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디 데이 (본편 2화)

안녕하세요.
호걸이 호걸을 알아보고 뽕쟁이가 뽕쟁이 알아본다고 역시 내 글에 관심을 가지는 몇몇 분들이 응원의 댓글들을 달아주시는데 그 댓글속에서 그분들의 됨됨을 알것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면서 본편 2화 진도나갈게요.
그렇게 미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후부터 나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그녀가 날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할만큼 서툴게 맴돈게 아니라 그녀가 ( 같은날 태어났다더니 저 사람과 뭔가 인연이 있긴있네.) 이런 속생각을 하도록 아주 진짜 진짜 우연처럼 보이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와 내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약한 눈웃음을 짧게 짓고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는거죠.
불은 불로 다스린다고 언제나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는 그녀에게 " 아! 어떻게 여기서 다 만나네요? " 이런식으로 나간다면 절대 그녀에게 호감을 줄수 없거든요.
게다가 본래 제가 좀 까칠한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그녀에게 다가가는 내 계획적인 접근법을 알수가 없는 그녀는 (회사밖에서 우연히 저 새끼와 자주 마주치군 하는건 어떤 인연이 있어서인데 나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어보이는듯한 저 태도는 너무 재수없어.) 이런 생각을 하군했죠.
이쯤되면 이런 여자들은 제편에서 먼저 작업을 걸어오군 합니다.
" 생일축하드립니다. 저 미라에요, 찬이씨. 다름이 아니라 오늘 출근하면 직원들이 생일파티 하자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겠는데 찬이씨와 제가 서로 제 각기 조직할수도 없구해서 둘이서 같이 조직하면 어떨까해서요. 광화문근처에 며칠전에 개업한 작은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거기 사장이 제가 잘 아는 언니에요. 실내환경도 그렇고 나쁘지않은데 동의하시면 연락주세요. 미라올림."
난 답신문자 역시 아리숭하게 보냅니다.
" 네. "
그녀는 한글자짜리 답신을 보고 어지간히 부아가 났지만 모양새빠질게 나한테 표현은 하지 않았습니다.
퇴근시간이 거의 됐을무렵 직원들중 나이가 제일 많은 우근식선배가 " 사장은 방금 출장떠났다. 얘들아~ 오늘 우리끼리 퓰어놓고 마셔보자! " 고 소리치자 모두가 손벽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미라가 말한 레스토랑의 환경은 훌륭했고 서비스도 좋았어요.
미라와 나를 제외한 열한명의 남여직원 모두가 비싼 와인을 서슴없이 마셔버리고 취해버렸어요.
" 야~ 미이라야. 너 찬이 쟤와 사귀려무나. "
나는 취해가지구 제 각기 중얼거리는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다 값을 계산하려고 카운터가 있는곳으로 갔습니다.
사장이라는 여자가 상냥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 벌써 가시는거에요? 마음에 안드셨나봐요." 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아니라고, 아주 만족하다고 하면서 일이 있어 먼저 가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값이 얼마냐고 물었어요.
" 150만원인데 미라가 예약하면서 100만원을 지불했어요.초과되면 끝나고 마저 지불하겠다고 했으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나는 150만원을 물면서 100만원을 미라에게 돌려주라고 했지요.
그러자 사장이라는 여자는 나를 배웅하며 "혹시 미라와 생일이 같다는 분이신가요? " 라고 물었다.
나는 그 여자의 물음에는 아랑곳하지않고 그냥 인사하고 그곳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어요.
그날 밤늦게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 값을 왜 혼자 다 지불하신거에요. 공평하게 나누려고 하니 카드번호 알려주세요."
내가 응답이 없자 그녀는 카드번호를 알려달라고 계속 재촉했습니다.
" 다음해엔 선배님이 다 쏘면 되잖아요. "
내 접근방식이 미라와 같은형의 여성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드는데는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섹스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다음해 생일엔 미라가 그 레스토랑에서 쐈어요.
내가 내겠다고 하니까 미라가 약간 취기가 올라가지구 하는 말이 자기 한테 뭘 선물하래요.
뭘 선물하라는가고 물으니 여성직원들중에서 제일 나이많은 심선배가 미라옆에서 " 만족한 섹스" 하더니 미친여자처럼 웃어댔어요.
미라는 내게 노래한곡 부르라네요.
그래서 레스토랑 한쪽 구석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 사랑과 우정사이 "를 치면서 불렀어요.
잘 부른것같지 않은데 노래가 끝나자 요란한 박수갈채소리와 함께 한곡 더 부르라고 야단칩니다.
그래서 조용필의 " 허공 " 을 또 불렀지요.
내가 부른 노래를 듣고 직원들이 감동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날이후로 직원들은 기분이 좀 좋다싶으면 " 사랑과 우정사이 " 와 " 허공 " 을 콧노래로 흥얼거리군 합니다.
그때부터 미라와 나는 남들보기에 정말 우정관계처럼 보일 정도로 너나들이 하는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그러나 미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서로를 많이 좋아하면서도 그걸 표현하진 못했어요.
" 난 너같은 형의 남자는 좋아안하잔니. 친구로는 만점이야." 하면 나는 " 천만다행이네.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그만하면 나도 운수가 좋은편이야. " 라고 대꾸하군했지요.
그렇게 서로 내숭을 떨며 삼년정도 지난 어느날, 미라는 맥이 푹 빠져가지구 " 나 이번주 토요일에 결혼해." 라고 느닷없이 말하는거에요.
나는 휴대폰으로 게임에 열중하다가 그녀가 장난치는줄 알고 " 그래.그거 잘됐네. 어느 휘빠진 자식이 너와 다 살겠다냐? " 하고 히히닥거리면서 그냥 게임을 하는데 쿨쩍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게임을 끊고 고개를 들어보니 미라가 흐느끼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왜 그러냐, 니가 결혼한다는 헛소리에 나도 장난삼아 맞장구친건데 그 말이 그렇게 서럽게 들렸다면 잘못했다고 그녀를 달랬어요.
그러자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결혼한다고 한 말 사실이라고 긴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결혼하는거 사실이라는 그녀의 말에 난 가슴이 싸늘해지는것을 처음 느껴봤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랑가랑해가지구 " 그런데 왜 우는거야. 좋아해야지. " 하고 더듬거렸어요.
미라의 배우자가 될 사람은 어느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사람인데 일솜씨가 깔끔해서 자기가 보좌하는 의원의 총애를 받아 인차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사람이라고 했어요.
사업가인 미라아빠와 미라배우자가 보좌하는 국회의원사이가 말하자면 정경유착관계라 두 사람사이에 이미 약조가 되있었던거 같아요.
미라는 완고한 부모들의 강요로 딱 두번 만나봤다고 해요.
그날 미라와 인사말없이 헤어진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미친새끼처럼 돌아버리기 직전이였어요.
일주일동안 방에서 문을 잠근채 나오지 않았고 걸려오는 전화도 일체 받지않았어요.
미라가 결혼한다고 한 토요일인데 그날은 왜 그렇게 서럽던지 아침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데 막 통곡하고 싶은데 창피해서 소리도 못내고 타올로 입을 꽉 막고 ...
( 씨발년,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실컷 먹어봤어야 하는건데..)
아픈 가슴 좀 달래려 음악이나 듣으려고 침대에 누워 얼빠진 새끼처럼 천둥을 쳐다보면서 무선아이폰을 끼고 재생버튼을 눌렀어요.
•••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아픈 가슴 달랜다는게 더 허벼주는 노래에 또 눈물을 흘리는데 문자수신벨이 울려 휴대폰을 보니 " 며칠동안 어디서 뭐하고 있는거니? 왜 연락한번 없냐고. 부모님들도 친구들도 그리고 회사직원분들도 다 참석해주셨는데도 부모들, 친구들도 하나없이 나홀로 외롭게 시켠쪽사람들속에 둘러쌓여있는것 같은 기분에 미칠것같애. 너 한 사람이 내게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이제야 알것같아. 아니,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더 알게 됐어. 어서 와줘.제발! "
미라가 보낸 이 문자를 그날 읽고 또 읽었습니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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