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섬으로 부임한 목사부부 3편 (프롤로그)
"되게 한참 들어온다 여보, 그치?"
박 목사는 고조된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걸어본다.
아내를 보니 말이 없다.
무표정한 얼굴로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선수만 바라볼 뿐이다.
대답 없는 아내의 모습에 무안해진 박 목사 역시 선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당연히 착잡하겠지.
마치 도망 오듯 이런 소외된 섬으로 부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곳에 부임하기 전 이삿짐을 싸던 아내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이젠 아무런 소망이 없어요. 소망이."
"그래도 우리 선교 간다고 생각하자. 해외로도 선교사 많이들 나가시는데."
"....."
"여보, 힘내자. 우리가 이곳에서 선교사처럼 목회 열심히 하면 주님이 다시 우리를 복 주시지 않겠어?"
커다란 캐리어 두 개.
우리 부부의 모든 짐이었다.
모든 살림들을 하나하나 팔고 정리할 때마다 아내는 늘 훌쩍였다.
아직 젊다면 젊은 여자인데, 세상에서 가장 못난 남편 만나 이렇게 고생만 하며 살게 하는 게 너무나 미안했다.
박 목사는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큰 소리로 최선장에게 말했다.
"선장님! 단사도에 주민들은 많아요?"
"....."
대답 없다. 엔진소리 때문에 안 들렸나....
여기저기서 말을 씹어대니 무안하고 위축된다.
'나만 병신 같네..."
첫 부임 첫 인상이 중요할 것 같아 정장을 갖춰 입었는데
파고가 높아 이미 그의 옷은 이곳저곳 젖어 있었다.
잠시 후 그의 눈에 작은 섬 하나가 들어왔다.
단사도.
그가 부임할 곳이다.
다리가 연결된 큰 섬에서 또 배를 타고 30분을 들어왔다.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다.
배에서 바라보는 섬의 느낌은 음산하고 차가웠다.
타는 듯한 석양빛도 이곳엔 강하게 닿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박 목사는 자기도 모르게 옷을 여미며, 아내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아내도 나와 같은 느낌을 느끼면 안 되는데...'
무표정했던 아내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있었다.
굳게 다물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보였다.
그때 최선장이 소리치며 말했다.
"배는 일주일에 두 번만 오니께 잘 기억하소."
"일요일이랑 목요일이라고 하셨죠?"
박목사가 확인하듯 물어보자, 또 대답이 없다.
'씨발 지 할 말만 하고 내 말은 또 씹네'
배가 선착장에 닿자, 최선장은 박목사에게 알아서 캐리어를 나르라고 눈 짓을 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끙끙거리며 짐을 나르던 박목사의 눈에 그의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최선장이 아내의 허리에 팔을 감아 올리는 것 아닌가?
아내가 뭍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는 것 치고는 너무 과한 스킨십 아닌가?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이 누군가 선착장에 마중 나와 소리를 친다.
"아이고, 목사님 오셨습니까?"
대머리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함께 서 있다.
대머리의 중년 남자는 배까지 내려와 캐리어 하나를 받아서는 뭍으로 올려준다.
박목사와 그의 아내가 인사하자 그가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목사님, 사모님. 저는 단사교회 안수집사 박성국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그의 손을 박목사가 급히 잡으며 말한다.
"마중까지 나와 주시고 감사합니다. 집사님."
"아이고, 당연히 나와야지요. 캐리어 저 주시지요."
박목사는 박집사 옆의 중년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네, 저는 마을운영회장 강만수라고 합니다. 그냥 마을 이장 같은 개념으로다가 보시면 됩니다."
도무지 속을 모르겠는 눈빛이다. 평범하다. 평온하다.
그렇게 인사를 한 뒤 네 사람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최선장은 "나, 가네" 소리치고는 배를 물려 떠나갔다.
마을 구조는 단순했다. 선착장에서 난 길을 따라 해안도로가 섬을 한바퀴 돌고 있었고, 그 해안도로 근처에 주로 가옥들이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교회와 목사관은 마을과는 좀 떨어져 있었다.
해안도로에서 중앙의 산길로 더 올라가야 했다.
5분 쯤 걸었을까? 드디어 단사교회에 도착했다.
예상은 하고 왔지만,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본래 붉은 빛으로 빛나야 할 십자가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고, 십자가 탑도 녹슬어 있었다.
건물은 더 가관이었다. 군데군데 칠도 벗겨지고, 벽이 갈리진 곳도 있었다.
그나마 불 꺼진 십자가마저 없었다면 시골 농기계 창고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런 곳에서 사역해야 하다니...'
이번 만큼은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내의 마음은 얼마나 처참할까....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교회 곳곳에 수리하고 돌보신 느낌들이 있네요."
아내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그랬다.
그래도 건물이 방치되지 않고 곳곳에 보수한 흔적, 덧댄 흔적, 관리한 흔적이 보였다.
"전임 목사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성실하게 교회를 돌보셨나 봅니다."
박목사가 아내의 말을 받아 물어보자, 박집사가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 교회는 귀한 일꾼이 계십니다. 최집사님이라구요. 관리집사님이신데, 아주 열심히 하십니다. 허허"
"그렇군요. 귀하신 집사님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박목사가 영혼 없는 표정으로 맞장구 치자, 박집사가 그들을 재촉한다.
"교회는 차차 내일 낮에 보시구요. 일단 늦었느니 사택으로 가시지요. 목사님 사모님"
목사와 사모가 거주할 곳, 사택은 교회 건물보다도 더 산 안 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박목사 부부는 처음 관리집사, 최영철을 만나게 되었다.
"어이 회장님 오셨소."
귀한 일꾼이라더니 목사는 거들떠도 안 보고 운영회장에게 먼저 인사하는 최집사.
그 후에 그의 눈이 향한 곳은 한신실사모였다.
한신실 사모의 얼굴부터 가슴, 그리고 아래로 그의 시선이 훑고 지나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한신실 사모도 느꼈다. 그의 눈이 징그럽게 자기를 훑어봤다는 것을.
"안녕하세요. 집사님. 박주민 목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적을 깨고 박목사가 먼저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최집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동안에도 최집사의 눈은 한신실 사모를 향하고 있었다.
순간 최집사의 그르렁 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짝으로 오시오."
그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목사관 사택. 아담한 단칸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티비도 가전제품 하나 없이, 그저 주광색 등만 홀로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이불이랑 벼개는 이 짝에 싹 빨아놨응게."
무뚝뚝한 최집사의 말을 받아 박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목사님, 사모님 출출하시죠? 우리 운영회장님 댁에서 두 분 저녁 대접하신답니다. 방에 일단 짐 놓고 가시지요."
"네, 먼저 나가 계시면, 저랑 아내랑 정리 좀 하고 금방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내보낸 후 박목사는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분명 울고 싶을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의 아내는 거의 매일 눈물을 흘렸다.
교회건물, 목사관건물, 그리고 섬사람들의 모습들...섬 전체의 느낌들.
자기도 이렇게 마음이 심란하고 힘든데, 아내는 오죽 힘들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아내의 모습은 소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우울 그 자체였건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달랐다.
그리고 그녀의 첫 마디.
"생각보다 괜찮네! 감사하다 정말..."
어안이 벙벙해 하는 박목사에게 그녀가 재축했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역 시작이니까 기도해요, 우리. 기도하고 사람들 만나러 가요."
박목사는 그렇게 말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에겐 과분한 아내, 너무나 착한 아내, 그런 아내를 위해서라면 몸이 부서져도 상관 없을 것처럼 고마움이 느껴졌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앟는 외딴 섬, 그리고 그곳의 작은 단칸방에서 부부의 나지막한 기도소리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3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2.10 | 현재글 타락섬으로 부임한 목사부부 3편 (프롤로그) (1) |
| 2 | 2026.02.10 | 타락섬으로 부임한 목사부부 2편 (등장인물 소개) (4) |
| 3 | 2026.02.09 | 타락섬으로 부임한 목사부부 1편 (등장인물 소개) (21)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Comments

산타카지노
콜팹





