩이를 들고, 머리카락이 땀으로 목덜미에 달라붙어 엉킨 마녀의 모습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더불어 상상 이상으로 자극적이었다.
시간이 아니었다면 곧바로 세워 2차전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제 정말로 도망쳐야 할 시간이었다.
천연덕스럽게 정리를 마치고 회사를 나오면서, 마녀는 퍽 하고 내 등을 때렸다. 스타킹도 치마도 미안해. 그치만 나도 팬티에 계속 쓸려서 아팠다니까.
마녀의 집에서 벌어진 2차전은 마녀가 팬티를 벗고 다시 스타킹을 신어 줘서 아픔은 확실히 덜했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와 엉덩이는 조명이 있는 곳에서는 더욱 예뻤다. 스타킹은..최고야.
회의실에서의 섹스는 좋다고는 해도 결국 이래저래 말도 못하게 불편해서 재시도는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의 마녀의 모습은 꽤 오래 선명하게 남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이제 서로가 더욱 익숙해져 갔다.
늘 그렇듯,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조금씩 예전과 같은 반짝임들은 사라져 갔다.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마녀의 애정표현을 예전같은 떨림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었다.
한번 더 돌아보니, 그걸 깨닫고도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마녀가 출장에 워크샵에 바빠서 이주 동안 만난 건 고작 두시간이었어도 그렇게 애달프지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전화통화는 일이 있을 때 말고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은, 마녀보다는 주로 내 쪽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말이 있다.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고.
좋아 죽어서 쟁취한 사랑에도 한눈을 팔고 바람을 피는 판에,
자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 쉽게 한눈을 팔고 보고 실수할 일이 더 생긴다고.
모두가 웃음이 터졌고,
나는 나좋다는 사람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며 한눈파는 남자들을 매도했다.
돌아보면
먼저 마음을 표현한 건 마녀였다.
나는 마녀의 그 마음에 끌리고, 첫인상을 극복했다.
마녀의 나에 대한 감정이 나보다 더 강했다.
요컨대, 자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게 나였다.
그리고 슬슬 나도 내가 부정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익숙함에 취해 소중한 걸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도 익숙해져 버려서 자꾸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갔다.
우리는 이제 3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대학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친하던 후배를 만났다.
몇 분 정도, 아니 몇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며칠 뒤 다시 만났다. 이번엔 둘이었다.
단단히 잘못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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